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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여섯가지 이야기<단편>

공포소설 |2009.07.21 12:38
조회 5,139 |추천 2

오늘은 단편 몇개만 올리도록 할께요 ~ ^^

일 미뤄둔게 너무 많아서..ㅠㅠ 잠도 쏟아지고 ㅠㅠ

내일... ^^;

스크롤 압박 상관없으실까... ?ㅜㅜㅋㅋ꽤 많이 올렸는데...ㅋㅋ

재밌게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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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살인

 

 

 

 

 

어느날부터 뉴스에서는 계속된 연쇄살인을 보도했다.

피해자의 얼굴은 모두 도려낸 상태고, 손가락발가락 모두 절단, 심지어 이빨까지 모두 뽑아낸 모습이었다.

처음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경찰에서 '여성만을 노린 범죄'라고 거의 단정을 지었다.

'여성'만을 노렸다고 했지만, 피해자들의 몸에는 저항의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범인의 머리카락이나 타액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는 상태였고 모든 국민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피해자가 늘면서 그 피해자는 '여성'만이 아닌 '어린아이'들에게도 뻗쳤다.

모든 아이들을 가진 부모와 여자들은 공포에 치를 떨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2명 이상이 몰려서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경찰들은 한가지 단서를 찾았다.

모두 피해자의 공통점이다.

'여자'와 '어린아이'

모두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서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범인을 단정지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 공포의 시간이 흐르고 경찰서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이번 사건의 범인 입니다."

이 한마디를 남기고 끊겨진 전화

이 전화의 내용은 순식간에 전국에 퍼졌고 경찰들은 발신추적을 통해 전화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전화 목소리의 주인은 20대로 보이는 굉장히 잘생긴 남자였다.

그 남자는 경찰들을 보더니 저항할 기색도 없이 팔을 내밀었다.

경찰들은 순간 당황했지만, 단념한 듯한 그의 모습에 내민 팔에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그 날, 조사가 이루어졌다.

피해자의 수가 상당한데다 오직 '여성'과 '어린아이'만을 노린 살인.

이 조사 내용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살인을 한 동기는?"

남자는 이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들도 동물이니까"

이 한마디에 경찰서는 찬물을 끼얹은것 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또 같은 질문을 했다.

"이봐,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살해 동기가 뭔데?"

모자를 뒤집어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올리더닌 입을 열었다.

"그들도 동물이니까. 이게 다 입니다."

경찰은 순간 화가 치밀었는지 옆에있던 파일을 남자의 머리에 던지려 했지만, 무엇인가 깨닫고 이내 관뒀다.

"정말 그게 다야? 그러면 왜 '여성'과 '어린아이'만을 살해했나? 건장한 남자는 동물이 아닌가?"

경찰은 화를 참으며, 남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강하니까."

"뭐?"

범인의 말에 경찰은 순간 당황했다.

"남자는 나보다 강하니까, '여성'과 '어린아이'는 약하니까"

"이거 완전 싸이코 새끼 잖아?"

그 후 갑자기 중개되던 생방송이 끝났다.

아마도 경찰측에서 촬영을 중지 시킨것 같았다.

그렇게 몇일 동안 남자는 조사를 받았다.

남자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피해자의 수가 많고 또, 우발적 살인이 아닌 계획을 짜놓은 살인이기에 자수를 했다고는 해도 그 죄값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형선고를 받은지 며칠후, 뉴스에 남자의 조사 내용이 보도되었다.

"'여성'과 '어린아이'는 나 보다 약해요. 하지만, 건장한 남성들은 나 보다 강해요. 그게 살인 동기에요. 사람들도 그렇잖아요. 자신보다 약한 동물은 모두 잡아 먹잖아요. 그래서 전 저 보다 약한 사람을 죽인것 뿐이에요. 그리고 피해자들의 얼굴 가죽은 저희집에서 찾아 보시면 있을 거에요. 그걸로 가면을 만들었거든요. 이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죠. 손가락과 발가락으로는 목걸이를 만들었어요. 평소에는 하고다니지 않지만 집에서는 가끔씩 해요. 피해자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 쓰고 그 발가락과 손가락으로 만든 목걸이를 차고서 거울을 보면 왠지 내가 더 강해보였어요. 그런데, 이게 왜 안된다는 거죠? 사람들은 동물을 죽이고 그 시체를 묻어주지 못할 망정 오히려 그 시체를 뜯어 먹고 박제를 만들어 전시하고 그걸 구경하는것을 즐기잖아요?"

남자의 말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국민들은 이 내용에 모두 혀를 내둘렀고 모두다 '미친놈'이라는 말을 쏘아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남자는 교수대에 올랐다.

그리고 남자는 죽기전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특이해요. 어떤 동물이 많아지면 그 동물이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판단을 하고 밀렵을 허용하죠. 하지만 중요한것은 인간들이 존재하므로써 이 생태계는 이미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모든 인간들은 동물을 닥치는대로 무분별하게 사냥을 하고 잡아먹어요. 이제 이 생태계를 유지 시키는 방법은 딱 한가지에요."

남자가 그렇게 말을 하자, 잠깐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남자는 말을 이었다.

"인간에게도 천적이 있어야 해요."

그 후 남자는 교수대에서 숨을 거뒀다.

이와같은 내용이 뉴스에 보도되자, 사람들은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인간에게도 천적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서 그에 동조해 하루 하루 사망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경찰서는 발 디딜틈 없이 살인자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인간의 천적이다."


 (두번째) 그녀의 눈물    눈물이 흐른다.

온통 뿌옇게 탈색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서럽고 서운하다.

도대체 누가 나를 울리는 것인가.





“가연아. 엄마 일 간다. 밥 차려놨으니까 늦잠자지 말고 먹고 가. 알았지?”

새벽 5시. 벌레들조차 잠든 것 같은 고요한 새벽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항상 4시에 일어나 밥을 차리고 일을 갈 준비를 하곤 했다.

“잘 다녀오세요.”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일을 가는 엄마를 마중하곤 했다.

건물의 청소부로 일을 가시는 엄마의 고된 고생을 보며 꼭 성공해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하는 나였다.

“밥 먹고 공부하자.”

비록 김치와 마른 멸치가 전부였지만 반찬을 꼭꼭 씹어 먹으며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나였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꼭 엄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이쿠. 우리 가연이가 또 일등이구나. 선생님은 네가 자랑스럽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나는 항상 상위권 성적을 자랑했다.

그것은 선생님의 자랑이자 엄마의 자랑이었기에 나의 행복이었다.

“쳇. 또 공부냐? 좀 적당히 좀 해라.”

“내버려둬라. 저 돌 머리가 저렇게라도 안하면 어떻게 일등을 하냐?”

“짜증나 죽겠어. 냄새나는 옷이며 구질구질한 가방 따위.”

아이들은 말 수 없고 항상 공부만 하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밥도 같이 먹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더 다행이었다.

보잘 것 없는 반찬으로 놀림 당하고 무시당하느니 차라리 옥상에서 혼자 먹는 편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연아. 오늘 등록금 내는 날이지? 선생님께 한달만 미뤄달라고 부탁할래? 응?”

“엄마.”

무척 수척해진 얼굴로 나를 맞이하신 엄마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엄마 몸이 왜이래요? 누구한테 맞았어요?”

“아니야. 엄마가 맞긴 왜 맞아.”

알고 보니 청소 일을 하던 엄마가 도둑으로 몰린 모양이었다.

그 동한 일한 월급은 고사하고 훔친 물건을 보상하라며 협박까지 당한 것이다.

때문에 나의 등록금중 일부를 마련하지 못해 저리 걱정하시는 것이었다.

남몰래 한숨짓는 엄마였기에 나는 숨죽여 울 수밖에 없었다.

“나 학교 안다녀.”

“뭐?”

“나도 일할래.”

“가연아. 너 엄마 가슴에 못 박으려고 그래? 너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엄마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나만 편하게 학교를 다니라고? 난 못해. 나 안 해.”

“네 아빠 죽고 나 너만 보면서 살았어. 그런 말 하지 마 가연아.

엄마 힘 하나도 안 들어. 엄마 고생 안 해. 우리 가연이만 있으면 돼.”

눈물이 난다. 온통 굳은살 천지인 엉망인 거친 손과 야윈 얼굴.

나이보다 더 많이 생겨 버린 주름. 엄마의 고생의 흔적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아빠가 미워. 왜 그렇게 가버린거야. 왜! 엄마랑 나만 두고 왜!”

아빠는 집 근처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더군다나 그 사건 현장을 목격한 단 하나의 목격자가 엄마였다.

아빠를 마중가기 위해 길목에 서있던 엄마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 일이 있던 뒤 엄마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헛소리만 했었다.

비록 멀리서 목격하긴 했지만 엄마 눈앞에서 아빠가 죽어갔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범인을 잡을 수 없었다. 비가 질척하니 오고 있던 중이라 증거도 미비했고 목격자가 차번호를 본 것도 아니어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결국 억울하게 아빠만 잃었다.

“가연아. 가연이가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은 지금처럼 공부 열심히 하는 거야. 알았지?

엄마 가연이만 보면서 살잖아. 공부 열심히 해서 엄마 호강시켜줘야 해. 알았지?”

엄마가 나를 꼭 안아주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일 알아보러 나갈 테니까 가연이는 학교 잘 다녀와라.”

“응.”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학교를 갔다. 여전히 나를 비웃는 반 아이들을 무시하며 하루일과를 마친 나는 간단한 아르바이트자리를 찾았다. 학교 근처에 위치한 작은 분식점이었다.

“엄마!”

일할 곳도 찾아 기쁜 나를 더 큰 웃음으로 반겨준 엄마역시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다.

어떤 큰 집의 파출부로 나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쎄 돈도 많이 주는 것 있지? 더군다나 하루하루 일당을 받아서 돈도 좀 여유로워.”

“응.”

엄마는 의욕에 넘쳐있었다. 하지만 그 일은 다른 일로도 의욕을 불태우게 했다.

그것은 아빠와 죽음과 상통했기 때문이다.

“당신들... 당신들이란 말이지? 내 남편을 그렇게 죽음으로 몰아넣은 게 당신들이란 말이지?

술? 술을 먹어서 사람을 치었다고? 무덤까지 가져가자고?”

우연하게 들은 주인집 내외의 이야기. 퇴근을 한다고 말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선 엄마에게

그들의 숨겨진 치부가 들려왔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 바로 맞는 말인 듯 했다.

“내가 당신들을 용서할줄 알아?”

그날 저녁 엄마에게 자초지정을 간단하게 들은 나는 또다시 눈물만 잔뜩 쏟아냈다.

엄마는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중간 중간 숨을 몰아쉬었는데 아무래도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는 듯 보였다.

하긴, 나도 이리 흥분되는데 어찌 엄마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겠는가!

“가연아. 이제 너도 나도 고생 끝이야. 그 버러지 보다 못한 인간들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절대 용서하지 않아...”

“엄마!”

“엄마 잠깐 나갔다가올게. 먼저 자.”

비장한 각오를 하고 나간 엄마. 하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고조되는 불안과 초조.

학교도 안가고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렸다.

실종 신고를 했지만 고작 며칠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신고를 했다며 핀잔만 들었을 뿐이다. 나는 며칠 더 기다려보기로 결심하고 학교를 나갔다.

“글쎄. 구질구질해서 짜증나더라니까. 피자나 파스타 같은 것도 하나도 못하면서 주제넘게 잔소리까지 하더라고.”

“그래?”

“결국 쫓겨난 모양이더라. 어제 온 새로운 아줌마는 일단 말이 없어서 좋아.”

“잘됐네.”

“당연하지. 눈 밑의 그 시커먼 점도 없고 말이야.”

엄마걱정에 공부가 될 리 없었다. 그저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던 것이다.

그러던 중 유난히 귀에 거슬리던 얘기가 있었다. 바로 미진이네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 욕이었다.

“나도 봤는데 정말 크더라. 주름은 자글자글. 손은 또 왜 그렇게 못생겼는지.”

“맞아. 정말 짜증나는 아줌마였어.”

“그래.”

인상착의가 엄마랑 비슷했다. 그 후 계속 이상한 기분이 떠나질 않았다.

“나 자랑할거 있어.”

“뭔데?”

“오늘은 기사아저씨가 아니고 직접 아빠가 온다. 식구들끼리 근사한 외식한데.”

“정말? 진짜 좋겠다.”

“그럼~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알아? 가끔 식구들끼리 가는 곳이야.”

“어딘데?”

가는 방향이 우리 집 근처였다. 더군다나 수업을 마치고 미진이를 데리러 온 것이 고급스런 검은 승용차였다.

억측이지만 막연한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쿵쾅대는 심장을 누르고 미진이의 집을 찾았다.

미진이가 두고 온 소지품을 찾으러온 친한 친구 행세를 했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집을 지키는 것은 새로 왔다는 일하는 아줌마였다.

소지품을 핑계로 미진이의 방에 들어온 나는 곧 빠져나와 엄마가 사용했을 주방을 둘러보았다.

물이 먹고 싶다는 이유를 댔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사진 않았다.

“아줌마. 이거 아줌마 거예요?”

“아니. 내가 오기 전부터 저기 있었던데? 사모님 거겠지.”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엄마의 생일날 큰맘 먹고 선물반지가 싱크대 구석에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쥔 채 그 집을 빠져나와 학교로 향했다.

“미진아. 너 혹시 이 사람 아니?”

“뭐야? 어?”

미진이는 엄마사진을 보고 놀라더니 곧 슬쩍 비웃기 시작했다.

“이 아줌마 너랑 아는 사이였어?”

“응. 엄마야.”

“그 딸에 그 엄마구나. 기가 막혀. 어쩐지 구질구질하고 재수 없는 게 꼭 너 같더라.”

“엄마가 집에 안 들어와. 일을 가셨는데 그 길로 돌아오지 않으셔. 혹시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아니?”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그리고 그 아줌마 안 나온 지 꽤 되었어. 웃겨 정말.”

“너는 몰라도 네 아빠는 알 것 같은데? 혹시 아니? 너희 집 마당에 묻혀있을지.”

“뭐라고? 야!”

“똑같이 만들어 줄 거야. 기다려.”

화난 듯 벌떡 일어선 미진이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친 나였다.

저 심술궂은 계집애가 엄마를 무시하고 헐뜯었던 것을 생각하면 머리라도 다 쥐어뜯고 싶었지만 힘들게 참아냈다.

“매일 머리 나쁘다고 무시했지? 머리 나쁜 내가 세우는 계획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번 느껴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억울하게 죽어간 아빠, 아무 소식 없이 사라진 엄마. 모두 다 찾으리라.

일단 그동안 사람을 무시하며 괴롭혔던 가증스런 미진이를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왜...왜이래?”

“아까 말했잖아. 엄마를 찾기 위해서 그런다고.”

“그 아줌마 모른다고 그랬잖아. 너...너 자꾸 나한테 그러면...”

“선생님한테 이르려고? 미안하지만 여긴 아무도 오지 않아. 그리고 선생님을 불러도 이미 늦었을걸?

내 손에 들려있는 게 장난감 칼 같니?”

“가연아. 잠깐만 진정해봐. 나는....”

“아가리 닥쳐. 네 더러운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아.

내가 필요한건 널 빌미로 너희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우는 것이니까.”

“뭐?”

“아까 널 납치했다고 협박전화를 걸었어. 7억을 마련해서 약속된 장소로 나오라고 말이야.”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맞아. 증거가 없으니 믿지를 않더라. 그래서 너의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가연아!”

“언제 친했다고 이름까지 불러대니? 너 참 웃기는 애구나. 잔말 말고 얌전히 있어.

참고로 말해두겠는데 옆에 보이는 이 병 말이야 염산이 잔뜩 들어있어.

피부에 닿기만 하면 물처럼 그냥 녹아내릴걸? 허튼짓하면 면상에다가 부어 버릴 테니까 알아서해.”

나는 아주 간단한 말로 미진를 꼬셔내어 손쉽게 옭아맬 수 있었다.

두 발과 손을 꽁꽁 묶어 옴짝달싹 못하게 한 후 협박전화를 했고

살려달라는 미진이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다.

그녀의 부모들은 금세 흥분을 했고 나의 요구사항을 빠짐없이 듣는듯했다.

“지금 당장 나가서 돈을 찾아와. 장소는 아까 말했지? 자정까지 기다려보겠어.”

나는 그렇게 그들을 유인했고 미진이의 집을 여유롭게 들어섰다.

미진이의 열쇠를 가져다가 대문으로 당당히 들어선 것이다.

예상대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퇴근하였기에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집 구석구석을 뒤질 수 있었다.

넓은 정원도 한바퀴 빙 돌아보며 혹시 모를 암매장에 대비했지만 이렇다할 수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역시 이 창고가 수상해.”

정원 뒤편에 자리 잡은 큰 자물쇠로 채워진 창고 앞에선 나는 창고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를 고민했다.

-철컥! 뚝!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눈앞에서 자물쇠가 저절로 풀려 뚝 떨어지는 게 아닌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이 안의 누군가가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심장마저 얼어붙는 착각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침착하게 문을 열고 들어서 떨리는 손으로 스위치를 찾아 올렸다.

“우욱... 욱...”

투명한 몸체로 인해 배경이 고스란히 다 비춰지는 모습의 엄마.

참 쓸쓸한 표정으로 그곳에 서있었는데 나는 눈물이 앞을 가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부짖을 뿐이다.

“엄마. 엄마!”

불쌍한 우리엄마. 아빠도 잃고 고생만하다가 이렇게 떠난 우리 엄마.

나는 피눈물을 쏟아내며 통곡했다. 이렇게 억울하고 분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복수해줄게.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엄마의 영혼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내 손에 피를 묻히는 게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온몸을 토막 내서 뼈를 발라 놓을 거야. 사람을 비웃는 세치의 혀도 뽑아내어 바닥에 버려야지. 흐흐흐.”



-뉴스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일가족 토막살인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찰은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한 범인을 쫓고 있습니다. 또한, 조사를 하던 중 열린 창고 안에서 발견된 한 여인의 시신의 신변을 조사하는 한편, 그 시신과 사건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 사건을 확대 조사하고 있지만.......



“그 얘기 들었어? 저 집 미친 여자 말이여. 그 토막사건인지 뭐시깽인지 그 집 창고에서 발견되었다며?”

“그래. 그 뉴스 보고 깜짝 놀랐어. 매일 죽은 지 딸년 밥을 챙겨놓으면서 일을 가곤 하더니만 결국 그 꼴로 발견이 될게 뭐야.”

“뺑소니로 남편 잃고, 병으로 딸년 죽고, 혼자서 이일 저일 하며 입에 풀칠하며 살더만 결국 저렇게 갔군 그래. 쯧.쯧.”

“불쌍해서 어떻게 해?”

“근데 그 토막사건 말이야. 집 앞에 CCTV도 있는데 아무것도 안 찍혔다면서?”

“그래. 경찰들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잖여. 뉴스에도 그 CCTV나오는거 봤지? 대문이 그냥 열리는 게 말이야.”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간 흔적이 없다잖아.”

“아이쿠 소름끼쳐. 그만 얘기하자고.”

“근데 말이여. 그 미친 여자 살던 집 있잖아. 거서 계속 여자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하네.

어제 그집 주인이 우리 집에 왔다갔는데 얼굴이 반쪽이 됐어.”

“그만하라니까!”

“아이구 끔찍해라. 이러다가 우리 집도 집값이 깎이는 거 아닌지 몰러.”

“글쎄......”





눈물이 흐른다.

온통 뿌옇게 탈색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서럽고 서운하다.

도대체 누가 나를 울리는 것인가.

아마도 억울하게 죽은 아빠와 엄마 때문인 것 같다.

혼자 남겨진 내가 불쌍해서 말이다.


“김 형사님.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어요.”

“뭔데?”

“그 죽은 여자 말입니다. 동네 사람들 말로는 머리가 살짝 갔다네요.”

“그래?”

“근데 말입니다.”

“뭔데?”

“그 죽은 여자가 실종 신고가 되어있더라고요. 또 황당한 것은....”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빨리 말 안 해? 속 터지겠어!”

“신고를 한 게 아무래도 죽은 걸로 조사된 그 집 딸같다고.”
“뭐?”

“이상하죠? 저도 처음엔 안 믿었더니 글쎄 신고를 받은 담당 경찰관이...”

“이 형사. 너 지금 나랑 장난해?”

“아니요. 그냥...”

“죽은 애가 어떻게 신고를 하나? 그 여자가 아니고 네가 미친 거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범인이나 찾아.”

“네....”
     (세번째) 옆집남자      1. Recollection (회상)



지영은 어느 때와 같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냄비에 물을 끓이며, 당근을 자르는 게 뭐 그리 흥이 나는 지 콧바람을 흥얼흥얼 거렸다. 앞치마를 두른 모양새가 지영의 빼어난 몸매를 두각 시켰다. 유행에 따르는 단발 머리 역시 그녀의 외모를 더 멋지게 했다.


20대 후기의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요리였다. 그것도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을 해주는 것. 그것이 그녀의 삶의 낙이었고, 행복이었다.


그녀가 다져진 당근들을 끓는 냄비에 쏟아 담았다. 그리고 삶은 감자들을 칼질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콧바람 소리가 한층 더 커졌고, 이내 노래로 자연스럽게 노래로 이어졌다.


“네가 없는 거리에는…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마냥 걷다 걷다보면… 추억을 가끔 마주치지…”


특별히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그녀는 구슬이 은쟁반 굴러가듯한 주옥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와 너무나 어울리는 듯한 아름다운 소리였다. 그녀가 감자를 썰어 내려살 무렵, 그때 집 마당 앞에 차가 주차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시계를 쳐다 보았다. 시계는 5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이가 벌써 오셨나? 아직 오려면 멀었을 텐데..?”


그녀가 식칼을 내려놓고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은 뒤 부엌을 빠져나왔다. 카페트가 깔린 거실 바닥을 밟으며 앞치마를 의자에 걸쳐 놓고 현관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그녀가 남편의 차로 착각한 것은 트럭이었고, 그녀 집 앞이 아닌 옆 집 앞에 세워 져 있었다.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려할 때, 트럭의 스티커가 그녀의 눈에 띄었다.


-퀵 이삿짐 센터-


그녀가 다시 현관문을 열고 조금더 자세히 밖을 내다 보았다.


이삿짐 트럭에서 직원들 세명이 내려 트럭 뒤칸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 셋이서 다 같이 커다란 장롱 하나를 트럭에서 꺼냈다. 이와 동시에 때마침 작은 검은색 승용차가 트럭 뒤에 섰다.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은 30대 중반정도 되 보이는 사내였다. 덥수룩한 수염에 더벅머리가 마치 야인을 연상시켰고, 옷 역시 하얀 와이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으나 왠지 모른듯한 구질구질한 느낌과 싼티를 냈다.


그는 이삿짐 직원들에게 여기저기 가리키며 무언가를 지시했고, 직원들은 그저 끄덕끄덕 거렸다. 그는 흡족하다는 듯 웃었고, 주위를 다시 한번 살펴 보았다.


그때 대문을 열고 그를 주시하던 지영과 눈이 마주쳤다. 지영은 왠지 모를 듯한 소름을 느꼈다. 마치 악마를 보는 듯한 그런 혐오감을 사내가 보여주었다. 살기와 욕망이 가득한 눈빛, 살짝 드러난 구역질 나는 누런 이빨.


그러나 지영을 질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사내의 외모가 아니었다. 지영은 사내가 차에서 나올 때 부터 보았다. 그는 왼쪽 발을 약간 절은 다는 것을. 마치 무릎부상을 당한 축구 선수가 필드를 걸어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팡이도, 크러치도 없었다.


너무나 닮았었다, 그 악마와.


지영은 잠시 생각에 빠졌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 아니, 악몽을 꾸는 듯.













처음부터 그에 대한 혐오감은 없었다. 오히려 그 정 반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까. 지영이 본 그의 첫 인상은 매우 순하고 젠틀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는 지영이 대학시절 때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난 사람이었다. 그가 아이들 밥을 챙겨주며 지영에게 던졌던 한마디가 아직도 그녀의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눈이 참 예쁘시네요.”


갑작스런 그의 말에 당황한 지영이었지만, 마냥 싫지 만은 않았다. 훤칠한 키에 각진 얼굴, 잘 다져진 몸매에 감미로운 목소리. 거의 완벽남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다만 흠이 있었다면 그가 왼발을 약간 절었다는 것이었다.


“아, 이거요?”


그들이 고아원의 만남을 계기로 사귄지 몇주째 되는 날, 지영이 그가 상처 받지 않을 까 조마조마 하며 용기를 내어 그의 다리에 대해서 물었다.


“어렸을 때 겪은 교통사고 휴유증이예요.”


그가 멋쩍은 웃음을 띄며 말했다. 지영은 그런 그 남자의 모습에 더욱 더 빠져들게 되었고, 드디어 그녀에게 사랑이란게 찾아오는 듯 했다. 너무나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고, 때문에 지영은 그런 일이 그녀에게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만난지 5주째 되는 날, 지영이 그와 함께 시골에 있는 별장으로 여행을 갔다. 아직 한번도 같이 자본 적이 없는 지영으로서는 매우 설레이는 여행이었다. 자제를 하려 노력했었지만, 여행 시작부터 그녀는 그들의 ‘첫날밤’ 생각 뿐이었다.

별장에 낮에 도착한 그들은 짐을 풀고 옷을 갈아 입은 뒤 그의 차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해가 저물었고, 지영은 이미 만발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또 그 역시 그녀를 사랑한다 믿었기에, 그녀의 몸을 내주기로 준비를 했었던 것이었다.


둘은 별장 안으로 발을 딛자 마자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열이 오르고 사랑이 피어갈 무렵, 그가 하던 것을 갑작스레 멈추었다. 지영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고 순간 뇌리에 스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무경험 때문에 그가 관심을 잃었던 것일까…?


“자기, 왜 그래?”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둘은 알몸 이었고, 땀이 흠뻑 젖은 상태였다. 특히 그의 붉게 상기된 얼굴은 아직도 그녀의 기억에 또렷이 남았다.


“난 사실,취향이 따로 있는데… 이렇게 하니까 제대로 못하겠어.”


그가 한숨을 쉬며 지영의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누웠다. 지영은 어쩔줄 몰랐다. 어떻게든 그의 취향에 맞추고 싶었고 어떻게든 그의 마음에 들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그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취향? 어떤거인데?”


그의 취향대로 따르기로 한 지영은 침대에 팔다리 모두 묶인 채로 입에 재갈까지 물렸다. 하지만 그녀는 기뻤다. 그렇게라도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그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어서였다. 적어도 그가 부엌에서 식칼을 빼오기 전까지.


그녀는 그것이 그의 짓궂은 장난인 줄 알았다. 아니, 연기일 뿐이라고 굳게 그를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서슴없이 그녀의 팔을 베었다. 마치 회를 뜨는 듯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렇게 사악 베었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그녀는 믿기지가 않았고, 그의 실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살살 열린 피부 사이로 고여 나오는 피를 보고 히죽히죽 웃는 그를 보았을 때 비로소 그녀는 깨달았다. 그가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을.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재갈을 단단히 물려 소리가 나질 않았다. 발버둥 치려 했으나 팔다리가 단단히 묶여 있었고, 그는 다시 한번 그녀의 팔을 베었다. 피가 솟구쳐 침대 시트를 적셨고, 그녀가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려움에 휩싸여 죽기 살기로 발버둥치느라 통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피범벅이가 된 채로 그녀는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가 좀 전까지만 해도 따듯하고 사랑스럽다고 느꼈던 사람에게서 나오는 같은 미소였으나 그녀를 두려움에 빠뜨렸고,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를 악몽에 시달리게 한 섬뜩한 미소였다.












그녀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사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열심히 가구들을 나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 이상 시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고통과 분노의 눈물이었다. 그때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참! 가스불!”


그녀가 잠시 잊고 있던 주방으로 달려갔다. 끓는 물에 담가 두었던 당근은 물이 반쯤 증발해 버릴 정도로 오래 끓인 덕에 불어서 못쓰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가스불을 끄고 냄비를 집으려다 손잡이에 손을 데었고, 냄비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당근과 뜨거운 물이 바닥을 누볐다.


“아 뜨거워…”


그녀가 두 손가락으로 귓볼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요리에서 만큼은 실수가 없던 지영에게는 벌어 질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녀는 알았다. 그 악몽이 아직까지도 그녀에게 끼치는 대단한 영향력을.















2. 파라노이아 & 인썸니아 (Paranoia & Insomnia)




겸사겸사 요리를 마치 지영은 남편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녀는 오늘따라 기분이 별로였던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려 했으나, 조금 전에 있었던 실수에다 쉽게 떨쳐버릴수 없는 불안감과 수치에 요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둘은 늘 그렇듯 마주보며 거실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깔금히 정돈 된 거실이었다. 군데군데 화분들도 놓여져 있었고, 남편이 따온 골프 트로피와 여기저기서 받은 상들도 전시 되어 있었다.


“오늘은 요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지영이 한마디 내던졌다. 그의 남편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식사를 계속 했다. 그녀의 남편은 알아주는 외과 의사였다. 이름은 오민철 이었고, 나이는 지영과 15살이나 차이가 났었다. 머리 숱도 얼마 없었을 뿐더러, 몸매 역시 볼품없었다.


지영이 대학시절 악몽을 조금씩 벗어나며 만난 사람이었다. 물론 그 악몽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그녀 밖에 없었다. 신고도 하지 않았고,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었다. 때문에 한동안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하기도 했었다. 민철은 그 악마와 정반대였다. 무뚝뚝한 성격에 볼품없는 외모, 게다가 나이도 훨씬 많았었다. 때문에 지영이 조금 안심하고 결혼까지 서둘러 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민철의 의견에 따라 아이가 없었고, 2세 계획 조차 전혀 없었다.


“아참, 오늘 누가 이사 옆집으로 이사왔어요.”


지영이 다시 말을 걸었다.


“응, 봤어.”


민철이 다시 짤막 하게 대답했다. 하루종일 혼자 있었을 뿐더러 조금 전에는 악몽까지 돌아온 지영은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었고, 그녀 앞에는 민철 뿐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화제를 돌려 대화를 유지해 나갔다.


“아참 그리고 민철씨 얘기 들었어요? 요즘 한국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살인마가 있대요. 뉴스에서 봤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이번 화제는 민철의 호기심을 산 듯, 민철이 먹던 밥을 잠시 멈추고 얘기를 했다.


“나도 신문에서 읽은거 같았는데. 인천 어디서 죽인게 벌써 7명 째라며.”


“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조심해. 우리도 매달 여행 가잖아. 그런놈들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워. 사이코들이라 겉모습은 멀쩡하단 말이야.”


“네, 조심할께요.”


지영이 민철의 걱정을 들으니 한결 나아 지는 듯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악몽을 완전히 떨쳐 버리기에는 어려웠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옆집 사내와 갑자기 떠오른 화제의 살인마가 지영의 머릿속에서 ㅤㄱㅕㅍ쳐진 듯 보였다.


“무슨 고민있어?”


민철이 심각한 지영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그녀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영은 한참을 뒤척이며 밤잠을 설쳤다. 거의 식은땀이 날 정도로 신경이 쓰였던 것이었다. 대학 시절 그와 옆집 사내, 그리고 아직까지 잡히지 못한 살인마. 이 셋이 그녀를 괴롭혔다. 불쾌한 두 사내 때문이었을까, 그녀를 더더욱 두려움에 빠지고 죽음 이라는 위협적인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리고 겨우 잠이 들었을 무렵 1년 째 나타나지 않았던 대학시절 사건이 그녀의 꿈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늘 그랬듯, 그의 흉측한 얼굴은 그녀가 기억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일그러지고 악마스러웠다. 비록 꿈이었으나 그녀는 칼에 베이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꼈다. 사각, 사각. 피부가 터지는 느낌과 피가 흘러내리는 느낌.


지영이 꿈을 싫어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당사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모른 다는 것 때문이었다. 만약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똑같이 행동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고통스럽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꿈에서 깨기 전 까지 그녀는 최고의 고통과 시련을 다시 겪어야 했고, 그때와 같이 아무런 조치조차 취할 수 없었다.


그녀가 꿈에서 깨어 안방에서 나왔다.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잠옷이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며 1층으로 내려와 냉장고 문을 열어 제꼈다. 냉수를 한잔 벌컥 들이킨 후에야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2시였다.


도저히 다시 잠들 수 없었고, 그래서 그녀는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꺼냈다. 검붉은 와인을 잔에다 따르는 동안, 다시 악몽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무나도 닮았었다. 와인과 그녀의 피. 옆집 사내와 대학시절 악마.


그녀는 호기심에 창문을 내다 보았다. 저녁때에서야 안 사실이었으나 사내의 이삿짐은 몇가지 되지 않았었다. 지영의 집과 같은 규모의 집으로 이사를 온 사람 치고는 터무니 없이 작은 살림이었다.


그녀는 그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전주인이 온 정성을 들여 돌보았던 탓에 꽃들이 많이 싱싱했다. 지영은 요리 외에 다른 취미를 고려해 본적이 없었던 차라, 정원은 없었고, 그녀의 앞마당에는 그저 인조잔디 뿐이었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사내의 창문을 바라 보았다. 여러 창문이 있었으나 그 중 유일하게 커튼이 있는 창문이었다. 아직 어두운 터라 비록 커튼의 색은 보이지 않았으나, 별로 우아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때 커튼이 움직였다. 그녀는 놀라 와인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커튼은 아까의 움직임에 의해 아직까지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다. 분명히 지영의 상상이 아니었고, 커튼은 분명히 움직였다. 그가 거기에 서있었던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그녀를 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언제부터? 아니, 왜?


지영은 다시 두려움에 떨었다. 손에 들고 있던 잔이 요동을 칠 정도였다. 그녀는 남은 와인을 벌컥 들이켰다.


“착각일꺼야. 벌써 취했나봐.”


그녀가 빈 와인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밤에 잠을 못한 덕에 지영은 하루 종일 넋을 놓고 있었다. 비록 집안일이 산더미였지만 그것들을 모두 미룬채 그녀는 시체처럼 쇼파에 누워 있었다. 아침을 안먹는 남편 덕에 그나마 아침에는 한가로운 그녀였다. 눈은 감고 있었으나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그때 민철이 언젠가 말해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Paranoia causes insomnia.”


“네?”


“인썸니아의 원인은 파라노이아라고.”


“그게 무슨 말이예요?”


“잠을 못이루는 것은 심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뜻이야.”


몇년 전 같은 원인으로 밤잠을 설치던 지영에게 해준 말이었다. 그런 의외의 이해심이 많은 민철이 지영은 너무나 고마웠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라고.”


“네…”


그녀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 보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그때 마침 초인종이 울렸고, 그녀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누구지?’


그녀가 소리를 높여 물었다.


“누구세요?”


그러자 문 반대쪽에서 답변이 들려왔다. 쇳소리 비슷한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저, 어제 옆집으로 이사온 사람입니다.”



















3. Ho- Soo(호수)



“안녕하세요, 김호수라고 합니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인사를 건넸다. 어제와 같은 옷차림에 같은 지저분함. 지영의 속을 메스껍게 하였다.


“아, 예. 전 하지영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지영은 두려움과 역겨움에 거의 현기증이 나는 듯 했다.


“근데 무슨일로…?”


호수가 이제야 용건이 생각 났다는 듯 누런 이빨을 내보이며 웃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제 이웃사이인데 잘 해보자는 마음에 왔는데… 떡을 들고 와야 하는건데 혼자 살아서 떡 만드는 방법을 모르네요…”


그가 웃을 때 그의 더러운 피부가 갈라지는 듯 주름이 졌다. 마치 인간이 아닌 듯한 생김새를 가진 짐승과도 같았다. 그제서야 깨달은 사실이었으나 그에게서 심한 악취도 났다. 오래 씻지 않은 그런 땀냄새였고, 지영의 두려움은 혐오감에 의해 거의 사라진듯 했다.


“아녜요, 괜찮아요.”


지영이 최대한 상냥하게 대답했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그가 지영의 집 안을 기웃거리며 물었다. 지영은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대답했다.


“네, 들어오세요.”


그가 다리를 약간 절뚝거리며 들어왔다.






호수는 지영이 마실 주스를 준비하는 동안 지영의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마치 인테리어 디자이너 라도 되는 듯이. 그리고는 편안하게 지영의 쇼파에 앉았다.


“남편 성함이 오민철씨 맞죠?”


그가 부엌에서 주스를 따르는 지영에게 물었다.


‘저 인간이 그걸 어떻게…?’


잠시 생각하던 지영이 호수를 바라보자 궁금증이 풀렸다. 호수는 민철이 예전에 따온 골프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민철의 이름 석자가 당당하게 새겨져 있었다.


“아, 네.”


그녀가 주스 두잔을 쟁반에 들고 오며 대답했다.


민철과 지영은 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국내로 여행을 자주 갔다. 지영이 비행기 멀미를 심하게 하는 탓이었다. 비록 같이 여행을 한다지만, 둘은 몇일 동안 서로 다른 일에 몰두했다. 민철은 여행을 갈때마다 골프코스가 있는 곳을 정해서 거기에 묵으며 골프를 쳤고, 지영은 호텔에 묵으며 이리저리 쇼핑을 했다. 비록 좋은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장보는 것이었지만, 지영에게는 마냥 즐거운 일이었다.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고, 취미였다. 그녀가 오랫동안 시달리던 악몽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원인이기도 했다.


남들이 바라봤을때 이런 민철과 지영을 이상하게 볼수도 있었으나, 그들은 서로의 취향을 맞춰 배려를 해주는 것이었다. 서로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둘의 생각이었다. 민철이 지영을 따라 장을 보는 것도, 지영이 민철을 따라 골프를 치는 것도, 그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때문에 비록 목적지는 같았으나, 여행은 따로 했다.


“남편분이 골프를 잘 치시나봐요.”


호수가 잠시 넋 놓고 있던 지영에게 한마디 한 후, 주스를 한모금 마셨다.


‘저 컵은 내다 버려야지.’


지영이 주스를 마시는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니예요. 대회 많이 나간거 치고는 몇 개 못 따온거예요.”


그녀가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영이 생각해봐도 자신이 너무 가식적인 듯 했다.


“아, 남편분이 골프를 자주 치러 가시나요?”


그가 또 민철에 대해서 물었다. 지영은 왠지 꺼림칙해지기 시작했다.


“네, 조금요.”


지영이 대답하자 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은 주스를 마저 들이켰다.


“전 이만 가볼께요 그럼. 집을 참 잘 꾸미셨네요. 다음 번엔 제 집도 들려 주세요.”


그가 나가자 그제서야 한숨을 돌린 지영이었다. 그녀는 한참을 문 앞에 서있다가 생각났다는 듯 호수가 마시던 컵을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






4. Trip (여행)



호수가 왔다 가서인지 지영은 한층더 심각한 상태였다. 불안함이 심해져 거의 몸살까지 날 지경이었다. 민철이 돌아왔을때 그녀는 집안 일은 커녕 저녁 준비도 못한 상태였다. 제시간에 저녁을 한번도 거른적이 없는 민철은 아무것도 준비를 안한 지영에게 신경질이 난 듯했다.


“당신 오늘 하루종일 뭐했어?”


민철이 양복 외투를 소파에 집어던지며 누워 있는 지영에게 물었다.


“미안해요. 오늘 몸이 좀 아파서…”


“그럼 전화를 주던가. 나보고 굶으라는 거야?”


민철이 언성을 높였다. 지영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민철이 밉기만 했다.


민철은 잠시 누워있던 지영을 바라보더니 이내 말을 걸었다.


“당신 어제도 잠을 설치는 거 같더니. 정말 무슨 일 있는거야?”


“아무일도 없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내일부터 휴가요청 할테니까, 다시 여행 갔다가 오자.”


지영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요?”



“당신 이럴 때 여행가서 이것저것 사고 돌아와서 요리하고 나면 나아지곤 하잖아. 나도 골프치고 좋은 음식 먹고 좋지. 이번에는 장만 보지 말고 옷이나 그런 것도 사. 당신 아직 젊잖아. 알겠지?”


그의 세심한 배려의 다시 한 번 감동을 받은 지영이었다. 그래,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여행이었다. 당분간의 휴식을 취하고 김호수라는 악마와 닮은 혐오한 자를 피해 있으면 지영은 완쾌할 듯 했다. 벌써부터 들뜬 기분에 지영은 웃음이 절로 났다.


“어디 갈껀지 정해놔. 내일 내가 전화 주면 나와. 알겠지?”


“충청도 공주 쪽에 소문난 정육점이 있대요.”


민철이 지영의 말에 웃는다.


“그래 그럼.”


“저녁 지금이라도 드실래요?”


민철이 고개를 젓는다.


“아냐 됐어. 점심을 늦게 먹어서 괜찮아. 씻고 올께.”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여행준비를 마친 지영은 민철의 전화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옷까지 다 차려 입은 채로, 무거운 배낭을 그녀 옆에 둔채 쇼파에 앉아있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으나, 하루 빨리 지옥같은 이 곳에서, 지겨운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순식간에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민철씨?”


민철이가 맞았다. 그녀는 들뜬 기분에 민철이 나오라는 말을 기다렸지만, 민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어, 당신 미안해서 어쩌지? 휴가를 내려고 했는데, 요즘들어 휴가 낸 의사들이 너무 많아서, 일손이 많이 모자란대. 나까지 휴가를 낼수 없겠더라고.”


민철의 말에 가슴이 철컹 내려 앉는 듯한 심정이었다.


“아…”


지영은 말을 잃을 정도였다.


“오늘은 좀 늦게 들어갈 것 같아. 당신 괜찮겠다면 혼자라도 갔다 올래? 당신 차 가지고 가면 되잖아.”


지영은 탈출구가 필요했다. 누구와는 상관 없이, 이 곳을 너무나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래도 될까요?”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 그럼. 잘 다녀와. 그리고 미안해.”


“괜찮아요.”


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민철이 그녀 혼자만이라도 보내준 데에 감사했다. 사실 민철이 있으나 없으나 따로 여행을 하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별 걱정거리가 되지는 않았다. 그녀가 억지 웃음을 띄며 배낭을 맸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그녀의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배낭을 내려놓고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구멍으로 누가 초인종을 눌렀는지 내다 보았다.


그녀가 본 사람은 호수였다. 그가 여전히 같은 옷차림으로 눈구멍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안에 계세요?”


그가 누런 이빨을 들이대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지영을 치가 떨리게 만들었다.


‘이 인간이 왜…’


그녀는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열지는 않았다. 그렇게 계속 문구멍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한동안 가만히 서있더니 주먹으로 초인종을 내리쳤다.


‘띵동!’


초인종이 사납게 울려퍼졌다. 지영은 문고리를 더욱 세게 잡았다. 그녀에게 다시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러나 호수는 돌아가는 듯 했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중얼거렸다.


“분명히 집에 있었는데…”







지영은 그렇게 30여분 동안 문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손이 떨리고 무릎에 힘이 빠졌다. 도데체 왜 그 악마같은 사람이 그를 찾아 왔었을까. 과민반응이었을까? 그를 그냥 들여 보내주어야 했을까?


지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 자를 한번만 더 집에 끌고 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 해봤다. 조금 안정이 되는 듯 했다.


그녀가 다시 쇼파를 돌아봤다. 쇼파에는 그녀가 내던진 배낭이 놓여 있었다.


‘여행.’


두 글자가 지영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여행. 그녀의 유일한 살 길이었다. 그녀는 다시 배낭을 맸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바깥의 차가운 저녁 바람을 맞자 왠지 그 자가 그녀를 보고 있을 듯 했다. 그녀는 재빨리 문을 걸어 잠그고 그녀에 달려가 차를 탔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이제 끝이다. 악몽은 끝이야.’


그녀가 속으로 말했다.























5. Death (죽음)




죽음은 지영과 전혀 낯설 지 않았다.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자신 역시 죽음에 문턱까지 다녀왔기에, 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담담할 수 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가 몇 일 여행을 떠나 돌아온 뒤 민철이 그녀에게 건넨 말은 뜻밖이었다.


“죽었대 그 사람.”


그녀가 주방에서 여행다니는 동안 사온 음식 재료들을 꺼내며 물었다.


“누가요?”


“우리 옆집 이사 온 사람.”


민철이 대답했다. 의사 답게 그 역시 죽음에 대해 담담했었다.


“아… 어쩌다가요?”


그녀가 궁금한 척 하며 물었다. 사실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심 잘 ㅤㄷㅚㅆ다고 생각 할 정도였으니.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아마 그 살인마의 8번째 타겟이었을 가능성이 높대.”


그녀가 멈칫했다. 살인마…


“그래요…?”


그녀가 고기를 꺼내 들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지않아? 당신이 때마침 떠날때 일어나서… 안그럼 당신이 죽었을 지도 모르잖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지영의 착각이었을까, 민철의 그 말은 왠지 협박으로 들렸다.


그녀는 고기 덩어리들을 내려 놓으며 물었다.


“당신 내가 여행 갔다가 온 동안 계속 집에 있었어요?”


“응? 응. 그랬지. 근데 왜?”


민철이 되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당신 오늘 좋아하는 스테이크 해 드릴께요. 좋은 고기 사왔어요.”


민철이 지영을 잠시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맛있겠네.”














6. Aftermath (뒷 이야기)




“… 그렇게 해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 셋을 뽑아 왔습니다.”


강력반 형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중 반장으로 보이는 자는 회의실 가장 끄트머리에서 프로젝터에 나온 용의자들의 얼굴들을 유심히 살폈다.


“인상착의, 주 여행지, 나이, 그 외 여러가지 요소가 살인마와 정확히 들어 맞는 것으로 판정 났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사내가 말했다. 불을 모두 끈 상태였기에 그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


“저번 처럼 허탕치면, 이번엔 네 모가지인거… 알지?”


반장이 물었다. 살인마의 4번째 살인 때 사내가 저지른 실수를 묻는 것이었다.


“네.”


사내가 의기소침해 대답했다.


“그럼 용의자들 한테 애들 붙여서 잠복근무 시켜. 이번이 마지막이다 김형사.”


그때 불들이 켜지고 프리젠테이션이 끝이 났다. 다른 형사들은 모두 숨죽이고 김형사의 얼굴을 살폈다.


덥수룩한 머리에 안깍은지 오래 된 수염. 게다가 이번에 터진 연쇄 살인범 케이스 때문에 목욕 한번 제대로 못한 상태였다. 더럽기 짝이 없는 그가 반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내가 맡는다. 그리고 종수, 강민 너희 둘은 이 사람 맡고, 지오하고 영민이가 남은 한 명 맡아.”


김형사가 지시했다. 그의 말은 곧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자신 혼자 맡겠다는 것이었다. 그 역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 지 알았다. 특히 이번 연쇄 살인범의 성격으로 보아, 거의 목숨을 내놓는 듯 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야만 했다. 자신이 살인범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연달아 3명이 더 죽은 것 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수 형. 그러지 말고 반장님한테 인원 한명만 더 붙여달라고 그러지. 혼자서는 무리야. 특히 잠복근무는…”


“됐어. 혼자 할 수 있어. 걱정말고 가서 일들 봐.”


그가 손을 휘휘 저으며 형사들을 해산시켰다. 그가 다리를 절둑 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살인범이 4번째 살인을 저지를 때, 그를 쫓던 중 차에 부딛혀 난 사고 휴유증이었다. 모두들 자리를 비우자 그가 용의자 파일을 들여다 보았다.


“오민철…”


용의자의 이름칸에 적혀있던 이름이었다.











호수는 운이 좋았다. 때마침 용의자의 옆집이 비어있었고, 집주인의 양해를 구해 이사오는 척 잠복근무를 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이사’ 오던 날, 그는 짐꾼들에게 지시를 하는 척 하며 용의자의 집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용의자 파일에서는 직업이 외과 의사였고, 의사 답게 집도 으리으리 했다. 그렇게 둘러보던 중, 대문에서 그를 바라보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한눈에 봐도 빼어난 미모를 갖춘 여인이었다. 호수의 기억으로 그녀의 이름은 하지영이었고, 오민철과 결혼한지 몇년 되지 않았었다. 그녀는 호수를 보고 놀란듯, 충격에 빠진 듯 했다. 그런 지영에게 호수는 손짓해 인사를 해 보였다. 그녀는 못 봤는지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호수는 의아했지만, 별 신경 쓰지 않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호수는 하루종일 만원경으로 용의자의 집을 내다 보았다. 용의자는 7시경에 집에 들어왔고, 호수는 용의자의 차번호까지 정확히 적어 두었다.그렇게 날이 저물었고, 호수는 슬슬 피곤에 지쳐있었다.


“역시 혼자는 무린가…?”


그가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 용의자의 집 안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보였다. 시각은 새벽 2시였고, 모두 잠든 줄 알았던 호수였기에 더욱 놀라 만원경을 집어들었다.


자세히 보니 지영이 그저 물을 마시러 나온 것이었다. 호수는 괜히 놀랐다는 듯 웃으며 만원경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는 책임이 있었고, 반드시 살인범을 체포해야 했다. 더이상 무의미한 살인은 보고 싶지 않았다.










호수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민철이 출근 하고 있었다. 민철을 미행하려고 했으나, 그것보다는 민철의 사는 집에서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심이 될 무렵 민철의 집으로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지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매우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그가 대답했다.


“저, 어제 옆집으로 이사온 사람입니다.”


잠시 인기척이 없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아름다운 지영의 모습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런 사람의 남편이 연쇄 살인범이라… 만약 사실이었다면 너무나 안타까울 것이었다. 잡혀가는 민철의 모습을 보며 이 여인의 맑고 커다란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늦춰서는, 마음을 굳게 먹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호수의 목적은 살인범을 잡아 이유없이 죽은 영혼들을 달래주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그렇게 실례가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호수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으려 두리번 거렸다. 지영은 주스를 내놓겠다고 주방으로 갔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민철이 딴 골프 트로피들 몇 개였다. 이것을 계기로 민철에 관해 조금 더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에 호수는 대뜸 물었다.


“남편분이 골프를 잘 치시나봐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왠지 불쾌감이 느껴졌다. 불쾌감과 두려움… 형사 경력이 10년이 다되가는 호수에게 뻔히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니예요. 대회 많이 나간거 치고는 몇 개 못 따온거예요.”


왠지 딱딱 들어 맞는 듯 했다. 골프를 나가는 척하며 아내 몰래 살인을 저지른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트로피가 몇개 없겠지. 사람 죽이기 바쁘니까.


그가 주스를 마시며 겉눈질로 주위를 다시 살펴보았다. 민철의 이름표가 달린 골프백은 보였으나 지영은 골프채가 없는 듯 했다. 아직 판정짓긴 일렀지만, 왠지 호수의 느낌에 와닿았다. 민철이 가장 유력했으니까.


“전 이만 가볼께요 그럼. 집을 참 잘 꾸미셨네요. 다음 번엔 제 집도 들려 주세요.”


호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수는 하루 종일 생각에 빠졌다. 지금 상황으로써 민철이 가장 유력했고, 때문에 그를 24시간 미행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민철이 7시에 정확히 귀가하는 것을 알았고, 때문에 7시 부터 그는 약간의 취침을 취할 수 있었다.


그는 잠에 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살인마, 넌 꼭 잡힌다.’







다음 날, 민철이 나가는 것을 따라 나가려던 호수는 만원경으로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영이 왠일인지 배낭을 싸드는 것이었다. 마치 여행을 가는 듯이…


호수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곧 민철이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 그는 민철을 미행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민철이 ‘골프’를 치러 갈 때를 기다려, 범행 순간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호수는 이미 민철이 살인마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지영이 배낭을 싸메고 민철을 기다리는 듯 했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는지 지영이 전화를 받았고, 이내 수화기를 내려 놓더니 배낭을 메고 나가려는 눈치였다. 무언가가 잘못 된 눈치였다. 민철이 낌새를 챈건가…?


비록 다리를 저는 상황이었으나, 호수는 재빨리 지영의 집으로 달려가 초인종을 눌렀다. 무언가를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였다. 배낭을 메고 있는 모습의 지영을 보고 한마디 물어보면 되는 것이었다.


‘어디 가세요?’


그러나 문은 열리지가 않았다. 호수가 귀를 기울였지만 인기척조차 나지 않았다. 어째서 문을 열지 않는 거지? 그가 화가나 초인종을 주먹으로 쳐서 눌렀다. 하지만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


“분명히 집에 있었는데…”

호수는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왠지 무언가가 굉장히 잘못 돌아가는 듯했다. 민철이 낌새를 채고 지영에게 전화를 준 것이었나? 그래서 지영에게 무슨 말을 한 거지? 내가 위험한 사람이라고?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그렇게 다시 생각에 빠지던 중, 지영의 집 앞에서 그녀의 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를 들었다. 호수는 재빨리 일어나 지영의 차가 가는 쪽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집에서 나와 지영이 눈치 채지 못하게 차를 몰고 뒤쫓아 갔다.


지영이 차를 몰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듯 하더니, 이내 시내로 나가 어느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호수는 차 안에서 지영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녀는 걷고 걸어서 어느 여관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


호수는 의아했다. 어째서 집을 놔두고 여관으로 가는 건지… 호수는 뭐가 뭔지 몰랐다. 그때 호수가 떠올랐다. 그의 목적은 지영이 아니라 민철이었다는 것을. 그가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민철은 이미 귀가한 듯 했고,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영이 사라진데에도 별 대수가 아니었는지 그저 티비를 보고 자장면을 시켜 먹은 것 외에는 없었다. 호수는 헛다리를 짚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호수가 시계를 보니 밤 12시였고, 민철은 티비를 보다가 곯아 떨어진듯 했다. 호수의 주소를 아는 사람은 강력반 형사들 뿐. 그들이 여기에 어쩐 일로 왔는 지 그가 문구멍으로 내다 보았다.


뜻밖에도 문 밖에 서있던 것은 지영이었다. 아까의 옷차림 그대로였고, 호수는 놀라 문을 열어 제꼈다.


“무슨 일이세요, 지영씨?”


지영이 느닷없이 호수의 품에 안겼다. 때문에 호수는 뒤로 밀쳐저 몇 발 물러나게 되었다.


“왜, 왜 이러세요?”


비록 당황 했으나 지영은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포근함은 아니었다. 따뜻함은 잠시였고, 금세 호수의 배 주위가 얼음처럼 차가워 지는 듯 했다.


“지…지영씨…”


호수가 뒷걸음 치다 넘어졌다.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그의 배에 시퍼런 식칼이 꽂혀 있었다는 것을. 숨쉬기가 점점 가빠졌다. 그리고 지영이 문을 닫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가 속삭였다.


“네가 날 잡겠다고…?”




















“충청도 공주?”


민철이 고기를 한입 먹으며 물었다. 그리고 와인을 한잔 들이켰다.


“네. 소문대로 고기가 참 맛있지요?”


“그렇네. 난 그것보다, 당신이 스트레스를 풀수 있어서 기뻐. 당신은 그나마 취미생활 하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지영이 솜씨있는 실력으로 고기를 자르며 미소를 가득 띈 채 대답했다.






“당신이 맛있으면 그걸로 됐어요.”







(세번째) 환생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짙은 어둠속에서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어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사방이 어둠일 뿐이고 방금 들은 소리도 분명히 귀로 들은 것이 아닌 마음에서 들린 느낌이다.

지금 나는 육체가 없이 혼만 남아있는 영혼인것 같다.

근데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는 나도 하나의 인간이었는데...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는 하나의 인간이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기억을 되짚어 보자...

기억을 되짚으려 생각을 하자... 내가 살아있을때의 모습이 영화처럼 영상이 시작된다...

어머니 뱃 속에서 완벽히 생성되지 않았을때의 내 모습부터...

초등학교 때 말썽을 부리다 선생님께 야단맞았던 내 모습...

고등학교 때 멋이라고 알고 시비 걸고 패싸움을 하다가 응급실에 실려갔던 내 모습...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때 식음을 전폐하며 몇일 몇달을 울고만 지냈던 내 모습...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행복하게 보내는 내 모습...

그리고 나는 나의 인생의 마지막 필름을 열어보았다.





행복해 보인다...

한껏 멋지게 차려입은 나는 사랑하는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 같다...

이게 나의 방금전 모습이었는데... 왜 지금 나는 죽어있을까...?

바로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쾅~!

저쪽에서 양아치 같은 면허증도 없어보이는 자식이 내 몸뚱아리를 자동차로 받아버렸다.

내 몸은 하늘에 잠시 붕 떠서 몇 미터를 날아간 뒤 움직임이 없다.

나의 멋진 옷은 바닥에 끌리며 다 찢겨져 버렸고, 내 몸도 얼굴도 다 찢겨졌고, 나를 기다리던 그녀의 마음도 찢겨질 것이다.

나를 받아버린 차는 잠시 멈춰있다가 후진을 한 뒤에 죽어있는 나를 버려두고 쏜살같이 자리를 피했다.

'저...저런 개자식!!!'

나는 나를 죽이고 간 개자식의 영상을 보며 흥분을 하며 속으로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육체도 없는 영혼일뿐인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어디선가 또 아까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누...누구시죠?'

'저는 당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수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사고가 난 저를 다시 살아나게 해 주실 수 있는건가요?'

'이미 식어버린 육체에는 들어가실 수가 없습니다'

'그럼...다시 새로운 생명으로...태어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하... 당연히 인간이죠...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시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 입니다.'

'두가지요?'

'첫째로 당신이 태어나고 싶은 육체를 직접 고른다면 그 육체로 살수 있되 지금 당신의 기억은 모두 지워지게 됩니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이 저한테 모든걸 맡기고 제가 선택하는 육체로 들어간다면 지금의 기억을 가진 채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 당신이 저에게 인간의 몸을 줄 수도 있는건가요?'

'물론입니다...하지만 인간은 최고의 육체인만큼 선택 될 확률은 극히 적습니다. 하지만 0%의 확률은 아닙니다...'

'0%는 아니다라...'

'그렇습니다...선택하시겠습니까?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당신의 선택을 따르겠습니다... 기억을 가진채로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 전 그녀를 잊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사시길...'





'.....'

'이게 뭐지...'

방금과는 달리 나는 육체가 생겼다.

근데 아직은 움직일 수가 없었고 내가 누구인지도 알기 힘들었다.

'제발 인간이기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드디어 태어났고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앞을 볼 수도 있었고 소리도 다 들렸다.

근데 희한하게 난 날아다니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것이다.

한번쯤 내가 날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을 해 보았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영 찝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행히도 내가 태어난 곳은 한국이다.

나는 내 모습이 너무 궁금하여 근처에 있는 거울을 찾아 다녔다.

마침 저 앞에 있는 거울을 발견하였고 나는 거울앞에 멈춰섰다.

'......'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파리다... 내가 평소에 정말 싫어했던 그 파리...

흉칙한 파리...

내가 파리로 태어난 것이다...

빌어먹을 운도 지지리도 없지... 생각을 하는 파리라니...

이 모습이라면 그녀를 찾아 가봐야 아무 소용도 없을 것 같았다.

그녀도 파리, 모기라면 질색을 하니깐...

나는 우선 허기진 배를 달래고 생각해 보기 위해 근처 식당으로 날아 들어갔다.

여기 저기 나와 같은 모습을 한 파리들이 날아다닌다.

그때 파리 한마리가 나에게 다가와 날 유혹한다.

'.....'

징그럽다... 평소에 싫어하던 파리다...

근데 벌써부터 난 파리라는 새로운 내 육체에 적응을 한 것일까?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나는 그 파리의 유혹에 현혹되어 짝짓기를 하게 된다.

짝짓기를 마치고 난 뒤 나는 그 파리와 함께 사랑에 빠져 날아다닌다.

사랑했던 그녀를 만나는 것도 잊은 채... 지금 만난 파리와 매일 함께 사랑을 나눈다.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배고 고파서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으로 들어가 식탁위에 떨어진 음식먹는 그 순간 갑자기 주변이 새까맣게 변했다.

'???'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막막한 어둠속에서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어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사방이 어둠일 뿐이고 방금 들은 소리도 분명히 귀로 들은 것이 아닌 마음에서 들린 느낌이다.

지금 나는 육체가 없이 혼만 남아있는 영혼인것 같다.

근데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나는 하나의 파리였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기억을 되짚어 보자...

기억을 되짚으려 생각을 하자... 내가 살아있을때의 모습이 영화처럼 영상이 시작된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에는 이곳 저곳을 정처없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나는 파리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나는 나의 마지막 필름을 열어보았다.

식당이다...

나는 식당에 들어가 식탁에 붙어있는 남아있는 국물을 먹다가 어떤 인간이 들고 있는 엄청나게 큰 것에 맞아 죽고 만다.

내 육체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징그럽게 터져버린다.

'으.....'

그때 다시 한번 소리가 들렸다.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누...누구시죠?'

'저는 당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수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죽어버린 저를 다시 살아나게 해 주실 수 있는건가요?'

'이미 식어버린 육체에는 들어가실 수가 없습니다'

'그럼...다시 새로운 생명으로...태어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하...당연히...'





'파리죠... '





'파리로 태어나서 사랑을 나누었던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불행히도 영혼은 바로 직전에 자신이 살았던 상황 밖에는 기억을 하지 못했다...

파리로 태어나기 이전에 살았던 인간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다음에 다시 파리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진다.

이번에 어떤 육체로 갔다가 다음번에는 다른 육체로 갔다가 하는것을 죽을 때마다 반복할 것이다.

그러다 아주 적은 확률로 전에 살던 기억을 가진 채 인간으로 태어나는 행운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고...



만약 당신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신의 선택에 자신의 육체를 맡기겠습니까?

아니면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 또 다른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추억을 만드시겠습니까?

선택은 당신 몫입니다...










'당신은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네번째) 말보로




불꽃은 스스로 타오르지 못한다. 탈 수 있는 물체가 있어야 불꽃은 타오를 수 있다.
타오르는 불꽃이 뜨거운 이유는, 태워지는 물체의 아픔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날씨가 꽤 쌀쌀하군..”


주섬 주섬 옷을 챙겨입으며 성진이 말한다.


“어디 가?”


성진의 말에 졸다 깬 한 여자가 안방에서 문을 열며 얘기한다.

눈이 마치 아름다운 별과 같은 여자다.


“친구좀 만나러.”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하늘에서 어느덧 눈이 몰아친다. 첫눈이지만 꽤나 기분 나쁘게 질척이며 내린다. 평소 추위를 잘 안타던 성진이지만, 오늘은 옷을 바리바리 겹쳐 입는다.


“미안해, 첫눈 내리는 날은 함께 하기로 했었는데..”


성진이는 꽤나 아쉬워한다. 세연이를 만난 후로 함께 하는 첫 첫눈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친구라서 어쩔수가 없네.. 정말 미안.”


“괜찮아~”


평소 같으면 안된다고 울고 불고 보챘을 세연이지만, 왠지 오늘은 얌전하다. 어쩔 수 없는 성진의 마음을 이해 한 눈치다.


“...대신 내일은 스키장 대려가 줄게.”


“나 내일은 시간 없어.”


“아.. 응.”


평소답지 않은 그녀의 태도에 성진이 당황한다. 오늘 함께 있어주지 못해 화가 난 모양일까.


그녀는 얼른 성진을 문 밖으로 배웅한다. 세연의 인사를 뒤로, 성진이 웃으며 밖으로 나선다. 세연도 애써 웃으며 성진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성진은 삐진 듯한 그녀를 위해 오는 길에 그녀가 좋아하는 꽃을 한 다발 사주리라 다짐한다.


‘꽃은.. 음.. 빨간 장미꽃이 좋겠군.’


빨간 장미꽃의 꽃말은 ‘아름다움’. 그는 아름다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성진과 세연은 함께 살지만, 아직 정식 부부는 아니다. 사실 말하자면 그들은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성진도, 세연도 결혼 생활을 하다가 배우자와 헤어졌다. 단지 차이점은, 성진은 아내가 죽어 헤어지게 된 것이고, 세연은 배우자가 떠나버려서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뭐 어찌됐든, 그들은 그래도 꽤나 잘 맞는 커플이다. 요즘 들어 세연이 이유 없이 뭔가 차가워 진 것 같아 마음에 걸리지만, 어느 연인이나 그런 때는 있는 법이니 성진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컨디션 하나를 샀다. 오늘은 취하면 안 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그가 만날 친구는, 몇 시간 전 생 두부를 한 입 베어 먹은 놈이다. 몇 년간의 옥살이를 마치고 오늘에서야 출소 한 것이다. 그런 놈과 함께 술에 취해 깽판을 부리면, 상상 할 수도 없는 대형 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 오늘은 취하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한다.




“여, 잘 있었나?”


“오랜만이다 김태호? 그래 그래, 콩밥 먹고 나온 기분이 어떠냐?”


꽤나 번듯하고 잘생긴 친구가 성진에게 인사를 건낸다. 범죄자였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정도로 잘생기고 키도 크다.


“시끄럽다 마. 거긴 사람 살 곳이 못된다 아이가. 술이나 빨리 한잔 받으라, 크크.”


완연한 부산 사투리로 태호가 술을 건낸다.

몇 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놈이지만, 그래도 오랜 친구여서 그런지 성진은 어색하지 않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성진은, 태호가 커다란 범죄를 저지른 놈이지만, 반성만 깊게 하면 이해 해 주리라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 반성만 제대로 하고 있다면.

소주를 함께 원샷 하고, 성진이 먼저 입을 띠었다.


“참 너도 결혼 했었었지? 니 아내는 잘 사냐? 니 옥살이 끝내고 이제 막 왔는데, 아내부터 만나야 하지 않겠냐?”


“나도 만나고 싶다 아이가. 집에 가보니까 없드라. 이 망할년..


“뭐야, 집 나간거야?”


“니 미친나. 아까 전화가 왔는데 지금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내일 집으로 다시 온다카드라.”


“햐.. 좋은 부인 만났군. 넌 죽을때까지 결혼 안나고 이여자 저여자 만나고 다닐 줄 알았는데.. 니가 결혼을 하다니 어떤 여잔지 내가 궁금하네.”


호탕하게 웃으며 태호가 대답한다.


“크큭. 그년이 고 입술이 참말로 이쁘다 아이가. 입술이 앵두같이 빨갛다. 가지고 완전 앵두같다. 내가 고 입술에 빠져버렸지.”

태호가 담배 한 개피를 꺼내 입에 문다.


“야. 내 앞에서 담배 피지마. 내가 담배 얼마나 싫어하는지 모르냐?”


“에? 니가 전에 말하길 니 아내도 골초라고 안했나? 그래서 난 괜찮을 줄 알았다아이가.”

성진의 아내가 죽은 걸 모르는 태호는, 눈치 없이 성진의 아내 얘기를 꺼내버린다.


“...한마디만 더 뻥긋하면 죽인다.”


죽은 전 부인 얘기가 나오자, 성진의 눈초리가 매서워진다.

손에 들고 있던 쇠 젓가락이 악력에 휘어버렸다.


“하하, 진정해라 진정해 이 시키야. 담배 쫌 피는 것 같고 뭘 그리 심각하노?”


태호는 성진이 화난 이유 조차도 파악 하지 못한다. 그 점이 성진을 더 화나게 한다.


“크크, 말보로는 상당히 재밌는 담배라고.”


“빨리 안꺼?”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tic Occasion”

(남자는 로맨틱한 사건으로 사랑을 기억한다.)




“응?”


“크크.. 말보로의 뜻이데이.. M A R L B O R O라는 이 담배의 이름은 방금 말한 문자의 줄임말이다.”


“하.. 뭐야 그 허접스런 말장난은. 아무렇게나 끼워 맞춘 티가 팍팍 나는데?”


태호가 말한 말보로의 뜻에 성진은 코웃음을 친다.


“뭐 그럴수도.. 그치만, 이말에 얽힌 배경 이야기는 더 재미있다아이가. 꽤 감동적이라고. 한번 들어보거래이.. 킥”


말보로에 대한 배경 이야기랍시고, 태호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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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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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말.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MIT 공대를 다니는 고학생이 있었는데, 지방 유지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여자 집안에선 둘 사이를 반대해 여자를 멀리 친척 집에 보내 버렸다. 남잔 그녀를 찾기 위해 몇 날 며칠을 해매 다녔다.

그러다 어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그는 여전히 그녀를 찾지 못하고 슬픈 마음에 그녀의 집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마침 그날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는 날이었다.
둘은 눈물을 흘리며 사랑의 해후를 했다. 그러나 여자는 말했다.


“나 내일 결혼해..”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 내가 담배 한 대 피우는 동안만 내 곁에 있어줘.”


남자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 당시 담배는 요즘과 같이 필터가 있는 담배가 아닌, 종이에 말아 피우는 잎 담배였다. 몇 모금 빨면 금세 타들어가 버리는.

짧은 시간이 흐른 후, 결국 여자는 집안으로 들어갔고, 둘은 그걸로 끝이었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너무 짧은 시간밖에 타들어 가지 못했던 담배를 원망했다. 그리고, 긴 시간동안 피울 수 있는 필터가 있는 담배를 세계 최초로 만들기 시작하여 후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세월이 흐른 후, 남자가 들은 그 여자의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남편도 죽고 혼자 병든 몸으로 빈민가에서 홀로 외롭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겨울날, 남자는 그녀를 다시 찾아갔다. 그리곤 말했다.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 나와 결혼해 주겠어?”


여자는 망설이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남자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남자가 그녀를 다시 찾아갔을 땐, 그녀는 이미 목을 매단 채 죽어있는 싸늘한 시신이 돼있었다.

그 후, 남자는 자기가 만드는 담배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Marlboro’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tic Occa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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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냐, 꽤나 감동적이제? 크큭.. 내가.. 이래서.. 내가 담배를 끊을 수 없지 크큭.”


태호의 말이 느려졌다, 빨라졌다 한다. 상당히 많이 취한 모양이다. 반면 성진은 아까 마시고 온 컨디션이 있었는지 별로 취한 기색은 없다. 집에 외로히 있을 세연이 생각에 양도 조금씩만 마시고 있다.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긴 한데.. 잘도 지어냈군.”


“너두 한 대 필라냐?”


“꺼져.”


“자슥.. 재밌는 얘기 해줬더니만 꺼지라니..킥.”


“일단 나가자, 너 많이 취했어. 데려다 주지.”

성진이 태호를 부축해서 나간다. 비틀거리며 걷는 태호의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선지, 성진이 말을 건낸다.


“야, 정신차려. 아까 이야기 답례로 나도 재밌는 얘기 하나 해주지.”


“해봐라 임마.. 크큭”


“니가 담배를 좋아 하게 된 얘기를 했으니.. 나는 담배를 싫어하게 된 얘기를 해볼까.”

성진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그의 슬픈 눈은, 별로 유쾌한 얘기가 아닐 것이란걸 예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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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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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추운 어느 날 밤. 두 남녀의 뜨거운 숨결이 유리창의 성에를 녹인다.

백화난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뜨겁게 몸을 섞고 있다.



극도로 행복한 듯한 남자의 웃음.


극도로 불쾌한 듯한 여자의 눈물.



“그만.. 이제 그만.. 살려주세요..”


여자가 울먹이며 애원한다. 마구 떨리는 목소리다. 물론 몸이 더럽혀 지는 것이 경멸스러워서 그런 것도 있거니와, 남자 옆에 놓여 있는 나이프가 언제 자신의 숨통을 끊어 버릴지 모를 두려움에 더더욱 빌었다. 그러나 남자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몸을 더 격하게 놀린다.

눈송이가 서서히 그쳐온다. 여자는 완전히 지쳐 말을 할 힘도 없다. 남자는 싫증난 듯 담배를 입에 문다. 그리고 손에 칼은 든다.



푸쉬쉬쉭



여자의 목에서 피가 솓구 친다.

남자는 피를 대충 닦고, 눈덮인 뒷 동산에 시체를 묻는다. 시체를 다 묻고 숨을 헐떡거리며 땅에 주저 앉았다. 그 순간에도 붙붙은 담배의 연기는 멈출 줄 모르고 하늘로 퍼져나간다.
그때였다.


“거기 누구있어요? 쓰러져 계신것 아니죠?”


한 남자가 주저 앉아 있는 그를 보고 걱정됐는지, 소리치며 다가온다.

당황한 그는 담배를 얼른 뱉고 달아났다. 매고 있던 넥타이가 펄럭거린다. 숨을 헐떡이며,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뛴다.


“헉 헉.. 신발.. 다 봤나..? 이거 완전히 성기된거 아이가..”



완연한 부산 사투리로.



목격자는 땅에 떨어져 있는 그의 담배 꽁초를 발견했고, 타액 검사를 통해 그는 붙잡혔다.

그리고 5년형이란 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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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쪽으로 들어설 때, 성진의 얘기가 끝났다.

태호가 충격 받은듯이 멈춰선다. 그리고 성진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친다.


“...니가 그 일을 어떻게 아노..? 내가 그때 넥타이 매고 있었던건 경찰도 모른다아이가.. 설마..”


“...”


“이 씹새끼야 니가 날 신고한거여? 이런 니미랄.. 그때.. 내 얼굴도 봤었냐?”

성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대도 신고를 해? 아무리 내가 살인을 했기로서니.. 나한태 연락이라도 먼저 했어야 되는거 아니여? 니 친구를 엿매겨? 이 씨벌놈아 죽고싶냐?”


“할 수 없었다.”


“신발.. 그년하고 너 때문에.. 내가 5년을 썩은거야..!”


태호가 성진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그러나 이미 만취 한 그는 휘청휘청 대며 허공에 주먹질을 할 뿐이다.


“니 뇌구조는 어떻게 된거냐 이 무식한새끼야. 옥살이 하는동안 반성은 눈꼽만큼도 안한 모양이군.”


“이 강아지야.. 그년은 신발 맛도 없었어.. 내가 그딴년 때문에..”


...

성진이 가방에서 칼을 꺼낸다.


“입 닫아 이새끼야.. 5년도 짧아.. 그녀는...........였다..”


“뭐라꼬?”






“내.. 내.. 아내였다고 이 신발새끼야!!”



















새하얀 눈들이 진득한 붉은 피로 얼룩진다. 흰색은 순결한 색인 만큼 다른 색에 물들기 쉽다.

마치 성진의 예전 아내처럼..




이래 저래 뒤처리를 하느라고 아침이 되어서야 집 앞에 도착한다. 아아 피곤하다. 그러나 오늘은 세연이를 위해 스키장을 가야하기 때문에, 피곤한 기색을 보여선 안됐다. 일찍 돌아오지 못한게 미안하다. 그녀를 위한 붉은 장미 한다발도 잊지 않았다.


‘철컥’


방문을 따고 들어온다.

..어?

담배냄새가 난다.

눈이 별처럼 예쁜 세연이 담배를 물고 나온다. 아까 술집에서 맡았던 태호의 담배연기가 생각나 토악질이 나올 것 같다.


“야.. 너 뭐야 그 담배?”


그녀가 말한다.


“나 원래 폈었어.”


“아.. 정말..? 그동안 숨겨오느라 고생 많았겠네..?”


충격적이지만 성진은 이해하려고 애쓴다.


“뭐 너한태 잘 보여야 되니까 그랬지. 근대 오늘로써 끝이니까 괜찮아.”


성진은 머리가 띵 하다. 담배 연기 때문인지, 머리도 아프고 구토도 나올것 같다.


“갑자기 왜그래.. 내가 싫어진거야?”


“아니, 싫어진 건 아니야. 별로 좋지도 않았으니까. 돈도 없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서 얹혀 살라고 연기 좀 한건데.. 내가 너한태 마음이라도 있는 줄 알았어? 오늘부턴 갈 곳이 생겨서 떠나는 것 뿐이야. 병신아.”


뿌연 담배연기에 가려 그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사라질 것만 같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려두고 그녀를 붙잡고 빌었다.


그녀를 위해 사갖고 온 장미다발을 바치며 말한다.


“아아.. 가지마.. 너 가면 이제 난 어떡하라고.. 난 정말 진심으로 너 사랑해.. 그리고 또.. 평생 행복하게 해 줄태니.. 제발..”


“아 좀 꺼져. 참 너도 대단하다. 지금까지도 너를 사랑 한 줄 알았다니. 넌 그냥 밥줄이었어.”




‘뚝’




그녀가 손으로 장미다발을 꺾어버렸다.

붉은 꽃잎들이 슬픈 춤을 추며 땅으로 떨어진다.

성진은 순간 멍해진다. 아까 태호를 찔렀었던 칼을 꺼낸다. 사실 성진은 그녀를 죽일 마음은 없다. 단지, 협박을 해서라도 그녀를 붙잡고 싶은 것이다.


“하루에 사람을 두 번 죽이긴 싫다. 가지 마라. 그럼 살려주마.”


“뭐..? 사람을.. 죽였다고..? 미친거 아니야..?”


세연이 떨면서 말한다.

그녀가 물고 있던 담배가 땅에 툭 하고 떨어진다.


“그래.. 킥..김태호라고.. 깡패새끼 하나 있어. 내 전 아내를 죽인 새끼..”


“............뭐?”


이제 성진은 자신이 입으로 말하는 건지 코로 말하는 건지도 구분 할 수도 없다.
그냥 마구잡이로 말을 쏟아낸다.


“내 아내를 죽이고 그렇게 뻔뻔하다니.. 그래.. 나에겐 이제 니가 있고, 오랜 친구였으니 용서 할 수도 있었지. 그러나 그 반성은 눈꼽 만큼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란.. 죽어도 싸 그새끼는..킥”


눈이 별처럼 예쁜 세연이 울먹이며 말한다.


“너는.. 그를 죽인 것을.. 반성 하니..?”


“내가 반성을 해? 미쳤냐? 그새끼는 내 아내를 죽이고 반성은 눈꼽만치도 안하던 새끼야.”


눈이 별처럼 예쁜 세연이 말한다.


“뭐야 너도.. 똑같잖아.. 니말대로 반성하지 못하는 놈은.. 살 가치도 없지..”


눈이 별처럼 예쁜 세연이,





그리고 입술이 앵두같이 빠알간 세연이 말한다.





“니가 죽인건.. 내 남편이다 이 신발새끼야!!”






‘뚝’

성진의 이성의 끈이 끊긴다. 이제 뭐가 뭔지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생각 하기도 싫다.

세연이 성진의 칼을 뺏으려 한다. 울부짖으며 칼을 손으로 잡는다. 손에서 피가 줄줄 나는대도, 놓을 생각을 않는다.









세연을 찔러버렸다. 그대로 세연이 쓰러져버린다.

이제 성진은 자신의 손이 찌른 건지, 악마가 와서 찌른 건지도 구분 할 수도 없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 처럼 베란다에서 석유를 가져온다. 그리곤 세연이 피다 떨어진 담배에 부어버린다. 필터에 묻어 있는 그녀의 빨간 립스틱이 너무나 슬프다. 금새 뜨거운 불길이 온 집안을 뒤덮어버린다.





새빨간 장미꽃과

새빨간 핏물과

새빨간 말보로와

새빨간 그녀의 립스틱과

새빨간 불길과

새빨간 그의 마음이



뒤얽혀 춤을 춘다.


백화난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뜨겁게 몸을 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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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140년. 두 남자가 술집에서 얘기를 하고 있다.

“야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말보로는 참 이상해. 왜 필터가 빨갈까? 또 립스틱 향도 옅게 나는 것 같고. 옛날엔 이러지 않았다던데..”

“그치? 이건 전설적인 이야긴데.. 사랑하는 연인에게 차여, 스스로 불을 지르고 죽어가는 남자가 있었데. 그 순간에 그는, 그녀의 빨간 립스틱이 뭍은 필터를 입에 물고 죽어갔데. 그런데 경찰이 왔을 때 불길 속에서 죽은줄 알았던 그 남자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어. 그 남자는 간신히 살아남아 외국으로 떠났다는 거야. 그곳에서도 그는 그녀의 빨간 립스틱이 묻은 담배를 잊을 수 없어, 말보로를 필터가 빨간 담배로 개조시켰데..”


“그게 말이 되냐? 완전 웃긴 이야긴데? 근대 그 남자는 왜 스스로 불을 지른거야?”


“기다려봐. 이건 긴 이야기야. 처음부터 말해줄게. 참, 그전에 말보로의 뜻은 알아?”


“모르는데?”


“그것부터 말 하고 이야기를 해주지.”





『 Man's Abandonded Roses Lead Blaze Of 'Rended Over' 』

(남자의 버려진 장미꽃들은, ‘산산조각난 마지막’이란 이름의 화염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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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할게.”      (다섯번째) 낚시      








오래 동안 찾아낸 끝에, 가입한 낚시카페에서 알게 된 낚시소년.

하지만 실제로 만난 낚시소년은 아이디와는 정반대의 외모로 29살인 나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웃음 지을 때마다 보이는 눈가의 주름과 훌러덩 벗겨진 이마 그리고 불룩한 아랫배를 보면 영락없는

40대 중후반의 아저씨인데, 나와 세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허허허, 이렇게 실제로 만나서 낚시도 같이 하고 기분 좋네요. 아참! 낚시는 처음이라고 하셨죠? 제가 오늘 밤낚시의 진정한 재미를 알려드릴게요.”



용태씨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흥얼대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낚시 초보인 나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낚시 이야기를 낚시터로 가는 내내 해댔다. 덕분에 용태씨가 운전하는 차는 과속과 더불어 간간히

신호위반도 했다. 한적한 곳이라 그런지 단속이 없고, 차도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지,

사고가 여러 번 날 뻔했다.



“그래도 꽤나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을 만났네요. 원래 다른 카페회원들이랑 만나려면 제가 많이 움직여야 하거든요, 상호씨는 이 근처에 사시나 봐요?”



처음으로 용태씨가 내게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예, 이 근처에 살아요.”



“오, 근처에 사는 회원은 처음이에요, 근데 실례지만 무슨 일을 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뭐, 말씀하기 싫으시면 안하셔도 되요”



“아,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이라, 부럽네요. 고정수입과 칼퇴근. 저녁 때 시간 남으시면 낚시하기 딱 좋죠. 근처에 좋은 저수지도 있겠다.”



용태씨가 너무 공무원을 치켜세우는 거 같아서 부담스러웠다. 공무원도 공무원 나름인데.



“공무원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죠. 어떤 공무원이냐에 따라서 다르죠.”



“그렇긴 하죠, 그래도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을 때 고정수입이라는 점이 얼마나 든든합니까?”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한 수다가 오고가는 사이에 차는 어느덧 우리가 밤낚시를 하게 될 저수지에

도착했다. 용태씨는 낚시터에 도착하자마자 뒤 트렁크를 열고는 낚싯대, 낚시받침대, 작은 의자, 망 등

낚시용품들을 꺼내었다. 나 역시 트렁크에 놓아두었던 낚시용품들을 꺼냈다.

물론 모두 아는 분께 빌린 것이었다.



“오, 초보자치고는 꽤 괜찮은 낚싯대를 쓰시네요.”



용태씨는 내가 꺼낸 낚싯대를 손에 쥐어보며 말했다.



“아, 아는 분께 급하게 빌린 겁니다.”



“굉장히 친한가 봐요, 원래 낚싯대 잘 안 빌려주는데”



“워낙 급했거든요”




낚시가방에 용품 등을 넣고 터로 향하는 길에 간판하나가 보였다.



-개통저수지



“개통저수지라면 요번에”



“예, 맞아요. 시체가 발견된 곳이죠. 그래서 근래에 사람들이 없어요. 아직 범인이 안 잡혀서 위험해서 안 오나 봐요. 그런데 저는 사람이 없으면 조용한 게 더 좋더라고요.”



용태씨는 잽싸게 내 말을 끊고 설명을 했다.



“범인이 누군지 거의 알아냈다고 하는데”



“예, 경찰들이 수사망을 좁혔다니 곧 잡히겠죠?”



“네, 빨리 잡혔으면 좋겠네요.”




















용태씨는 사람이 없어서 꽤나 좋은 포인트를 차지했다며 좋아했다. 나야 뭐 초보자다 보니까

좋은 포인트라는 게 무슨 말인지도 잘 몰랐지만 조용한 물가에 앉아서 자연을 감상하는 기분은 꽤나

좋았다. 물론 용태씨의 말대로 저수지에 두 사람 정도 밖에 없어서 더욱 조용한 탓에 좋았던 거 같다.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용태씨는 자신이 가져온 떡밥을 내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상호씨, 낚시에선 떡밥이 정말로 중요해요. 그리고 이게 내가 특별히 만든 떡밥이에요. 제조할 때 배분이 잘 되서, 적당한 위치에 떡밥이 풀려서 잡어 말고 대어들이 잘 낚일 거예요. 오늘 이걸로 대박 큰놈으로 한 번 낚아봅시다.”



용태씨는 내게 친절히 설명했지만 무슨 말인지도 잘 몰랐고, 무엇보다 나는 떡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떡밥을 준비한 용태씨는 낚싯대를 만지작거렸다. 역시나 기분이 좋은지 용태씨의 코에서는

콧노래가 끊이질 않았다.



“준비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우신가 봐요?”



나 역시 내 낚싯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기에 그냥 만지기만 했다.



“그럼요, 제 취미인데. 게다가 오늘은 옆에 상호씨도 있고, 대박을 낚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흠, 용태씨하고는 다르게 저한테는 이 낚시가 일이네요. 사실 이렇게 낚시를 하게 된 것도 다 일 때문이에요.”



“하하, 이런 죄송해요. 제가 가르쳐준다면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네요. 제가 가르쳐줄게요. 그나저나 직장상사가 낚시를 좋아하나 봐요?”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내가 하고 있는 낚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이었다. 그저 나는 언제쯤 신호가 올지 기다릴 뿐이었다.

그 사이에 용태씨는 꽤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우와, 많이 잡으셨네요.”



“아뇨, 이 정도는 잡은 것도 아닙니다. 오늘은 더 큰 놈을 낚을 거니까”



“더 낚다가 고생만 할 거 같은데요?”



한 마리도 못 낚은 나는 괜히 심술을 부렸다.



“하하, 아니에요. 오늘은 분명히 대박을 건질 겁니다.”



완전히 깜깜해졌을 무렵 배가 고파졌는지, 용태씨는 라면을 찾으려고 가방을 뒤적거렸다.



“이런, 라면을 안 가져왔네요. 좀만 가면 근처에서 라면 살 수 있으니까 기다리세요. 기다리시면서 제 낚싯대에 물린 거도 좀 봐주고요.”



“네”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수상한 사람 조심하세요.”



용태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랜턴하나를 들고 라면을 사러갔다. 밤하늘과 낚싯대를 번갈아 보며 기다리는데

갑자기 어떤 검은 모자를 쓴 아저씨하나가 내 곁으로 왔다.



“안녕하세요? 근데 위험한데 혼자 여기서 뭐하세요?”



아저씨는 근처에서 자리를 잡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아, 일행은 라면 사러 갔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말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인데 겁도 안 나세요?”



“그럼 아저씨는요? 겁 안나요?”



“저야 자주 오니까 괜찮은데, 그쪽은 처음인 거 같은데”



“아, 그렇군요. 저는 처음이에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왔죠.”



“아, 그래요? 근데 저기 뭐 걸린 거 같은데?”



아저씨는 용태씨의 낚싯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나는 아저씨에게 무작정 도움을 청했다.



“아이구, 완전 초보인가 보네요.”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능숙하게 낚싯대를 집어 올렸다.



“어이구, 이거 큰 놈인가 본데 좀 도와줘요”



나는 기대감에 아저씨 옆으로 다가가서 아저씨를 도왔다. 있는 힘껏 들어 올리자 거대한 무언가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그것은 유감스럽게도 퉁퉁 불어 터지려고 하는 사람의 시체였다. 나는 놀라서 손에

힘을 뺐다. 그러자 시체가 수면 아래로 다시 들어갔다. 시체를 처음 본 건 아니지만 나는 꽤나 놀란

나머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방금 봤죠?”



“네, 시체”



“이거, 살인사건이 또 일어났나보네요. 여기서 지키고 있어요. 일단 시체가 아직 낚싯대에 걸려 있으니까. 저는 신고 좀 하고 올게요. 그리고 저기 어떤 사람보이죠? 잘 감시해보세요. 제가 봤을 땐, 저 사람이 범인 같거든요.”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남아있던 랜턴을 들고 달려가셨다.



“경찰에 신고하러 가실 필요 없는데요.”



내가 말했지만 그건 이미 아저씨가 쏜살같이 떠난 후였다.

나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기분 탓인지 어둠이 더욱 짙게 깔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저씨가 말 한대로 저 멀리를 쳐다봤다.

아저씨 말대로 어떤 사람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제법 가까이에서 바라봤지만 아저씨는 움직이지 않고 계셨다.



“두 마리다”



앉아있던 아저씨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두 마리다”



나는 아저씨 옆에 있던 통을 쳐다봤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물고기 두 마리가 있었다.



‘내가 훔쳐갈 까봐 그런 건가?’



“저는 낚시랑 물고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두 마리다”



‘정신 나갔나?’



나는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내 예상 밖의 수상한 인물에 머리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순간 풀 쪽에서 용태씨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용태씨! 낚싯대에 시체가 걸렸어요.”



“뭐요?”



내 말을 듣자마자 용태씨는 자신의 낚싯대를 들어올렸다. 나 역시 용태씨를 도와 시체를 뭍으로 건져냈다.



“상호씨, 신고는 했어요?”



“아까 어떤 아저씨가 신고한다고 가시긴 했는데”



“누가 왔다갔어요?”



“네”



“그 사람이 범인 같은데요? 우리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그런 거 아닐까요? 일단 여기서 벗어나죠.”



용태씨의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일단은 용태씨를 따라갔다. 순간 무언가가

나타나더니 용태씨를 덮치고 도망갔다.



“으악!!”



“괜찮아요?”



쫓아가고 싶었지만 용태씨 때문에 쫓아갈 수 없었다.



“상호씨, 일단 칼 좀 뽑아줘요”



“좀 참아요.”



용태씨의 허벅지에는 꽤나 큰 식칼이 박혀있었다. 나는 두 손으로 칼을 뽑아냈다.




















“낚았다.”



용태씨가 중얼거렸다.



“네? 뭐라고요?”



순간 환한 빛이 들이닥쳤다.

아까 신고한 경찰들인 모양이었다.

순간, 용태씨가 경찰들에게 달려나갔다.



“살려주세요, 저기 저 사람이 저수지의 살인범이에요.”



용태씨의 말과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귀엽기까지 했다.

나는 터벅터벅 경찰들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 놈이 범인 맞아, 증거도 있으니까 빨리 수갑 채우고, 병원에 데려 가”



나는 경찰들에게 말했다.



“네, 강 형사님.”



경찰들은 용태씨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용태씨는 그런 경찰들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어이, 강상호~ 형사 한 건했네.”



뒤늦게 나타난 최 반장님이 말했다.



“아직 입니다. 두 마리거든요, 제 바로 뒤에 신고한 사람이 공범입니다.”



“뭐? 단독범이 아니었어?”



“네, 그 녀석은 저 풀숲으로 숨었으니까 지금 찾으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용태씨, 공무원은 만만한 게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유유히 경찰차를 타고 돌아갔다.






“오, 강상호! 아주 낚시꾼인데? 범인도 낚고?”



최 반장님이 커피를 들고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제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십니까? 다음부터는 일이라도 낚시 하러는 안 갑니다.”



“그나저나 공범인 거까지 알아내고, 어떻게 알아낸 거야? 우리한테 정보라고는 김용태 하나 밖에 없었는데”



“저수지에 있던 낚시꾼이 알려줬어요. 두 마리라고.”



“뭐야?”



최 반장님이 놀라며 말했다.



“농담이고, 범인이 멍청하게 시체가 어떤 낚싯대에 걸렸는지 말도 안 해줬는데 시체가 낚인 자기 낚싯대를 들어 올리잖아요.”



“아, 그래? 깜짝이야? 난 또 시체가 말했다고 해서 놀랬잖아. 범인들이 네가 형사인지도 모르고 너를 낚으려고 별짓을 다했더라고, 죽은 사람을 낚시꾼처럼 위장도 해놓고, 웃긴 놈들이야, 그치?”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여섯번째) 만족   
어릴적,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님과 자신에 팔다리 한쪽씩을 잃어버린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부모님을 잃은 이후로 고아원에 맡겨졌고, 하루온종일 고통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야했습니다.


자살까지 생각하고있던 그의 눈앞에,


몸에서 발광을하고있는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뭐..뭐야?"


"저는 당신의 삶을 만족시켜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소원을 말해주십시요."





청년은 처음엔 많이 당황하였지만,


이내 천사가 나타났다라는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청년은 고민하였습니다.


어떤소원을 빌어야할지를요.


한참을 고민한끝에 청년이 입을 열었습니다.





"나의 팔다리를 복구시켜줘."


"알겠습니다."




그러자 청년에 팔다리가 다시 자라났습니다.




"만족하십니까?"




팔다리가 다시 복구되었지만 청년은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그럼 또다른 소원을 말해주십시요."


"나를 억만장자로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그러자 그의앞에 수많은 현금과 금괴들이 나타났습니다.




"만족하십니까."


"아니."


"그럼 또다른 소원을 말해주십시요."


"나를 이나라에서 가장 높은사람으로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청년은 한 나라에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만족하십니까?"


"아니."


"그럼 또다른 소원을 말해주십시요."


"모든 인간들이 나에게 복종하도록해줘."


"알겠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독재자로 우뚝서게됩니다.




"만족하십니까?"


"아니."







"만족하십니까?"


"아니."







"만족하십니까?"


"아니."




그이후 수많은 소원을 이루었음에도, 청년은 만족할수가없었습니다.




"그럼 또다른 소원을 말해주십시요."


"그럼.."




청년은 다른 소원을 빌때에는 볼수없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의 부모님을 생전모습으로 돌려줘."


"알겠습니다."




그러자 청년에 부모님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청년앞에 나타났습니다.




"만족하십니까?"




...................

..............

..........

.....




"응, 만족해."










그무엇으로도 채울수없는것,


가족의 빈자리.





















       
 

 

 출처 :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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