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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오는 남자 ! 치료해 주는 여자 /13편

나다 |2004.06.15 11:41
조회 1,416 |추천 0

"한국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어때"
"떨려.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이 변했을까봐 그게 겁도 나고,....뭐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어.

"이 오빠는 집에 가면 맞아 죽을 것 같아 그게 겁이 났다"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 빨리 집으로 가기위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공항에 오빠 팬들 다 나와 있겠네. 한 50명정도는 되지"

 

그저 우스운 농당이라도 하면 마음이 가라앉을까했는데 그것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짐을 챙겨 공항을 빠져 나왔다. 공항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내가 없는 사이 다들 시집이라고 갔나"

 

오빠의 능청스러운 농담에 내가 피식  웃었다.

 

"아님 선수가 아니었던지"

"부모님도 안 나오시고,집은 어떻게 갈거야"

"말돌리기는... 택시 있잖아. 내 걱정말고 오빠 걱정이나해"

 

그리운 한국이었다. 난 힘차게 걸어나갔다. 그때 오빠가 나의 팔을 잡았다.

 

"잠시만 기다려.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께"

"오빠 차도 없잖아"

"맞네"

 

쑥스러운지 기상오빠가 허허 웃었다.

 

"바보. 나 먼저 갈게 오빠"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택시가 멈추고 난 트렁크에 짐을 싣고 기상오빠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디가세요"

"경남 XX요"

"거기까지면 요금이 꽤 나옵니다."

"괜찮아요 아저씨 빨리 좀 가주세요"

 

그날 총알택시가 어떤 것인지  몸소 느꼈다. 인청공항에서 경남까지 3시간 30분이라니 신기록이 따로 없었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안녕히가세요"

 

기사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난 집으로 들어가야할지 아님 우진에게 가야할지 잠시 망설였다. 우선 짐부터 어떻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난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죽었다가 살아돌아온 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어머 혜진이니. 내 딸 혜진이 맞니"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사람처럼 엄마가 나를 붙잡고 한참을 우셨다.

 

"온다는 말도 없이 어떻게 왔어. 아주 온거야. 혜진아 얼굴좀 보자. 아빠는 잠시 일이 있다고 나갔어. 아빠에게 전화해야겠다"

 

엄마가 전화하는 사이 난 그 동안 혼자 있을 내 방으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못보던 가방이 큰 가방위에 달려 있었다.

 

"이게 뭐지. 내꺼는 아닌데..."

"혜진아 아빠 지금 들어오신다고 한다"

 

아래층에서 엄마가 나를 불렸다. 난 그 가방을 침대에 던져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게 얼마만이니 그 동안 엄마 안 보고 싶었어"

"많이 보고 싶었어"

 

엄마는 날 붙잡고 그 동안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난 우진이 보고 싶었다. 미안해요 엄마.

 

"엄마 나 물 좀"

"그래 혜진아 잠시만"

 

엄마가 부엌에 간 사이 난 "엄마 나 잠시만 나간다 올께" 이렇게 외치고 난 우진이 집으로 갔다.

 

마당에 난 문을 열고 우진이 집으로 갔다. 아마 이 시간에 우진은 집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나하는 기대로...

 


"할머니. 할머니"

 

마루에 할머니가 쓰려져 있었다. 난 할머니의 맥박을 짚어 보고 안구를 확인했다. 그리고 구급차를 불렸다.

 

"할머니 정신차리세요"

 

할머니처럼 연세가 많으신분은 심장이나 혈압으로 정신을 놓으시는 경우가 많았다. 할머니가 그 동안 심장이 좋지 않으셨다면 최악의 순간 뇌사나 죽을 수도 있었다.  난 할머니의 심장을 눌렸다.

 

"1.2.3"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할머니 제발 정신차리세요"

 

그때 마침 구급차가 도착했다.

 

"무슨일이세요"

"할머니가 쓰려졌어요. 언제 쓰려졌는지 몰라요 XX대학병원으로 ... 핸드폰 있어요"

 

난 젊은 남자에게 의사로써 명령을 했다. 그 남자는 어리둥절 하면서도 내 말에 순순히 응했다.. 내가 의사인지 의심하는 눈치였다.

 

"어머 혜진아 무슨일이니"

 

싸이런 소리에 놀란 엄마가 집에서 맨발로 뛰어나왔다. 

 

"엄마 우진한테 전화해서 XX대학병원으로 올라고하세요. 그리고 난 할머니랑 같이 갈게"

 

오늘 엄마는 충격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유학에서 돌아온 딸이 그것도 의사처럼 행동하는 딸이 엄마는 믿기지 않는 듯 혼이 나간 사람처럼 쳐다보았다.

 

"패션공부는 안하고 병원놀이만 하다왔나. 저애가 왜저래"

 

난 그 곳에 엄마를 남겨두고 구급차와 함께 떠났다.

 

_혜진씨 무슨일이세요-

"지금 급한 환자가 있어요. 준비 좀 해주세요. 아무래도 심장이 안 좋은 것 같아요"

-다음주부터 출근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네 다음주부터 출근 맞아요. 그러나 일이 좀 있어요. 부탁좀드립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의사세요"

 

아직도 안 믿고 날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그 남자를 향해 난 맞다고 한마디 했다.

 

병원에 도착한 나는 할머니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내 예상이 맞았다. 할머니는 심장이 안 좋았다. 그리고 협압도 높게 나왔다. 중환자실로 할머니를 옮겼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수술도 할머니의 연세에는 무리였다.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흰 가운을 빨리 입게 될 줄 몰랐다.

간호사와 이야기하는 우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동안 참 많이도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사색이 된 우진에게로 걸어갔다.

 

"우진아"

 

그리운 이름. 이렇게 다정하게 꼭 한번 불려보고 싶었다. 파리에서  수 없이 허공에 대고 우진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혜진아"

 

자식 나보다 더 많이 놀랬을것이다.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우진의 표정이 재미있었다. 나의 깜짝 등장은 일단 성공한 셈이었다.

 

"할머니는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마. 할아버지는..?"
"잡에 계셔. 나 혼자 병원에 간다고하고 왔어"

"그래 할머니는 지금 면회금지거든. 잠시 밖으로 나가자"

 

멍해져 있는 우진을 병원에서 끌고 나갔다.

 

"박혜진 선생님, 할머니가 일어났어요"

 

간호사가 나를 향해 친절하게 말해주고 갔다.

 

"고마워요"

"너 지금 뭐하는거니"

"잠시만 기다려 할머니 보고 올게"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우진을 남겨두고  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할머니 저 기억하세요"

"그라면 기억하지 여기가 어디고"

"병원이에요. 조금만 늦었다면 할머니 저 얼굴 못 보셨을거에요. 그 동안 심장도 안 좋으면서 왜 병원에 안 갔어요"

"그게 하루이틀이가 늙어서 오는 병인데...아주 온기가"

"네. 할머니 좀 쉬세요"

 

차트를 확인하고 난 중환자실을 나왔다. 복도에 우진이 서 있었다.

 

"신선한 공기 좀 마셔야할 얼굴인데.. 나가자"

 

우린 병원 벤치에 앉았다. 우진은 예전과 다른게 하나도 없었다. 더 잘 생긴것 빼고는 예전처럼 말도 없고 잘 웃지도 않았다.  반가운 인사라도 할줄 알았는데... 자식 뻣뻣하기는 예전과 똑 같았다. 아님 포옹이라도 괜찮은데... 아무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된거야"

 

드디어 입을 여는군. 본드로 입을 붙치줄 알았는데... 좀 다정하게 물어봐주지...

 

"어떻게 패션공부한다고 유학간 애가 의사가 된거냐고 묻고 있는거야"

"말돌리말고 빨리 말해"

 

굳은 우진의 얼굴에 난 농담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내 진로가 바뀐 것 뿐이야. 갑자기 의사 되고 싶었어."

"패션디자이너에서 갑자기 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그게 말이나 돼"

"왜 말이 안돼. 그냥 내꿈이 바뀐 것 뿐이야"

"사람  황당하게 만드는 재주는 타고 났어."

"비꼬지마 너랑 어울리지 않아"

"흰가운 입은 너의 모습도 어울리지 않아"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너만 왜 그래"

"정말 의사가 되고 싶었어"

"그래"

 

우진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지금 우진은 억지를 쓰는 아이 같았다. 뭐가 불만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속 우진은 나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다. 내가 온걸 반가워하지도 않고 계속 시비조였다.

 

"어디가는거야. 차우진 거기서"

 

우진이 멈추었다.

 

"넌 내가 온게 기쁘지 않아. 왜 오자마자 화를내는거야"

 

우진의 등에 데고 난 또 다시  소리쳤다.  그런 나를 남겨두고 우진이 또 다시 멀어져갔다.

 

"나쁜놈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 코가 막히고, 귀가 막혀서... 미쳤어. 저녁에 뭘 잘못먹은거야"

 

억울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따. 하나도 반가워하지 않는 우진 때문에 울컥 눈물이 쏘아졌다. 어떻게 나에게 우진이 이럴 수 있을까? 어떻게 나 혼자 내버려두고 가버릴수가 있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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