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MIB의 실수
-절대 실수해선 안 된다.
일반인들이 외계인의 존재를 알아서는 곤란하다. 알아들었나?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선배의 명령을 기억한 남자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품속에 넣어둔 약병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 할 수 있어! 다들 하는 일인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
“선배님, 잘 해낼 수 있겠죠?”
처음 대외 임무를 맡은 자신보다도 신참인 후배를 돌아보며 남자는 겨우 웃어보였다.
떨리기는 마찬가지지만 후배 앞에서 그런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나만 믿어라. 충분히 연습하고 왔으니 절대 실패할 리 없다.”
“그런데... 정말 부작용은 없는 거겠죠?”
“완벽한 임상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사실이다.
이 약은 기억을 지워줄 뿐 다른 어떤 부작용도 없다.”
“선배님, 화이팅!”
후배의 조그만 응원을 들으며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하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누구십니까?”
-잠깐 옆집 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검은 양복을 제복처럼 차려입은 두 명의 남자가
위압적인 태도로 대문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인터폰을 통해 이들을 확인한 한은 잠깐 쫓아버릴까 하다가
옆집일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문을 열어주었다.
“실례합니다.”
집안으로 들어온 두 남자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듯 온이 한의 옆자리에 앉아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옆집분들과는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더군요.”
“그렇습니다. 세진형은 철들기 전부터 알고 지냈지요.
유진이가 온 때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미 짐작하시는 것 같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분들은 지구의 귀빈이십니다. 화성에서 오신 분들이지요.”
“아아, 그렇습니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한은 짐짓 놀란 척 했다.
남자의 얼굴이 조금 찌푸려졌다.
“놀라운 일이군요. 옆집에 외계인이 살고 있었다니...”
말로는 놀랐다 하면서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이 오히려 빙긍빙글 웃는 한이었다.
그 모습에 내심 열이 치민 남자가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말을 이었다.
“현재 외계인이 지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외비입니다.
더구나 유진님의 경우 화성의 요즘 상황과 연계되어 극히 중요한 위치이신지라...”
“말씀 도중에 죄송합니다. 그래서 그 일이 저희와 무슨 상관이라도?”
“아닙니다. 그보다... 목이 좀 마르군요.”
“온아, 손님들께 차도 내지 않고 뭐하냐?”
한의 말에 온은 눈을 부라려 수상한 남자들을 한번 겁준 다음 부엌으로 갔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움직이지 않으면 고약한 성질의 형님은 화를 내는 것이다.
온이 내 온 차를 든 남자들은 목이 마르다는 말과는 다르게 찻잔에 손도 대지 않았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엇? 저게 뭐지?”
남자의 외침에 한과 온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뭐 이상한 거라도 보신 겁니까?”
“제가 잘못 봤나 봅니다. 하하, 그나저나 날이 참 덥군요.”
“앗, 바퀴벌레! 온아, 잡아!”
한의 외침과 동시에 온이 몸을 날렸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던 남자들은 온의 민첩한 행동에 조금 질린 얼굴을 했다.
“죄송합니다. 지은지 오래된 집이라 벌레가 자주 꼬여서요.”
바퀴벌레라는 말에 남자들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며
횡설수설 유진과 세진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던 한과 온도 나중에는 슬슬 지겨워져서
듣는 둥 마는 둥 성의없이 맞장구를 쳤다.
한과 온이 찻잔을 비운 것과 동시에 남자들이 일어섰다.
“자, 그럼 저희는 이만... 그런데 여기가 어딥니까?”
일어서는 순간 극심한 두통을 느낀 남자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곁에 있던 다른 남자도 혼란스러운 눈으로 한과 온을 번갈아 보았다.
“선배님, 제가 왜...”
“저희 정수기 필요없습니다.”
“네? 아, 네. 그럼 실례했습니다.”
나가는 순간까지 여기를 왜 왔던가 고민하던 남자들은
난데없는 정수기 타령을 늘어놓는 한을 한번 보고는 이내 몸을 돌려 사라졌다.
대문밖까지 남자들을 전송한 한은 집안으로 들어오며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어디서 어줍잖은 잔꾀를 쓰려고 해?
뭘 탔는지는 모르지만 지들이 마셨으니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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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심심해. 계속 에이피랑만 놀 거야?”
윤은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아까부터 에이피만 들여다보고 있는 유진에게 투정을 부렸다.
“세진오빠, 쥬스.”
아예 병을 들고 서 있던 세진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만화책을 보는
윤의 손에 들린 유리잔에 쥬스를 부어주었다.
“유진아, 나 심심하다니까.”
“기다려라. 이제 겨우 사랑에 관해 알게 됐는데 귀중한 정보를 저장해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방에 처박혀서 너무 하잖아. 오빠, 과자.”
“굳이 놀러오겠다고 한 건 너였다.”
“너랑 놀겠다는 거였지, 이렇게 혼자 놀 줄 알았냐? 오빠, 나 저기 만화책 좀 줘.”
세진의 이마에 파직 힘줄이 돋았다.
‘잘만 놀고 있으면서 뭐가 심심하다는 거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은 세진은 뒤돌아서 피눈물을 흘렸다.
‘젠장, 힘없고 빽없는 것들은 서러워서 살겠냐.’
“김유진, 너! 진짜 이러기야?”
마침내 소리를 빽 지른 윤을 보며 세진이 마음속으로 환호했다.
‘그래, 화나면 가버려! 제발 청소 좀 하자.
네 시중드느라 집안일이 한 짐이란 말이다.’
그러나 대답없는 유진의 등을 노려본 윤은 다시 만화책을 집어들었다.
“내가 놀 데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니다.
너 혼자 처량맞을까봐 있어주는 거야. 알아? 세진오빠, 쥬스 떨어졌어.”
‘제발 가라! 응? 좀 가달라고!’
마음 속의 절규를 끝내 말하지 못한 세진은 윤이 내민 잔에 얌전히 쥬스를 따랐다.
*
“나쁜 자식. 저거 사실은 나 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윤이 오냐? 유진이랑은 잘 놀았고?”
“몰라. 유진이 자식, 혼자 연군지 뭔지 한다고 놀아주지도 않고... 심심해서 혼났네.”
“저녁은?”
“배불러. 참, 이 만화책 뒤편 오빠한테 있지?”
“그걸 다 읽은 거야?”
“응, 그럼 어떡해. 유진이 녀석은 상대도 안 해주고 혼자 바쁜데.”
나름대로 잘 놀고 왔나보다고 이해한 한과 온이었다.
“그나저나 형, 오늘 그 사람들 대체 뭐였을까?”
“뭐, 유진이 이야기를 했으니까 그쪽에 관련된 사람들인가 보지.”
“무슨 소리야?”
끼어드는 윤에게 한이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누가 뭐 준다고 덥석 받아먹으면 안 된다.”
“알았어. 내가 뭐 어린앤가.”
“너 자신을 알라.”
온의 한숨과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귓등으로 흘린 채 윤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유진이 좀 바꿔줘,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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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여러분. ^^
걱정해 주신 덕분에 감기는 거의 나았답니다.
아직 목은 좀 아프지만 그래도 글올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요.
신경써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
요가님, 저 아팠으니까 봐주실 거죠? *_*
wcat님,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1부 완결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중입니다. ^^
대너리스님, 헉, 그런 럭셔리스킬을...
헤이를 저에게 주십시오~!
봄꽃님, 그렇구나, 햏자는 아니시구나. ^^
설마 돌던질라고요. ^^;; (그럼 나도 돌맞을라나. -_-)
유진이가 걱정해 줘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래요. ^^
비야님, 호호호, 설마 그럴 리가...
유진이랑 윤이가 이대로 끝낼 녀석들이 아니란 걸 제가 잊고 있었지 뭐예요. ㅠ.ㅠ
딸이님, 그러게요. 대화로 풀 수 있는 일을 꼭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죠. -_-
조금만 마음을 비우고 양보하면 되는 것을...
그게 참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요.
얼른얼른 세계평화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
늑대의유혹님, 아유, 기다리시게 해서 어쩐대요. ㅠ.ㅠ
자, 쾌유자축으로 일단 한편입니다. ^^
sOda님, 윤이는 원래 바보였답니다. ^^;;
어쩌나... 저 윤이는 소다님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ㅋㅋㅋ
아악, 살려주세요~! 소다님이 백만배는 예쁘고 착해요~!
윤호사랑해님, 오오, 그거 괜찮은 방법이네요.
그런데... 윤이는 화성에서 과연 살 수 있을지... -_-
거긴 먹을 것도 별로 없는뎅...-_-;;;
닐리리님, 말씀대로 푹 자고 엄청 먹었답니다. -_-;;
낫긴 나았는데... 살이... 흑...
그래도 오랜만에 맑은 머리로 컴앞에 앉으니까 정말 좋군요.
걱정해 주셔서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
좋은아이님, ㅎㅎㅎㅎ 님은 정말 탁월한 예감을 갖고 계십니다. ^^
자아, 둘을 어떻게 괴롭혀 줄까... ㅎㅎㅎㅎㅎㅎ
밍구님, 헉, 그 말씀은 썰렁하다는 뜻인가요?
아님 에어콘 빵빵한 회사라고 더위에 찌들어가는 바기를 놀리시는 건가요? ㅠ.ㅠ
희동이마을님, 네, 어떻게 둘이 엮이긴 엮였군요. ^^
늘 봐주시는 여러분들 덕택에 사랑이 이루어진 거예요.
會者定離 去者必反이라고...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게 인생사 아니겠어요?
(헉, 이런 어려운 말을 어디서 주워들었지? -_-;;)
그럼 여러분, 좀 있다 다시 뵙겠습니다.
쾌유자축으로 오늘중에 또 올릴께요. ^^
(실은 이거... 전에 써놨던 겁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