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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사달라던 귀여운 여학생 둘.

국지 |2009.08.01 21:18
조회 2,380 |추천 1

 

20대 중반치고 풋풋한 서울 사는 청년입니다.-_-; 믿으면 복이와요.

 

친구랑 저녁 먹고 헤어져서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시간은 한 9시 30분쯤 되었을까요.

아파트 단지 골목인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쪼그맣고 귀엽게 생긴 중딩같은 여학생 둘이 멀리서부터 제가 오는 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쳐다보면 같이 쳐다본다'는 주의에 저는 멀리서 오면서 같이 쳐다봤습니다.-_-

위에서도 말했지만 쪼그만게 귀엽더군요. 그래서 쳐다 봤습니다.ㅎ

 

거리가 한 10미터쯤 가까워졌을 때 둘이 찢어져서 걷더군요.

사거리 같은 느낌의 길이었는데 사거리의 '편의점'(편의점 기억하세요 ㅠㅠ)을 중심으로 저는 사거리를 통과해서 직진하는 방향이었고 둘은 저를 기준으로 오른쪽 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한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고 한명은 제쪽으로 오더군요.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오기에 쬐끔 쫄았습니다.

이거 여중딩한테 돈뺏기고 신문에 나는거 아닌지 온갖 생각이 다들었습니다.ㅋㅋㅋㅋ

근데 쪼그맣고 귀여운게 정말 인형같더군요.

눈화장은 왜 그리 검게했는지 아쉬웠습니다.-_-;;

 

암튼 제 앞에서 살짝 멈칫하더군요.

그냥 지나가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바로 앞에서 얼굴을 쳐다보길레 좀 민망했습니다.

제 앞에서 멈추길레

'뭔가 할말이 있나? 혹시 나한테 관심이있나?' -_-;ㅈㅅ

솔직히 별생각이 다 들었는데 제가 어쩔줄 몰라서 그냥 지나치니까 별 반응 없이

진행 방향을 바꿔서 친구한테로 가더군요.

그리고서는 둘이서 뭔가를 얘길 하더군요.

 

제길...

은근히 뭔가 예상치 못한 일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예상대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_-;

 

그리고나서 우리 아파트 단지내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렸습니다.

"..요..저기요..."

 

아! 올것이 왔다!!

뭔가 입질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쿨한 남자기때문에.(-_-점점 사설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못들은 척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

 

아까 내게 다가왔던 친구 말고 체육복 입은 다른 학생이 등 뒤로 와서는 저를 불렀습니다.

 

"저기요..."

 

"네?"

 

"저..."

 

뭔가 곤란하다는 듯 호의를 갈구하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저... 담배좀 사주세요."

 

"네?"

 

음.. 아 이거였구나.. 싶었습니다.

하긴 아무리 20대 중반치고 풋풋한 나라고 해도 귀여운 중딩에게 헌팅을 당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긴 했습니다.

 

"2주동안 담배를 못펴서... 너무 피고 싶어요..."

라며 간절하게 백원 짜리 한 움큼을 보여주며 저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인형 같은 중딩이 쫄쫄쫄 따라와서 뒤에 있더군요.

뭔가 그들에 기대에 부흥해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지만 나도 안 피는 담배를,

사달라고 하다니...

그것도 중학생이...

 

솔직히 귀여워서 사주고 싶었습니다.-_-

까짓거 몇푼한다고... 한 보루 사주고 번호나 받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다가 아 그래도 이건 아니다.-_- 애기들 데리고 무슨 이 나쁜 생각을....

 

그래서 그냥

"아 죄송합니다. 학생 같은데 담배 사주기가 곤란하네요..."

라고 단호하게 얘기하지는 못하고 그냥 비슷하게.-_- 미안하다며 거절했습니다.

비오는데 우산도 없기에 우산 준다고 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더군요.-_-;;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담배라며...

 

아무튼 거절하고 등을 돌리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나서 샤워하고 나왔는데 어머니가 맥주 한잔 하고 싶으시다며 집 앞에 상가에서 족발을 사오라고 하시더군요.

아.-_- 왠지 나가면 중딩들한테 족발이랑 맥주 뺏길거 같은 생각이 드는겁니다.

 

하지만 평소 효심이 지극하기로 소문난 저이기에 두려움을 무릅쓰고 지갑을 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족발집 가는 길목에 그둘이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입니다.

안쓰러웠지만 애써 모른체하고 최대한 그들의 반경 멀리로 쭈볏거리며 돌파했습니다.

다행히 붙잡진 않더군요.

돌아올때에도 역시 붙잡지 않더군요.

 

근데 맥주사러 편의점 들어가는데 왠지 위화감이 들더군요.

뒤돌아보면 왠지 부를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뒤돌아보고 싶은 욕구를 뿌리치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맥주를 사서 밖으로 나오는데 조마조마 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어느새 편의점 바로 앞에 있더군요. ㅠㅠ

 

내심 오며가며 자기들의 측은한 모습을 봤으니 담배를 사서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었을까요.-_-;

암튼 물끄러미 저를 보더군요.

뻘쭘해서 그냥 모르는척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또...

"저기요..."

ㅠㅠ

 

아..아니겠지...하며 계속 걸어가는데.

 

"저기요."

 

"네?"

 

"담배는 안 피면서 술은 먹네요?"

그러는겁니다. 아 부모님이 드시고 싶으셔서 사오신거라고 변명 막 하는데 그럼 자기들 담배 대신 술 사달랍니다.

왠지 측은하기도 하고 계속 거절하고 모른척 해서 미안하기도 해서

 

"그래요. 맥주 한캔 사줄께요."

 

그랬더니.

한캔은 부족하답니다.-_- 하루종일 먹은게 없다고 두캔 사달랍니다.

속으로 그럴까 했는데

아니 애길들어주니까 됐다 싶으셨는지 한 사람당 두캔씩 사달랍니다.-_-;;

 

"아 맥주 두캔이면 너무 많지 않아요? 보니까 중학생 같은데...

차라리 배고프면 밥을 사줄께요."

 

"아 밥 보다 맥주 먹고 싶어요. 그리고 저 중학생 아니고 고1이에요."

 

라고 말하더군요. 중딩이나 고1이나...-_-

그리고 체육복이 근처 ㅅㅂ중학교 체육복인걸 아는데.-_-

(진짜 이니셜ㅅㅂ입니다.-_-  학교 이름 맞추시는 분께 제 번호를 드리리다. 필요없음 마시고...)

 

암튼 맥주 한캔 사준다고 한 이후로 무슨 배짱인지 네 캔 아니면 안된다고 뻐팅기는 겁니다.-_-

체육복 중딩과 얘기하다 중간 중간 인형 중딩 쳐다보면 베시시 귀엽게 웃더군요.

아!!!!! 한 박스라도 사주고 싶다!!!!!!

 

그렇게 실랑이 하고 있으면서 생각해보니 중딩한테 술 사준다는게 참 이상한 겁니다.

그래서 그냥 술 말고 밥 사준다고 그러니까

그러면 밥 사줄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돈 주면 그걸로 담배랑 술 살거잖아요."

 

그러니까 나름 순진한지 아무말 안하더군요.-_-

 

5분정도 실랑이 하는데 집에서 족발 기다리시는 어머님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상황 정리할려고 밥 아니면 안 사준다면서 뒤돌아서 가니 따로 붙잡진 않네요.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 아버지와 맥주 한잔 하면서도 좀 눈에 밟히더군요.

제 방 창가에서 사건의 그 길이 언뜻 보이기에 컴퓨터 하면서 몇번 내다봤는데 보이진 않더군요.

다른 분 만나서 성공하셨는지...어쨌는지...

 

암튼 이글 보고 있다면 한마디 할께요.

 

이런저런 경험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지만 너무 오래 방황하지 마시고.

담배 끊으세요. 피부에 안 좋아요.-_-;;

 

 

 

 

아 재미없는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추천수1
반대수0
베플착하시네...|2009.08.01 21:27
귀찮아 죽겠는데 그렇게 돈달라고 매달리면 전 폭발할 것 같은데... 완전 간디다 간디. 비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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