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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 4

장진수 |2004.06.22 11:42
조회 1,783 |추천 0

진우의 차 안

진우는 계속 명우에게 집을 묻고 있다.

 

“집 어디야?”

 

“그냥 내려줘”

 

“데려다 준다고… 여자가 밤늦게 어디 혼자 갈려고 그래.

오늘 내가 죄지은 것 도 있고, 그래…막 대한 것도 미안해.

이미 차에 탔잖아. 그러니까 어디야? 데려다 줄게”

 

“아직 지하철 있어.  2시까지 다니니까 걱정하지마.  

나 내릴꺼야.  아니 하 작가님 저 내릴래요

우리 앞으로는 공적인 자리에서만 보도록 하죠”

 

명우는 진우의 차에서 내려 지하철 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야… 유 명우… 아씨… 명우누나…  유 명우씨…”

명우는 진우의 부름을 뒤로 하고 지하철역을 향해 계속 걸었다.

 

‘아직 12시니까 지하철 있겠지.’

신문 가판대에서 내일자 신문을 사들고 지하철역으로 내려섰다.

 

오늘은 정말 이래저래 긴 하루 였다.

 

집으로 돌아와선 집어 던지듯 옷을 벗고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를 틀고 찬물을 뒤 짚어 쓰기 시작했다.

고기냄새, 술 냄새 모든 것이 찬 물에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시간은 벌써 2시를 넘어서고 있다.

 

명우는 일단 게시판부터 들어갔다.

명우의 방송후기 밑으로 많은 꼬릿말이 달려 있다.

 

‘명우누나! 방송 잘들었어요!  누나짱 ^0^/’

‘명우짱! 명우짱!!’

‘오랜만에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와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더 좋은 노래 많이 틀어 주세요’

‘앉았던 자리가 한강이라면서요…^^ 유람선이라도 띄울까?’

‘임시방편이라면서 오늘 정말 잘하시던데요 ^^’

‘오리는 잡아서 작가님에게 상납 잘하셨나요? ‘

 

'작가… 작가… 그 하 진우라는 인간

에이 걱정 말자… 선욱씨에게 컨택하라 그러면 내가 직접 얼굴 볼 일은 없겠지.

지금까지도 얼굴 안보고 잘해왔는데… 멀쩡하게 생긴 놈이 하는 짓은 왜 그 모양이야?

대본보면 그런 인간인 줄 하나도 모르겠구만…

그 가증…가식…

생각을 말자… 시간이 아깝다 아까워…’

 

게시판을 읽고 명우는 메일을 점검하기 위해 열었다.

 

“하얀 반달곰?”

왠 모르는 닉네임으로부터 편지가 있다.

 

“팬레터인가? 오랜 만에 받아보네…”

 

‘명우씨 안녕하세요.

^^ 오늘 방송으로 전화를 드렸던 이 진하라고 합니다.

설마 기억 못하시는 건 아니죠?

오늘 좋은 방송 너무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잠시 잊혀졌던 그 사람을 다시 기억해 볼 수 있었습니다.

방송이란 참 대단한 존재 같습니다.

덕분에 오늘 저는 그동안 연락않고 지내던 사람들에게서 까지

연락이 와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추신 : 방송후기도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방송 이미지는 참 차분하신 것 같은데… ^^

어째 제가 느끼는 이미지는 게시판에 적으시는 게 실제 이미지 같은데요?

왠지 털털한 남자친구를 보는 듯한데...  맞으시죠? ^^

ㅡ        이 진하 드림 ㅡ

 

명우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의자뒤로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으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큰일났네… 공개 방송때 나의 이미지가 다 들통나는 거 아냐?

그나저나 저 이 진하라는 사람…  내가 아까 공개방송 초대한다 그랬지?

에구구… 내가 내 무덤을 스스로 팠네’

 

“어우… 아무것도 모르겠다.  자야지… 너무 피곤해.  하 진우 그 인간 때문에 더 피곤한 것 같네

나를 오늘 이리 고생시키다니….나쁜 인간”

 

침대위로 걸어가서 명우는 푹 쓰러져 버렸다.

 

“음… 차 한잔을 마실려고 했는데…
명우의 목소리가 잦아 들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으음… 지금 몇시지?  여보세요. 유 명우입니다.”

“나야”

“누구세요?”

“너한테 반말하는 남자 나 말고 더 있어?”

“하 진우?”

“이야…이거 영광인데 누님이 내 이름을 다 기억하고 말이야. 너 아직 집이지?”

“나 댁이라 별로 통화하고 싶지 않아.  그만 끊을게”

 

명우는 전화를 그냥 끊어 버렸다.

‘내가 좀 심했나? 그래도 전화를 그냥 끊은건…’

 

다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야… 유 명우”

“네”

“너… 뭐야 왜 전화를 그냥 끊는 거야?”

“무슨 일 이세요? 한 작가님 제가 아직 기상 전이라서 말이지요”

“어제는 잘 들어 간거야?”

“…”

“왜 대답이 없는거야?”

“이것봐요… 하 진우씨.  당신이 걱정 안해줘도 지하철이 충분히 잘 데려다 줬네요.

잘 들어왔으니 지금 전화를 받지.  쓸데 없는 관심은 꺼주세요.

근데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안거죠?  앞으로 공적인 대화만 하자고 한 거 같은데요.”

“전화번호 알아내는 거 뭐가 어려워? 

방송국에 전화해서 어제 명우씨가 술을 많이 마셔서 지갑을 두고 갔네요.

제가 전해 줄려고 하는데 제가 연락처를 몰라서요.

이랬더니 금방 가르쳐 주던걸…”

“뭐…뭐예요?  왜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하고 그래요?”

“그래야 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잠 덜 깬 목소리를 들었으니 영광이지”

“이 것 봐요… 하 진우씨”

“그냥 편하게 말 놓으라니까…”

“야… 하 진우 나 너랑 별로 전화하고 싶지 않아.  너처럼 버릇없고, 어른 무시하고,

안하무인인 사람 딱 질색이야”

“이 것 봐요… 명우씨… 이러면 어울려?

그리고… 난 버릇없지도 않고, 그리고 나 보다 작으면서 어른은 무슨… “

벌써 십분이다. 이런 쓸데 없는 대화로…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다른 용건 없으면 끊어요”

“그래? 그럼 끊던지… 그럼 대신 오늘도 원고없이 그냥 잘해보던지…”

 

전화를 끊으려던 명우는 잠이 확 달아나는 걸 느꼈다.

“이것봐요… 작가가 어떻게 그리 무책임해요. 

왜요? 오늘도 원고가 한강에 날라갔다는 핑계대고 소개팅 하러 갈려고 하는거에요? 뭐예요?”

“너 질투해?”

“무슨 말 하는거야… 야 하 진우”

“드디어 본색이 나오는군..”

“원고는 작가 본연의 책임이야.  그러니 그런 걸로 나 협박하지 마. 

당신이 그런다면 나 작가 바꿔달라고 정식으로 이야기 할꺼야”

“이야기해… 나야 아쉬울 것 없지… 근데 그건 알아둬… 내가 스카우트 받아서 여기 들어 온거거든”

 

뭔가 정리가 필요했다.

이 인간이랑 싸워서 내가 이득을 볼 건 없군.  그냥 최대한 맞춰주고…

원고만 잘 받으면 되지…

“하 진우… 아니 하 진우씨… 그래요. 협박이라? 그랬다고 치고.. 내가 잘못 했으니…

그만 이야기 하고 아침에 전화한 용건 뭐예요”

“응 진작에 그럴 거지.  어제 들어가면서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앞으로는 대본을 직접 줄려고…  그래야 내가 원하는 의도를 말할 수 있을 테니…”

‘뭐…뭐야… 그럼 이 인간을 매일 봐야 한단 말이야?”

“뭐라구요? 그냥 선욱씨에게 주지 갑자기 왜 그래요?”

“어제 니가 그냥 가서 그렇지”

‘아… 정말 이 밑도 끝도 없는 막무가내는 뭐람..’

 

“걱정마…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거니까… 일 할때는 철저하게 대접해 줄 테니

일단 양도 양이니 메일로 대본을 날려줄게.  하지만 방송 전에 꼭 나랑 점검해

그냥 혼자 알아서 하면 난 대본 안쓸 테니까..”

‘메일로 보내준단 말이지.  저도 귀찮은데 매일매일 보자 그러겠어’

“그래요.  일단 알았으니 이만 전화끊죠”

“네 메일로 아까 대본 보내 놨으니 확인하고 전화줘 번호 찍혔지?”

 

명우는 전화기를 내려봤다.

럭셔리 큐티 진우♡

대략 난감이다.. --;;

“알았어요.  일단 나중에 통화해요”

“그래…아..그리고 나중에 통화 할 땐 말 놔”

 

진우가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 종료 시간을 보니 25분 10초…

 

“무서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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