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명우는 밀크팬에 물을 끓이고 포트에 페퍼민트를 넣고 우려 내고 있다.
어느 새부터인가 페퍼민트차는 그녀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은수와 헤어지고 처음으로 백화점을 갔었다.
그에게 주려고 샀던 선물을 환불하러 갔다.
기간이 많이 지나서 안 된다는 백화점 직원을 설득해서 향수와 셔츠를 환불해 버렸다.
더 이상 그의 추억을 가지고 있기 싫어서…
지하 매장을 지나 영화관으로 향하던 중 은수는 웰빙샵에서 판매하는
낯선 차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심신 안정, 피로 회복’
‘시음 행사 하고 있습니다. 드셔보세요’
매장 직원이 명우에게 페퍼민트 한잔을 권했다.
“음…좋네요. 입안이 싸한 것이.. 박하향이네요”
“네..손님 이 차는 피로회복에 좋아요.
진한 박하 향 때문에 씹으면 입안이 상쾌해져요.
옛날에는 감기나 위장병에 약으로 달여 마셨고,
비듬을 없애는 목적으로 식초와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어요.
피곤할 때 잠자기 전 끓는 우유에 페퍼민트 잎을 넣어
5분 쯤 두었다가 마시면 피로가 말끔히 가셔요.
일본에서는 부케로도 많이 사용하죠”
매장 직원은 묻지도 않았는데 줄줄 페퍼민트 효능을 설명하고 있었다.
입안에는 페퍼민트의 싸한 박하 향이 퍼져 나고 있었다.
“하나 주세요”
그날부터 페퍼민트 차는 그녀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은수가 나가고 페퍼민트가 그 자리로 들어왔다.
진하는 아침 일찍 카메라와 댄스화를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살사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흰색 코란도 뒷좌석에 댄스화를 싣고,
옆 좌석에 카메라를 수건으로 감싸 내려 놓았다.
오늘 오전 예약 진료만 끝나고 나면 바로 압구정동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10시부터 예약환자들을 보기 시작했다.
날씨가 풀리는 4월이라 그런지 부쩍 환자가 늘었다.
“원장님 점심 드시고 하시죠?”
“그럴까요? 민경씨… 오늘 점심은 뭐죠?”
“에이 선생님도… 저야… 늘 먹던 대로 도시락이죠.
원장님은 오늘부터 도시락 싸오기로 한 거 잊지 않으셨죠.
덕분에 언니들이 다 도시락을 싸온다 그래서 오늘 점심 반찬은 푸짐할 것 같아요”
“그럼 요.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쌌죠. 맛없어도 봐줘요. 혼자 사는 남자라 흉보지 말고…”
“저기 휴게실로 오세요. 다들 거기서 모이거든요”
“네 금방 갈께요”
진하는 일어나 도시락 바구니를 챙기기 시작했다.
“어디 봐요. 원장님. 세상에 무슨 바구니가 그렇게 커요?”
“별거 없어요. 그냥 있는 대로 챙겼어요. 혼자 먹으면 맛 없잖아요.
집에서 남는 건 다 가지고 왔죠”
“세상에~”
“세상에~”
간호사들이 놀라서 진하를 쳐다본다.
“이걸 아침에 혼자 했다 구요”
“네”
“세상에 무슨 남자가 이렇게 잘해요. 누가 원장님한테 시집 갈는지 아주 호강하겠네”
“하하하 그만 하고 밥 먹어요. 누가 들으면 큰상 한상이라도 차린 줄 알겠어요”
진하는 식탁 위에 반찬 뚜껑들을 열기 시작했다.
“이거 다 원장님이 만들었어요?”
“그럼 요. 별 거 아닌데…”
“안 되겠다. 원장님 언제 집에 초대해주세요. 우리 다 놀러 갈 테니까”
“그래요”
진하는 흔쾌히 승낙하고 간호사들에게 둘러싸여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한 후 진하는 메일을 열어 보았다.
‘혹시 답장 오지는 않았을까?’
내심 기대를 하고 확인을 했지만, 학술대회 소개 편지 밖에 없다.
냉장고에서 페퍼민트를 꺼내 포트에 담그고,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았다.
작년 일본여행에서 우연히 사게 된 차였는데, 페퍼민트는 진하의 마음을 사로 잡아 버렸다.
머그 컵에 한 컵 가득 따른 후 향기를 맡고, 후후 불며 한 모금을 조심스레 마셨다.
목을 타고 향긋한 박하 향이 퍼져나갔다.
오후는 오전보다 여유로웠다.
진하는 서둘러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 먼저 들어갑니다”
“네…원장님.. 들어가세요”
병원 문을 나서 압구정으로 향했다.
오후 명우는 식사를 대충 라면으로 때우고 메일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소금인형? 이건 또 뭐지?”
to 유 명우씨
대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름입니다.
제가 포맷으로 잡은 내용은 부르면 눈물 나는 이름, 기억 나는 이름, 사랑스런 이름입니다.
대본을 보시면 알겠지만 오늘은 읽어주셔야 할 부분이 많으실 겁니다.
오늘 오전에 방송국에 들려 편지를 선별해 놓았습니다.
대본 점검하시고 연락 부탁 드립니다.
ㅡ 하 진우드림 -
이게 하 진우가 보낸 메일이라고?
그 버릇없고 싸가지 없는 인간이 보낸 메일이란 말이지…
아무리 글을 다시 읽어봐도 글에서는 어제 그 인간,
오늘 아침에 전화하던 그 인간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걸 공과사가 철저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일에서는 그래도 이렇게 점잖게 나오니 조금은 안심 해야 되나?’
명우는 첨부된 파일을 열고 대본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네 시다. 일곱시 방송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방송국으로 가는 동안 명우는 진우에게 전화를 했다.
“하 진우씨, 유 명우입니다.”
“응? 명우…잠시만… 내가 금방 전화할게”
명우는 전화기를 내려 보았다.
‘도대체 이 자식은 뭐야? 좀 전 메일의 그 공손한 태도는 어디 간 거야? 그냥 말 놓아 버릴까?’
전화벨이 울렸다.
“유 명우입니다”
“나.. 럭셔리 큐티 진우”
“…”
“여보세요? 야 명우 왜 말 안해?”
“저기요 대우해준다면서요? 말 놓는 거 굉장히 기분 상하거든요. 그건 좀 고쳐주셨으면 하는데요”
“알았어 그럼 앞으로 말은 안 놓을게. 아니 그러죠”
“메일 봤어요. 지금 대본 출력해서 방송국 가는 길이에요. 메일에 적은 대로 그렇게 할께요.
따로 수정할 내용은 없겠더라 구요”
“잠깐 방송국 로비에서 만납시다. 편지 하나 더 방송해 줘요. 내가 로비에서 줄 테니…”
“알았어요. 그럼 다섯시 반에 로비에서 보죠”
갑작스러운 진우의 존대말에 오히려 어색한건 명우였다.
벌써 하루 만인데 오히려 존대가 어색하게 다가왔다.
저 멀리 방송국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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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글쓰는 일은 힘드네요.. ㅠㅠ
이리 힘든 일을 왜 사서 할까요?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아요. 엉엉~~
그래도 노력하고 있어요.
각 인물도 묘사가 되어야 하니 좀 서두가 길듯하네요.
그래도 화이팅 해주실꺼죠?
근데 너무 많이 벌려서 나중에 수습 안되면 어쩌죠?
말이 씨가 되겠죠... 조용 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