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같이 빠르고 겁나게 멋지며, 엄두도 못 낼 엄청난 가격표가 붙어 있는 수퍼카들. 그런 어마어마한 수퍼카들은 마냥 딱딱한 표정만 지을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아기자기하고 깜찍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렐 수퍼카들에 담긴 작은 유머들을 찾아 보았다.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수퍼카는 최고출력 1001마력에 최고시속 407km/h를 기록한 부가티 베이론이다. 그런데 베이론을 구입하면 두 가지의 열쇠가 따라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스페어 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기능을 가진 열쇠가 하나 더 있다는 말이다. 그 다른 하나의 키는 최고 속도를 낼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의 키다.
베이론은 평상시에 사용하는 키로는 370km/h 정도까지만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407km/h로 달려보고 싶다면 또 다른 하나의 키로 시동을 걸고 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약간의 차량 세팅을 바꾸어 주어 최고속도까지 달릴 수 있도록 봉인을 풀어주게 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는 최고속 영역에서 주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목숨 걸고 달려 보고 싶으면 마법의 키를 사용하라는 말이다.
필자가 꼽는 최고의 수퍼카는 엔초 페라리다. 총 400대를 한정 생산하는 모델인데 국내에도 여러대가 들어 와 있으니 이제 대한민국도 수퍼카 문화에 성큼 다가선 듯하다.
F1에서 익힌 많은 기술이 녹아 든 엔초인 만큼 F1 머신처럼 스티어링 휠에 갖가지 기능을 담았다. 그 중 미소를 띠게 하는 것은 방향 지시등 작동 버튼이다. 좌우에 각각 화살표 표시가 있는 동그란 버튼이 그 것이다. 포르쉐나 람보르기니를 추월하려 한다면 스티어링 휠에서 전혀 손 땔 필요 없이 이 버튼만 눌러 주자. 그러면 선전포고는 이루어진 셈이다.
최신 모델인 F430에도 스티어링 휠에 재미를 담았다. 스티어링 휠을 잡았을 때 엄지 손가락을 올려 놓을 만한 위치에 경음기 버튼을 숨겨 놓은 것. 경박스럽게 스티어링 휠 가운데 패드를 두들기는 행동은 이제 그만…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최강 수퍼카 SLR 멕라렌에는 기어 레버 상단에 작은 뚜껑이 달려 있다. 기어 레버를 잡고 엄지 손가락으로 작은 뚜껑을 튕겨 올리면 그 아래 엔진 스타트 버튼이 숨어 있다. 실제로 조종해 본 적은 없지만 전투기의 방향 키 위에 설치된 무기 발사 버튼을 연상케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나 SL클래스 등 키리스 고 기능을 갖춘 모델들은 모두 기어 레버 상단에 엔진 스타트 버튼이 달려 있는데 키를 몸에 소지하고 있으면 이 버튼 만으로 시동을 걸고 끌 수 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이 다른 위치에 달린 타 사 모델들과 달리 시동을 걸고 손의 이동 없이 바로 기어를 작동할 수 있으니 그 위치가 가장 효율적이라 할 만하며 보기에도 멋지다.
하지만 이 버튼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벤츠 변속기의 스텝게이트 방식은 레버를 우측으로 밀면서 아래로 내리는 방식이므로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시동을 건 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기어 레버의 락을 푸는 버튼으로 착각하고 기어를 내리기 위해 그 버튼을 또 누르는 실수를 자주 하게 된다. 이처럼 실수로 엔진 스타트 버튼을 다시 누르게 되면 시동이 바로 꺼져 버린다. 이런 낭패가…
SLR 멕라렌에는 그 버튼 위에 커버를 씌웠다. 하지만 여기에 또 의문이 생긴다. SLR 멕라렌은 키리스 고 시스템이 없다. 시동을 걸려면 키를 키 홀에 꽂고 돌려서 전원을 온 시킨 후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그런데 그 버튼은 시동을 걸 때만 사용하고 시동을 끌 땐 키를 되돌려서 시동을 꺼야 한다. 결국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엔진 스타트 버튼은 눌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버튼 위의 커버는 시동을 끄는 오작동을 막아주기 위해 갖춘 것이 아니라는 씁쓸한 사실… 그러면 왜 만들었을까?
포르쉐 최고의 수퍼카 카레라 GT는 쿠페이면서 뛰어난 개방감을 즐길 수 있는 타르가 톱을 마련했다.
지붕을 두 장으로 나누어 수동으로 떼어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두 장의 지붕을 떼어 내면 거의 컨버터블에 가까운 개방감을 즐길 수 있다. 이 방식은 과거 미국 스포츠카들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방식이다. 그렇다면 떼어낸 지붕은 어디에 두지? 차고에? 오! 노!
미드십인 카레라 GT의 앞 쪽은 트렁크다.그 트렁크에 떼어 낸 지붕을 묶어 둘 수 있는 가죽 끈을 달았다. 다소 불편한 방식이지만 엄청난 성능과 오픈 에어링을 동시에 즐기기에 더없이 낭만적인 방법이 아닌가?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엔 어떤 재미난 장치가 있을까?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에 하나가 람보르기니 차들은 너무 낮아서 바닥이 많이 긁히지 않느냐? 과속 방지턱을 넘어 갈 수 있느냐는 것들이다. 필자가 람보르기니 오너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지상고가 낮기로 소문난 람보르기니의 무르시엘라고, 과연 과속 방지턱을 넘을 수 있을까? 그렇다. 물론 규정보다 더 크고 무식하게 만들어진 턱들까지 넘을 수는 없을 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턱은 넘을 수 있다. 어떻게?
센터 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리프트 버튼을 눌러보자. 무르시엘라고의 앞 쪽이 3 Cm 정도 올라간다. 앞 쪽만 올라간다. 하긴… 뒤 쪽은 기본적으로 이탈각이 크므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어쨌든 무르시엘라고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든지 약간 턱이 있는 장소로 올라갈 때는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자.
이 시스템은 이 후 엔초 페라리와 마레라티 MC12에도 적용되었다.
997로 진화한 포르쉐의 간판스타 911에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스탑워치가 달려 있다. 그것도 센터페시아 한 가운데 아주 예쁘게… 이 장치로는 다양한 종류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911로 뉘르부르크링을 주행할 때의 랩타임, 직장 사무실에서 집에 도착할 때 까지 걸리는 시간, 4거리 신호에 걸렸을 때 다음 파란 불이 들어 올 때까지의 시간, 그리고 성능을 따질 때 꼭 나오는 0에서 시속 100Km 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 포르쉐 안에 앉아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모든 상황의 진행 시간을 측정해 낼 수 있다. 모든 스포츠에 필수인 계측 장비를 스포츠카 포르쉐는 아예 차 안에 달고 다니는 것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TVR 투스칸.
아마 투스칸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절대 문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 기자는 장담한다. 문을 여는 장치를 아주 교묘하게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TVR의 문은 전자식으로, 버튼을 눌러서 열 수 있다. 그런데 그 버튼이 어디 숨어 있는 지 아는가? 바로 사이드 미러 아래쪽이다. 키로 도어락을 해제한 후 숨겨놓은 하얀 버튼을 누르면 마침내 우아한 TVR의 실내로 들어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