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신데렐라를 꿈꾸며-제14부-

까미유 |2004.07.06 18:20
조회 4,965 |추천 0

제 14 부





수정은 성희 의상실에서 공짜로 얻은 새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한다.

현숙이 그런 수정을 부러운 듯 째리며 서서 보고 있다.


-가자.


수정이 씩씩하게 앞장 서서 나가자 현숙이 투덜대며 입을 삐죽거린다.

밖으로 나온 현숙이 태희가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 눈꼬리가 올라간다.


-아주 놀고들 있네...야, 왕자님 오셨다.


현숙의 말에 수정이 고개를 들면 태희가 슬쩍 손을 들어 보인다.

수정의 표정이 새초롬해지자 현숙이 꼴갑한다는 듯 수정을 째린다.


-안녕하세요..


현숙이 말을 꼬듯 내뱉자 차 문을 열어 준다.


-태워줄게, 타.


태희가 현숙에게 말하자 현숙이 눈을 내리 깔며 말한다.


-됐어요, 신데렐라나 잘 모셔다 드리시죠.


현숙이 시큰둥하게 야리다 골목길을 내려간다. 수정이 그런 현숙을

부르려다 그만둔다.


-낼부턴 전철 타구 갈거니까 데리러 오지마.


수정이 말하며 차에 오르자 태희가 표정없이 운전석에 오른다.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다 수정을 힐끔 본다.


-일부러 안 매는 거냐?


태희의 말에 수정이 뭘 하고 멀뚱하게 본다. 한숨을 내쉬며 태희가

팔을 뻗자 수정이 몸을 움추린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수정일 보다

태희가 안전벨트를 해준다. 무안한 수정은 괜히 머리를 매만지고

헛기침을 한다.


-일부러 그런거지?


태희가 수정을 위아래로 노려보다 출발한다.


-버스나 전철엔 안전벨트가 없거든, 습관이 안되서 그래....됐니?


수정이 힐끔 째리며 고개를 돌린다. 차가 도로에 진입하고 태희는 음악 볼륨을

높인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잔잔하게 흐른다.


-하이고, 꼴에 팝송은.....스피커 하난 죽이네, 뭐.


수정이 괜히 힐끔 거리며 창 밖을 본다.


-저녁 같이 먹을 거지?


태희의 말에 수정이 돌아보며 장난처럼 묻는다.


-소원이야?

-야, 넌 니가 이쁜 줄 아냐? 신데렐라가 왜 왕자 눈에 띈 줄 알어? 미모가

그래도 받쳐 주니까 왕자가 혹한거지, 너 같은 애한테 무슨 매력이 있어서

왕자가 혹하냐? 스스로 좀...민망하진 않냐?


태희의 말에 수정이 화도 좀 나지만 무안하기도 해서 아무렇지 않은 듯

툭 내뱉는다.


-이 정도면 뭐...나름대로 귀엽지, 그러는 넌...뭐, 잘난 줄 아니? 하이고..

지는 거울도 안보나, 너나 나나...거기서 거기지.


수정의 말에 기가 막힌 듯 태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뻔뻔한데다 공주병에, 거기에다 주둥이는 어찌나 살았는지...


태희의 말에 수정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창가로 고개를 돌린다.




************




강회장의 호출에 태경이 회장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온다. 박전무가 먼저

와서 앉아 있다. 태경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들어와 쇼파에 앉는다.

강회장이 서류를 태경의 앞에 툭 던지며 말한다.


-명단대로 처리해.

-네, 회장님.

-그리고 말야, 내일 점심 때 태희 좀 불러.

-무슨..일로?

-이회장네하고 점심 약속 했어, 니가 알아서 불러내. 그런 자리라 그러면

그 녀석 십중팔구 줄행랑 칠 녀석이야.

-네, 알겠습니다.

-나가봐.


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들고 나가자 강회장은 유리병에 든 박하사탕을

하나 꺼내 먹으며 박전무를 본다.


-제주도는 다음 주 중으로 인사 발령 내려.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지시해놨습니다.


그때 인터폰이 울린다. 강회장이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자 여비서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사모님 전홥니다, 회장님.

-연결해.


수화기를 드는 강회장, 박전무는 그런 강회장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무슨 일이야?...뭐? 갑자기 냉장고는 무슨...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구

끊어, 멀쩡한 걸 뭐하러 사?...거, 남편은 말이지 한 푼이라도 벌어 볼

생각을 하는데 집구석에선 아주 돈을 못 써서 환장했어...엉뚱한 짓

벌였다간 알아서 해.


전화를 끊은 강회장은 혀를 찬다. 그러자 박전무는 슬밋 웃음을 짓는다.


-여편네가 집구석에서 할 짓이 없으니 돈 쓸 궁리만 해...쯧쯧





************



오늘도 여전히 한 쪽 구석에 있는 빈 테이블 앞에서 열심히 인사예절과

더불어 식사예절까지 교육을 받고 있는 수정, 멀찌기서 태희가 힐끔

그런 수정을 보다 웃으며 돌아선다. 로비를 지나쳐 가는데 총지배인이

퀵 서비스 직원과 말을 나누고 있는 걸 본다.


-뭐야?


태희가 힐끔 고개를 내밀고 보자 퀵 서비스 직원은 총지배인에게

꽃바구니를 건네주고 간다.


-뭔데? 남자가...꽃두 선물로 받냐?

-내 꺼 아냐 임마, 니가 데리고 온 여자 애껀데?

-뭐?

-황보수정 맞지?


총지배인이 바구니를 들고 가려 하자 태희가 지배인의 팔을 잡는다.


-누가 보낸거야?

-그건 나두 모르지, 보니까 카드도 있긴 하던데...그래두 사생활인데..


지배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태희가 카드를 낚아채 열어본다.


생일 축하한다 수정아...다른 건 다 잊겠는데, 생일만큼은 못 잊겠다.

평생...그럴 것 같아. 생일 밥, 꼭 챙겨 먹어......성진우.


태희는 표정이 굳어지고 카드를 도로 꽂아 둔다.


-야, 너 매너없이 이게 무슨 짓이야?


태희는 대꾸도 하지 않고 돌아서 간다. 총지배인이 그런 태희의 뒷모습을

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탈의실로 들어간다.





***************



강회장네 집안으로 대형 냉장고를 들고 들어오는 인부 몇이 눈에 띤다.

주방안은 어수선하고, 그때 수정의 새어머니가 들어온다. 태희의 모친이

주방에서 나오다 새어머니를 본다.


-안녕하세요, 여기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소개해서 왔는데...

-아, 네에...어서와요, 지금 정신이 없네...잠깐 좀 계세요...아저씨, 조심해서

들여놔요.


모친이 주방으로 들어와 인부들이 내려 놓는 걸 보고 난 뒤 거실로 나온다.


-앉아요.

-네.


새어머니가 쇼파에 앉자 모친이 마주 보고 앉으며 본다.


-전에 계시던 아줌만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거 아시죠?

-네, 그럼요...

-집안에 그런 일만 없었어두 사람 안 바꾸는데, 하두 아줌마가 칭찬을

많이 하시더라구요...음식 솜씨가 좋으시다구.

-아유, 별 말씀을요...사실, 예전에 식당을 한 적이 있긴 합니다.

-그래요, 잘됐네...우리 집 바깥 양반이 한식을 좋아해요, 언제부터 그럼?

-낼 당장이라두 저야 뭐...

-그럼, 낼부터 오는 걸루 하죠...저녁에 아침 준비 정도만 해주시고

가면 되니까, 아침엔 아홉시까지 오시면 되구요, 저녁엔 여덟시까지

하셔야 해요.

-그러겠습니다, 사모님.


모친이 흰봉투를 내민다.


-선불이에요, 신경 좀 써 주세요.

-네...


새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봉투를 챙겨 인사를 하고 나온다. 정원으로

나온 새어머니는 둘러보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유, 이런 집은 대체 얼마나 하는 거야?


앞에 람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다가섰다가 깜짝 놀라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다.


-에그머니...아휴, 놀랬잖아 이놈아.


새어머니는 휘둥그레진 눈을 번뜩이며 둘러보면서 대문 밖을 나간다.




***********



수정이 힘없이 나오는데 팀장이 옆에 와서 걸으며 말을 꺼낸다.


-일주일 내내 교육만 받아야 할 거야...근데, 정말 강태희씨하곤

어떤 사이야?


팀장의 말에 수정이 짜증이 나지만 애써 웃으며 이를 앙다물고 말한다.


-채권, 채무자 관계요.


그렇게 말하고 수정이 목례를 하고 걸어 나가자 팀장이 기가 막힌다는 듯

노려보고 섰다. 수정이 제 팔을 두드리며 탈의실로 들어가자 못 보던

꽃바구니를 힐끔 본다. 선영이 수정의 등을 툭 친다.


-이거 너 앞으로 온 거라던데?

-내 앞으로?

-어, 누구야?


수정이 누군가 싶은 표정으로 바구니를 살피면 카드가 보인다. 수정이 카드를

꺼내 읽고는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리곤 짧게 한숨을 내쉰다.


-강태희씨가 보낸 거야?

-아냐, 친구가 보낸 거야.

-난 또....


선영이 웃으며 사물함을 연다. 수정이 옆에 서서 사물함을 열고 옷을 갈아

입는다.


-다음주면 인사발령 있대, 보통 인사발령이면 윗사람들 얘기거든...근데

이번엔 우리들 중에서도 몇이 뽑혀 간대.

-어디루?

-제주도 호텔루...몰랐지? 허긴...넌 어제 들어와서 모르겠구나, 근데

강태희씨가 그런 말 안해?

-아니....그런 얘기할만큼 친한 건 아냐.


수정이 옷을 갈아 입고 바구니를 본다. 저걸...가져가야 되나?

바구니를 들고 수정이 선영과 함께 탈의실에서 나온다. 로비로 나온

두 사람, 로비로 나오는 태희와 마주친다. 선영이 수정의 팔을 툭 치자

수정이 태희를 본다.


-나 먼저 간다.


선영이 손을 들어보이고 태희에게 목례를 가볍게 하며 지나쳐 간다.


-그건 또 뭐냐?


태희가 모른 척 꽃바구니를 보며 묻자 수정이 뒤로 감춘다.


-아냐..암 것두.


태희가 시큰둥하게 수정을 보다 돌아서 걷자 수정이 이상한 듯 보며

뒤따라 걷는다. 그런 두 사람을 팀장이 멀찌기서 바라보고 서 있다.




************



서둘러 마치고 진우가 사무실에서 나오자 건물 밖에 윤미가 와서 서 있다.

윤미 옆에는 흰색 뉴코란도의 신차가 세워져 있다. 진우는 표정이 없다.

진우가 다가와 서자 윤미가 자동차 키를 흔든다.


-더 좋은 차로 사주고 싶었는데, 너 화낼 것 같아서...그래두 이 차가 이번에

새로 나온 신차야. 나 오늘 차 안가지고 왔어, 니 차 타려구.


윤미가 키를 건네주자 진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키를 받아 든다. 윤미가

돌아서 옆 좌석 차문을 열고 돌아본다. 진우가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다.


-안 갈거니? 나 배고파...너 기다리느라 허기졌단 말야.


윤미가 차에 오르자 진우는 말없이 운전석 문을 열고 탄다. 자신이 순간

비참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진우는 말없이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윤미가 음악을 켜고 진우를 돌아본다.


-뭐 먹을래?...먹구 싶은 거 얘기해봐...접때처럼 국밥만 빼구.


윤미의 말에 진우가 차를 한쪽에 다시 세운다. 그리곤 윤미를 본다.


-너...니가 노력하는 만큼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어쩔래?


진우의 말에 윤미의 표정이 굳어진다.


-내가 널 떠나지 않으면서도 너한테 마음을 내주지 않으면 어쩔거야?

그래두 이렇게 계속 나 볼거니?

-아니, 어떻게든 나한테 맘을 주게 만들거야...그건 걱정하지마.

벌써 넌...아주 조금은, 백분의 일쯤은...나한테 내어줬어. 너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게 다라면?

-그럼...나두 너한테 그만큼만 마음을 주면 돼....지금 내가 너 아님

죽겠다고 한 건 아냐, 그 정도는 나두 할 수 있어....뭐가 문제니?

여전히 수정이 때문에 나한테 맘을 열지 못하겠다는 거니? 수정인

전혀 너한테 맘이 없는대두? 상관없어...그럼, 어차피 너나 나나

같은 신세니까. 나두..가끔 다른 사람을 보면 돼. 니가 수정일 보는 것처럼.

배 고파, 그만 가자.


윤미가 고개를 돌리자 진우가 가만히 윤미를 보다 시동을 걸고 다시

출발한다.




***********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태희는 화가 난 사람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고

운전만 하고 있다. 수정은 괜히 그런 태희가 신경이 쓰이고 힐끔힐끔

눈치를 보고 앉아 있다. 그러다 수정이 먼저 헛기침을 하며 말을 꺼낸다.


-아니...어디 가는 거야? 이 방향은...우리집 가는 방향이 아닌데?


수정이 묻는데도 태희는 말없이 앞만 보고 있다. 수정이 괜히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하며 창가로 고개를 돌린다. 태희가 도착한 곳은 남산타워 앞

이다. 수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태희가 차문을 열자 차에서 내린다.


-여긴 왜?...


수정이 멀뚱히 태희를 보자 태희가 수정의 손을 잡고 끈다. 수정은

얼결에 따라 가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앞에 선다. 내려오는

케이블카에 오르자 케이블카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좁은

케이블카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 수정이 괜히 머쓱해지고

어색해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서울 야경이 눈에 들어오자

수정은 입을 쩍 벌린다. 서울서 살면서 단 한번도 여길 온적이

없는 수정은 아름다운 서울 야경에 넋을 잃는다.


-와....정말 이쁘다.


수정이 넋을 잃고 보자 태희가 고개를 돌려 수정을 본다. 수정의 그런

표정을 보자 태희는 슬밋 웃음이 나고, 수정이쪽으로 고개를 삐쭉

내민다. 그러다 수정이 고개를 돌려 태희에게 야경을 말하려 하는데

둘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순간 수정이 움찔 놀라고 태희도

머쓱해 하는데.....


-저기....서...서울 야경이...이렇게...이쁜 줄 몰랐네...그...그치?


수정의 말에 태희는 수정의 눈을 본다. 수정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피하려 하지 태희가 수정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한다. 수정의 눈이

동그래지고, 무릎위에 올려진 수정의 손이 제 옷을 움켜 잡는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