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06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hanmail.net)
등장인물
-최선우(남, 34세, 화자) :엔터테인먼트(탈렌트, 영화배우, 가수)
-김윤아(여, 31세) :드라마 작가
-강현민(남, 26세) : 엔터테인먼트(탈렌트, 영화배우, 가수)
-이태석(남, 36세) : 탈렌트, 영화배우
-드라마 감독 및 스탭들
-매니저
-소희영(여, 27세) : 탈렌트, 영화배우
-그 외 ...
#
다행히 비행기는 더이상 사고없이 착륙했다. ^^
진짜 사고는 우리가 우리 거처에 도착한 뒤에 터졌다.
[마녀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안그래도 날카로운 하이톤의 목소리가
아파트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_)+$%^@"
알아듣기 힘든 중국어도 높은 고음으로 울려퍼진다.
옷장에 옷을 넣던 나는
문을 빼꼼히 열고 들여다보는 현민에게 물었다.
[선우 : 왜 저러냐?]
[현민 : 작가 누나, 우리 아파트 문 마주보는 홋수로
아파트 계약했잖어.]
[선우 : 근데?]
[현민 : 며칠 늦게 왔다구 집주인이 지 맘대루
계약 해지하고 딴 사람을 들였대.]
[선우 : 넌 그걸 어떻게 다 알아듣냐?]
[현민 : 통역관 스탭이 말해줬어.]
[선우 : -_-;]
매니저가 들어왔다.
[매니저 : 저거 심각해지는데...
김작가님 당장 오갈데 없게 됐는데...]
태석형, 현민, 나, 매니저는
한 아파트에 살기로 되어 있어
현민과 매니저가 미리 제 날짜에 도착해서
큰 잡음은 없었지만...
모두 거실로 나갔다.
거실이래봤자 거실=부엌이다.
[태석 : (욕실서 씻고 나오며)
희영이 쪽으로 가면 되지 않나?]
[선우 : 글쎄....]
아직 희영이하곤 그다지 친하지 않은 거 같던데.
게다가 희영이도 나처럼 드라마와 영화로 많이 알려진
A급 스타인데다 CF도 꽤 찍은 덕에...워낙 애가 콧대가 높아져서... -_-
우리와 달리 희영이 소속사에선 희영의 까다로움에 못이겨
고급 빌라쪽에 거처를 마련해줬다고 들었다.
안그래도 그걸 갖고 마녀가 무척 불만이었던 모양인던데..
과연 그리로 갈까...?
한참의 고성(?) 다툼 끝에
현관문이 벌컥 열리면서
느닷없이 짐가방이 튀어들어왔다.
-_-;;
뒤이은 마녀의 등장!!!
[마녀 : 별 수 없네, 여긴 방 있어요?]
[매니저 : 저, 저... 그게]
매니저와 현민이 방 하나,
나와 태석형이 방 하나...
이렇게 두 개 뿐인데.
[현민 : (도리도리) 없어...]
[마녀 : 그럼 난 거실서 잘께요.]
[모두 : 0.0 서, 설마...]
[마녀 : 도리가 없잖아요, 나도 매일 촬영장에 가서
대본 수정체크해야 되는데
따로 길도 모르고 말도 모르고...
그 쪽 차 얻어타고 움직여야 되는데
멀리 갈 수 없어요!!]
아, 아니... 그래도오....
여긴 현민이, 매니저, 태석형, 나까지...
늑대만 있는 소굴이란 말야!!! -_-;;;;
#
[선우 : 부, 불이야~!!!!]
현관문을 열자마자 집 안에 가득찬 뭉개뭉개 연기들...
[마녀 : 아, 왔어요? ^^]
[태석/현민/매니저 : (뛰어오며) 뭐, 불? 불? 0.0]
[선우 : 부, 불...!! -_-;;; 아니 지금 뭐하는 거에요?]
[마녀 : 보면 몰라요? 뜸 뜨는 거잖아요. ^^]
[매니저 : (물통 들고 뛰어옴) 헉헉...어디 불울...?]
마녀가 늑대의 소굴에 쳐들어오고나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_-;
[선우 : 창문 닫고 그러니까 온통 연기잖아요!!!]
[마녀 : 아... 벌레가 많이 들어와서 ^^
다 뜨고 환기시키려고 했어요..]
벌컥벌컥 창문을 몽땅 열어제쳐놨다.
TV에선 한참 중국 드라마가 방송중이다.
시끄럽고 연기차고...
아, 정신 산만타..
어...저건 내가 나온..드라만데,
내 대사는 중국어로 성우가 더빙해서 방영된다.
[선우 : 알아듣지도 못하는 건 뭣하러 봐요?]
[마녀 : (뚱해서-) 대충 연기로 알아보는 거죠.
화났어요?]
[선우 : ...됐어요.]
옷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는 내게,
[마녀 : 저녁 해놨으니까, 얼른 씻고 나와요.]
[현민 : 와아 ^^ 정말? 정말? 넘넘 배고팠는데...]
허이구~ 그래도 얹혀사는 주제는 아는 모양이네.
다른 사람들 요리는 마지못해 먹어줘야 하는 수준이라
대부분의 요리는 자취 경력있는 내가 하는데...이런!
또 주방을 얼마나 휘저어놨을라나...-_-;;
[매니저E : 와.... 한식이닷!!!!]
[태석E : 된장찌개도 있네요, 정말 잘 먹을께요.^^]
오늘 아침에 내가 한 건 한식이 아니라 일식이냐? -_-
늦잠 좀 자서 라면을 끓여줬기로서니...
[마녀E : 밥은 밥솥이 하고, 반찬이랑 김치는
대형마트 한식코너에서 사왔어요.^^]
...그럼, 그렇지. -_-;
#
"흐흐흑~ 흐흑~"
으음... 이건 웬 귀신 신나라 까먹는 울음 소리냐...잉? 0.0
벌떡!!!
방 안은 깜깜하다.
그럼 아직 밤인데....
꾸, 꿈을 꿨나? -_-;
"흑흑...흐흐흑~"
우, 울음 소리...0.0
귀, 귀신... 처녀 귀신 울음 소리....헉!!!
[선우 : 형, 형....]
옆에서 자는 태석형을 흔들어봤지만,
좀처럼 깨지 않는다.
이거...모른척하고 다시 자면 되지 않을까?
근데...다시 잠을 잘 수 있을까?
태석형 옆에서 자는 매니저 형을 흔들었다.
[선우 : 형, 형, 일어나 봐...]
[매니저 : 음냐리... 자갸~ ^^;;;]
[선우 : 억! -_-;;;]
매니저형은 색시 꿈을 꾸나보다.
나를 와락 끌어안는 바람에 겨우 버둥대서 빠져나왔다.
가만...? 이젠 안들린다?
"흐흐흑...."
시펄...
어쩔수없이 태석형의 가슴을 건너,
[태석 : 억... 음냐리~]
매니저 형의 아랫배를 밟고 건너,
[매니저 : 컥- 쿨쿨~]
마지막으로 문 쪽에 쭈그리고 자는 현민이를 건너려다
그만 얼굴을 차고 말았다.
[현민 : 누구냣! 다 덤벼랏!
(벌떡 일어나 앉아 허공을 째려보더니, 다시 벌렁 누워 잠듬)]
나는 방을 나와 귀신 울음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흑흑...."
오래 찾을 것도 없었다, 화장실 -_-;
그 곳을 향해 가는 그 짧은 동안 벼라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쩐지... 잘 나가는 도시치곤 아파트 계약금이 싸다 했어.
혹시 여기 무덤이나 전쟁통에 죽은 사람들 시체를 아무렇게나
쌓아놓았던 곳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온갖 혼령들이 울구불구 접시랑 수저 던지구 그러는-_-;
그러면 이 아파튼 전체가 고스트 하우스...?
혹시 어떤 공포영화 내용처럼 이 아파트 주민 모두가 악마는 아닐까?
그러고 보니 앞집 아줌마가 얼굴이 요즘 허엏게 뜨던데 -_-;;
그, 근데... 화장실 문이 열려있네?
불, 불도 켜져있어...-_-
요즘 귀신은 불도 켜고 사나?
[선우 : 여, 여기서 뭐해요?]
제, 제길... 혼자 온갖 주접스런 생각을 했던 것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라갔다.
[마녀 : 흑흑... ]
눈 팅팅 부어서 변기에 앉아 울고 있던 건 마녀였다.
[선우 : 우씨... 귀신인 줄 알고 놀랬잖아요!!!]
[마녀 : 쿡-]
웃지마...
눈은 토끼눈으로 벌개가지고...말야,
넘 공포스럽단 말야.-_-
[마녀 : 흑-]
또 우네...
[선우 :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마녀 : (도리도리) 훌쩍훌쩍-]
참 내... 괜히 잠 설쳤네...
[선우 : 아무 일도 없이 울어요?]
[마녀 : ....훌쩍]
[선우 : 말하기 싫음 말아요...]
돌아서려는데...
[마녀 : ... 꿈을 꿨어요...]
[선우 : ?]
[마녀 : ...첫사랑이었던 사람을 봤어요...]
[선우 : ...]
[마녀 : 느낌이 안좋아요,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은데...훌쩍.]
첫사랑...
꿈에 나타날 정도면
아직도 사랑하는 걸까?
[선우 : 연락...안되요?]
[마녀 : (도리도리) ...]
도리가 없는.... 상황이네.
[선우 : 그냥 개꿈꿨다 생각해요.^^]
[마녀 : 아니요, 이런 꿈... 어두운 3차원 속에
사람이 서 있는 꿈 꾸고나면
항상 그 사람한테 사고가 났었어요.]
...예지몽?
[선우 : 그럼 어떻게든 연락해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왜 더 흥분하지?
마녀는 눈물이 대롱대롱 맺힌채로
슬그머니 미소짓는다.
[마녀 : 됐어요...어디선가 벌써 애 아빠되서
잘 살고 있을텐데...후우-]
[선우 : ...]
[마녀 : 들어가세요...]
[선우 : 그럼... 세수하고 자요.
얼굴이... 많이 미워요 ^^]
[마녀 : (끄떡끄떡) ...]
화장실 문을 닫아주려는데
마녀의 혼잣말이 들렸다.
[마녀E : 나쁜 놈, 끝까지 나한테 한번도 맘도 안주면서
왜 아직도 날 힘들게 하니?
그냥 잘 살면 안 돼?]
....
방문 앞에서
현민이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매니저 형의 똥배를 밟아주고,
태석형의 가슴을 기어서 넘어와
내 자리로 돌아와서...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느닷없이 첫사랑이라니...
내 첫사랑은 언제였더라...?
고마 자자... 내일은 야외 촬영이다,
하루종일 넓다란 들판을 뛰어다녀야 한다.
#
오늘은 중국 국경일이다.
모든 가게, 기관들이 셔터를 내리고 쉰다.
중국 사극 세트장 관리 담당자도... 쉰다.
감독과 마녀가 항의를 했지만,
뼛 속 깊이 만만디가 배어있는 중국인들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 자물쇠를 잠그곤
두 손 모아 "즐거운 휴일을!" 인사까지 하곤
즐거운 표정으로 세트장 건물을 떠났다.
뻥친 우리 송림세자 팀만 남았다.
[마녀 : 이거 계약 위반 아니에요?]
[감독 : 계약할 때 이런 경우는 생각도 못했지.]
아싸~ 우리 놀자~ 놀자~^^
[희영 : 그럼 우리 어떻해요?]
[마녀 : 어떻하긴 각자 알아서 연기 연습이나 해야지.]
[코디 : 집에 가자.]
[희영 : 아이~ 답답해! 쇼핑이나 가요.]
코디가 마녀 눈치를 살핀다.
아니나 다를까...
[마녀 : 쇼핑같은 소리하네, 너 자꾸 대사까먹구 NG내서
시간 낭비한 게 얼만지 알기나 아니?
집에 가서 대사나 제대로 외워!]
[희영 : 어머... 저만 NG내요? 왜 저만 미워해요?]
[마녀 : 다른 사람들은....야, 야, 됐다...
다들 하루 푹 쉬면서 대본이나 보세요~]
[감독 : 철수!]
#
쉰다고...?
오늘 모처럼 짬이 났으니, 장보러 가야한다.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몸도 쬐그만 마녀가 얼마나 잘먹어대는지...-_-;
웬만한 시골 머슴밥도 뚝딱이다.
머슴밥이 뭐냐구?
힘든 노동하는 머슴들 밥은
커다란 놋그릇에 밥을 한가득 퍼주고도 모자라서
그 위에 산처럼 밥을 얹어준다.
우리가 흔히 전래동화책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밥그릇에 산처럼 곱게 쌓인 밥들 말이다.
그래서 나는 먹거리를 사러 나가야 한다.
마녀한테 바칠 제삿 음식을 장만하러...잉?
[마녀 : 그게 뭐에요?]
[선우 : 선그라스요. @-@]
[마녀 : 저건요?]
[선우 : 모자요.]
창 넓은 모자를 푹 눌러썼다.
[마녀 : 이건요?]
[선우 : 마스크요. 이쁘죠? ^^
별이 반짝반짝 ^^ 벼룩시장서 샀어요.]
[마녀 : -_-;;; 지금 무슨 스파이 영화 찍으러 가요?]
어허...모르는 소리.
매니저 형이나 현민이 태석형, 마녀는...
아직 중국 방송에 안나가서 사람들이 모르지만
난 드라마 영화 가요 프로... 안나간데 없어서
정체를 들키면 온갖 시달림을 당해야 한단 말야.
지난번엔 옷도 찢기고, 키스도 당했단 말야 -_-;;;
[마녀 : 왕자병 말기, 과잉반응...]
뭐라해도 마녀 당신은 내 괴로움을 몰라.
#
여긴 대형마트...
중국도 개방화 물결 이후 많은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
사는 게 많이 간편하고 편해졌다.
특히 백화점 같은 곳은 상류층을 위한 물건들로 넘쳐난다.
대형마트 매장의 절반이상...
가요CD나 드라마 영화 테잎,
가수 아해들이 입고 신고 나온 물건들은
어김없이 한국산이다.
그리고... 3층 옷매장엔 내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려있다.
세미 양복입고 폼잡은 브로마이드 ^^
IT계열, 사업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단다...
얼마 전에 중국 드라마에 IT 벤처 사업가로 출연한
내 이미지 덕 아니겠냐 ㅋㅋ
뭐 어쨌든 한국 물건이 많아
나로선 손에 익은 걸 고를 수 있으니
무지 편한 일이다.^^
얼마전부턴 김치가 다이어트와 암예방에 좋다고
소문이 나서 한식코너도 훨씬 넓어지고
음식 종류도 다양해졌다.
[마녀 : 와- 우리 이것도 해 먹어요 ^^]
[선우 : 해먹을 줄 알아요?]
[마녀 : 아뇨 ^^ 선우씨가 하면 되잖아요]
내가 무슨 자기 전용 요리산 줄 아나?
[태석 : 그래 해먹자, 너 할 줄 알지? ^^]
[선우 : 뼈다귀탕은 뼈다귀를 오래오래 푸욱 삶아야되고...
계속 지키고 서 있어야 된단 말....윽!]
[매니저 : 간만에 몸 보신 좀 하자 ^^]
매니저 형이 카트기에 뼈다귀를 가득가득 쌓아놓는다.
현민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과자를 집어 던져넣는다.
[선우 : 이 사람들이!!!
내가 집에서 노는 아줌만 줄 아나?!]
[마녀 : (무시하며) 감자는 어딨드라~]
[태석 : 파랑 양파도 한꺼번에 삽시다.]
[선우 : 난 못해! 못해!]
[마녀 : (불쑥 얼굴 들이대고) 왜 못해요?
난 선우씨가 해 준 밥이 젤 맛있던데!!! ^0^]
...음식하는 사람한테
'제일 맛있더라'는 말만큼
쥐약인 말은 없다 -_-;
[매니저 : 햐- 그림 되는데? 둘이 잘 어울린다.^^]
[선우 : ?]
[마녀 : ?]
[현민 : 어? 정말이네?
선우 형 몸집도 여린데,
작가 누나두 작고 똥글하고...
한쌍의 바퀴벌레~ 악!]
[선우 : (카트기의 과자봉지 던지며)
이 자슥이! 귀엽다귀엽다 하니까
아주 형한테 기어 올라요~]
현민인 헤헤거리며 태석형 뒤로 숨고
태석형은 내가 던지는 과자봉지를 착착 받는다.
무예 실력이 많이 늘었군 -_-;;
"@#^$#%#@$&(*)*&%$^?"
아까부터 계속 따라오며 수군거리던
아가씨 둘이 드디어 말을 건다.
나를 알아보는 거 같다.
후다닥~ 후다닥~ 서로 모른척, 모른척...
마녀와 나는 1미터 반경으로
후다닥 떨어져서 딴청피웠다.
난... 아픈 척 기침까지 콜록거리며
내가 최선우가 아닌 척 쇼를 해야 했다.
최선우라는게 알려지면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쉽게 빠져나갈 수 없으며,
이 곳은 다시 올 수 없다.
기껏 여기 매장 진열 순서에 익숙해졌는데.
제길... 내 마스크는 어디로 간거야??
저만치서 마녀가 웬 마스크를 쓰고
전시대 뒤로 숨는게 보인다.
마스크에 별이 반짝반짝 -_-;
#
[희영 : 오빠아~*^^*]
[선우 : 어, 여기야~ ^^]
아까 원맨쇼 하는 동안 동행이었던 이들은 다들 도망갔고,-_-
겨우 수습하고 나니 희영이한테서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타국에서 어이없이 개인 시간을 갖게 되니,
어지간히 심심한 모양이다.
그래서...난 복수의 개념으로 ^^
먹거리를 차 트렁크에 싣는 즉시
그대로 내뺐다.
희영이가 정한 장소는 **백화점 내 커피숍.
중국 내 상류층 중에서도 갑부들만 상대한다는
백화점으로 유명한 곳이다.
[선우 : 여기서 뭐하려고? 쇼핑?]
[희영 : 그냥 구경이나 하지 뭐 ^^
예쁜 거 있음 사고...
참, 여기 스카이라운지도 있어~
오빠 여기 안 와봤어?]
[선우 : 응.]
아무리 한국에 비해 낮은 중국 물가라해도
꽤, 비쌀텐데 -_-
#
대형마트에 비해서 무척 한가롭긴 하지만
옷을 갈아입거나 백, 구두를 골라보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런 곳은 여유롭구나....
가진 것이 있다는 것이...
사람을 저렇게 여유롭게 만드는구나....
[희영 : 어머, 이것봐, 이쁘지? 이쁘지?]
희영이가 머리핀을 머리에 갖다대곤 팔짝팔짝 뛴다.
슬쩍 보니 명품 류다.
[희영 : 이거 한국서 아는 가게 언니한테서 하나 얻으려 했더니,
치사하게 안주잖아. 흥~ 내가 보란듯이 하고 가야지~
이거 얼마에요? 하우머치?]
협찬이라면 몰라도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자기 이름 건 작품도 아니고
그걸 그냥 주겠냐?
안그래도 이것저것 은근슬쩍 공짜로 가지려는
연예인들 때문에 말이 많은데....
짠순이 짠돌이 모양도 적당히 해야지...
희영인 기어이 머리핀을 사서 머리에 꼽았다.
[희영 : 어때?]
[선우 : 이뻐. ^^]
니 미모에 쓰러진 중국인이 수천백만이다 ^^
희영인 타지에 떨어진 외로움을 보상하려는 듯이
이것저것 둘러보며 입어보고 신어보고 발라보며
한아름 구입했다.
덕분에 나는 짐꾼이 되었다 -_-;
[선우 : 야...야... 너 카드 한계까지 쓴 거 아냐?]
[희영 : 아냐, 괜찮아~ 오빠 이제 스카이라운지 가자~
오늘 나 보디가드해주고, 짐도 들어주는데
한 턱 쏠께. ^^]
[선우 : 그럼.. 안 사주려고 했어? ^^]
#
스카이 라운지 야경...중국의 신도시 풍경도 꽤 멋지다.
[선우 : 코디는 어디가고 너 혼자 나왔어?]
[희영 : 잠잔대, 피곤하다고.]
[선우 : 그래도 혼자 나오는 건 위험하지~]
[희영 : 피이~ 오빠가 있는데 뭐.]
[선우 : 나도 안나왔음 어쩌려구.]
[희영 : 나왔잖아 ^^]
[선우 : 후후...]
[희영 : 오빠랑 나랑 이렇게 단 둘이
밥 먹어보는 것 첨이다, 그치?]
[선우 : 그렇네 ^^]
희영일 안 지 꽤 오래 돼는데..
대부분... 스탭들, 연기 동료자들과 같이
우르르 몰려가서 먹은 경우는 많았지만...
[희영 : 근데 오빠네 아파트에 마귀할멈도 같이 있으면 안불편해?]
마, 마귀할멈 -_-;
그렇구나... 마녀뿐만 아니라
마귀할멈이란 좋은 호칭도 있었어 ^^
[선우 : 많이 불편하지...^^
근데 니 쪽으로 가면 니가 불편할 거 아냐.]
[희영 : 그 마귀할멈은 지 있는데 하나도 못구하고
왜 그렇게 빌빌대는거야, 정말, 칫.]
[선우 : 그래도 가끔 밥도 해주고 빨래도... 흡!]
[희영 : 뭐? ]
[선우 : 아, 아냐... ^^]
어느날 마녀가 아주 태연히 건조대에 우리 속옷을 널고 있는 것을
촬영 끝내고 들어오다가 목격한 우리 늑대들이 더 쪽팔렸는 걸.
[희영 : 오빠랑 나랑 이렇게 있으니까 분위기가 묘하다 ^^]
[선우 : 으응?]
[희영 : 난 오빠가 참 편해 ^^]
[선우 : 나도 너 편해 ^^]
[희영 : 그래서 오빠가 좋아.]
[선우 : 나도 니가 좋... 응?]
[희영 : 오빠를 사랑하나봐.]
[선우 : *^^* 아하하하- 너 얼마전까지 사귀는 사람 있었잖아.]
[희영 : 벌써 전설의 고향 된지 오래인걸...]
[선우 : ...그, 그래..? ^^;;;]
땀난다....
희영이가 토크쇼같은데서 간혹 엉뚱한 소리를 잘해서
당돌한 아이인 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이렇게 직선적인 고백이라니...
난 구닥다리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한가진 분명하다.
나한테 희영인 여동생같은 귀여운 아이이지...여자는 아니다.
제일 확실하게 거절하는 방법은,
[선우 : 나, 난...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희영 : (실망) 누구? 마귀할멈?]
[선우 : (경악) 뭐? 누가 그래?]
[희영 : 아냐? 난 오빠가 마귀할멈 쫌만 힘들라치면
자꾸 화를 내길래... 아냐?]
내가 그랬나....?
그런 표가 났나?
희영이말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표나게 그러니까
나하고 마녀를 묶어 세트화하려고 했던 걸까?
어쩐지 다들 자꾸 이상하더라니...
[선우 : 아하하하- 내, 내가 더위 먹었냐?
마귀할멈을 좋아하게.]
[희영 : 그렇치? ^^ 아니지?
아니면 내 상대도 안되겠네, 뭐.]
[선우 : -_-;;;]
얘, 얘야...
미모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야.
아름다운 아내와 살면 1년이 행복하고
지혜로운 아내와 살면 말년이 행복하고
사랑스런 아내와 살면 평생이 행복하댔어.
누가? 나 최선우의 말씀! ^^
난 평범하게 자기 일을 갖고
작은 것에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일반인 여자가 좋다.
많은 예쁘고 사랑스런 여배우들과
호흡맞춰 연기를 해왔어도...
신경써주고 잘 해주긴 해도...
그다지 맘에 두는 사람이 없는 건 그때문이다.
[선우 : 마귀할멈도 뭐 니 상대는 안되지.]
[희영 : 대신 기숙사 사감 선생같이 맨날 떽떽거리잖아.]
[선우 : ^^ 무섭냐?]
[희영 : 칫, 누가 무섭대, 귀찮은 거지.]
#
넓디넓은 세트장에서 한바탕 무예 씬이 펼쳐졌다.
현민이가 피아노 줄에 의지해 여기서 저기로 날아다니고,
태석형은 나와 가짜 검으로 대결하는 중이다.
태석형과 나를 막으려고
칼을 들고 중간에 끼어드는 희영이...
두 남자에 의해 곧 떠밀려난다.
세자빈 역을 맡은 동희씨는
원래 무예하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구석에 처박혀 발발 떠는 연기만 하면 됐다.
[감독 : 컷!!!!]
온몸에 땀이 주룩주룩 물처럼 흐른다.
가짜 검이래도 진짜 검처럼 묵직해서
그걸 계속 들고 있으려니 손에 물집이 다 생겼다.
사극이라 장갑끼는 거 같은 건 꿈도 못꾼다.
그저 매일 물집 터트리고 약바르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 세자도 무예를 제법 익혔었구나...
우리나라 사극엔 기껏 왕이 사냥나가거나
궁 뜰에서 화살이나 쏘는 장면만 나와서
왕이나 왕자들은 본격적으로 무예를 익히는 줄
전혀 몰랐다.
송림 세자는 자신의 미진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중국의 읍내 떠돌이 무예가를 불러들여 사사받을 정도로
자신의 관리에 투철한 인물이었다.
자신의 건강, 생각, 사상이...
한나라의 운명과 백성들의 목숨을 좌우한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는 이였다.
그런 자의 죽음이 식중독이라고 판명되다니...
절대 그렇진 않을 것이다.
마녀와 많은 사학자들의 주장대로
죽은 뒤 시체가 녹아들었다는 증언대로...
독살당한 것이 분명할 거다.
[마녀 : 소희영! 너 동작은 제대로 알고 하는거야?]
또... 무슨 잔소리를 하시려고.
마녀는 희영의 손에서 검을 뺏어
(희영의 검은 여자 검이라 가벼운 편이다)
대뜸 희영을 상대로 찌르고 빠지고 돌고
다시 숙여서 찌르는 동작을 해 보였다.
희영인 마녀의 느닷없는 공격에
안다칠 거 뻔히 알면서도
꽥꽥 비명을 질렀다.
[마녀 : 아까 세자하고 선공자 사이에 끼어들때
숙여서 찌르는 동작까진 하고 빠져야지,
왜 도는 부분에서 빠지냐고!
너 어제 대본은 제대로 들여다봤니?]
아아... 왜 하필면 동작까지 세세하게 지문으로 적어놔서!
마녀의 눈에 걸리냐.
[희영 : (삐쭉)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요.]
우리 실수도 있었다.
[태석 : 김작가님 우리도 잘못했어요.
제가 먼저 희영일 밀었거든요.]
[마녀 : 그래도 자기가 언제 빠지는지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희영 : 작가님은 어떻게 한가지도 유도리있게 가질 못해요?
어쨌든 원하는 방향으론 씬이 나왔잖아요!!!]
어라... 희영이도 이젠 제법 대드네.
평소엔 교양있게 얌전 떨더니만.
[마녀 : 너는 작가가 쓸데없이 글 몇 줄 추가하려고
수십번씩 대본을 들여다보고 수정하는 줄 알아?
너 제대로 말해! 어제 대본 한번도 안봤지?
쇼핑나갔지? 내가 분명히 어제 부탁했지? 대본 보라고!]
허걱... 귀신이다!!!
어떻게 알았지?
혹시 나도 같이 간 거까지 아는 거 아냐?
[희영 : 아니에요!!!]
멀리 서 있던 코디는 -내 시선으로 보건데-,
비밀을 지켜줘야 할것이냐, 사실대로 불어야 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녀 : 아니긴 뭐가 아냐!!!
너 아까 입고 온 옷, 가격표도 다 못 뗐던데.
그거 **백화점에서 산 거 잖아!!!
어제 말고 니가 촬영장 떠날 때가 언제 또 있었어?!]
하.하.하. ;;;; 그, 그랬군...
그걸로 알게된 거였어,
그럼 내가 따라간 건 모르겠네 ^^
[희영 : 내가 쇼핑을 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왜 사사건건 내 사생활까지 간섭하니?]
어...어... -_-;;;
[마녀 : 함부로 반말하지마!!!]
[희영 : 이 바닥에선 너보단 한참 선배야,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 그래!!!]
[마녀 : 선배면 선배답게 처신해보시죠, 어디?
연기같지도 않은 연기하면서
카메라에 대고 '나 이뻐요'만 하면서
몸값만 억대라고 공주 대우만 바라고!!!
연기 경력답게 대사나 제대로 읊으면
내가 말이나 안 해!!!]
한치도 물러나지 않고 팽팽하다.
이러다 탁- 끊어지면....
[선우 : 마, 말려야 되는 거 아냐?]
[현민 : 형, 세상에 재밌는 구경이 뭔지 알아?]
[선우 : 불구경, 쌈구경.^^]
[태석 : 알면 가만 있어.]
[선우 : -_-;]
[현민 : 그 중에서 여자들 아줌마들 쌈이 젤 현란하지.
누나들 머리끄댕이도 잡고 할까?]
[감독 : 글쎄... 희영인 가체잖아.^^]
모두 한통속이다...
살벌한 세트장 안... 스탭들까지 모두
제 자리에서 구경하고 있다. -_-
내 불길한 예상대로....
짝-!
말로는 이기지 못하고, 분에 못이긴...
희영이의 손이 마녀의 뺨을....
찰칵-!
이건 또 무슨 소리야? 0.0
세트장 끝으로 모두의 시선이 0.0000001초 안에 동시에 쏠렸다.
우리나라 J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환희에 찬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 이런.....
연예계에선 소문난 악질 J기자!!!
J기자의 이마엔 '특종이다!'라고 쓰여있었고,
우리 모두의 이마엔 '좆됐다!'라고 쓰여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