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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섭아, 이렇게 기다리는게 안보여?

선머슴 |2004.07.26 11:47
조회 445 |추천 0

불볕 더위에 축축 늘어져 가는 고무줄 마냥 지쳐가는 몸을 이끌고 또 출근했어.

또 다시 혼자 맞는 여름 휴가는 왜이리도 빨리 다가오는지... 벌써 다음 주네...

길을 걷다 보면,

이 무더운 여름날에도 아랑곳없이 본드라도 붙였는지 착~! 달라 붙어 걷는 연인들이 참으로 눈에 거슬려. 한때는 나도 저랬을텐데... 하면서도 그들이 참으로 눈에 거슬리네.

‘쳇~! 땀띠 나것다~ 이것들아~! 좀 떨어져서 걷지 그랭? 엉?’

속으로 암만 외쳐도 그들이 들어 주겠냐? 그냥 시선을 돌리고 말어.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더위에도 들러붙어 있어도 시원한가 보다.

...

‘언니, 나 쟤 찜했어~!’

00년 3월 대학 1학년... 강의실 맨 앞쪽 자리에 앉은 남학생을 가리키면서 말했지.

커다란 덩치에 다리가 얼마나 긴지 접고 또 접어 불편한 듯 앉아 있는 짧은 곱슬머리 머슴애...

‘나 너 맘에 들어. 우리 일주일만 사귀어 볼래?’이랬던 내가

‘커피 한잔 할래요?’ 이렇게 바뀌었어.

널 만나기 전까지 제가 사람을 이렇게 까지 좋아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어.

그 땐 사람을 믿지 않았고, 사랑 또한 믿지 않았기에 그 아이의 맘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그 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고,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동안에도 기다리는 네게... 많이 미안했고... 고마웠어... 그리고 좋아하게되고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지...

세상을 다 가진 듯 했고, 늘 보던 하늘도 다르게 보이고, 늘 보던 풍경도 색달라 보이는... 온 세상이 핑크빛 가득했었어.

첨에 제가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뭘까 지금 생각해 보면

첫째. 우직한 성격 ... (사람들한테 나쁜 놈이란 소린 듣지 않을 것 같았어요)

둘째. 듬직한 외모 ... (절대 어디 가더라도 맞고 다닐 것 같진 않더라구요)

셋째. 밉지 않은 행동 ... (한살 어려서 그런지... 남자 답게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귀엽더라구요)

이렇게 나열하지 않아도 사람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어?

돈 없는 학생 신분이라 만나면 영화보고, 분식집에서 떡볶이 김밥 먹고...

데이트는 가장 가까운 태종대 가서 한바퀴 돌고... ^^

그렇게 좋아라하던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넌 왜 이렇게 게으르니? 밤에 그렇게 게임을 하니까 낮에 졸잖아~! 매일 내가 교수님한테 불려다녀야 겠어? 공부 좀 해... 공부해서 남 주니? 어떻게 널 믿고 내가 따를 수 있겠니?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힘이 되고 싶어. 내가 너에게 힘이 될 수 있게 좀 도와줄순 없니? 난 너의 힘이 되고 싶어~! ’

시간이란 참 무서워. 사랑이란 감정을 양파 껍질 벗기듯이 한 꺼풀씩 벗겨 버리니 말야.

그렇게 군대에 입대하고... 시간은 흘러 흘러 벌써 말년 휴가...

그 때...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지금껏 후회하게 만드는 나의 최대 실수...

‘니가 좀 더 책임감이 생기게 되고..... ’

...

‘너무 늦지 않게 와... 니가 올 때까지 기다릴께’

이렇게 어이없이 연락이 끊어지게 될지 몰랐어.

처음 좋아했을 때를 떠올리면 이렇게 헤어지진 않았을 텐데...

‘정말... 그렇다고 정말 연락 끊니... 나쁜 넘...’

그렇게 헤어진지 1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며, 차츰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널 보면서 대견함(?)과 씁쓸함을 느꼈어.

‘웬일이야? 그렇게 공부하라고 책 사줘도 안하더니 이제는 혼자서 잘하넹~! 니가 역까지 배웅해주려고?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됐다. 니가 언제 배웅까지 해줬다고... 됐어!’

역까지 배웅해주는 네게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내미는 손을 벌레라도 닿는 듯이 깜짝 놀라 뿌리치면서 부리나케 플랫폼으로 뛰었어. 아마도 많이 많이 실망했을텐데...

‘그게 아닌데... 나... 그냥 너랑 헤어진 후... 손길 닿는거 무지 싫어하게 되었어... 무슨 벌레라도 지나가는 것 같아...’ 이렇게라도 상황 설명이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난 정말 바보인가봐...

이렇게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날이면 지난 여름 너랑 함께한 태종대 절벽이 생각나...

넌 정말 날 사랑했는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날 놓아 버릴 수 있었니?... 내가 이렇게 기다리는데...

시간은 자꾸 흘러 흘러 올 여름도 절정에 달했다...

 

'섭아~! 니가 행복해 졌음 좋겠어. 아주 많이 많이~! 이쁜 여자 친구도 생기길 바랄게... 아니당... 이쁜 여자 친구 생기면 내가 아주 많이 너 미워하게될거 같아...  잘 지내... 근데 아직도 기다리는 내가 안보여? 문디~! 눈 나쁜건 여전하구낭~! 교정수술 받거나 시력 좋아지믄 제발 연락 좀 해랑~! 내 눈빠지는거 보고 싶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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