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어째서 날 보자 시는 게요?“
“별 뜻은 없고 우선 큰 손님이 시니까 인사삼아 뵙기를 청하시는 거지요.”
“종소. 갑시다. 안내하시지요.” 연아는 주모의 뒤를 따라 내원으로 들어가는데 내원쪽의 별문을 들어서자 완전히 풍경이 변한다. 기암과 괴석 고목과 작은 연못 기화요초와 구름다리 등 거금을 들여 꾸민 듯한 정원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허어, 이건 완전히 세외선경이로군”연아는 감탄을 연발하며 따라 들어갔다.
따라 들어간 내실은 찬란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금제 향로에서는 옅은 향이 피어오르고 문에 걸린 주렴은 비취빛이 화려하고 기둥에는 명문 싯귀가 금박으로 각인되어있으며 탁자와 의자도 귀한 자단목이며 탁자위의 다기도 화려한색의 자기로 자금성의 내부도 이럴까하는 의문마저 생기게 하였다. 이런 정도의 치장이라면 황후장상도 부럽지 않은 수준일 것이다. 연아는 이런 시설을 본 적이 없기에 눈만 휘둥그레질 뿐 할말이 없었다.
“사르락” 부드러운 비단 스치는 소리와 함께 면사로 얼굴을 가린 궁장의 여인이 나타났다.
“어서오시와요. 소녀가 기다리게 해서 송구합니다.”
“무슨 말씀을 저도 금방 왔으니 괘념치 마시기 바랍니다.”
“말씀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욱 장부이십니다. 호호호”
“허어, 그러지 마십시오. 누가 장부 아닌 남자 있으리까?”
“풍류와 무공이 남 다르시다고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뵙기를 청했습니다.”
“일개의 필부에게 과찬의 말씀을 하시고 계십니다.”
“우선 앉으시지요.”
“아, 감사합니다.” 연아가 의자에 앉자 면사를 쓴 여인이 시비들에게 명하여 술상을 차리라 한다. 그리고 나선 연아에게 차를 한잔 따라주는데... 차향이 진하게 코를 스친다.
“흠.. 무슨차인지 모르지만 제 기억에 한번도 마시지 못한 차로군요.”
“호호호... 솔직하시네요. 이차는 황제만 마신다는 한로용정이예요.”
“음... 제입에 너무 과분한 차인 것 같은데... 마셔도 될까요?” 면사의 여인이 교소를 날리며 대답하는데 아주 간단하다.
“물론, 마시라고 드린 차이니 당연히 마셔도 되지요.”
“차에 독이 들어서 마시고 금방 죽는다 해도 마셔보아야겠군요.” 아무 뜻도 없이 말하는 연아의 말에 여인의 신형이 움찔 하는 것 같다. 연아는 찻잔을 들어 마시는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신다.
“호호호 역시 대단하시군요. 제가 진짜로 독을 넣었으면 어쩌시려고 ......”
“세상이 아무리 험하기로 처음만나서 독이야 쓰겠습니까?” 하는데 상을 들고 시비들이 들어 온다. 연아가 처음 보는 음식이 더 많은데 이건 연아의 생각 속에서는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서 드시지요.”하며 술잔을 권하는 여인의 손이 뼈도 없는 듯 아니 사람의 손이 아니고 옥으로 빗은 손인 듯 정신 못 차리겠다.
“아, 감사합니다.” 술잔을 받는 연아의 손이 벌벌 떨리는 건 당연하지 않았을까?
술잔을 받아든 연아는 무조건 마셔버렸다.
“어머, 저도 한잔 주시고 드셔야 하는 건 아닌가요?” 당황한 연아가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여인이 다시 한잔 따른다. 연아도 여인에게 한잔을 따르며 “죄송합니다. 전 아직 이런 일에 익숙치 않아서....” 여인이 또 웃는데 그 소리가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 같다.
“소협께선 항상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계신가요?” 아픈데를 찔린 연아는
“흠... 보기 흉한 모습 가려야 할 밖에요. 언젠가는 자연스레 벗을 날이 오겠지요.”
“소녀가 궁금해도 나중을 기약하며 기다린다면 어쩌시겠어요?”
“글세 그럴 날이 올수 도 있을까요?” 연아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대장부가 외모나 겉치레에 치중하면 아니 되지요. 전 소협의 호가 추면유룡이라 해서 얼마나 못생기셨기에 그런 호가 붙을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오늘 소협을 뵈니 소문도 믿을게 없다는 생각이네요.”
“음.... 사실 저의 얼굴은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꼭 보고 싶으시면 나중에... 나중에 보시지요.”
“안 보여주셔도 이미 알 수 있어요. 소협의 눈빛이 이미 소녀에게 말을 하고 있으니 굳이 볼 필요도 없네요.” 연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따라주는 술만 마시는데 어느새 큰 술병이 바닥을 보인다.
“어머, 여아홍 열병을 드시고도 아무렇지도 않다 하시더니 정말 주량이 끝이 없으시군요?”
하며 시비를 불러 술을 더 가져오라 한다. 어짜피 잠 잘 곳도 없는 연아는 한번 마셔보자는 생각에 별다른 말도 없이 술만 마신다. 아니 그냥 퍼부어 넣는다고 해야 할까?
“소녀에 대해 궁금하신 게 없으신가요?”
“아니요, 모든 게 궁금하지만 내가 알려한다고 한들 알 수 없을 것 같기에 물어볼 수 도 없군요.”
“대장부가 그리 약하게 말하시면 소녀가 어찌 답할 수 있겠어요. 좀 대범하게 말해 보세요.”
“하하하.... 제가 그리 대장부로 보이십니까?”
“제가 보기엔 세상에 별로 없는 대장부로 보이시는 군요. 그러기에 진천장의 영애께서 그리 애타게 찾아 다니시겠죠.”
“아니, 그걸 어찌 아시는지?........”
“여기가 만홍루인데 제가 루주이고요. 강호의 소식을 제가 모르는 일이 있다면 그건 꾸며진 이야기이고 특히 본 루의 고객이신 소협에 관한 일인데 제가 모른다면 말이 아니지요.”
연아는 모골이 송연해지는데 마신 술이 한꺼번에 깨는 듯 하다.
이제 동정호반에 온지 열흘 남짓 그사이에 고작 술 몇 번 먹으려 온 게 다인데 벌써 자신의 주변까지 조사되었다는 사실에 그것도 오늘 일어난 일까지....
“정말 무서운 일이군요.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말씀드려도 될까요?”
“세이 경청 하겠습니다.”
“그럼 말씀드리지요. 소협께서 알고 싶어 하시는 모든 일을 저희도 알고 있고 또 소협께 알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 단, 소협이 그럴만한 이유를 밝혀 주셔야 알려 드릴 수 있어요.”
“난 밝힐 만한 사실이 없소. 단지 내가 알고 싶어 했던 사실은 내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밖에는 내가 밝혀야 할 사항이 없소.”
“개인적 사유라 함은 어떤 것 인가요?”
“무얼 알고 싶으신 거요?”
“개인적 문제라 말씀하셨는데...”
“좋소. 만일 내가 말한다면 나의 궁금한 사항을 다 풀어 주실 수 있으시오?”
“물론 입니다. 제가 아는 사항에 관해서는 전부....”
“나의 선친이 옥군자라 불렸던 주자 혁자 쓰셨던 분이오.”
“짐작했던 대로군요.”
“그럼 짐작했다는 말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시겠소?”
“처음 반씨를 데려오실 때 이야기 하시는데 자꾸 유도 하시는 쪽으로 짐작했지요.”
“그럼 누구에게나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까지 조사하십니까?”
“아니지요. 우리가 생각할 때 조금 의심이 간다고 하면 그때부터 일거수 일투족 저희 눈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지요.”
“그럼 나의 신세에 대하여 다 아신 다니까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까지 짐작하시겠군요?”
“짐작은 해도 어떻게 하실 것 이라고 장담은 못하겠네요.”
“그럼 이런 사실을 누가 알게 됩니까?”
“아무도 모르지요 일단은 제가 알고 필요한 사항만 남기고 파기 되니까요.”
“그럼 소저는 무슨 일로 그런 사실을 조사 하십니까?” 이제 연아의 어투에는 강한 의혹과 강경한 어조가 묻어나기 시작하자
“어머, 너무 그러지 마세요.”
“어짜피 저희는 웃음과 술 그리고 정보까지 팔며 살아가니 어쩔 수 없지 않아요?”
“흠.... ”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는 연아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그럼 내가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대가는 무엇이요?”
“그것도 그럴 만큼의 사유가 있다면 대가가 없고 아님 소협이 지니고 있는 모든 걸 걸어도 안 될 수도 있지요.”
“그럼 내가 안들은 것으로 하지요. 어짜피 누군가 알게 될 터이니...”
“붉은 전갈에 대하여도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거라면 이미 알고 있소.”
“그럼 삼성 사제의 근황도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알고 싶소. 하지만 내게는 그걸 알 수 있을 만큼의 재력도 사유도 불분명하니 말할 수도 없소. 그러니 그만 하시고 남은 술이나 마시게 해줄 수 있겠소?”
“어머, 마음이 많이 상하셨나 보네요. 그러세요. 하지만 언젠가는 저를 찾아오실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소.” 술을 마시는 연아는 술맛도 모를 만큼 취하기 시작했다.
“음......” 머리가 깨어지는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화롭기 그지없는 침상에서 잠이 들어있었다. 머리맡에는 대접에 물아 담겨있어 타는 듯한 갈증에 무조건 마셨다. 달콤하고 시원한 첨밀액이다. 마시고나서 정신이 없었던 어제의 일이 생각나자 정신이 번득 들었다.
머리가 복잡해서 잘 써지지 않네요. 그래도 열심히 써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