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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SK(탈) 2부 대륙에 부는 바람 -9

바람 |2004.08.03 21:17
조회 295 |추천 1

 

- 그동안 회사에서 철야하고 야근하느라 정신이 없어

   글을 못올렸네요. ^^ 죄송합니다. 그나마 시간이 나서

   글을 올립니다. 답답하겠지만 양해 바랍니다.

   그래도 솔아님의 노력에 많은 분들이 실망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비록 글은 늦어도 계속 성원 부탁드립니다. ^^

 

 

 - 9 -

 

팽!!

하며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빠르고 거침없이 공기를 가르며 화살은 심하연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안타까이 지켜보던 치우가 소리쳤다.

 

“안돼!!!”

 

 

치우의 외침에 앞으로 달려 나가던 심하연이 뒤돌아봤다.

 

찰라,

 

거센 화살이 그녀의 왼팔을 강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아!”

 

놀란 심하연은 말에서 떨어질 뻔하다 오른 손으로 고삐를

강하게 붙잡고 버텼다.

그녀의 왼팔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먼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 본 치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춘달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춘달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네 놈의 칼만 아니었다면.....흥! 뭐하는 거냐? 저 놈을 잡아라!”

 

춘달의 외침에 수십명의 병사들이 둥글게 치우를 감쌌다.

치우는 검도 없이 그들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좌측과 우측 앞 쪽에서 동시에 검들이 날아왔다.

세 곳에서 공격을 받자 치우는 인상을 쓰며 칠성보를 밟았다.

그의 기괴한 발걸음에 날카로운 검들이 서로 엉키며

자신들끼리 부딪혀 쇳소리를 내었다.

 

창!!

 

옆에서 지켜보던 춘달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

 

그의 외침에 병사들이 더욱 살벌하게 치우를 공격해 왔다.

치우는 좌측으로 피하는 듯 우측으로 몸을 틀었고 또한 병사들의 공격을 교묘히

이용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도록 유도를 했다.

비록 병사들이 많았지만 치우의 기기묘묘한 칠성보와 재치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병사들의 검들은 갈수록 더욱 서로 얽혀졌고 치우는 보법을 밟을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며 기의 순환이 자유스러워졌다. 그리고 뇌전심법을 통해 이루어진

막개의 검법 요결들이 머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치우는 몰랐지만 그가 병사들과 어울리며 싸울수록 그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는

순양기의 움직임이 강해지며 점점 내력이 커져갔다.

순양기의 장점은 이것에 있었다.

일반적인 내공의 심법이 아닌 순양기는 상대방과 무예를 겨루며 무아지경에

빠질 수록 그 깊이가 커가는 것이다.

싸울수록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무섭게 커지는 것이다.

치우의 현란한 보법과 움직임을 지켜보던 춘달은 다시 자신의 활에 화살을 걸고

치우에게 겨냥했다. 그러나 치우는 무아지경 속에서 병사들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춘달은 비릿한 웃음을 짓고 팽팽한 활시위를 놓았다.

 

핑!!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화살이 순식간에 치우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무아지경 속에서 병사들과 싸우던 치우는 싸늘한 기운이 자신의 등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몸을 틀었다. 그러나 치우와 춘달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화살의 속도는 치우의 움직임 보다 더욱 빨랐다.

 

푹!!

 

“헉!”

 

치우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 이를 악물었다.

 붉은 피가 팔을 통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급소는 피했지만 깊숙이 박힌 화살은 치명적이었다.

치우가 피를 흘리자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사납게 공격해왔다.

치우는 갑자기 하단전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순양기를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기성을 토해냈다.

 

“으 아아아아아!!”

 

그의 거대한 외침에 병사들이 놀라 주춤 거렸다.

그 순간 치우는 순식간에 앞에 있는 병사를 쓰러트리며 그의 검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상처 입은 늑대처럼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모두......헉! 헉!..........모두 죽일테야!”

   

치우의 눈이 붉게 충혈 되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거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치우는 갑자기 거세게 올라오는 순양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기운을 그대로

병사들을 향해 퍼 부었다. 치우의 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며 검세가

사나워 졌다.

병사들은 치우의 공격에 주춤했다. 그러나 수적인 우세를 믿고 그들은 곧

다시 포위하듯 치우를 공격해 나갔다.

치우는 검을 그어갈 수록 손에 익숙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칠성지연검을

펼쳤다. 책을 보며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던 검초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잠재되어 있던 순양기가 격동하면서 치우의 뇌를 자극한 것이다.

뇌를 자극해서 뇌전심법으로 전해진 칠성지연검을 본능적으로 펼치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뇌전심법의 일반적인 효과이다.

막개가 치우에게 이 법을 전수한 것도 시간과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방법 보다 뇌전심법이 무공을 속성으로 익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치우는 모르고 있었지만 병사들과 싸우는 이 짧은 순간이 그에게는 변화의 시간

이다. 매미가 칠년의 고통 속에서 깨어나듯이 치우는 자신도 모르게 무공이

늘어나가고 있었다.

치우의 검법은 완성되지 않은 것이지만 동대륙을 떨게 했던 칠성지연검법이다.

그의 손안에서 날카롭게 번져가는 검기에 병사들은 기겁을 하며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분노에 치를 떠는 치우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순식간에 병사 셋이 그의 검에 두 동강이 나버렸다.

치우가 분노하며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춘달은 치우의 모습에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아직 그에게는 자신대신 싸워 줄 많은 병사가 남아있었다.

그는 인상을 쓰며 다시 활을 치우에게 겨누었다.

 

핑!!

 

다시 그의 활이 치우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너무도 빠른 속도 였지만 치우는 이미 예상을 하고 몸을 옆으로 틀며 피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병사가 치우의 다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치우의 몸이 다시 좌측으로 틀어지며 그 병사의 목을 검으로 쳐냈다.

 

“컥!”

 

그 병사는 제대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피분수를 뿌리며 죽었다.

 

핑!! 핑!! 핑!!

 

연달아 세대의 화살이 치우를 향해 날아왔다.

치우는 칠성보를 밟으며 화살을 피해 다녔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 십 명의 병사들 공격을 막아야 했고 또한 활이 어디서 어떻게 날아올지

몰랐다. 정신을 집중해서 병사들을 막는 것도 벅찬 일이었는데 간간히 날아오는

춘달의 화살은 치명적이었다.

치우의 왼쪽 어깨에서는 계속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지혈 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대로.....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

 

치우가 대책을 강구할 때 그의 눈에 또 다른 병사들이 뒤 쪽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얼핏 보아도 그 숫자가 30여명이 넘었다.

말발굽 소리를 들은 춘달이 뒤 돌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지원군이 오는 구나.”

 

치우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최후의 방법을 생각했다.

 

‘아직! 내 공력으로는 못 미치지만.....그 방법 밖에는 없다,’

 

파천일살(波天一殺)!!

칠성지연검의 마지막 절초,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이다.

시전 당사자의 공력이 반 이상 빠져나는 무서운 절초이다.

상천제 막개가 동굴괴물들에게 썼던 마지막 절초.

 

그러나

 

치우는 공력이 부족했다.

파천일살은 스스로 버틸 수 있는 공력을 지닌 자가 시행해야한다.

그리고 시행한 당사자 또한 무사하지 못한다.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

 

지원군의 말발굽 소리에 힘을 얻은 병사들의 공격이 더욱 치열하고 무서워졌다.

춘달은 계속 활을 겨누고 언제든 헛 점만 보이면 쏠 기세다.

 

두두두두

 

지원군의 말발굽 소리가 더욱 앞까지 가까워지자 치우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

죽음을 각오한 마지막 절초.

 

치우는 눈을 날카롭게 뜨고 포위한 병사들과 춘달을 보며 크게 외쳤다.

 

 

 

파천일살(波天一殺)!!

 

 

 


찬란한 빛이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영롱해서 모두가 넋을 놓고 쳐다봤다.

 

어떤 사람은 손으로 잡고자 허공에 허우적 기리기도 했다.

 

한 순간의 빛 그리고 충격적인 어둠이 피 꽃을 피우며 퍼져갔다.


컥!!

 

큭!!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먼지처럼 산산히 흩어지는 잔상들 같았다.

그 모습에 놀란 춘달이  뒤로 피해 달아났다. 그러나 그는 순간 자신의 팔 한 쪽이

허전함을 느끼고 놀랐다.

 

“악!! 내 팔!! 내 팔!!”

 

거칠게 말을 몰아오던 지원군 병사들은 찬란한 빛에 놀라 충격을 받고

바닥에 쓰러졌다. 말들이 미친 듯이 쓰러진 병사들을 짓밟았다.

병사들은 날카로운 빛에 놀라고 말들의 공격에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순식간에 아름다움에서 지옥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치우는  어둠의 지옥사자처럼 버티고 서있었다.

그의 동공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얼굴은 핏기가 사라져 이미 송장과 같았다.

그의 모든 기가 다 빠져나가 빈껍데기만 남은 듯,

그렇게 모두가 사라지거나 쓰러져서 고통에 호소 할 때 치우는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다 마치 유령처럼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의 어떤 의지가 작용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의 왼팔에 끼워져 있던

천지환이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거의 의식 없는 시체처럼 치우는 불한강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자살하려는 사람처럼,

 


빛에 놀라 쓰러졌던 지원군 병사들은 말을 진정시키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사람의 형체도 남아있지 않은 붉은 핏덩이들

뿐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지옥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때, 수풀 쪽에서 사람소리가 들렸다.

 

“사.....살려줘!”

 

병사하나가 수풀을 헤치자 왼쪽 팔과 오른 쪽 다리가 사라진 춘달이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병사가 소리쳤다.

 

“여기 생존자가 있다.”

 

곧 그들은 춘달을 들것에 싫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바람이 수풀을 거세게 몰아치고 지나가자 세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현장을 보고서로의 얼굴을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 한명은 백삼을 걸쳤고 다른 한명은 백의를 입은 여인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몸집이 거대한 대한이었다.

백삼을 거친 사람이 중얼거렸다.

 

“내 아우의 검법이다.”

 

백의를 입은 여인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 거지소년이 살아있었다는 말이네요.”

 

그녀의 말에 몸 집 큰 대한이 말했다.

 

“치령형 빨리 동생의 제자를 찾아야 겠네. 이정도 혈전이라면...”

 

그의 심각한 말에 초목 치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초목 치령과 대붕 강대호 그리고 백선녀 여사랑이었다.

그들은 곧 그 자리에서 빠른 움직임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후 바닥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불쑥 솟아오르더니

웃으며 말했다.

 

“크크크크....천지환이 사라지지 않았군. 잘됐어.....잘 된 일이야”

 

그림자는 중얼거리더니 쓱 하고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이제 강변에는 차가운 바람과 메마른 수풀뿐이었다.


 




 

6. 만남

 


겨울의 끝자락은 이미 봄기운에 눌려 숨도 못 쉬고 도망 가버렸다.

앙상한 나뭇가지엔 벌써 푸른 생명들이 꿈틀거렸고 차가운 대지는

따사로운 입김을 토해냈다. 그러나 아직 산과 들은 잠에 취해 깨어날

줄 모르고 있었다.

 

두두두두.....

 

아직 잠결에 취해 있던 들판이 거친 말발굽 소리에 놀랐다.

한 떼의 마병들이 거칠게 숲을 달려오고 있었다.

얼핏 보아도 100여 마리가  넘는 말들이 달려오자 온 숲이 들썩 거렸다.

선두에 선 말은 검은 말이었다.

그 말엔 검은 색 갑옷을 입은 병사 둘이 뒤 쪽에 거대한 깃발 두개를 쌍으로

걸치고 달렸는데 그 깃발은 청연합군을 알리는 쌍룡기였다.

마병들이 포위하듯 한대의 마차가 중간에서 달리고 있었는데 하얀색 바탕에 금색 띠를

두른 화려한 마차였다. 마차의 크기도 일반적인 마차에 비해 두 배 이상 커 적어도

8명이상이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동안 숲을 거칠게 달리던 마병들 속에서 한 여인이 소리쳤다.

 

“속도를 줄여라 여기서부터 좀 쉬어가자.”

 

여인의 외침에 100여명의 마병들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마병들 중 검은 색 갑옷에 세 개의 금빛 띠를 가슴에 두른 병사가 여인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아가씨. 여기서 좀 더 올라가면 하남 지부가 나옵니다. 그곳에서 쉬시지요.”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은 추마(?馬)를 타고 있었는데 투명한 피부에

검은 색 눈동자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입술이 얇고 눈매가

약간 올라간 것이 무척이나 차가워 보였다.

어름 같은 아름다움을 간지한 여인은 얼핏 보아도 열 여섯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마병들이 그녀를 깍듯하게 모실 뿐만 아니라

아무나 탈 수 없는 백색 추마(?馬)를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은 그녀의 신분이

청연합군 내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추마(?馬)는 보통 백추마와 흑추마로 나뉜다.

추마의 특징은 이마에 세모꼴의 각뿔이 세 개가 삼각형을 이루고 나있는 것이다.

이 뿔은 무척이나 날카롭고 길어서 웬만한 짐승들은 추마에게 감히 접근을 못한다.

또한 추마는 말의 한 종류이긴 했지만 성질이 무척이나 사납고 강인하여 웬만한

사람은 추마를 탈수도 없다.

네발 달린 짐승 중 가장 빠르며 강하고 사납기로 유명해서 이 말을 탄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의 신분이나 내력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추마는 일반 사람은 탈 수가 없다.

황실의 혈통을 잇거나 정말 대단한 갑부가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가 없다.

추마 한 마리 값이면 10년을 놀고먹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추마를 잡기위해 서강(西江)을 넘기도 한다. 그러나 추마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고 모두 병신이 되거나 죽어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런 추마를 아직 어린 여자가 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요? 그럼 삼금대(三金垈) 대장님의 말씀대로 하죠.”

 

그녀의 말에 삼금대의 대장 추하랑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영 아가씨께서는 그만 마차 안으로 들어가서 쉬시지요.”

 

하영이란 불린 여자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 답답한 마차 안은 싫어요. 저런 고상한 곳엔 화린 언니나 어울리죠.”

 

그녀의 말에 추하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영 아가씨의 활달한 성격은 대장군님도 좋아하시니....”

 

그들은 처음과 달리 말을 천천히 몰며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수가 많아 좁은 숲길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 다른 사람은 지나갈 틈이 없었다.

그런데 앞 쪽에 웬 거지 차람의 한 소년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길을 간다면 거지 소년은 말들에게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추하랑이 크게 소리쳤다.

 

“청연합군의 삼금대다 길을 비켜라!”

 

그의 큰 외침에 길을 가던 소년이 살짝 뒤 돌아보았다.

뒤 돌아보던 소년의 눈과 이하영의 눈이 부딪혔다.

소년은 이하영의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고 쳐다봤다.

추마위에서 거지같은 소년의 눈길을 받자 하영은 기분이 나빴다.

자신의 신분이 어떤데 저런 벌레만도 못한 거지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다니

화가 났다.

그녀는 살짝 인상을 쓰며 외쳤다.

 

“이 거지새끼가 어딜 쳐다보냐? 썩 비켜서라!”

 

그녀의 외침에 넋이 빠져있던 소년은 갑자기 차가운 표정을 짓더니 이상야릇한

웃음을 흘리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이하영은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안좋은데 거지같은 소년이 이상한 웃음을 웃고는

자신을 무시하는 듯하자 화가 났다.

그녀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이 거지새끼! 거기 안서!”

 

그녀는 외쳤지만 소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이하영이 소년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나서 방방 뛰자 추하랑이 말을 몰아

소년의 앞을 막으며 소리쳤다.

 

“이놈! 대 청연합군의 대장군 이명 장군의 둘째 따님이신 하영아가씨다. 얼른

무릎 꿇고 빌지 못하겠냐?“

 

추하랑의 외침에 소년은 더욱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난 아무 잘못이 없소. 당신들의 길을 방해 할 생각이 없으니 그냥 가시오.”

 

추하랑은 소년의 말에 기가 찼다. 보통은 청연합군만 보아도 벌벌 떨며

땅에 고개를 쳐박았는데 어린 녀석이 눈을 치켜뜨고 당당하게 말하니 황당했다.

 

“뭐야? 어린놈의 간이 부었구나.”

 

그는 말하며 소년의 앞을 막았다. 그러자 뒤에서 이하영이 소리쳤다.

 

“추하랑 대장님 그놈을 붙잡아요.”

 

소년은 화가 나서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괴롭히는 것이냐?”

 

그의 말에 이하영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잘 못? 네 놈은 내 얼굴을 쳐다본 것 만해도 잘못이냐.

어디 천한 것이 귀한 나를 쳐다보고 웃어, 흥! 내가 네 놈을 잡아다

 내 노예로 부리겠다.“

 

그녀의 말에 소년은 비웃으며 말했다.

 

“흥! 네가 뭐 잘났다고 얼굴 한 번 본 것 가지고 사람을 괴롭히냐?”

 

소년의 말에 추하랑이 칼을 뽑아 들며 말했다.

 

“청연합군 총사령관이신 이명장군의 둘째 아가씨니 네가 어디 함부로

쳐다볼 수 있겠느냐? 얼른 바닥에 엎드리지 못할까!“

 

추하랑의 말에 소년은 하늘을 보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고작 청연합군의 관직을 가지고 있는 놈의 딸년을 보고 내가

고개를  숙여야 한단 말이냐?“

 

소년의 말에 이하영의 눈 꼬리가 올라가며 소리쳤다.

 

“저 놈을 잡아요.”

 

그녀의 말에 추하랑이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놈을 잡아서 뒤 쪽의 노예 놈들과 같이 쳐넣어라!”

 

병사 둘이 다가들자 소년은 뒤 쪽으로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또 다른 병사 세 명이 그를 막고 있었다.

병사 하나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소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요놈! 네 놈이 어디로 도망 갈 수 있겠느냐?”

 

멱살을 잡힌 소년은 갑자기 씩 한번 웃더니 병사의 사타구니를 발로 찼다.

 

“어...컥!!”

 

병사는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바닥에 넘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 본 다른

병사들이 소리치며 소년을 에워 쌓다. 그러나 번 번히 소년은 병사들의 사이

사이를 잘도 피해 다녔다.

추하랑은 소년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소리쳤다.

 

“놈이 무예를 좀 아는 것 같으니 황부관이 처리하게.”

 

그의 말에 황태길 부관은 속으로 욕을 했다.

 

“이런! 젠장 할 놈! 내가 저런 하찮은 거지 놈까지 손봐야 하느냐? 내가 네놈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는다고 날 놀리는 것이지? 흥! 두고 봐라! 언젠가 네 놈보다

더 높이 올라가서 널 짓밟아 주마‘

 

황태길 부관은 속에서 불이 났지만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는 소년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이 거지새끼야! 그만 피곤하게하구 그만 나와 같이 가자.”

 

소년은 거만한 표정의 황태길 부관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흥! 보아하니 말투가 대동국 사람 같은데....청연합군에 빌붙어 사는

 놈 주제에 큰 소리냐?“

 

황태길 부관은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출신 때문에 출세에 지장이 올까 두려웠는데

조금만 거지 놈이 까발리자 더욱 화가 났다.

 

“이놈!”

 

그는 소년을 그냥 두고 싶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있었는데 검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의 내력이 깊고 얼마나 화가 나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년은 검에서 풍기는 기운이 만만치 않자 긴장했다.

황태길 부관의 검이 소년의 심장을 겨누고 들어왔다. 매끄럽고 빠른 솜씨였다.

그러나 소년의 움직임은 그의 검 보다 빠르고 교묘했다. 좌측으로 돌며 황태길의

옆으로 몸을 붙여왔다.

 

“이놈!!”

 

황태길은 크게 소리치며 뒤로 물러서며 소년의 퇴로를 차단했다.

그의 현란한 검술이 소년의 좌측와 우측을 한꺼번에 조여 왔다.

소년은 거친 검풍을 피하며 인상을 썼다.

 

‘내력이 모아지지 않아, 그때 내 모든 내력이 소멸 되고 남아 있는게 없다.“

 

소년은 자신의 치열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인상을 썼다.

그의 몸이 마음 먹은데로 자연스럽게 움직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년의 보법은 기본적인 내력이 밑받침 되어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었는데

그에게는 지금 한줌의 내력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일반 병사들을 상대할 때는 그저 가볍게 보법의 행로만 밟았어도

문제가 없었지만 황태길의 무예는 일반 병사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황태길의 사나운 검법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력이 운용된 보법과 무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소년의 몸은 일반인 보다 더욱 치명적으로 약해져 있었다.

소년은 입술을 깨물며 모험을 걸듯이 황태길의 몸 쪽으로 자신을 붙여갔다.

검은 길이가 있는 무기이다. 그 길이만큼 벗어나면 무용지물이고 그 길이보다 가까이

접근해도 상대를 공격하기가 힘든 것이다. 물론, 그 밑바탕에 내력과 기교가 가미된다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겠지만 어느 정도 경지를 이루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소년은 황태길의 검법을 피하며 예전에 자신이 얼핏 본 어느 노인의 움직임이 생각나

몸을 붙여간 것이다. 이미 소년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헛!”

 

황태길은 예상치 못한 소년의 움직임에 당황하며 뒤로 물러나려했다.

그러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소년은 더욱 그의 몸에 붙여가며 허점을 찾았다.

황태길은 황당했다. 여태 많은 사람들과 검을 겨루었지만 이렇게 근접해서 싸운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럴 땐 차라리 검술이 아닌 손으로 겨루는 권법이 유리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생각을 간파한 듯이 소년은 황태길의 코앞까지 몸을 가까이

붙여오며 그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질렀다.

황태길이 놀라며 뒤로 피하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짧고 순식간이어서 피할 수 없었다.

 

“큭!”

 

강한 충격이 그의 가슴을 타고 내려왔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번의 충격을 받으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 이놈의 주먹이 세긴 한데..........전혀 내력이 없구나!’

 

소년은 자신의 있는 힘을 다해 황태길을 쳤지만 마치 단단한 바위를 치듯이 오히려

손이 아파왔다.

 

‘내력 없이 공격한다는 것은 무리다. 도망가는게 상책이다.’

 

소년은 생각을 마치자 바로 황태길을 뒤 쪽을 몸을 뺐다.

그러나 그것이 치명적이었다.

이미 황태길은 소년의 주먹에서 내력이 없음을 간파하고 소년이 뒤로 물러서

도망가려하자 주저 않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

그의 빠른 주먹은 소년이 감당하기에 벅찼다.

 

“으컥!!”

 

소년은 숨막힐 듯한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황태길이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크하하하, 네 놈이 어딜 도망가겠느냐?”

 

소년이 아픔에 쓰러지자 지켜보고 있던 이하영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놈이 무공을 꽤 아는 듯하니 내공을 폐하세요. 그리고 노예들과 함께 묶어서

가도록 해요.“

 

그녀의 말에 황태길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황태길은 쓰러진 소년을 붙잡아서 뒤 쪽으로 데려갔다.

뒤 쪽으로 간 소년은 어린아이와 여자 그리고 노인들이 노예처럼 사슬이 채워진 채

몰려있는 것을 보았다. 얼핏 보아도 이 십 여명의 사람들이 사슬에 채워져 있었는데

대동국 사람이 대부분 이었다.

그 곳으로 황태길이 끌고 오며 말했다.

 

“흥! 네 놈이 만약 좀 더 특별한 재주나 내력이 있었다면 단전을 파괴하여 병신을

만들었겠지만 .... 네 놈이 대동국 사람이고 하니 인정을 베풀마.“

 

그는 말하며 소년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웠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소년의

귀에 대고 말했다.

“미안하다. 나도 먹고 살자니 어쩔 수 없구나. 나라를 배신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씁씁한 웃음을 흘리고는 사라졌다.

소년은 자신과 같이 노예처럼 끌려가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처참했다.

어린 아이들은 지쳐서 눈에 초점을 잃었고 나이든 노인들은 메말라 죽음 직전의 상태

처럼 보였다. 그나마 젊은 사람 몇이 버티고 있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가는 것도

아니고 수레 끝에 연결된 사슬에 매달려 끌려가고 있었다. 그곳에 이제는 소년도

같이 엮인 신세가 된 것이다.

소년은 처참한 그들의 몰골을 보자니 화가 났다.

 

‘아! 내게 조금의 내력만 남아있더라도....그 때  파천일살(波天一殺)의 마지막

절초를 펼친 것이 이렇게 큰 후유증을 남길 줄이야....‘

 

거지 차림의 소년은 치우였다.

 

그는 불한강변에서의 싸움에서 칠성지연검의 마지막 절초 파천일살(波天一殺)을

무리하게 시행함으로 해서 모든 내력을 잃었다. 사실 치우의 공력과 실력으로는

파천일살을 펼친 것 자체가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비록 모든 공력을

잃었지만 살아있는 것이다. 만약 상천제 막개가 살아있다면 놀라서 자빠질 일이었다.

치우는 처참한 몰골의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왜 여기에 붙잡혀 있는 거죠?”

 

노인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옆에 있는 손자를 가르키며 말했다.

 

“저 놈들이 내 손자를 노예로 끌고 간다고 해서 내 억지를 써서 쫒아왔지. 저 어린

놈을 불쌍해서 어떻게 혼자 보내누. 휴!“

 

노인의 말에 치우는 이제 9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보았다.

아직도 세상 물정모르는 천사같이 맑은 눈을 가지고 노인을 보며 웃고 있었다.

치우는 노인에게서 다른 사람들의 처지도 모두 같다는 것을 알았다.

동대륙의 천민들은 청연합군에 의해 북청과 남청으로 끌려가 귀족들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짐승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치우와 노인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눌 때 순백색의 추마 한 마리가

치우 앞으로 다가왔다.

그 곳엔 이하영이 차갑게 웃으며 앉아있었다.

 

“꼴좋구나! 처음엔 네 눈을 뽑아버리려 했는데 이정도로

그친 것을 고맙게 생각해라.”

 

그녀의 말에 치우는 눈을 치켜뜨고 노려봤다.

이하영의 치우의 건방진 모습에 화가 났다.

모두 자신 앞에서는 고개를 바닥에 붙이며 굽신 하는데 하찮은 거지 같는

놈이 대드니 더욱 열이 올랐다.

그녀는 말채찍을 들어올리더니 치우를 향해 내리쳤다.

 

“이놈! 건방진 놈!!”

 

치우는 싸늘하게 다가오는 채찍을 피하려 했으나 그의 몸이 쇠사슬에 묶여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찰싹! 찰싹!

 

이하영의 채찍이 치우의 등에 적중하며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었다.

 

“윽!”

 

치우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두고 보자! 결코!’

 

치우의 눈이 더욱 매섭고 사납게 변하며 이하영을 노려보자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채찍을 더욱 거세게 휘둘렀다.

 

“호호호! 네 놈이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그녀의 채찍질에 금새 치우의 등이 찢겨져 나가며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쇠사슬에 묶여 있던 대동국의 사람들은 그 처참함을 차마 눈으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채찍질을 하던 이하영은 스스로 지쳐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헉! 헉! 이놈.....넌 평생 내 종이 되어서 놀이게 감이 될 거다.”

 

그녀는 자신의 화가 어느 정도 풀리자 추마를 몰고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치우는 푹!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놀란 노인이 치우를 부축했다.

 

“괜찮니 얘야?”

 

치우는 오기로 이하영의 채찍을 맞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황태길이 병사 하나에게 말했다.

 

“저 녀석을 뒤에 있는 마차에 태워라 그리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도록!”

 

그의 말에 병사가 치우를 업고 뒤 쪽으로 옮겼다.

치우는 곡식이 실려 있는 마차에 태워졌다. 병사는 황태길의 명령이 있었지만

치우를 마차에 실어 놓기만 하고 약을 발라주지 않았다.

 

치우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주위의 소란스러움에 깨어났다.

 

“으.....윽! 온 몸이 욱신거리는 구나.”

 

치우는 아픈 몸을 일으키며 사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싸우는

소리에 놀라 마차 밖으로 나왔다.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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