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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건국기 1부- 10편: 혼돈계로

Alone |2004.08.21 22:56
조회 169 |추천 0

끝도 없이 쏟아지는 마물들로 광활한 헬름평원은 누구 한사람 들어설 자리조차 없을 듯했다.
루씨를 쫓던 마차는 마부의 미친 듯한 채찍질로 번개처럼 달려나가고 있었다.
마차는 차체부터 바퀴살까지 모두 철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역시 철로 주조된 가시로 온통 뒤덮혀 있어 누가 치이기라도 한다면 당장에 갈갈이 찢겨나갈 형상이다.
마부가 휘파람을 불자 두마리의 외눈박이 거인이 마차 주위로 돌아온다. 그가 '휙~!' 하고 쇠사슬을 던지자 신기하게도 쇠사슬들이 알아서 거인들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에 걸렸다.

이렇듯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마차의 앞쪽에서 무언가 소란이 일어난 듯 하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랄프 제 1대장군은 무슨 일인가하고 멀리 전방을 주시했다.

깊숙히 두건을 눌러쓴 수도승 하나가 능숙한 솜씨로 요괴들을 때려눕히고 있었다. 가만히 보아하니 조무래기 요괴들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듯 했다.
랄프는 심히 심기가 불편했다.

인간계로 들어서자 마자 천사에 수도승까지 마주치게 되다니 왠지 자신이 살아생전에 성기사였던 것을 아는 신이 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
마부가 다시 외눈박이 거인들에게 매여져 있던 쇠사슬을 풀자 그들은 곧 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더니 잇몸을 드러낸 채 으르렁대며 미친 듯이 소란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도마는 달려드는 요괴들을 한놈 한놈 처리하고 있다가 저쪽에서 집채만한 거인 두 녀석이 달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랄프의 개들이군... 이거 더 이상 노닥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겠는걸'

도마는 목을 물려는 식귀 하나를 주먹으로 갈겨 놓고는 쥐고 있던 커다란 지팡이를 땅바닥에 '쿵'하고 짚었다.
지팡이는 도마의 키보다 머리 하나는 더 길었는데 윗쪽으로 갈수록 두터워졌다. 도마가 지팡이를 땅에 짚자 뭉툭한 머리 부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 하더니 '번쩍' 하고 여섯 줄기의 빛이 뿜어져나와 하늘 위로 곧장 치솟아 올랐다.
주위의 요괴들은 물론이고 달려오던 두 거인들도 모두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서는데 하늘로 올라갔던 여섯 줄기의 빛이 서로 다른 색깔의 비늘을 가진 거대한 용이 되어 도마의 머리 위에서 빙빙 원을 그리며 맴돈다.

랄프가 기겁을 하여 허둥지둥 마차에서 내려 버선발로 달려왔다.
한달음에 달려온 랄프가 털썩하고 도마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 동안 잘 지냈는가? 혼돈계 제 1대장군 랄프!"

두건을 벗으며 도마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자 랄프가 대답한다.

"도마님! 제가 도마님을 몰라뵙다니.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혼돈계 제 1대장군 랄프! 총사령관 도마께 인사 올리옵니다! "

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의 요괴들이 모두 깜짝 놀라 무릎을 꿇었다.
최강의 종족인 용족의 여섯 수장을 제압하여 자신의 부하로 만들었다는 전설의 도마를 뵙게 된 것이다. 전설 그대로 여섯 마리의 용이 머리 위에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대왕은 어디 계신가?"

"예! 도마~! 대왕님은 아직 혼돈계에 계시옵니다. 일단 다섯 대장군들이 군단을 이끌고 각자에게 할당된 계간 지점에서 인간계로 진입하고 있사옵고 대왕님께서는 계간 지점의 안정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된후에 진입하실 것이옵니다."

"그래, 진행 상황은 순조로운가?"

"예! 도마~! 아직까지 별 다른 일은 없사옵고 다만 계간 지점의 카르마의 폭발에 필요한 몽마에 수가 예상보다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도마가 여섯 용을 다시 지팡이로 불러들이고 두건을 눌러썼다.

"그럼, 랄프 대장군. 난 이만 일이 있어 가보겠네. 나중에 보세~!"

"네..넷? 아니 도마 총사령관, 또 어디로 가시렵니까?"

그의 질문을 들은척 만척 도마가 동문서답한다.

"멈추지 말고 진격하게. 나중에 바이자르에서 만나세~"

도마가 길을 가자 요괴들이 양쪽으로 쫘악 물러서서 길을 터준다. 자그마한 체구에 병약한 모습이었지만 그에게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존재치 않는 듯 캄캄한 무의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는 듯 하더니 루씨의 눈 앞이 갑자기 새하얗게 밝아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과 아이리스는 어느샌가 하늘 위에 떠 있는 게 아닌가? 잠깐 당황하는데 갑자기 중력이 느껴지며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루씨가 깜짝 놀라 몸을 빙글 돌려 아이리스를 끌어안고 숨겼던 날개를 펼쳤다.
주위를 둘러보니 지평선 너머로 빛의 폭발이 지축을 흔들며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땅위로는 온갖 종류의 괴상망칙한 요괴들이 그 폭발의 한 가운데로 진군하고 있었으며 공중의 온갖 종류의 날개 달린 요괴들도 빛이 폭발하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엄청난 함성 소리와 고수들이 두들기는 북소리에 온 계곡이 떠나갈 듯 하다.

'여기가 어디죠?'

품속에서 아이리스가 묻는다. 그러나 이 질문은 루씨가 먼저 하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루씨가 보기엔 이곳은 인간계가 아닌 혼돈계인 듯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빛의 폭발과 함께 그들 둘은 혼돈계로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루씨가 알기로는 혼돈계는 각각의 종류들의 요괴가 사는 지역에 따라 크게 악마계, 환수계, 요괴계, 마인계, 정령계, 용신계로 나뉘어지며 마지막으로 혼돈계의 모든 시작이 일어났다고 알려진 카오스 지역이 더해진다.
혼돈계의 존재들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 뿐이어서 그들은 문명을 만들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먹고 먹히는 마치 짐승들과 같은 생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다만 그것이 천공계에게 다행인 것이 그렇지 않다면 이 강력한 무리들이 연합하여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어느새 주위의 있던 요괴들이 루씨에게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루씨는 검을 뽑아들어 몇녀석을 베었지만 주위의 요괴들이 너무 많아 어서 숨을 곳을 찾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루씨는 지상 가까이로 내려가 저공비행을 하며 마땅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 후에 멀리 동굴 하나를 발견한 루씨는 아이리스를 안고 나무들 위를 스치듯 날아 착륙했다.

"이곳이면 당분간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군요."

루씨는 곧 날개를 접고 아이리스의 손을 잡아 동굴 안으로 이끌었다.
주위의 모습이 왠지 익숙한 듯한 풍경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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