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몇 년은 누구나 의례 그렇듯이 우리 부부도 몇 번의 이사를 해야 했답니다.
집을 조금씩 늘려가는 재미로 몇 번의 이사를 다니다 보니 이웃을 좀 더 깊게 사귀거나 할 여유가 제겐 없었지요..
그런데 제게도 근사한 이웃이 생기는 일이 생겼답니다..
내가 근사하다고 말하는 정후 엄마는 ‘빽빽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런 여자 였지요.
아이와 함께 골목 길에서 놀다가 골목 안으로 자동차가 들어오면 동네 아이들을 일제히 불려 세워서 벽 쪽으로 붙어 서라며 소리를 빽~! 하고 지르고는 차가 다 지나가야 아이들을 해방 시켜 주곤 했답니다.
음식 배달 오토바이가 쌩!하고 속도를 내며 지나가면 그 뒤에다 대고 골목에서는 살살 다니라고 소리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노느라고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을 불러 세워서는 조심 조심 다니라고 말을 하고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주기도 했지요.
참 별난 여자네.... 이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정후 엄마가 하는 행동이나 말은 생각해 보면 틀린것은 아니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저렇게 유난을 떨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거리감을 두고 눈 인사만을 하고 지냈었지요.
그런데 일이 생겨 버렸어요.
골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던 우리 아들이 그만 자동차에 치일 뻔한 일이 생긴 것 이였어요.
정후 엄마가 아니었다면 분명 치었을 꺼같아요..
이제 막 자전거 타는 것에 재미를 붙인 아들 해빈이가 앞도 안보고 자전거를 타다가 골목에서 이제 막 꺾어 들어 온 자동차를 못 보고는 자동차를 향해서 돌진을 한 것이였어요.
해빈이와 차가 부딪치려는 순간 나보다 더 가깝게 해빈이의 곁에 있던 정후 엄마가 거의 몸을 날리다 시피 해서 해빈이를 밀쳐 냈지요..
해빈이는 무릎만 조금 까졌어요..
그런데 정후 엄마는 무릎에 팔에 여기저기 피가 맺혀 있었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울어 대는 아들 해빈이를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는데 정후 엄마는 아무말 없이 옷을 툭툭 털고는 정후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 이였어요.
‘어쩌지! 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저도 너무 당황해서 진정이 좀 된 해빈이를 안고 그냥 집으로 들어 갔지만, 정후 엄마의 상처가 걱정이 되어 해빈이를 들쳐 업고는 다시 정후네 집으로 올라갔지요.
정후네 집 문을 막 두드리려는데 안에서 울음 소리가 들려 왔어요..
문 두드리려던 손 내리고 가만히 들어보니 정후 엄마의 울음 소리였어요..
나는 한 순간 정말 많이 다쳤나 보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후 엄마!”하고 부르는 동시에 정후네 집의 문을 확~ 열어 젖혔답니다.
그런데 정후 엄마는 정후를 끌어 안고 정말 서럽게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울고 있는 것 이였어요.
조금 진정이 된 후에 정후 엄마는 제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답니다...
3년 전에 집 앞 골목에서 놀던 큰 아이가 차에 치어서 정후 엄마가 보는 앞에서 하늘 나라로 갔데요.
그런데 조금 전에 해빈이를 밀쳐내고 나서는 자신의 아이를 구해 내지 못한 죄책감과 그 아이의 그리움이 또 다시 밀려와 이렇게 소리 내서 울고 있었노라고....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함께 조금 울어 주었어요..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울 수 밖에 없는 정후 엄마를 이해해서.....
전 도저히 상상으로라도 해빈이를 잃는 다는 것은 ... 또 그 마음이라는 것이 어떤것인지 도저히 짐작조차 할수 없었거든요.
그날 이 후로 저는 정후 엄마를 별난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아이를 잃고는 다른 아이들의 안전까지 저렇게 신경을 써주는 멋진 여자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렇게 1년을 넘게 우리는 각별한 이웃이 되어 골목 안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지냈었어요..
그런데 IMF가 터져 버리고,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진 정후네 는 시댁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고 했어요.
자리가 잡히는 데로 연락하마 하고 정후 네는 이사를 갔고, 우리 집도 정후네 가 이사를 간지 보름 만에 이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연락이 끊겨버린 것 이였지요..
그러다 정후 엄마와 같은 집에 살던 다른 아주머니를 동네 백화점에서 만나게 되어 정후네 집일 을 물어보니 IMF로 인해서 형편이 말이 아니라는 이야기만을 전해 주었어요.
혹시 라도 연락이 되면 꼭 전해 달라며 저의 연락 처를 전해 주었지만 그 후로 정후 엄마에게는 연락이 없었답니다..
비록 지금 정후 엄마와 연락은 되지 않고 있지만 강한 모습으로 역경을 잘 이겨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또 다른 어떤 동네에서 빽빽 소리를 지르는 빽빽이 아줌마가 되어 정후는 물론 그 골목 안의 파수꾼이 되어 다른 집 아이들의 안전까지 지켜내고 있을 꺼예요.
정후 엄마가 이웃으로 있는 동네 사람들은 정말 든든한 이웃을 두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 있을까요?
이름도 모르는 정후 엄마야!
정후 엄마는 영원한 우리 아들의 생명의 은인이야....
힘내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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