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몸에 털이 많은편이다.
다른데는 모르겠는데 유독 다리와 팔에-_-);;
여름이 되면 참으로 난감했다.
사춘기에는 나보다 털 많은 다른 여자친구들을 보며 나름대로 위안을 삼으려 노력했지만
언제나 난감한건 마찬가지였다.
뭐 중고등학교때는 팔다리를 드러내놓고 다닐일이 거의 없으니
(우리때는 하복치마를 길게 입는게 유행)
그러려니하고 살았다.
문제는 대학와서.
체중을 10키로 감량하고 나름대로 사람몰골을 되찾은 나는
팔자에도 없던 민소매 옷과 짧은 치마, 짧은 바지를 무엄하게도 시도한다.
역시 난감한 ㅠ_ㅠ;; 건강하게 자라있는 나의 털들.
처음에는 아빠가 애지중지하는 면도기로 밀었었더랬다.
하지만 아는사람은 알터.
(친구들의 증언으로인해 아빠 면도기로 면도하는 여자애들이 꽤 있다는걸 알고 나름대로 또 위안)
남자면도기는 사실 여자의 연약한 피부에 별로 안좋다.
모공이 쓸리기도 하고;
베이기도 하고,
(행여나 베여서 피라도 나면 엄마에게 아주 심하게 혼났다-_-)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지만
제모패트나 왁스같은건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내고
테이프로 떼어내는 비인간적인 행동도 엄두가 안나고
제모크림을 사용한 제모는 너무 불만족스러웠었다.
그러던 찰나.
여성용면도기의 등장 *_*
(원래 있었는데 우둔해서 몰랐다가 이제야 안것임)
질*트사의 면도기와 쉬*사의 면도기 두개가 할인매장 면도기 코너에
"날보러와요"하고있었던것이었다.
원래 샴푸와 이런저런 생필품을 사는 심부름을 온 나는
그 코너에 서는 순간
모든 다른 물품들을 잊고
아아;;; 저 둘중에 어떤걸 골라야하지.
심한 고민에 빠졌다.
질*트것은 삼중날이라 더 면도가 잘 된다고 듣긴 했으나 디자인이 영 별로.
결국 나는 연보라색에 오동통하니 귀엽고 알로에 보호패드도 있다고 마구마구 광고를 써놓은
쉬*사의 여성면도기를 구입했다.
룰루랄라.
너무나 신나게 집에와서(다행히 다른 물품들도 다 샀다)
집에 오자마자 욕실에 들어가
면도기를 화장실 변기 위쪽 타일에 쩍 하고 붙여놓았다.
(친절하게도 압축패드로 되어있는 욕실용 면도기 걸이가 내장되어 있었다.)
흡족한 미소로
"오늘 저녁에 나의 털들을 모두 밀어주리라"
하며 실실 쪼개고 나온 나였다.
샤워하기 전.
아빠가 화장실에 급하게 들어가셨다.
-_-);;; 컥.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아빠가 너무나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오시길래
"*_*? 왜그래? 퍼즐이 안풀려요?"
하며 나는 쌩뚱맞게 물어봤다.
아빠는 계속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며
"아유, 저게 왜 향기가 안나? 너 불량품 사온거 아니냐? 어디서 또 싸구려 사왔냐?"
이렇게 말씀하셨다.
"향기는 무슨 향기? 욕실에 누가 방향제 사다놨어?"
(그럴리가 없는데-_-)
"저거 뭐냐. 벽에 붙어있는거 아무리 꾹꾹 눌러도 향이 안나오잖아.
누르면 꾹 들어가기는 하는데 짜증나서 그냥 나왔다."
순간.
엄마와.
나와.
동생은.
동시에.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주 열라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아;;;;
아빠는
매일 면도를 하신다는 분이
보라색의 오동통하니 귀엽게 생긴 여성용 면도기를 처음보고
화장실용 터치 *레쉬같은 방향제로 착각을 하셨던거다.
뒤에 압축패드가 있으니 누르면 쏙 들어가기도 하겠거니와
사실 조금 터치*레쉬에 있는 하마비스무리하게 생기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노안이 있는 아빠의 눈 때문인듯 했다, 가까이 있는걸 제대로 못보신다. 쉬*라 써있는 영어까지도 못보셨나보다.)
우리는 조금 정신을 가다듬고
한번 더 웃어제낀 후
"큭큭. 아빠 그거 방향제 아니예요. 내가 오늘 사다놓은 여성용 면도기야."
"헉-_-);;;; (쪽팔린아빠)"
"무슨 면도기가 그렇게 나오냐?"
"몰라. 여성용은 디자인도 인체공학적으로 나오고 보호패드도 있고 뭐 그렇대. 여자들은 얼굴만 하는게 아니라 면도기를 오래 잡고 있어야 하니까 손에 편해야겠지 뭐."
"헉-_-) 무슨 면도기를 하마같이 만드냐?"
(순간 욕실에 들어가서 면도기를 직접 확인하고 나온 엄마)
"여보 진짜 안경점에가서 다초점 렌즈 안경이라도 맞춰야 겠어요. 저게 어딜봐서 하마야. 통통한 손잡이 같구만."
"난 또 꾹 누르는 방향제인줄 알았지. 어쩐지 아무리 눌러도 향이 안나오잖아-_-)"
크하하;;
우리는 정말 그날 저녁에 미친듯이 웃었고(아빠가 무안하든 말든)
올 초여름 장만한 그 면도기 덕에
나는 민망한 노출도 불사하지 않고
아주 민망스런 옷차림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면도날 카트리지도 다섯개나 들어있었다*_*)
어쨌거나 그 면도기 사건으로
석달이 지나가는 지금에도
나나 엄마나 동생은 그 면도기만 보면 피식피식 웃고는 한다.
-_-)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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