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여기가 어딘가요?”
“정신이 드는가?”
“아! 루주님이시군요. 어떻게 제가 이곳에.....” 하면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마치 둑 터진 봇물처럼 쏟아진다.
“너무 고생이 많았네... 다행히도 연아가 자네를 구했네. 그래서 우리 비밀장소로 데려온 것이네.”
“아! 그랬군요. 전 루주님을 뵙지도 못하고 죽는 거라 생각해서.....”
“무슨 그런 약한 소리를 하는가? 우리가 아직 못 다한 일이 많은데 ...”
“이분이 주소협이 신가요?”
“그러네.”
“역시 많이 닮으셨네요. 젊으셨을 때의 얼굴 그대로이군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우선 쉬시고 나중에 이야기 하시지요.”
“그러는 게 좋겠네. 기향을 편히 쉬게 옮겨드려라.” 연아가 기향을 얼른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석실을 나서서 옆의 침소로 옮겨 침상에 뉘었다. 그리고는 본신의 진력을 부어넣으며 운공 요상을 하고나서 살며시 수혈을 짚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였다. 다시 돌아오니 만홍루주는 유혼교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각 대문파가 서로 반목 대립하게끔 만들라는 명을 받고 움직였습니다. 이제 제가 아는 것은 모두 말씀드렸으니 제가 편히 죽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지?”
“믿고 안 믿는 것은 제가 알바가 아니지요. 저는 제가 아는 사실에 대해서만 말씀드린 것이고 그 이상의 것에 대하여는 정말 모릅니다.”
“그럼 숭산에 모이라는 전갈은 무엇 때문이었소?”
“그것을 어찌 알고 있나요?”
“당신들의 연락책 2명을 잡아 얻어낸 편지에 숭산으로 모이라는 내용이 있었소.”
“맞아요. 현재 중원에 나와 있는 거의 전부가 숭산 쪽으로 집결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변장하여 소림사를 칠 것입니다. 유혼교에는 각파의 절예를 거의 다 수련하여 대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꽤 되지요. 그들을 이용하여 공격시키면 서로 반목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악랄하게 급습하고 도주해버리면 영문도 모르고 분개하겠지요.”
“그렇게 도발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무림의 혼란과 서로 죽고 죽이는 상잔... 그 정도겠지요?”
“음..... 지독스런 계략이군요.”
“자, 이제 제게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어짜피 여기서 풀려난다 해도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니...”
“왜 죽으리라는 생각이지?” 루주가 물었다.
“우리는 이미 만성독약에 중독 되어 있어 삼 개월마다 한번씩 해약을 받아먹어야 살 수 있지요. 이미 달포가 지났으니 그 기간 밖에 못 살 것이고 또 풀려난다고 해도 제가 그들을 설득할 수 없으니 저를 죽일 것입니다. 그리고 전에 그렇게 죽는 사람을 보았어요. 전신이 녹아들며 핏물로 변해 죽어가는 것을 .... 마지막 숨이 넘을 때까지 고통스러워하다가 죽는 것을.... 그러니 최대한 편안하게 죽을 수 있게 해주시는 게 저를 도와주시는 것이지요.”
“어디 한번 봅시다.” 연아가 유혼교도의 맥을 짚으려다 보니 아직 벌거벗은 상태여서 눈을 두기가 민망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리했기에 누구도 어색하게 생각지 않았지만 연아는 남자가 아닌가? 아예 두눈을 감고 여자를 진맥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진기를 약간 흘려보내어 그 흐름을 살피는데 전혀 이상이 없었다. 다만 생명력의 근원인 삼초에서 백회간의 흐름이 약간 방해를 받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일반적인 독이 아니라 장독이나 미약일 가능성이 많았다.
“혹 유혼교에 고독이나 장독을 쓰는 사람이 있소?”
“묘강에서 온 사람이 있는데 그가 고독을 쓴다고 했어요.”
“당신들은 일반적인 만성독에 중독 된 게 아니오. 만화독장이라는 장독과 미약에 중독 되어 심리적인 장애가 생겼을 것이오. 이는 매우 악랄한 수법으로 당신들의 생명을 갉아 먹어 들어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정신까지 망가지고 이렇게 죽어갈 때 약물을 사용하여 강시를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은 강시가 전부 당신들의 옛 동료였을 것입니다.”
“그럼 고칠 수가 있나요?” 아무래도 인간의 생존본능은 극한 상황에서도 살길을 찾으려 하는 걸까?
“몇 가지 약재만 구하면 쉽게 고칠 수 있는데 본인의 고통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필요하지요. 특히 신의께서 이미 많은 장독에 대한 약재실험과 연단을 하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유혼교에 있는 많은 형제들도 구할 수 있을 것인데... 부질없는 욕심이겠지요?”
“그건 두고 보아야지요.”
“잠깐 나가서 영충을 좀 불러 주시겠소?” 연아가 루주의 시비에게 말을 건넸다.
“네” 대답을 하고 방을 나갈 때 “이왕이면 옷도 한 벌 가지고 오셔야겠소.” 하고 비녀의 등 뒤에 말을 하였다.
그제서야 전부다 유혼교도가 벌거벗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인식하여 얼굴들을 붉히는 것이었다. 사람의 의식세계는 참으로 묘한 것이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벗겨놓고선 이제는 그런 사실에 대하여 민망해 하는 것이.....
급한 대로 우선 침상의 이불을 몸 위로 덮어놓았다. 영충을 부르러갔던 비녀가 돌아오고 잠시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르셨습니까?”
“예, 좀 봐야 할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 이신대요?”
“혹 유혼교도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금제를 가하였는지 그 내막을 아시는가 해서요.”
“대개 남자들은 고독으로 금제를 하고 여자는 장독과 미약으로 금제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음... 내가 알아낸 것이 사실이네요.”
“그럼 그 외에는...?”
“약간이라도 수상쩍은 기미가 있는 자 에게도 미약을 쓴다고 했습니다.”
“지독한 놈들이군요. 미약으로 사람을 망가뜨리고 죽기 전에 약물을 써서 강시로 만들어버리니 사람을 두 번씩 죽이는 악랄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강시들은 전부 유혼교의 동료들 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사람들이 많이 상했고 그 사람들의 행방이 묘연하였는데 전부 강시를 만들었다면....”
“미약을 계속 사용하면 처음에는 용기도 나고 안정되지만 나중에는 급속하게 정신부터 피폐해지지요. 그러다가 순식간에 늙어버리고 모든 정기가 고갈되어 버리는 특징이 있지요.”
“정말 절 잘 구해주셨습니다.”
“잠깐만요, 저분도 유혼교도였나요?”
“그렇소. 고독을 제거하고 나서 새사람이 되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소.”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요. 방법을 강구해서 꼭 그리 해드리겠소. 나중에 증언을 해 주셔야하니 반드시 구해드려야지요.”
“미리 감사드리고 싶군요.”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만홍루주가 모두에게 “그럼 이방에서는 또 치료해야 할 사람이 있으니 이제 방을 또 옮겨야겠군.”하며 모두를 몰로 나왔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넓은 석실이 있었는데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어있었다. 모두들 자리를 정하고 앉게 되자 만홍루주가 앞으로의 임무에 대하여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연아는 진천장으로 가서 정예를 뽑아 급히 소림을 지원하라 하였고 개방의 수뇌부에도 연락할 것이니 협조하라고 했다. 루주는 이곳에서 각 곳에서 오는 정보를 취합하여 대책을 세울 테니 서로 긴밀한 연락망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이런저런 해야 할 일을 전부 정하고 있을 때 아직 누워있어야 할 기향이 나와서 방으로 들어섰다. 그 모진 고문을 당하였음에도 아직 기력이 남아있었던 것일까?
“루주님, 제게도 임무를 주셔야지요. 저를 빼놓으시면 섭섭합니다.”
“아니,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지금은 자네 상세나 돌보아야할 때야.”
“아닙니다. 어짜피 죽어 썩어질 몸 쓸 때에 써야 빛나는 법이지요.”
“그래도 아직은 자네가 해야 할 일 보다 자네의 상처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야. 나대신 그 모진 일을 당해야 했으니...”
“대신이라니요. 당연히 제가 대외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그럼 자네가 나대신 안살림을 해 줄 텐가?”
“제가 안살림을 한다면 루주님이 밖으로 나가신다구요? 그건 안 되지요.”
“이럴 때에 유선이 이곳에 있다면 얼마니 좋을까?”
“그럼 제가 진천장에 도착하면 이곳으로 가라고 하겠습니다.”
“자네가 그곳에 있으면 유선도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지 이곳에 왜 보내? 한 손이라도 아쉬우니 내 그냥 해본소리이네.”
“어쨌든 시간이 별로 없으니 영충과 자넨 최대한 빨리 진천장으로 가서 인원을 구성하자마자 숭산으로 출발하게. 원종대사를 만나는 일이 시급하네. 그래서 유혼교의 음모를 막아야 하네.”
“알겠습니다.”
“가는 길에 절대로 유혼교도들과 부딪치면 안 되네. 절대로 노출이 되면 안 되니까 소림에도 몰래 들어가 응전하도록 하게나.”
“예”
“여기 필요한 은자와 옷을 몇 벌 준비하였으니 제발 다치거나 상하지 말고 행동하게. 이거야 원 물가에 애 내보낸 것 같아 조바심 나서 살수가 있어야지.”
“하하하... 걱정 마십시요. 제 한 몸이야 보전치 못하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온몸에 흉터를 늘리고 다니는가?”
기다리셨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메워보려했지만 도저히 안될때도 있네요.
여러 독자님들을 생각해서라도 잘게 쪼개어 쓰려하오니 더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