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휴식 중에 연아는 루주가 비밀리 키워온 인재들을 만나 보니 하나같이 일당백의 기개를 가진 젊은이들로 연아와 거의 동년배여서 어색한 만남이었으나 만홍루주의 이야기가 있고나서 그들은 연아를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맹세를 서슴없이 하였다.
연아도 앞으로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무림의 정의를 세우며 약자의 편에서 악의 무리에 응징하겠다는 연아의 말에 다시 한번 깊은 감동의 약조를 하고 영충을 제일로 하여 청룡단이라는 단체로 10명이 전부 형제로 맺어지게 되었다.
만홍루주의 연회를 결의 맹약의식으로 대신하여 태어날 때는 서로 다르게 태어났으나 죽을 때에는 같이 죽겠다는 서언으로 맹약을 중인에게 보여주었다.
한참 연회가 무르익었을 때 영충이 다가와서 “주공, 그녀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이름이 정이고 성씨가 추입니다.”
“그래요? 그럼 추정이네요. 이름을 알려주었으니 이제 마음만 열게 하시면 되겠군요.”
“저를 깍듯이 공대하는 게 조금 걸립니다.”
“하늘같은 지아비 될 사람인데 공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만홍루주의 곁에는 기향과 유선이 함께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는데 그들도 뭔가를 말하고 난 후였다.
“자, 오늘 이 뜻있는 자리에서 기쁜 소식을 한 가지 알려드리겠소.” 루주의 말소리에 모두 눈길을 돌렸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서 우리는 청룡단을 창단하였습니다. 단원은 영충단주를 위시하여 10명의 정예이고 그들이 오늘 형제맹약을 맺었소. 기쁜 소식은 청룡단주 사영충의 약혼을 발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와아!” 하는 함성과 웃음소리 그리고 축하를 해주는 말로 장내가 시끌벅적해졌다. 잠시 시간이 지나 루주는 “두 분의 결혼식은 이번의 급한 출정을 끝내고 날을 잡아 내부에서 하기로 하였으니 모두들 그때에 축하해줍시다.”
유선이 그동안 추정을 병구완하면서 끈질기게 설득한 모양이었다. 추정은 얼굴을 붉혔으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 영충의 진심을 받아들인 모양이다. 연아는 마치 자기의 일 인양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싱글벙글 웃음기가 가시질 않았다.
루주가 추정에게 자신의 귀걸이 한 쌍을 건네주며 “이것은 내가 예부터 아끼던 것인데 두 분의 약혼을 축하하는 뜻으로 드리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루주님, 저를 한 식구로 생각하신다면 제발 말씀 낮추어 주세요. 그리고 주시는 귀한 선물은 제가 죽을 때까지 걸고 있겠습니다.”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주공도 저를 형제로 생각하신다 했으니 당연히 말씀을 낮추어 주십시오. 그리고 루주님의 은혜는 저 역시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대형의 약혼을 우리 모두 축하드립니다.” 우렁찬 청룡대원의 말소리가 실내를 쩡쩡 울렸다.
유선이 루주의 귀걸이를 추정의 귀에 조심스럽게 걸어주자 모두들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였다. 술잔이 몇 번 돌아가고 흥겨운 시간이 계속되자 모두들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르고 즐거워했다...............
아직 여명이 오기 전에 고묘 속에서 십여명이 나타나 홀연히 사라졌으니 연아와 청룡단원이 몰래 빠져나와 초산으로 가는 것 이었다.
그들의 경신법은 대단하여 언 듯 언 듯 보이는 것 같았으나 마치 안개처럼 흩어지는 신기루같이 초겨울의 싸늘한 공기를 가르며 초산의 비림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초산의 흑옥곡에 이르기까지 세인에게 발각되지 않으려 조심조심 하였기에 별 사고 없이 흑옥곡까지 도착하여 소동을 불렀다. 소동이 득달같이 달려 나와 “아직 할아버지가 안 오셨는데요?”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이번에는 천화동으로 가기 전에 잠시 쉬었다가 가려고 들렀다.”
“그러세요? 그럼 어서 들어오세요. 잘 따라오셔야 해요.”
“알았다. 모두들 정신 차리고 잘 따라오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소동을 따라 진을 이리저리 돌며 통과하여 모옥으로 오니 소동이 약차를 끓여내어 한잔씩 따르어 주었다. “혼자서 생활하기 어렵지 않니?”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혼자 살았는걸요.”
“이제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이 제 친구노릇을 해주고요.”
“그래? 대단하구나.”
연아와 청룡단은 한나절을 신의의 모옥에서 보내고 벽곡단과 해독제를 챙긴 후에 천화동을 향해 출발하였다.
이미 연아의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모두들 조심스럽게 천화동 앞까지 도착하였고 천화동 입구의 뜨거운 바람은 여전하였다. 연아는 천화동 내부에서 주의 하여야 할 점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쇳물이 끓고 있는 곳을 통과하는 요령과 피하는 요령을 세세히 설명하였다. 연아가 먼저 들어가고 그 뒤를 청룡단원들이 마지막에 청룡단주가 따르기로 하고 천화동으로 진입하였다.
독충과 독물들이 교룡편을 휘두르는 소리에 숨어서 나오지 않고 있어 가끔 머리위로 떨어지는 독물들만 처치하며 쉽게 진입하였다. 이제부터 불 폭풍과 쇳물이 끓는 곳을 통과하여 매장지까지가 정말 어려운 길이다.
조금만 삐끗해도 한줌의 재조차 못 남기고 타버릴 것이고 조금만 늦어도 통째로 구워질 판이니 긴장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하지만 연아가 이미 통과했던 곳이고 또 그 요령을 알고 있으니 전부들 긴장한 속에서도 자신 있게 그곳을 통과하여 모두 무사히 무림명숙들의 매장지까지 오게 되었다. 연아는 야명주를 꺼내어 흐릿하지만 잘 보이게 하여 되도록 안력으로 보고 횃불을 밝히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하여 그냥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연아는 그곳에서 전에 들었던 기계적이고 규칙적인 소리를 따라 천화동을 전부 뒤져보기로 하였다.
매장지에 들러 무림명숙들의 유해에 모두들 경건한 마음으로 경배를 하고 연아가 뚫어놓았던 바람이 불어 들어온 동혈로 가니 그때에 들었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연아가 앞장서서 모두들에게 조심하고 절대로 큰소리가 안 나게 따라 걸으라하며 두 명이 일개조로 야명주를 한 개씩 나누어주니 모두들 잘 따라오고 있었다. 먼저 자신이 나갔던 곳으로 가서 그곳이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였으나 아무런 흔적이나 변화가 없어 다시 깊은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 나아갔다. 한동안을 갔으나 아직 아무런 동정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틀림없이 이곳에 유혼교의 사람들이 있으리라 단언하여 여러 통로를 전부 뒤져 보기로 한 것이다. 굴은 갑자기 위쪽으로 오르막이 급한 경사를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도 여러 갈래가 아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안 되었지만 아무런 징후가 없으니 그것이 오히려 더 답답한 마음이었다. 모두들 아무런 말없이 따라오긴 하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터.... 그때 멀리서 절그렁거리는 쇳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멀지는 않은 곳인 것 같지만 굴속에 울리는 소리로는 거리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지라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계속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한 시진 이상을 나갔지만 아직도 울려오는 소리만 있을 뿐 그 위치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에서 어렴풋이 불빛이 보이는 것 같아 자세히 보니 불빛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고 있었다. 연아는 조금 빨리 불빛이 보이는 쪽으로 움직여갔고 전부들 조심스럽게 따라 움직였다. 이제 불빛이 환하게 보인다 싶을 때 벽에 바짝 붙어 불빛 쪽으로 다가서니 등촉불만 벽에 걸려있고 인기척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 절그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부근에 사람이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이제는 땅을 찍는 소리와 돌을 깨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이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하는 모양이었다. 연아는 조금씩 더 가까이 접근하여 살펴보았다. 멀리에 언 듯 비치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자 바짝 긴장하여 석벽에 바짝 붙은 몸을 최대한 숨기며 접근하자 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참혹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덩치가 커다란 몇몇의 장정들이 채찍으로 사람들을 부리고 있는데 그들은 완전한 누더기에 햇빛을 못 보아서인지 아니면 굶주림에 지쳐서인지 두 눈이 초점조차 흐려진 모습이고 앙상한 고목을 연상케 하는 상태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들리는 절그렁거리는 쇳소리가 그들의 발목에 메어진 쇠사슬 끄는 소리였던 것이다. 이지경이 되도록 사람들을 혹사시키며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그들은 무덤 속 같은 이 굴속에서 무언가를 파내어 밖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생지옥이 연상되는 장면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데 아주 어린아이에서 늙은 노인까지 모두가 무거운 쇠사슬을 끌며 끌며 개미처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악독한 놈들....”
연아는 바닥에서 돌 부스러기를 주워들고는 채찍을 휘두르는 자에게 쏘아내었다. “억”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다. 연아의 내력이 실린 돌 부스러기는 그대로 놈의 배심을 꿰뚫어 버려 즉사케 한 것이다. 다시 그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움직이며 몇몇을 쓰러뜨렸으나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모르는 것처럼 묵묵히 움직이기만 할뿐 놀라거나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나아가자 굴이 넓은 광장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것으로 돌과 흙덩이를 어디론가 실어 나르고 있었다. 여기에도 역시 채찍을 든 자들이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부리고 있었다. 매를 맞아도 비명한번 지르지 않고 묵묵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은 아픔도 모르는 것일까? 연아의 눈에서는 불똥이 튄다. 자신도 모질게 살아왔지만 이들의 지금 상황은 자신의 어릴 때 보다 천배 아니 만배 이상의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것이 분명하였다. 한웅큼의 돌 부스러기를 움켜쥔 연아는 연속적으로 돌을 날려 모조리 황천길로 직행시켜버렸다. 넓은 곳으로 나오니 청룡단원들도 전부들 빠른 몸놀림으로 채찍을 들거나 사람들을 부리는 자들에게 죽음을 선사하고 명령이 없이도 각기 흩어져 한 방향씩 맡아서 순식간에 해치워 버려 큰 소란 없이 제압해 버리니 그제야 일을 하던 사람들이 눈치를 채고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연아는 즉시 그들에게 조용하라고 말한 후 조금 있다가 모두 해치운 후에 구해주겠으니 동요하지 말고 이곳에서 쉬고 있으라 말하니 모두들 그 자리에 앉아서 쉬고 몇몇이 죽은 자의 허리에 달린 열쇄를 풀어내어 각기 발목을 잡고 있는 쇠사슬의 족쇄를 풀어내었다.
연아는 그들중 한사람을 불러 이놈들의 본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을 찾아보라하자 한 노인이 일어서며 “내가 그 위치를 아오.”
“어디인지 안내를 해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소. 그런데 당신들이 그 놈들을 전부 해치울 수 있소? 잘 못하면 이곳에서 모두 죽을 텐데....”
“저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니 너무 걱정 마시고 길안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를 구하려 하시는데 제 목숨이야 무에 아까울까요. 저를 따라오시구려.”
“감사합니다.” 연아는 또다시 돌 부스러기들을 양손에 움켜쥐었다. 청룡단원들도 비도와 암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뒤를 따르고.... 워낙 빠르게 해치운 덕에 아직 발각이 안 된 것인지 조용했다. 연아는 혹시나 잔여일당이 사람들을 해칠까 두려워 청룡단원 셋은 광장의 입구에서 지키고 있으라 하며 보내었다.
조금 더 가니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고 꽤나 많은 인원이 있는지 음습하지 않고 건조한 상태여서 사람들이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환기가 잘 되는 곳이었다.
“이곳입니다.” 노인이 작은 소리로 연아에게 말을 하였다. “알았습니다. 이제 돌아가서 쉬십시오.” 하자 노인은 살며시 몸을 돌려 굴속의 광장으로 돌아갔다. 잠시 동정을 살피던 연아는 모두에게 속전속결하여야 한다고 잘 주지시키고 번개같이 몸을 날려 진입하였다. 모두들 소리 없이 따라 날아들자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비명소리가 울리고 무기 부딪는 소리 그리고 집기들이 부서지는 소리....
멋진 주말이 될듯하네요. 어제 오후에 쓴 초고를 급하게 올려드리고 전 지금 대부도에 사업부지 확인차 출발하여야 합니다. 아무래도 노트북하나 장만해야겠어요. 그래야 생각나는데로 써놓았다가 정리할 수있을것 같고 또 아무데서나 올릴수도 있고..... 즐거운 주말 잘 보내시고 새로운 한 주를 기운차게 헤져나갑시다. 독자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