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장의 개파 대전은 이렇게 내부에서 조촐하게 이루어 졌으나 이미 무림의 양대 문파인 소림과 무당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무림의 최고 배분에 있는 무족신의가 총 호법으로 위촉되고 장장의 제일 방파인 진천장이 천무장의 외단으로 그 임무를 수락하는 등 무림사에 전무후무한 거봉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연아는 총수로써의 자격으로 각대문파에 초청장을 발송하여 정초에 영웅대회를 개최하여 앞으로 무림의 해악을 제거하고 평화를 수호키 위한 단체를 구성하자는 의견을 전하게 되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두 달이 거의 지나 벌써 정초를 일주일 정도 앞두게 되었을 때 이미 세상은 은빛 설원이 되었고 처마 끝에는 어린아이 팔뚝 같은 고드름이 쭉 매달려 악마의 이빨같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천무장에는 귀한 손님들이 들이 닥치기 시작하여 모두들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했다.
그 사이에 연아는 유선과 비부에 급히 다녀왔으며 연아는 사부의 허락을 받아왔으니 이제 아무 때에나 결혼식을 거행할 수 있게 되었다.
“효연! 자네가 이제 일가를 이루게 되었으니 그 책임을 알아야 할 때가 되었네.” 다른 때와 다르게 원주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하자 연아는 긴장하여 그 말을 듣게 되었다.
“내가 네 이모되는 사람이다. 즉 자연선자 초설의 여동생인 초영 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차후에 듣기로 하고 이제부터는 네 이모로써 말을 하고자 한다.” 하며 연아의 손을 잡았다.
“저에게도 피붙이는 있었네요. 전 천애고아로 세상에 기댈 곳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그랬을테지. 나도 네가 살아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네 부모의 한을 풀어주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살아 왔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에 무작정 세를 키우며 때를 기다렸는데 하늘이 무심치 않아 네가 살아있어 주었고 이렇게 헌헌장부로 내 앞에 서있다는 사실이 어찌 하늘의 보살핌이 없이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
“저 또한 어려서부터 모진 구박 속에서 고생을 하였어도 하늘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래, 다행이다. 어려움 속에서 모진 생각을 안 하고 이렇게 범인을 초월 할 수 있다는 건 네 근본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네 부모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인군자요 요조숙녀였으니 그 피를 이은 네가 근본을 벗어난다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 이지. 그간의 네 성장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 얼마나 대견스러워 하시겠느냐?”
“네 아버지는 무인답게 장렬한 죽음으로 후세에 기록되겠지만 단지 네 아버지의 아내였다는 신분 때문에 네 어머니가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대체 제 부모님들이 무슨 잘못을 하였기에 그렇게 돌아가셨는지요?”
“첫 번째는 네 아버지의 독선과 유아독존의 자세가 그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두 번째는 무림의 특성상 절대자의 군림을 막으려는 집단의 행동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건 누구라도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시 그리고 자신의 모자람에 대한 보상심리 같은 것이 무리한 욕심을 일으켜 저지를 수 있는 일이지.”
“그리고 세 번째로 네 사문의 연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네 사문이 무림의 절대자를 배출하여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켰었기에 그분의 후예를 경계하고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미연에 막자는 암중의 묵계가 성립하여 벌어진 일이라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무림이 나쁘다고 말 할 수도 없고 어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보복도 할 수 없는 미묘한 사안인 것이다. 따라서 너에게는 무림의 절대자로 우뚝 서 그분들이 생전에 못 다한 강호의 안녕과 네 사문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려 그 분들의 위명이 허언이 아니라 실로 무림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기신 분이란 걸 증명하는 것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복이 될 것이다. 이점 이해할 수 있겠느냐?”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의 원한을 어찌 자식된 자로 잊을 수가 있을 것입니까?”
“제가 조사한 바로 독안마제의 수하들 중 그 적전 제자들이 어머니를 해친 원흉이라는 것을 알아내었으나 그들이 현재 어느 곳에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다만 유혼교가 독안마제가 구성한 집단이라는 것을 확인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그 증거를 찾지 못하였으며 독안마제만 찾으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리란 것은 분명합니다.”
“음..... 강호에 전해지는 말로도 원흉이 독안마제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일이지만 그 증거는 없었다.”
“저를 길러주신 할아버지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붉은 전갈이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고 검날이 넓은 거운도라는 칼을 쓰는 놈이라 했습니다. 그놈과 네 명이 어머니를 해친 것이라고 말했으며 어머님의 묘소가 낙혼애에 있어 제가 몇 번 다녀왔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더냐?”
“저를 길러주신 할아버지는 무공을 모르시는 분이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인즉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어머님의 유품도 그분이 챙겨 저에게 전해주신 것이고 나중에 사노인이라는 의원이 저를 돌보아 주었을 때 그분의 말씀에도 한마디의 다름이 없이 전해 들었기에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피 맷힌 이야기를 하는 연아의 두눈에 갑자기 붉은 흉광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원주는 “자, 그만 진정하고 그럼 우리가 우선 해야 할 일이 독안마제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로구나. 그리고 낙혼애에 나랑 한번 갈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저도 유선을 만났으니 어머니 묘소에 참배하여 알려드려야지요.”
“어머니 묘소를 이곳으로 옮겨 네 아버지와 함께 있도록 하고 싶구나.”
“이모님 의견이 그러시다면 이리 옮기도록 하시지요.”
“내가 유선에게는 사실을 이야기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이제 가족을 생각하는 여유를 갖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너무 바쁘니 우리 이야기를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이제 네가 이 천무장의 총수로서 그 위상을 굳건하게 세워주길 바랄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서 손님들을 맞아야지....”
“예.....”
외전에서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기 시작하였다. 승, 도, 유문과 무인, 그리고 문사까지 여러 부류의 인물들이 서로 이야기 하며 천무장의 현판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주가 빈 현판을 옮겨오라 하자 거대한 나무 현판이 옮겨져 왔다. 연아에게 현판에 글씨를 쓰라고 이르자 연아는 먹물이 없는 붓으로 삼매진화를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신기하게도 현판위에 글씨를 쓰려는 붓끝에서 연기가 오를 정도였으나 붓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연아기 써내려가는 현판은 깊이 두 치의 검게 탄 흔적을 남기며 천무장의 글씨를 화인하고 있었다. 이것을 바라보는 천무장의 인원들과 초청 인사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연아의 극에 이른 무공에 찬사를 보내었다. 현판이 완성되자 연아는 네 명이 힘들게 옮겨온 현판을 한손에 들고 비상하여 삼장위의 현판자리까지 가쁜 하게 올라 현판을 고정시켰다. 거의 신기에 가까운 신력을 뽐내 보인 것으로 연아는 천무장의 위용을 드높인 것이다.
현판이 오르고 나자 본격적으로 연회가 시작이 되었다. 원주는 자신이 운영하던 여러 기원과 기루의 인원들 중 빼어난 자색과 재능을 갖춘 여자들을 전부 소집하여 손님의 시중을 들게 하니 연회의 분위기는 금방 달아오르고 모두들 흥겨운 한때를 보내게 되었다.
천무장 인근 십여리의 주민들까지 나서서 일을 도와주니 수많은 인원을 접대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수월하게 연회를 치르게 되었으니 원주의 능력에 새삼 놀라움을 느끼게 되었다.
무족신의 또한 주인으로 손을 접대함에 있어 놀라울 정도의 아량을 보이며 연회 중에도 여러 사람들의 지병에 대하여 처방을 하여주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하였고 기향과 추정의 활약 또한 극에 달하였으니 새 색씨인 추정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손님사이를 나비처럼 누비고 다니며 여자들을 지휘하는 품세가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기향은 원주를 대신하여 어려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손쓰며 조정을 하는데 남자들을 다루는 품이 능수능란하여 마치 어린애 다루듯 여유 있게 대처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모두들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었고 드디어 정초를 맞이하게 되자 어느새 천무장의 분위기가 엄숙하게 변하여 어제까지의 그 혼란스럽던 연회분위기가 사라지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천무장의 수석호법인 무족신의가 중인 앞에 나서서 천무장의 개원을 공표하고 앞으로의 무림의 일에 천무장이 담당 할 부분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그러자 소림장문인 원종대사가 나서서 “빈승이 무림동도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겠소이다. 아미타불....” 소림의 장문인이 입을 열자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얼마 전 유혼교의 침입이 있었을 때 우리 소림은 이곳 천무장의 총수인 추면유룡 주대협의 도움으로 간신히 화를 면하게 되었소.” 갑자기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천하의 소림이 간신히 그것도 도움을 받아서 화를 피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잠시 빈승의 말에 귀를 기우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무림은 혼란의 극에 다다르게 되어 소림뿐 아니라 무당도 거의 괴멸직전에 이르렀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다시 장내가 소란스럽게 변하고......
“이제 무림을 다시 안정시키고 안녕을 기하기 위해서는 우리 무림이 굳게 뭉쳐 사도와 마도의 무리 즉, 악의 무리에 대항할 힘을 기르는 것이 그 지름길일 것입니다. 빈승은 여기에 감히 말씀드리오니 무림동도 여러분께서 모든 힘을 모아서 악의 무리에 대항할 인물로 한분을 선발하여 대항하여야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예정에도 없는 소림장문인의 발언에 의하여 장내에는 의견이 분분하고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우리 소림은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감히 한 가지 주청을 드리려 합니다. 제가 지닌 이 녹옥불장을 걸고 조사님들 앞에 고했던 그 말은 무림맹을 구성하여 이 난국을 타개하자는 것입니다.”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말인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쉽사리 내놓지 못하던 의견을 소림 장문인이 직접 나서서 이야기를 하다니....
누가 맹주가 될 것이고 누가 무림을 이끌어 마도와 일전을 겨룰 수 있을 것인가? 삼성도 있었지만 사제와 연합하였었는데 흑백이 모호하였던 시대가 아니었는가? 그런 삼성과 사제를 부인하는 말을 하다니.....
“나, 사천 당문의 당천옥이오. 누구라서 감히 삼성과 사제에 대항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겠소?”
“이는 섣불리 움직이다가 무림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도 있는 무서운 일이 될 것이요.”
어제밤의 초고를 이제 작성완료하여 올립니다. 되도록이면 연휴분을 전부 올려드리고 쉬고싶은게 제 욕심입니다. 무리일까요? 성원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라도 열심히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은 성원 부탁드리면 안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