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예쁘다."
오전에는 빙하호수를 구경하는 유람선을 탄 두 사람은 지금 작지만 기품있어 보이는 시계가계에 들어와있었다.
"이게 맘에 들어?"
"응. 예쁘기도 하지만 뭔가 고급스러워보이기도 하고..."
하연이 들고 있는 시계는 스틸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다른 시계들과 달리 나무로 틀을 깎아 일일이 채색을 입힌 것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특이하기도 하지만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시계였다.
시계를 들고 감탄하는 하연의 표정을 바라보며 가게 주인이자 시계를 만드는 장인인 할아버지가 무어라 태윤에게 말을 건냈다. 태윤이 대화를 마치고 하연에게 다시 말을 건냈다.
"부부를 위해서 직접 만드신 거래. 한쌍밖에 없는거래.
그리고 두 시계 사이에 특이한 장치가 되어있어서 한쪽이 멈추면 나머지 한쪽도 움직이질 않는대."
"와~ 멋지다."
"그럼 우리 이걸로 할까?"
"하지만 비싼 거 아니야?"
"일부러 여기 와서 하려고 예물할 때 시계 안했잖아. 네가 맘에 들어하니까 나는 좋은데.."
피카소 미술관을 구경하면서도 카펠교나 빙하공원을 구경하면서도 하연은 틈틈히 자신의 시계를 신기한 듯 바라보다 태윤의 시계와 마주대어 보기도 하며 아주 즐거워했다.
"그렇게 좋아?"
"응. 너도 평생 잃어버리지 말고 고장내지 말고 잘 써야해. 나도 그럴꺼니까. 서로 연결되어있다니 너무 멋진 시계야."
하연의 조잘대는 입술에 태윤이 다시 한번 입술을 맞추었다. 서울에서는 쑥스러워서 못하는 사랑스러운 그 행동에 두 사람은 여행 3일째에 익숙해져있었다.
"여기가 인터라켄이야. 여기서는 산장에서 이틀 묵고 글피에 한국가는 비행기 타러 다시 쮜리히로 갈꺼야."
루쩨른에서 인터라켄으로 이동하는 두시간 동안 하연은 정신없이 창밖 풍경을 구경하며 셔터를 눌러대느라 바빴다. 열차를 타고 올라오다가 배로 갈아타고 올라왔는데,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저절로 알프스의 하이디가 떠올랐다.
사파이어를 녹여놓은 듯한 호수물과 아름다운 전원풍경, 눈과 파란 잔디가 함께 살아있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에 하연은 홀딱 반해버렸다.
"우리 자전거타자!!!!"
인터라켄 시내는 별로 크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산책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 연인들이 많았다. 하연과 태윤도 자전거를 빌려 작은 상점가를 다니며 쇼핑을 하고 저녁으로는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퐁뒤를 먹었다.
인터라켄에서 태윤이 예약해놓은 숙소는 나무로 지은 산장이었다. 여러명이 묵는 공동숙소와 함께 욕실이 딸린 오두막식 산장까지 아주 큰 산장촌이었다. 태윤과 하연은 아담한 2인용 오두막식 산장에 짐을 풀었다.
"아~ 피곤해. 내일은 스키 타는 거지?"
씻고 머리도 말리지 않고 침대에 누운 하연이 짐을 풀고 있는 태윤에게 말했다. 태윤은 하연에게 다가와 일으켜세우더니 젖은 머리칼을 드라이어로 말려주었다.
"이렇게하고 자면 내일 감기걸린다. 스키 못타면 어쩌려고 그래?"
태윤의 부드러운 손가락 느낌에 하연은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태윤이 피식 웃으며 하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잘자요. 내 사랑~"
"왜 이렇게 못타니? 바보!!!"
노란색 스키복을 입고 자꾸만 넘어지는 하연을 태윤이 잡아주며 놀려댔다.
"씨이~ 선생님이 나빠서 그래."
"운동신경이 둔한게 아니고?"
태윤은 그러면서도 하연을 곧잘 잡아주었다. 두 사람은 날이 저물도록 스키를 타다가 지쳐서 산악열차를 타고 숙소인 산장으로 내려왔다.
산악열차에는 가족단위로 여행 온 사람이 많이 있었다. 하연과 태윤의 건너편에는 옆 자리의 부모와 함께 온 듯한 파란 눈에 하얀 꼬마가 앉아있었다.
"Hello! 음~ where are you from?"
떠듬떠듬 말을 잇는 하연에게 꼬마가 수줍은 듯 몸을 배배 꼬더니 갑자기 뭐라고 말을 잇기 시작했다. 새가 노래하는 것처럼 하이톤의 목소리로 말하는 꼬마가 너무 귀여워서 하연은 한참 넋을 놓고 있었다.
"너보고 몇살이냐고 물어보는데? 자기집에 있는 인형이랑 똑같이 생겼대."
태윤이 웃으며 하연에게 말했다.
"나는 22살! 음~ I'm 22 year's old."
"얘 불어밖에 못하는 것 같은데?"
태윤이 웃으며 하연의 말을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자기는 5살이래. 너보고 예쁘대. 담에 자기집에 놀러오래."
한참 태윤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주고받던 꼬마가 부모님과 함께 열차에서 내렸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꼬마와 하연은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아유~ 귀여워. 저런 아들 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밤 한번 노력해볼까?"
하연을 안으며 짐짓 느끼한 눈빛으로 태윤은 말을 건냈다.
"으휴~ 진짜!!!"
하연은 모른척 하며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빨리 결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결혼도 했고 신혼여행인데 태윤을 힘들게만 하고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드디어 스위스에서의 마지막날.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일찍 올라가야 한다는 말에 두 사람은 일찌감치 아침을 챙겨먹고 융프라우에 오르는 기차를 타러 갔다.
"이거 팔 때 광부들이 진짜 많이 죽었대. 그 노력으로 지금은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말야."
아닌게 아니라 해발고도가 엄청난 이 융프라우에 오르는 길을 동굴 속으로 가파르게 뚫으려면 엄청난 고생을 했을 것 같았다. 장난감처럼 생긴 기차가 천천히 올라가다가 덜컹대며 멈추다가를 반복하자 하연은 은근히 뒤로 밀려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제 다 왔다. 내리자. 여기서 다시 사자 전망대까지 걸어가야해."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 사이에 쓸려가지 않도록, 하연은 태윤의 손을 꼭 잡고 기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는데 속이 약간 매쓱거렸다. 문이 열리면서 탁 트인 유리창 밖으로 온통 눈에 뒤덮힌 풍경이 나타났다.
"하연아!!!!"
흰 풍경 때문이었을까 하연은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고도가 높아서 산소가 부족한 거 때문에 그런 것 같대. 몸이 약하면 종종 이럴 수도 있다네."
태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의무실의 가운을 입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더니 하연에게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앉아있으면 숨을 쉬기도 어렵고 태윤의 다리를 베고 있는데도 태윤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내려갈까? 30분 뒤에 내려가는 열차 있어."
따뜻한 코코아를 하연에게 조금씩 먹이며 태윤이 말했다. 쓰러진 하연보다 창백한 표정의 태윤이 더욱 아파보였다. 하연은 조그만한 목소리를 짜내어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더 있어보고 괜찮아지면 구경하고 가자."
시간이 지나고 다음 기차를 타고 사람들이 올라왔지만 하연의 어지러움증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그래도 구경하고 싶은데...."
일어설 수는 있지만 동굴 모양으로 꾸며진 길을 지나 전망대까지 걸어갈 힘은 없는 하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집을 부렸다.
"그러면 내가 업고갈께. 대신 힘들면 꼭 멈추라고 말해야해."
전망대까지의 길은 상당히 멀었다. 건장한 태윤도 하연을 업고 전망대까지 걸어가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태윤아 그만 가자. 너 너무 힘들어보여."
"괜찮아. 걷지만 않으면 안어지럽댔으니까 같이 보러가자."
태윤은 하연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하연은 태윤의 목에 감은 손에 더욱 꼬옥 힘을 주었다. 넓은 태윤의 등이 하연에게 말할 수 없는 안정감과 눈물이 날 만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와아~"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하자 탄성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온통 눈에 덮힌 거대한 산맥들과 맞닿은 흰색 하늘.
태윤의 손을 꼭 잡으며 하연은 하늘이 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두 눈과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을 준 것에 감사했다.
"어? 너..하연아..."
힘든 하루를 마치고 산장에 돌아와 태윤이 먼저 욕실에 들어갔다. 욕조에 물을 받고 있는데 몸에 수건을 감은 하연이 욕실로 들어왔다. 놀란 태윤에게 열심히 천장을 보며 하연이 말했다.
"오늘 나때매 많이 고생했으니까 내가 등밀어주려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하연이 열심히 태윤의 등에 거품을 내 주었다. 샤워를 마치고 태윤이 욕실문을 열며 말했다.
"씻고 나와. 먼저 나가 있을께."
"나도... 씻겨줘... 오늘밤에...너와 하나가 되고 싶어."
하연의 말에 태윤이 뒤돌아 하연을 보았다. 얼굴이 새빨개진 하연이 자신의 몸에 감겨있던 수건을 풀며 재빨리 뒤돌아 쪼그리고 앉았다. 태윤은 웃으며 하연의 몸에 거품을 내어 주었다.
"하연아, 정말 괜찮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태윤이 하연에게 물었다. 한쪽에서는 타닥타닥 장작이 타고 있었고 침대 위의 하연과 태윤에게서는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응."
하연은 태윤에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사랑해, 태윤아."
"나도 사랑해 하연아."
이마에서부터 발가락까지 자신의 온몸에 입맞추는 태윤의 입술에 하연은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늘게 몸을 떨며 하연은 태윤의 입술에 자신의 것과 같이 세차게 뛰고 있는 그의 가슴에 입을 맞추었다.
드디어 태윤의 손과 입술이 하연의 은밀한 곳에 다달았다. 하연은 눈을 감고 태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둔탁한 아픔을 느끼며 하연은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 아픔의 순간에도 자신의 위에 있는 태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과 자신에게 떨어지는 그의 땀방울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기묘하면서도 충족된 느낌.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과 묘한 쾌락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사랑해.........."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와서 하연과 태윤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누구랄것도 없이 서로에게 말했다.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
힘들었던 과거와 그리고 불안한 미래도 같이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태윤의 팔과 가슴에 안겨 하연은 잠이 들었다. 맨살이 닿는 느낌에 안심하며 그 뜨거움을 느끼며 두 사람은 신혼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다.
허접해서 좀 맘에 안들긴 하지만 오늘 신혼여행 이야기 끝냅니다
다음편부터는 다시 한국에서!!! 제가 여행했던 스위스의 이야기와 하연태윤의 신혼여행을 엮어서 잼나게 쓰고 싶었는데 즐거우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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