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에는 처음 글 올려봅니다.
너무 마음, 가슴 한 곳에서 자꾸만 흔들림이 일어나서요.
전 30이 넘은 남정네입니다.
데이트라는 거 해본 적도 없었고요.
여자친구가 없었죠.
사귀고 싶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오빠 같다. 이성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한 여자를 알게 되었어요.
저랑 같은 곳에 있는 여자였는데, 몇개월 있었으면서 전 별로 알지도 못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그날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2일 정도에 서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여자친구가 생긴 거죠.
낮엔 일, 밤엔 학교를 다니는 그녀.
토요일 오후에도 학교를 가야 합니다.
일요일엔 교회도 나가고요.
절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교회를 안나가면 안되는 그런 사정이 있어서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우리 만남은 늘 늦은 밤에 제 차 안에서 몇마디 이야기 나누는 걸로 마무리 되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그녀와 전 10살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10살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대차이 같은 거 느껴보질 못했고,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저보다 더 어른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처음 만남부터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둘이서 사귀기로 결정하기 전에 같이 극장을 갔는데, 하필 거기에서 제 동생을 만난겁니다.
제 동생을 만나는 게 문제가 되었던게 아니라, 그녀의 입장에서 이러한 공공장소로 함께 나섰다가 아는 사람들이라도 만나거나, 아는 사람들에게 우리 모습을 들키거나 하는게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런 부담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만, 제가 남자라 그런지, 둔탱이라 그런지, 그녀 보단 그런 부담감이 훨씬 적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하다보니 그녀랑 만나도 늘 그녀 집 근처에서 차 안에 숨어서 속닥대는 만남이 주로 행해졌구요.
뭐...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녀 학교가 방학을 하고, 동시에 휴가를 얻으면 함께 바다라도 가야지..그렇게 생각을 했었거든요.
우리 만남이 20일 되던 때가.. 무슨 로즈 데이던가..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장미꽃을 20송이 샀지요.
그 전까지는 그녀가 원해서 매일 한송이씩 장미꽃을 사다줬고요.
(전 꽃을 사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병문안 갈때도 꽃을 잘 안 사는 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녀에게 꽃 사줄때도 아주 절실한, 혹은 무슨 의미를 담아서 샀던 건 아니었답니다. 솔직히 20일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꽃을 사려고 하니 약간 번거롭다는 느낌도 들긴 했었어요)
어쨌든, 로즈데이인가 하는 날인데, 생전 처음 여자친구가 있겠다, 20일 기념도 되겠다 싶어 장미꽃 20송이를 사다 주었습니다.
그녀는 기뻐하면서 몇송이냐고 묻더군요. "20송이야. 우리 20일째자나~"
그런데 그녀가 혼자 중얼거리더군요. 벌써 20일이나 되었느냐고..
그래서 왜 그런가 물어봤죠.
그 전에 그녀는 여러 남자친구를 사귀어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100일을 넘긴 남자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20-30일 밖에 못 사귀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그 때 부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될 거라고 짐작했던 것은...
뭐, 20대 초반의 그녀가...
-그녀는 사귀기 전부터 저에게 말을 해줬어요. 자긴 놀기 좋아하는 여자라고. 그래서 여자친구들보다 같이 웃고 떠드는 남자가 많았고, 지금도 연락하는 남자친구(사귀는 게 아니라 그냥 대학동창 같은 그런 남자친구)도 많다고... 전 다 이해하기로 했었고요
남자를 전혀 사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 기간을 사귄 남자가 없었다고 한다는 것이 저에겐 약간 불안감을 주었습니다.
우리 만남은 점점 힘들어져 갔습니다.
휴일에도 그녀는 교회를 갔다가 오후에도 교회에서 일을 도와주곤 하는 일이 반복되었죠.
같이 영화라도 봤으면 했지만, 그것도 너무 힘이 듭니다. 괜히 아는 사람하고 마주칠까봐 그녀는 상당히 불안해 했고, 그래서 같이 영화 본 건 사귀기 전에 본 것과, 자동차 극장에 가서 본 영화 한편이 전부입니다. 전 영화 보는거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
그녀의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봅니다.
기말고사 전 주부터 그녀는 레포트와 시험준비로 바쁘더군요.
전 그녀의 시험공부와 레포트 작성에 방해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부 하느라 힘들텐데 시험 끝나면 가뿐하게 만나서 놀자고 했죠. 그녀도 그걸 원했고요.
그런데 시험기간 전 주부터 시험기간에도 그녀는 시간이 여유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함께 잘 놀더군요.
아쉬웠어요. 그렇게 놀 수 있다면, 저랑 놀아주길 바랬는데..(참 못난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휴일에 혼자 비내리는 강변에 나가서 소주 세잔-_- 마시며 강물을 구경하곤 했죠.
그런데 그녀가 그 사실을 저에게서 듣고는 제가 이상하다고 갑자기 이상해졌다고 하더군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싸이 미니홈피인가요..
그곳에 그녀가 왠 남자랑 다정히 찍은 사진을 올려두었더라고요.
전 그녀의 남동생인 줄 알았어요.
아마 그녀는 제가 그 사진을 보고 술 마시고..그랬는 줄 알았나봐요.
혹시 그 사진 보고 그러는거냐고..묻더군요.
전 그녀의 남동생 일거라고 생각했기에 '남동생 아니야?' 라고 되물었고..
그녀는 '그럼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라고 하대요.
담고 있는 뉘앙스가 좀 묘해서 조금 더 캐물었습니다.
그러자 말해주더군요. 예전에 좋아했던 남자앤데, 지금 군대 가 있다고..
같이 찍은 사진 다시 디카로 찍어서 올려봤다고...
그 이야기 듣는 순간 애인이라면 화를 내야 정상일까요? 아니면 다른 행동을 보여줘야 할까요?
전 그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교차했답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솔직히 그리 썩 기분 좋은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처음 사귈때 부터 예전에 만났던 남자 많다고 이야기 했었고, 그리고 지금 올린 사진도 예전에 좋아했던 남자라고 하는 건데, 굳이 그 점을 파고들 필욘 없지 않겠는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래.' 하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그녀가 너무 착해서 그런건지, 솔직해서 그런건지.. 그 다음에 덧붙인 말 때문에 너무도 심적 타격이 컸답니다. '지갑에 보관하고 있던 사진이었는데, 새로 디카로 찍어서 올린거야'
예전에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다.. 좋다고요.
사진도 같이 찍었다..그거 집에 있다..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습니까..
왜 그 같이 찍은 사진을 지갑에 보관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그걸 새삼 미니홈피에 올리는 이윤 뭔지..
그리고 그 사실을 나에게 말해주는 건 왜 인지..
하지만..그걸 그녀에게 곧바로 화를 내지 못했습니다. 시험기간인데 최소한 서로 마음 상하는 일 해서 시험 망치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시험 끝나고 나면 꼭 짚고 넘어가야지..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 시험도 안보니까요.. 괴로웠거든요. 그래서 또 혼자 술 세잔-_- 마시고 뻗었습니다.
(전 술 무쟈게 약합니다-_- 소주 세잔이 최고-_-)
매일 그녀에게 오늘 일과를 이야기 하다보니 술 먹은 것도 이야기 하게 되더군요.
아마 그녀도 거기에서 무슨 낌새를 눈치챘나봅니다.
다음 날 밤, 저에게 문자를 보내더군요.
메신져에서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고...
졸린 눈 비비며 메신져에서 만난 그녀는.. 우리 그냥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 라고 하더군요.
내가 그녀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인지, 그녀가 나랑 어울리기 적합치 않아서인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50일이 채 안되었던 날이었습니다.
20일 되던 때, 그리고 가끔 그녀가 나에게 '내가 만약 자기에게 헤어지자고 하면 어쩔꺼야?' 라고 묻던 사실에서, 전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슬프고, 화 나고.. 여러가지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그래서 메일로 그녀에게 약간은 화난 듯한 투로 투정을 부려버렸습니다. 사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죠. 어느 여자가.. 애인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랑 다정히 찍은 사진을 지갑에 보관하느냐..하는 등의..
어쨌든..그렇게 헤어짐이 결정되어버렸습니다. 6월달 일이었어요.
그 다음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받질 않았습니다. 문자로 보냈죠.
'전화를 받으면 울어버릴거 같아서 도저히 못 받겠다'
처음 여자를 사귀어봤습니다. 그래서 슬픔도 컸구요.
나이 30 훌쩍 넘긴 넘이 꼴 보기 우습게 된 거죠.
혼자 이불 뒤집어 쓰고 눈물도 흘려봤습니다.
겨우 50일인데 말이죠.
그녀는 첫키스 상대가 다른 사람일지 모릅니다. 아마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전 그녀와 첫키스 했습니다. 키스라는..뽀뽀겠죠? 입술 박치기..30살을 넘어 처음 해본 겁니다.
그녀가 첫 여자인데.. 제가 그걸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참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었어요. 아마 그녀는 다른 남자랑 이미 첫키스를 해봤을지 모르죠.
그렇게 헤어진 뒤.. 그녀와의 사이를 알고 있던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헤어지길 잘 했다고. 아무리 교회가 중요하고, 학교 다니는게 중요해도, 나와의 만남을 더 소중히 해야 애인 사이 아니겠느냐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솔직한 감정으로는 누군가 그녀를 욕하고 내가 잘났다고 말해주길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막상 그녀에 대해서 나쁘게 이야기 되어지니 너무 싫더군요. 내가 나쁘다고 가서 사과하라고..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여선생이 있습니다. 뭐랄까, 합리적이랄까, 그래도 사물을 차분히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며칠 전 그 선생을 만났죠. 그 선생도 얼마 전 애인과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내 차를 보는 순간 나한테 여자가 생겼었다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차에 몇가지 꾸몄었는데..그녀가 있을 때 했던 건 아니었건만..-_-
그래서 그녀와의 생활을 이야기를 해줬죠.
그 선생의 조언에 의하면, 그녀가 너무 어려서 그런다는 겁니다. 진정한 사랑 같은 건 모르고,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는 채 지내는 거라는 거더라고요.
그녀의 미니홈피를 알기에 종종 그곳에 접속해보곤 했습니다.
그녀가 다른 남자친구와 만난 이야기도 쓰여있고.. 누군가 보고 싶다고.. 그 누군가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런 류의 글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선생에게, 그녀는 혹시 날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해봤죠.
그래도 안 만나는게 좋을거라고 하더군요. 서로가 상처일거라고..
얼마 전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었어요. '놀아죠'
그래서 1시간 정도 얼굴만 보고 헤어진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얼굴 보고 별 의미 없는 이야기만 주고 받았어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지.. 다시 시작하고 싶은지.. 그런 이야기 없이,
잘 지내지, 건강한가, 요즘 일은 어떤가, 추석은 잘 보냈는지.. 별 의미 없는 이야기들만 쭉...
전엔 가끔 이긴 하지만 문자나마 주고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조언 이후, 그녀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봤더니, 방명록에 그녀의 친구가 남긴 글이 눈에 걸리더군요. '아무개랑은 잘 지내고 있는거지?' 라는 식의 문구였어요.
다른 남자를 만나는건가.. 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 글에 대한 답변은 없어서 모르겠고요.
그녀가 남긴 글을 보면, 날 다시 보고 싶어하는 느낌도 있긴 하지만 확실친 않아요
전 그녀가 첫여자였답니다. 다시 그녀를 만나고 싶고요. 하지만 또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당할 거 같아 그런 것이 겁나기도 하고요...
제가 미련이 많은 건가요? 못난 걸까요?
지금 현재는 아무 연락도 서로 없는 상태에요..
주변 사람들은 그만두는게 낫다고들 이야기 하네요..
창피한 글입니다만.. 조언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