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로 공개된 날. 공개된 장소. 자정.
국회 도서관. 강반장이 국회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도서관 앞에서는 이미 김채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락도 없이 혼자 오기야?”
“알아서 왔잖아.”
“여전히 유머감각이 없는 남자야… 자기는…”
“…”
강반장은 아무 대꾸도 없이 도서관에 들어섰고, 채연도 그의 뒤를 따라 국회 도서관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반 서고실로 이동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예상한 대로 한 남자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김필우…”
“이제야 대면을 하게 되는군. 강재우… 반장.”
그들은 습기와 먼지를 가득 담은 책이 빽빽하게 꽂힌 철재 책꽂이 사이에 놓인 탁자에 서로를 마주하고 앉았다. 그때, 강반장은 김필우가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 네가 멍청한 바람에 모든 게 누나가 의도한 대로 되어 버렸잖아”
채연이 너스레를 부렸다.
“내가 뭘?”
하지만, 강반장은 채연과 같을 수 없었다.
“그건, 나도 미안하게 되었어. 하지만, 여기서 모든 진실을 밝히고 너의 남매를 구속할거야.”
“재우씨… 농담이지?”
강반장은 무표정하게 김채연에게 쏘아 붙였다.
“이제 연기는 그만 둬.”
“…”
강반장의 얼굴을 본 채연은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이렇게 되어야 만 할 운명인 거야? 우리…”
“…”
강반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긴 침묵이 있었다. 그렇게 긴 침묵 끝에 마음을 굳게 닫은 강반장이 사건에 대한 추리를 시작했다.
“시작하지. 첫 번째 살인! 이철 사건.”
그의 추리가 시작되자, 필우와 채연은 우선은 그의 추리를 듣기로 한 듯 조용해 졌다.
“빌딩을 이용한 트릭은 사실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어. 다만, 그 동안의 살인의 연장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해서… 무의식을 이용한 트릭이 아닌가 하는 것에 묶여 있어서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채연이 물었다.
“그럼… 이번 사건이 처음부터 인간 심리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은 건가?”
“그래… 애석하지만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어. 김채연. 당신 때문에…”
“…이왕이면 좀 더 다정하게 불러 달라고…”
강반장은 애써 채연을 외면했다.
“나는 계속되는 김채연의 교묘한 방해 때문에 진실을 맴돌고 있었어. 하지만,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또 다시 내 자신이 오류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 어떠한 사건이라는 건 뭐야?”
“최형사의 죽임이겠지.”
김필우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자 김채연은 신경질적으로 필우를 질책했다.
“조용히 해! 너한테 물은 게 아냐!”
그러자 필우는 곧 그녀에게 순종했다.
“미안해… 누나.”
필우와 채연을 보면서 강반장은 이 알 수 없는 심리를 가진 인간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대답해 줘. 재우씨?”
“대답할 의무는 없어.”
강반장은 그녀를 무시하고 자신의 추리를 계속했다.
“이 사건에서 그가 자살한 장면을 실제로 목격한 사람은 없어. 다만, 사건 정황을 보고 그렇게 판단한 거지… 그는 국회 도서관을 마름모 꼴로 놓고 방위로 보면 동쪽 탑루에서 자살했어.”
“동쪽 탑루라는 말을 듣게 되다니… 재미난걸…”
채연의 미소에 강반장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당시 사건을 맡은 최형사와 송형사는 이 트릭에 그만 속고 말았어. 그는 사실 동쪽 탑루가 아닌… 남쪽 탑루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야.”
“왜 그렇게 판단한 거지?”
채연이 다시 물었다.
“건물을 이용한 트릭… 그곳에서 건물의 불빛을 이용한 트릭이 가능한 건물은 대략 6개 정도로 추정되었어. 그래서 조사를 해 본 결과, 사건 당일 중앙에서 전력점검을 한 건물은 공교롭게도 둘. ‘한화증권’ 빌딩과 ‘굿 모닝 신한증권’이 있는 빌딩이었어. 그러나 이 건물들 중 ‘신한증권’이 입주해 있던 빌딩은 창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어. 그러니까. 문자로 메시지를 보내기에 그리 유리하지 않은 건물이었던 거지. 그렇다면, 범인은 ‘한화증권’이 입주한 빌딩을 사용했겠지… 하지만, 이 건물에는 더 큰 문제가 있었어. 그것은… 동쪽 탑루에서는 이 건물이 다른 빌딩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범인은 애초에 그를 남쪽탑루로 유인해서 살해한 다음 그의 시신과 유류품을 동쪽 탑루에 옮겼을 거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추리를 하자 이번에는 필우가 강반장에게 물었다.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그것은 내가 동쪽탑루라고 정의 될 정도로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의 철저한 모방이어야 하기 때문이야.”
그의 이 대답에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에서 강반장이 느낀 것은 자신의 이 추리에 두 사람은 적지 않게 기뻐하고 있는 눈치라는 것이었다.
‘뭐야, 저 태도들은…’
강반장이 계속 침묵하자. 채연이 먼저 물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깨달은 거야?”
“김채연 너는 도서관 감시 카메라를 본 후, 도서관 건물 옥상에서 동쪽탑루와 남쪽 탑루를 한번 왔다간 것으로 이 트릭을 간파했어. 나도 그때 깨달았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너무 늦어 버렸군…”
“당시 사건 현장을 녹화한 영상은 이상하게 모두 하늘을 향하고 있었어. 아마 미리 조절해 두었겠지. 그러니까… 처음부터 문제의 건물의 상층 밖에는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던 거야. 결정적으로 감시카메라엔 도서관 건물 자체는 전혀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이것으로 떨어진 장소에 대한 진실을 흐트러트리고 또 자세를 낮추어 그의 유품을 옮기는 것도 가능했겠지…”
“계속해.”
“난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그날 이후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수거해서 비교하고는 깨달았어.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당시 사건현장의 감시 카메라는 둘. 그 중 하나는 작동하지 않았지. 물론 서쪽에 있는 것이었어. 서쪽과 북쪽의 카메라는 모두 반대편을 감시하고 있었어. 그것으로 나는 무엇인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같은 카메라라고 생각한 같은 장소에서 잡힌 건물의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야. 무엇보다도… 영상에 잡힌 건물의 위치를 떠나서… 카메라에 잡힌 주변 건물이 보여지는 각도가 달랐던 거야. 그래서 다시 조사해 보았지.”
“그래서 뭐가 나왔어?”
“아니… 아무것도… 바꿔놓았던 영상을 전달하는 배선을 이미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더군.”
“그래… 또 늦은 거야?”
“김채연 넌 이미 이 모든 것을 그 당시 깨달았지. 그가 남쪽 탑루에서 살해되어서 동쪽탑루로 옮겨진 것을…”
채연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우박이 내려 대부분의 증거를 인멸하기 더 쉬웠을 거야. 당시 바로 조사했다면, 남쪽탑루의 바닥이나, 벽에서 이철의 목걸이를 끌어당겨 그를 죽이기 위해 5층 벽에 매달렸을 장비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역시, 이미 몇 주가 지나버린 지금 그것을 찾을 수는 없었어…”
채연이 아쉬운 듯 강반장을 위로하며 말했다.
“역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증거는 없군… 정말 안됐어…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마. 재우씨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그때, 강반장이 말했다.
“우박!”
채연은 다시 침묵했다.
“이것은 순전히 우연이야! 철저하게… 너희는 그날 이상기후로 우박이 올 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어.”
“맞아. 행운의 여신이 도와준 거야.”
필우가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하자. 채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러한 채연을 바라보며, 재우는 생각했다.
‘역시, 넌… 이미 내가 할 모든 증언을 알고 있는 거냐? 내가 아는 진실의 수위까지도…’
강반장이 말했다.
“하지만, 그 행운은 독이 되어 돌아왔어.”
“뭐?”
“그 트릭을 증명하면서, 나는 이 사건이 절대로 작년 겨울의 그림자 살인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이 대목에서 나는 내 사건파일에서 모든 무의식에 대한 고찰을 지워버렸어. 철저하게 이번 사건은 무의식이 빗어낸 그림자 사건이 아니라. 현실에 근거한 미스터리 그림자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지.”
“그래서?”
“간단히 답이 나왔어. 생각의 출발점이 바뀌자. 보이지 않던 트릭들이 보이기 시작했지”
필우와 채연은 침묵했다.
“이 사건은 이철 사건 이전부터 이미 실행되고 있었어. 그 첫 번째가 바로… 공모전의 시나리오 당선이야. 그리고 그 시나리오는 실제로 영화로 제작하게 되었지… 그 시나리오는 너무나 완벽한 것이어서… 채택 되어서 영화화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당연한 일. 왜냐하면, 그 시나리오는 첫 번째 그림자 살인과 두 번째 그림자 살인을 접목한 살인자 본인의 작품이었으니까. 바로 김채연 너! 그리고 그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김필우 너는 영화의 제작 순서를 쫓아서 눈이 쌓인 의사당에서 밤에 발생하는 살인 신에 너도 살인을 실행하면 되는 것이었어.”
필우는 미소 짓고 있었다. 아니, 무엇인가 내면에서부터 희열이 흘러 넘치고 있는 듯 보였다.
“대단하군. 역시 누나가 선택한 남자야…”
“그런데 불행하게 그날 정말로 우박이 내리고 말았어. 그래서… 겨울의 눈을 배경으로 만들어 놓은 설정. 즉 잔뜩 부려 놓은 눈의 대용품인 소금이 모두 녹아버리자. 당연히 촬영은 취소 되었지. 그런데 애석하게… 소금의 짠 맛이 그대로 남아버렸어…”
“소금의 짠맛?”
“당일 나와 최형사는 물기가 사라져 미처 다 하수구로 흘러가지 못하고 결정이 되어서 반짝이는 바닥을 목격했어. 그리고 맛을 보았지.”
“짠맛 이었겠군.”
재우가 이렇게 말하자, 채연이 또다시 강반장의 추리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
“맞아… 사실, 나는 우연히 모 쇼 프로그램에서 그 영화의 제작 현장을 탐방하는 것을 목격했어. 그래서 깨닫게 된 거야. 틀어져버린 트릭을…”
필우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 하지만, 역시, 내가 이철을 살해했다는 증거는 없잖아?”
“물론, 여기까지는 이것이 타살이라는 증거만 제시될 뿐, 범인이 누구인지는 증거가 없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이 사건의 결말이 나지 않을 기미를 보이자 필우가 다시 재촉했다.
“그럼, 다음 살인으로 가 볼까?”
강반장은 채연을 보았다. 즐거운 표정의 필우와 달리 그녀는 심각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