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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자리.....

나그네 |2004.10.13 21:05
조회 46,667 |추천 0


오늘은 큰 아들놈의 생일날이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오늘도 엄마 없는 빈자리가 커 보일까봐 정성스럽게

케잌이랑 과자랑... 준비를 하고 학원갔다 올 아들을 기다렸다.

여느 가정처럼 이럴 때......아내와 같이 한자리에 모여 케잌에 점화 된

촛불사이로 축하송을 부르며 가족의 소중함을 같이 피부로 느꼈으면...

이 행복한 순간을 같이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과 즐거운 파티(?)를 마치고 잠자리를 봐준 뒤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자

항상 그랬던 것처럼 네이트 게시판에 문을 두드려 본다.

난 이 게시판이 참 마음에 든다.

남에게 하소연 못할 가슴아린 기억들...가슴속 깊이 묻어 놓았던 추억들...

이 모든걸 후련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다.

내 고민을 같이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대변 해주고 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아내와 사별한 후 아이들을 위해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정신없이 먹고 살기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지난날 들이다.

혼자서 감당하기에 너무 많고 무거운 짐이기에 주체할 수 없는 짐을 벗어버리고

싶은 날들도 많았었다.


녹초가 되고, 탈진한 상태로 이어지는 생활에 숨이 막혔다.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한 방향으로 그 가닥을 잡으려는 성격 탓으로,

누가 “인생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라 했듯이 단단한 의지로 무장한 생활이

자력으로 결집된 굴레 속으로 침몰하듯 그렇게 살아왔었다.


보다 나은 삶을 갈구하는 생각에 지친 내 몸은 늘 편안한 삶을 살도록 하지

않았고 혹 다른 사람에게 힘든 삶을 즐기는 사람처럼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난 힘든 삶을 예찬할 정도로 득도한 사람도 아니다.

생활에서 오는 쉼 없는 피로는 누적될 수밖에 없었고, 잘 살아야겠다는

지나친 욕심은 괴로움과 외로움만 더해가고 있다는 것을 변명할 수도 없다.


가끔.....가정을 다시 꾸려보고 싶은 생각도 했었다.

이제 와서 가정을 다시 꾸려야겠다는 생각은.....힘든 세월을 달려오면서

내 빼앗긴 청춘과 행복을 보상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부딪히는 엄마라는 빈자리가 부담이 되어서이다.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도

친구엄마가 있으면 그 친구집엘 잘 가지 않는 것도.......

가끔씩 옷 투정을 하는 것도.......

혼자서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도.......

모두 엄마의 자리가 주는 따뜻한 정이 부족함이라 생각되어진다.


어릴 땐 그저 내 생각대로 모든 걸 행해왔는데...

요즈음엔 많이 성숙해져 있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언젠가 있어야 할 엄마의 그늘인데...

요즈음에 와서 더욱 더 그 자리를 절실하게 느끼곤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날 만나서 죽도록 고생만 하고 떠난 그 사람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도저히 그럴수가 없다.


.....................


오늘 밤은 왠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더없이 처량해 보인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되겠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일어서야겠지????........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을 처량하게 울어대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달래고,

여치의 방아타령을 보며 열심히 생활하고,

메뚜기의 짧은 날개로 하늘을 나는 것을 보고 꿈꾸며,

별빛이 쏟아지는 밤 하늘의 달을 올려다 보며 그렇게 다시 꿈을 키우는

생활을 시작해야겠지????


가끔 명상에 잠긴 날, 그 느낌을 함께 한 날을 떠올리는 때가 있을 때.......

또 다른(?) 사랑을 받아들일 내 육신은.....상처받고 찢겨져 썩어 없어져

더 이상 상할 염려도 없지만 커가는 우리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들일

내 또 하나의 육신은 싱싱하지 않은가...


사람은 오로지 사랑과 행복을 모두 성취하는 것이 깡그리 비우는 것임을

알게 될 때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지극함이 지극할수록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마치 오래 묵힌 포도주가 참 맛이 우려 나듯이....고통 받고 상처받은 사람이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무에 매달리지 않고 기나긴 기다림으로 삭히는 날들을 지나고서야

그 참맛을 나타내듯이 진정한 사랑의 포도주를 빚어 홀로 그 잔을 들고

그 맛을 음미하는 것을 난 유일한 낙으로 삼을 것이다.


여리디 여린 싹인 우리 아이들이 밝은 세상을 보게 되면 어느 순간 자라서

가지가 굵어지고 다시 열매를 맺을 만큼 성숙할 것이다.

늘 아픔과 고통을 어루만지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 나 이지만.........

가지에 달려 익어가는 포도열매(아이들)들을 보며 기쁨과 행복을 느끼면서

그 열매들에게 힘과 용기를 잃지 말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또한 신은 우리에게 어떠한 풍파에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남에게 청하기보다는 감사하기를 더 많이 하고, 감사하기 이전에 기쁨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때.......

얼었던 마음이 풀리는 것을....세상의 모진 풍파를 견뎌가면서 알게 되었다.

사랑에는 끄나풀이 없음을 알았기에 끈을 잡고 끌어당길

아무런 이유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편하게 하는지 세월이 주는 고통을

이겨낸 지금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우리 인간은 늘 사랑과 행복이 공존하는 젊음의 뒤안길에

갇혀 있을 수 만은 없는 것이다.

또한 이기심만큼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소유하고자 하면 소유할수록 더 많은 것을 소유해야 하는 욕구를 다 들어낼 수

있음을 알게 되는 날, 하찮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나약하고 힘에 부대끼는 사람을 쓰다듬고 보다듬어 그 아픔을 같이하여

작은 일이지만 열과 성을 다해 살아 가다보면 기쁨을 알게 될 것이다.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마저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날,

그날이 오면 우리 아이들에게 이 기쁨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줄 것이다.


지금은 내 곁을 떠난 그 사람이지만.........

세월이 지난 후에는 아마 지금의 아픔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오늘 밤엔.......두 아들이 자고 있는 틈새로 들어가 누워 두 팔을 벌려

팔베개를 하고 가슴에 품고 편안하게 잠들고 싶다.

또.....내일이면 이 두 아들놈을 위해 모든 일 접어두고 심장이 힘차게 박동하는

끝없는 질주를 해야 하지 않은가...


.............................


두서없는 저의 넋두리를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 인간은.......틀 속에 갇힌 딱딱한 만남이 아니라면

지극히 생산적인 만남이 될 수 있습니다.

계산적인 만남이 억지웃음으로 포장되어 진다면......

이기적인 생각이 마음속에 잔재해 있음이요.

헤픈 웃음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이는 오래갈 수도 없는 것입니다.


정다운 것은 정답다는 말을 안해도 정다운 법이고,

진실한 말은 진실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게 마련입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또는 진지한 자세로 다가서면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요?


지금 이 시간.....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힘껏 한번 안아 줍시다.


사랑을 나눌줄 알고 받을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랑은 일시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지지만.....

행복은 서로간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러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s) 이 게시판에 어울리지도 않고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인지라....

      반말투로 적은 점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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