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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37. 결혼을 한다네

무늬만여우... |2004.10.18 07:25
조회 3,436 |추천 0

로미나는 한국말로 수다를 떨어보는게 내가 첨이랜다. 그 주위 친구들은 이민 온지 오래된 친구들이라 한국말이 서투르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국말을 다 알아듣고 할 줄 알아도 평상시에 안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스페인어가 편한가부다.

나랑 만나서 한국말로 수다 떠는 법을 배우더니 스페인어식으로 내게 말했다. 한국말로 수다떠는게 너무 맛있댄다. 그 표현이 재밌어서 고 가시네 한국말도 참 잘한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스페인어를 그냥 한국어로 직역해버림 그렇게 재미난 말이된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 적이 많은데 막내는 종이가 찢어진걸 깨졌다고 종종 말한다.

아르헨티나 길은 돌길이 많다. 단단한 돌을 네모나게 잘라서 깊이 박은건데 그 길이가 40-50센티정도 된다. 예전에 돈이 많을 적에 그 돌을 수입해다가 그렇게 길에 깔아 놓았댄다. 그렇게 돌길을 깐 곳은 백년이 지났는데도 그 운치를 살려주며 여전히 단단하게 깔려있다. 근데 나라가 힘들다보니 곳곳에서 그 돌을 빼다가 팔아먹는다나...그래서 그 돌길이 점점 없어져가고 있었다.

그 돌길이 파헤쳐진 곳은 수 없이 많은 작은 웅덩이가 복병처럼 도사려져 있어서 운전하기 참 불편한 곳도 많다.

알렉한드로는 내가 보기에 그리 운전을 잘하는 것 같지 않다. 툭하면 덜컹거리며 웅덩이에 바퀴를 빠뜨리며 가서 멀미나기 쉽상이다. 보다 못한 성격 파르르한 로미나가 한마디 했다.

"자기는 어떻게 모든 엉덩이를 다 먹고 가니?"

잉. 뭔 엉덩이?

곧이어 스페인어로 다시 불평을 해댔다.

"아이 미아모르, 에스따스 꼬미엔도 또도로스 뽀소스 " (아유 자기야 모든 웅덩이를 다 먹고있어)

아 엉덩이가 아니고 웅덩이구나. 그 웅덩이마다 먹는다는게 너무 재미났다.

그들은 이제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단다. 주말로 다가온 결혼식이다.

랑은 양봉 일이 한창 바빠진 여름이라서 오기 힘들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도 하나 밖에 없는 친구 결혼식인데 빠지면 돼냐고 해서 어떻게 밤에 기차를 타던가 버스를 타고라도 다녀간단다. 거기가 거리가 얼마나 먼데...그렇게 다녀간담?

주말로 다가온 결혼 식에 김치를 나보고 담아다 달래서 아이를 델고 김치를 담그고 결혼식 날도 식장 주방에가서 튀김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뭐이래 신부 친구로 있을껄. 이쁘게 화장이나 하고 우아떨고 있는 신부 친구들을 보며 도대체 내가 신랑집 친척인가...신부 친구인가 헷갈렸다.

두 집다 이민 나와 사는 집이니 마땅찮은 친척이 없기에 난 양쪽으로 바빴다.

아르헨티나 결혼은 구청 결혼과 진짜 결혼식이 있다.

혼인 신고를 하러 구청에 가서 그냥 신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드레스와 양복을 입고 가서 사진도 찍고 하객도 같이 가서 축하도 해주고 그런다.
그들이 혼인 신고를 마치고 나올 때 모든 사람들이 그들에게 쌀을 뿌려준다.
하얀 쌀을 뿌려주며 풍성한 삶, 부자로 누리는 삶을 가지라고 축복해준다.

첨에 구청앞에 흩어진 쌀들을 보며 놀랐다.
우리 한국인들이야 어디 쌀을 그렇게 뿌릴 생각이나 하냐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보면 작대기로 맞을 일이지. 그 아까운 쌀을 던지며 축하를 해주다니...

하얀 드레스를 입고 까만 양복을 입은 신랑신부에게 쌀을 던지는 모습이 첨엔 이상했는데 나중엔 즐거운 광경으로만 보였다.

알렉한드로와 로미나는 그 혼인식은 안하고 곧바로 식을 올리기로했다.

아르헨티나 결혼식은 밤에 이루어진다. 저녁 여덟시는 되어야 시작된다. 역시 밤의 문화가 발달된 아르헨티나답다.

튀김하던 옷을 갈아입으려고 아들넘을 데리고 부리나게 다시 집에 왔다. 엄마가 새로 사주신 하늘하늘한 마로 된 살구색 정장을 다시 갈아입고 아들도 옷을 갈아입히고 교회로 갔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 밤이었다. 꽉 찬 실내에서 신랑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온다는 랑은 기차도 놓치고 버스도 놓쳤다고 못온다고 연락이 왔다. 마침 아가씨도 한국에 방문 중이었기에 나 혼자 밖에 없었다. 할 수 없지 아들넘하고만 가는 수밖에...

신랑 입장에서 알렉한드로의 표정은 모든 사람을 웃겼다. 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표정처럼 어두웠다. 본인은 기뻤다지만 우리들은 그 어두워보이기도하고 겁먹은 표정이 너무 웃겨서 다들 킥킥대고 웃었다.

이런 저런 순서가 끝나고 새벽 세시쯤에 폐백 순서가 있었고, 그 폐백을 할 때 신부가 인사할 때 일어나고 앉는걸 내가 도와줘야했다. 난 지칠대로 지쳤다. 졸려 죽겠다. 뭔 결혼 식이 밤을 새며 하냐말이다.

내가 이리 지쳤는데 저 신랑 신부는 오죽하랴 싶었다.
신부 로미나는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신부답게 신부 파티복을 야한거로 입고 등장했다. ㅎㅎ
까만 짧은 드레스를 어깨를 다 드러내고 나왔다. 키 작은 로미나에겐 별로 안어울리는 드레스였다.

'지지배 저런거 고르려면 날 델구가지 어디서 골랐담? 아..맞다 미국에서 선물 왔다고 했지.'

신부측 남자친구들이 나와서 신부 노래를 시키며 또 용돈을 타내며 신랑 발바닥을 때리는 행사도 했다. 완전히 한국 풍습과 아르헨티나 풍습이 짬뽕된 결혼식이었다. 아르헨티나 손님들은 재밌기도하고 이상하기도 하다고들 말했다.

식이 끝나면 도시 행진이 남아있다. 신랑 신부를 선두로해서 뒤로 모든 차가 한둘로 쫓아가며 경적을 울려대는 것이다.

"빵빵 빵빵빵 빵빵빵빵 빵빵~!!"

첫 차가 경적을 울리며 출발하자 뒤에 서 있던 모들 차들이 따라서 경적을 울려댄다. 이 결혼 식을 위해서 일부러 아름답고 맑은 소리가 나는 경적으로 바꾼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게 행진하며 가다보면 지나가는 차들도 같이 경적을 울려대며 호응도 해주곤 한다.

신랑 신부는 팔레르모 공원에 있는 카페에 갈동안 트렁크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가야했다.

활짝 열려진 뒷 트렁크에 신랑 신부가 쪼그리고 앉아있고 차에 풍선이며 여러가지 색테이프를 늘여놓는다. 그리고 열댓 개의 조그만 깡통들도 매달아서 차가 지날 때 꽤나 요란스럽다.

사실 이 행사는 원래 결혼식 전 날 마지막 총각으로 있는 신랑에게 행해지던 풍습이라고 한다.
신랑은 결혼식 전날 트렁크에 태워져서 검정칠도 당하고 날계란 세례도 받으며 놀림을 실컷 받는거다.
주위의 결혼 못한 친구들의 화풀이를 당하는거다.
그런데 이 행사로 몇 명의 신랑이 차 장난으로 교통사고로 죽는 일도 발생하고 그래서 이렇게 약식으로 변한거다.

졸지에 신부까지 트렁크에 태워져서 위험한 곡예를 하게된거다.

새벽 네시 반쯤 그 카페에 드디어 도착해서 밤참으로 각종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차와 술종류를 마셔대곤하는거다. 난 자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아들넘을 들쳐업고 이 시간까지 쫓아다녀야 하다니...가고 싶었지만 중간에 내가 간다면 알렉한드로와 로미나는 내가 가면 안된다나...끝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날 데리고 다녔다.

다섯 시쯤, 우린 너무 졸렸다. 신혼 여행을 갈 비행기 시간은 낮 12시에 있었다. 호텔로 가서 자면 좋으련만, 알렉한드로와 로미나는 우리집에 가고 싶댄다.

'이론...뭔 이런 신랑신부가 있담.'

하긴 지금 시간에 호텔에 가봤자 몇 시간 못있는데...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집엘 가자고 하냐. 둘은 내 승락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둘의 눈을 보다가 그러자고 했다. 둘은 너무 기뻐했다.
암튼 이상한 애들 맞어.

이 신랑 신부를 끌고 집으로 왔다. 거실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해놓고 난 바빴다.

내 방을 신혼방으로 꾸며줘야하는거 아냐.

아직 덮지않은 새 이불을 꺼내서 깔아놓고, 화장실도 다시 청소하고, 아유 바쁘다.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신부의 가방을 가져오지 않아서 로미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잠옷도 필요한데 어쩐담...지네는 필요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게 아니지. 첫 날 밤인디...

랑이 선물로 사온 실크 잠옷 하나를 꺼내주었다. 새거다.
내가 아끼는 향수도 이리저리 뿌려주고 욕실에도 뿌리고 침실에도 뿌리고...말했다.

"언능 드가자."

둘은 같이 목욕을 하고 내 방에 가서 첫 날 밤을 보냈다. 난 이들을 위해서 아침을 준비해야 했다. 굶기고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두 시간 정도 눈 붙이고 된장찌개랑 갈비 쟀던거를 꺼내서 굽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은 종류별로 다 꺼내가지고 불렀다.

분위기 잡아주느라 시벨리우스의 서곡도 장중하니 틀어줬다. 둘은 감격하며 나와서 된장찌개에 밥을 두 그릇씩이나 먹어댔다.

음~ 어머님이 담가놓고 간 된장은 끝내주게 맛있었다. 된장이 맛있으니 찌개가 너무 맛나게 끓여지긴했다.

그들은 그렇게 우리 집에서 첫 날밤을 보내고 내 잠옷도 챙겨가고, ㅎㅎ 신혼여행으로 카리브해로 떠났다.

나도 카리브해 가고 싶었다. 물이 그렇게 맑고 따스하다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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