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c. 레오는 티켓을 보고 요한센에게 되물었다.
-뭐야? 이코노미 클래스야?
-죄송합니다. 비즈니스 클래스 빈 자리가 없어서요.
-어쩔 수 없지.
레오는 비행기 티켓을 받아들고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16-c. 효은은 비행기 티켓의 자리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코노미 클레스였지만 의자는 푹신해서 좋았다. 키도 크고 날씬한 스투어디스들이 자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보였고, 영국인, 걔 중에는 흑인들의 모습, 별의 별 인종이 다 모여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이코노미스트의 다른 기자 헨리 스완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더 편했다. 사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일을 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다.
-가족이 다 한국에 있어요?
-네. 원래 거기서 살다 이민 왔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고향이 그리워지잖아요. 부모님은 동생이랑 다시 이민 가셨어요.
헨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자에 몸을 기댔다. 곧 비행기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효은은 기내 쇼핑 안내서를 보며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엄마에겐 샤넬 립스틱, 동생에겐 향수, 아빠에겐 머가 좋을까?
효은은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기도 전부터 마음이 부산했다. 벌써 가족들은 자신을 기다리러 공항에 나와 있을 터였다. 빨리. 원래 이렇게 비행기가 느렸던가? 비행기에서 내린 효은은 지겨운 입국 심사와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입국장까지 급하게 뛰었다.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입국장 밖으로 나오자, 드디어 부모님과 동생이 보였다. 너무 반가웠다. 효은은 부모님을 얼싸안고 2년만의 만남을 자축했다.
입국장으로 나오던 레오는 한 가족이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참 보기좋군.
-그렇군요, 사장님. 역시 가족밖에 더 좋은 것은 없네요.
레오와 요한센은 준비된 케딜락에 몸을 싣고 호텔로 향했다.
효은은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헨리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 포럼이 열리는 서울 프리미엄 호텔은 서울 무역 센터 빌딩과 아주 가까웠고 무엇보다 효은은 그 사실이 맘에 들었다. 택시에서 내린 효은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고 예약이 되어있는 방 열쇠를 받았다.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아뇨, 헨리. 당연히 같이 있고 싶죠. 하지만 난 일을 하러 왔잖아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효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 포럼에 그로스베너도 왔다는 것 알아요?
헨리의 말에 효은은 트렁크를 떨어뜨릴 만큼 놀랐고 헨리는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설마 스완씨도 나랑 그로스베너가 무슨 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글쎄요. 사실, 그렇게 신문에 크게 났는데.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믿기엔 좀 그렇죠.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할 것이구요. 안그래요?
헨리의 말에 효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문제란 말이죠. 난 그와 아무사이도 아니고, 정말로. 그저 차가 부딪혔을 뿐인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억울하지나 않죠.
-무슨 일이 있길 바라나요?
헨리가 재밌다는 듯 물었다.
-글쎄요. 사실 그런 남자와 스켄들은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지 않나요?
-그래요?
효은은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헨리는 재밌다는 듯 휘파람을 불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때였다. 효은의 눈에 레오가 보인 것은.
-당신..?
-어? 이 아가씨..?
효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고, 바람에 헨리가 효은을 붙잡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뭐야, 당신? 스토커야?
-말 조심해요! 난..
-이 아가씨는 이코노미스트의 저널리스트로 취재차 온 겁니다. 전 이코노미스트의 헨리 스완 기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호라. 어쩐지. 아가씨. 내가 그렇게 보기 싫었어? 그래서 그런 칼럼을 쓴거야? 그런거야?
-무슨 헛소리에요?
요한센이 말릴 사이도 없이 속삭포처럼 레오의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니까 그런 형편없는 칼럼이나 써대지.
-뭐에요? 이봐요. 난 아직 한번도 칼럼을 써본 적 없어요. 왜 이래요?
헨리가 옆에서 명함을 건넸고, 요한센이 명함을 받아 수첩에 넣는 동안 레오와 효은은 계속 싸우고 있었다.
-뭐하러 여기까지 온거야, 당신?
-일이라고 했잖아요! 그럼 당신은 이제 영국 여자로 모자라 한국 여자들까지 넘보러 왔나요?
-말 조심하시지, 햇병아리 칼럼리스트. 이러다가 피보는 수가 있어.
-흥, 내 칼럼 하나면 당신 회사 주식은 쓰레기가 된다는 걸 왜 몰라?
효은은 주먹까지 흔들어대며 레오에게 퍼부어댔다.
안녕하세요~오늘은 좀 늦었죠? 남은 하루 잘 보내시구요. 언제나처럼..추천 꾸욱~댓글 만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