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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50. 뚜꾸만 이동

무늬만여우... |2004.11.10 08:18
조회 2,598 |추천 0

거북이는 날로날로 살이쪄가서 우리랑 장난칠 때 지 껍데기 속으로 다리와 목을 집어넣고 싶어도 너무 살이쪄서 숨어지지가 않았다.
비만 거북이가 된거다. 그게 너무 웃겼다.
뚱뚱해진 거북이가 아무리 위협을 하고 놀래켜도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질 못하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몰랐다.
한동안 안먹던게 억울해서 그랬나 먹는걸 너무 밝혔다.
상추를 눈깜짝할 사이 먹고 또 먹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마도 이때 많이 먹어서 축적을 해두고 겨울내내 잠을 잘 요량이었던거다.

겨울내내 거북이는 밥도 안먹고 움직이지도 않고 지네 집인 사과궤짝에 들어가 깔아준 신문지 속으로 겨들어가 꼼짝도 안하고 잠을 잤다.

난로옆에 사과궤짝을 두고 따스하게 해줘도 잠만잤다. 날씨를 따스하게 해줘도 몸의 생체 시계가 그렇게 잠들어 있게끔 만들어 놓았나부다.

아가씨와 난 부지런히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다 봤다.
그때 난 주윤발을 처음 봤는데, 랑하고 너무 많이 닮아서 깜짝 놀랐다. 랑의 쌍둥이 형 같았다.
주윤발이 주연한 중국 드라마를 빌려다 봤는데 제목이 '상해탄'이었다.
얼마나 재미 있던지 세번을 보고 또 봤다.
여자 주인공도 되게 이뻤지만, 원래 여자 주인공 이름을 잘 까먹는 내 버릇대로 전혀 기억이 안난다.
남자 주인공이었던 주윤발은 그 뒤로 유명해졌는지 중국영화에 종종 등장을 했다.

나중에 랑이 홍콩에 간 일이 있는데 거기 사람들이 주윤발인지 알고 사인을 요구한 적도 있댄다. 그리고 태국에 가서도 주윤발하고 어떤 사이냐고 묻는 질문도 종종 받았댄다.

자기가 워낙 잘난지 아는 랑은 주윤발이 좀 멍청하게 생겨서 자기와는 다르다고 우겼다.

아버님과 랑은 벌통을 트럭에 싣고 뚜꾸만으로 이동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1300키로 정도 떨어진 곳이다. 우리 벌통의 본거지인 산타페 주에서 700키로 정도 더 위로 올라가는 셈이다.
서울과 부산을 거의 왕복하는 거리인 셈이다.

벌은 살아있는 생물이라 함부로 다루지도 못했고 너무 조심스러운 생물이다.
날라다니는 생물이니 벌통의 입구를 솜이나 기타 다른 헝겁으로 막아야했다.

낮에 이동하면 벌통 입구를 봉한 상태에서 햇볕을 받게된다. 그럼 그 뜨거운 열에 다 쪄죽으니 밤에 이동을 해야했다.

3000통 정도 되는 벌통을 다 이동을 할 수 없으니 반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 그래도 그게 한단짜리 벌통이 아니고 세단 네단 계상이 올라가니 보통 많은 양이 아니었다.

가는 도중에 날이 새면 길에서 하루 정도 쉬었다가 다시 이동을 해야하는 어려운 걸음이었다.

또 벌통이 열을 받았다 싶으면 밤에도 잠시 잠시 쉬면서 막았던 벌통을 열어 숨통을 열어주어야 한단다. 너무나 먼 길이기에 도중에 벌들이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뚜꾸만에서 누가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농장을 세로 준다는거도 아닌 개척의 길이었다.

가는 도중에 길을 잘 모르니 비를 만나 차가 길옆 도랑에 빠져서 벌통을 다 내리고 차를 꺼내어 다시 그 많은 벌통을 다시 싣고 가기도 했단다.

랑은 말도 잘하고 협상도 잘한다.
또 적극적인 셩걱이라 가자마자 몇 군데 말해서 금방 자리를 잡았다.

집집마다 남자들끼리 간 상태니 아들들이 밥을 하고 빨래를 해야했다.

귀찮은걸 딱 질색인 랑도 먹는건 밝히니 자기가 밥을 해먹었는데, 다른 집 형이 호박을 부쳐 놓으면 옆에서 말하며 구운 족족 쏙쏙 집어먹었대나...그러면서 그 형이 되게 얄미웠단다. ㅎㅎ

그렇게 남자들끼리 밥을 해먹으니 난 일주일에 한 번씩 이거저거 밑반찬을 해서 버스로 부쳤다. 15시간 뒤에 도착한 김치와 반찬들을 그들은 받아서 먹곤했다.

뚜꾸만의 농장의 화장실은 열악해서 커다란 항아리에 널빤지 두개를 올려놨는데, 그 속 항아리에 바퀴벌레가 새카맣게 들러붙어 있더랜다.

랑도 왠만한건 놀라는 성격이 아닌데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키다가 그걸 보고 기절초풍했나부다. 집에와서 그 얘길 해주는데 끔찍했다.

화장실에서 라이터를 켰는데 그 밑에 커다란 딱정벌레가 새카맣게 바글거리더란다. 그게 바퀴벌레였던거다.

웬만하면 나와 아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안데리고 간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댄다.

뚜꾸만에서 온 짐들은 하나같이 지저분하고 김치통도 뭘 어떻게 했는지 무지 낡아져서 왔다.

그래도 꿀은 맛있어서 반가왔다.

한달 반 동안 고생을 하고 돌아온 아버님과 랑은 새카맣게 그슬려 있었다.
머리는 아무렇게나 자라있어 더벅머리에 수염은 수염대로 자라나서 무인도에서 구출된 인간들 같았다.

랑은 학교 다닐 때부터 대단한 멋쟁이였다. 옷도 맞춰서 입었고, 아무렇게나 입는 법이 없었는데
그런 사람이 저렇게 변한다는게 신기했다.

아들넘은 그런 할아버지와 아빠 옆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나중에 씻고 나오니 그제서야 옆으로 갔다.

씻고 나온 랑의 다리를 보고 기절할 뻔했다. 모기떼에 물려서 성한데가 한군데도 없이 빼곡하게 물린자국이 있었다. 옷 위로도 물려서 등이며 팔다리가 모기 밥이었던 처지가 눈에 보였다.

벌통을 이동하다보면 모기떼가 달려드는데 그 크기가 집채만하댄다.
모기떼가 아니라 모기 구름이 맞는 표현이랜다.
그 새카만 모기구름에 둘러싸여서 얼른 차로 뛰어 도망을 가더라도 금새 그렇게 물려서 사람이 엉망이 된단다. 그
래도 하던 일이 있어서 얼른 차로 도망도 못가고 마무리를 해야하니 사람이 그 지경이 된거다. 으~

들판에 있는 소들과 모기는 하나로 뭉쳐서 소들이 펄쩍펄쩍 뛰며 도망갈 때도 있고, 어떤 소는 그냥 꼬리만 툭툭 치며 귀찮아 하는 소도 있단다.
나처럼 모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모기 쫓는게 귀찮아서 그냥 물리는 사람도 있듯 소도 그런가부다.

랑은 발에 오래된 무좀으로 고생을 했드랬는데, 이동하며 슬리퍼 바람으로 하도 발에 벌을 쏘이며 일을했더니 무좀이 싹 나아가지고 왔다.

빨래를 하려고 옷들을 챙기니 옷에서도 쌉싸름한 벌침 냄새가 났다. 옷 여기 저기에 벌침이 묻어있었다.

랑은 벌보다 모기가 더 무섭댄다. 난 벌이 더 무섭든데...

랑은 벌에게 쏘인데는 흉도 안남고 그냥 아물어버리는데 모기에게 물린데는 벌겋게 달아올라 얼룩얼룩 꺼멓게 죽어있었다.

불쌍해서 밥을 얼른 차려주었다. 그걸 먹은 랑과 아버님은 이내 깊은 잠이 들어버렸다.

너무 고생스러워 보여서 되도록이면 뚜꾸만 이동은 말리고 싶은 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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