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요? 집에와서도 계속 서류인거에요?"
유채가 과일 한 접시를 내오면서 볼 메인 소리로 투덜거렸다. 신혼여행을 갔다오자마자 태준은 워커홀릭처럼 일에 빠져들었다. 자리를 비운 동안 처리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는 인정하면서도 유채는 집에서까지 말한마디 안하고 서류에 골몰하고 있는 태준이 못마땅스러웠다.
"어? 어... 미안. 어휴..."
태준이 미안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길게 팔을 쭈욱 뻗으며 기지개를 폈다. 몇시간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있었으니 몸이 결릴 만도 했다. 이리저리 어깨를 돌리고 목을 돌리며 오래된 기계처럼 삐그덕거리는 태준을 보다 못한 유채가 과일 접시를 내려놓고 태준의 뒤로 가서 섰다.
"어디가 안 좋아요? 여기요? 여기요?"
"아니, 아니... 거기! 아악! 거기, 거기!"
두 손으로 여기저기를 짚으면서 유채가 물어보자 태준이 비명을 질러대며 요동을 쳤다.
"아니, 무슨 남자가 이렇게 엄살이 심해요? 좀 가만히 있어봐요. 이렇게 경혈을 자극 해줘야 몸이 쉽게 풀려요."
"으윽! 윽!"
무자비하게 통증이 있는 부위만 눌러대는 유채의 손놀림에 태준은 꼼짝 못하고 얼굴의 인상만 잔뜩 지뿌리고 있었다.
"자, 다 되었어요. 좀, 어때요?"
"어...?"
유채가 빙긋 웃음을 지으며 만족스럽게 물러나자 태준이 어깨관절을 휘휘 돌렸다. 아까보다 한결 부드럽다. 신기한 표정으로 유채를 바라보는 태준.
"도대체 뭘 어떻게 한거야?"
"내친 김에 손도 이리 줘봐요. 좀 더 해줄테니."
두말 없이 태준이 유채에게 오른손을 덥썩 내밀었다. 유채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태준의 손을 꼭꼭 눌러댔다.
"도대체 이런 것은 다 어디서 배운거야?"
"학원다니고 책 보면서 배웠죠."
"왜?"
"이렇게 써먹을려고 배웠겠죠. 뭐."
유채가 태준을 보고 씨익 웃었다. 사실이 그랬다. 은행에거 순서를 기다리다가 본 주부생활 같은 잡지에서 맛사지할 수 있는 부인에 대한 남자들의 선호도가 1위라고 하길래 배워둔 것이었다. 실제로 생활에서 써먹을 일이 곧잘 생겨서 배워두길 잘했다고 늘 뿌듯해하고 있었다. 특히 태준의 어머니는 유채의 손끝에 감동에 감동을 거듭하셔서 가끔가다 유채를 집으로 부르기도 하셨다.
"보면 볼수록 당신 참 희한한 여자야."
"그래봤자,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에요."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잖아. 당신이 만들어낸 것이니까 더 대단한거야. 나도 못해낸 것을 당신은 당
신이 했잖아."
태준은 자신의 손을 부지런히 주무르는 유채의 손을 꼬옥 잡았다. 어디서 이런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났을까...
"왜... 이래요..."
묘한 태준의 눈빛에 유채가 얼굴을 붉혔다. 그윽한 눈매로 자신을 바라보는 태준의 눈길에 온몸이 따끔따끔거렸다. 전과 달리 태준의 눈만 마주쳐도 은근하게 달아오르는 자신이 어쩐지 어색해서 유채는 견딜 수가 없었다.
태준은 아무말도 하지않고 부드럽게 유채를 보듬어 품에 앉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라 태준에게 전달될까 싶어서 유채는 가쁜 숨을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이미 결혼을 한 사이인데... 이미 남편이 된 사람에게서 왜 이리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인지 유채는 도무지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사랑한다고 얘기 했던가...?"
"글쎄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유채의 얼굴을 들여다본 태준이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남는 작은 아쉬움... 입맞춤만으로는 부족한 그 무엇... 태준의 입술이 다시 유채의 입술에게로와서 파도처럼 부딪혔다. 바위로 와서 부딪히고 감기우는 물결처럼 태준의 뜨거운 기운이 유채를 휘감아 돌았다.
"하... 하던 일이 있잖아요..."
유채가 애써 태준의 품에서 몸을 빼며 감당할 수 없는 그의 뜨거운 불길을 피하려했다. 그러나 태준은 쉽게 유채를 놔주지 않았다.
"내일 하면 돼."
"무슨 일인데요..."
애써 화제를 돌려보려고 애쓰는 유채...
"강원도쪽 지점 내는 이야기야... 당신의 고향 속초지점 말이야..."
"인구 수가 적어서 수입이 보장되려나 모르겠네."
유채는 서울에 비해서 작을 수 밖에 없는 속초를 떠올리며 그치지 않는 태준의 입술에 서서히 사고가 마비되어 가고 있었다.
"요즘 메이플이 부동산업도 같이 하고 있잖아. 우리가 들어가면 그 곳은 뜨는 상권이 되는거야. 예전의 맥도날드처럼 말이지..."
"아..."
"게다가 전 속초시장이 주도하는 것이라 아마 그 쪽 부동산은 다 틀어쥘 수 있을 것 같아."
"아..."
"신희범이라고 속초에선 유명인사라던데..."
태준의 입술이 잔뜩 달아오른 유채의 귓볼을 훑고 목덜미께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려 손을 뻗는 순간 갑자기 유채가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순간 차갑게 식어버린 유채의 몸에 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구요?"
유채의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신희범..."
"그 작자가 뭘 한다고요?"
황당해하는 태준의 품에서 벗어나 유채가 새파란 눈을 하고서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기세로 흥분한 가슴을 팔딱거리고 있었다.
"아니 왜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그 작자는 안되요. 절대 안되요."
"왜?"
태준의 질문에 유채가 격양된 어조로 동생 나리와 신희범의 외손자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유채의 흥분이 극도로 달할 무렵 태준 역시 흥분된 눈동자를 감추지 못했다.
"뭐 그딴 놈들이 다 있어?"
"그러니까 안된다고요. 절대 안되요!"
"흠... 계약이 조금 진행된 상황이긴 하지만... 위약금을 물더라도 취소하도록하지."
"위약금이라고요!"
더더욱 흥분한 유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런 놈들에게 위약금이라니 말도 안될 소리였다. 절대 돈 한푼도... 한푼의 이익도 그 놈들에게는 돌려줄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
"서류가 어느 거에요? 이거에요? 지금부터 나한테 그 신희범과 진행된 상황을 다 얘기해줘요. 내가 해결할께요."
"당신이?"
"날 못 믿어요?"
유채의 눈이 순간 번뜩이는 것을 태준은 놓치지 않았다. 절대로 이런 유채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예전 경험을 통해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태준이었다. 그녀는 하겠다면 반드시 성사시키고야 마는 여자였으니까.
"알았어. 서류는 상당히 많아. 지금 속초쪽이 개발이 많이 안 된 상태라 부동산 계획을 좀 세밀하게 많이 짜놓았었어. 그리고 이 계획은 우리 쪽에서 짰던 것이 아니라 신희범 쪽에서 먼저 요청해온 사항이라 우리 쪽에 있는 정보가 그 쪽보다 적을 수도 있어."
"상관없어요. 속초는 내 고향이기도 해요. 정보가 부족하면 내가 직접 조사를 가도 되요."
의지로 가득한 유채의 눈빛에 태준은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끔 그녀의 이런 모습에서 잔다르크가 연상되는 것은 자신의 착각인 것인지 태준은 의심스러웠다.
"자, 여기부터 설명할께. 우선 지금 메이플이 들어가려는 곳은..."
유채가 또렷한 눈빛으로 태준의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설명하는 태준의 손끝을 부지런히 쫓았다.
* * * * *
"뭐라고? 틀림없이 확보했다고 그랬잖아?"
"그게... 그런데..."
국회의원 신희범의 사무실은 연신 소란스러웠다.
"어떻게 된 일이야? 다 된 밥에 재 뿌릴 일 있어? 이미 속초쪽에 모든 정부의 계획들을 돌려놓았단 말이야. 요충지가 될 곳만 다 놓쳐서 무슨 이익을 챙기겠다는거야? 알맹이는 다 남주고 쭉정이만 챙길 일 있어?"
"그.. 그게... 어떤 사람이 우리의 계획을 다 누설해서 모두들 안 팔겠다고..."
"뭐야!"
보좌관의 보고에 신희범이라는 희끗한 머리의 노년의 남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소리를 쳐댔다. 그도 그럴 것이 속초의 개발을 목표로 추진했던 정부의 사업들이 이제 막 꿈틀임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가장 중심지로 설정했던 곳의 개발권을 따내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흥분할 수 밖에 없는 일이긴 했다. 자그마치 이게 얼마의 사업이던가. 몇 조가 되는 사업에서 1%만 챙겨도 100억이 훨씬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대체 그게 누구야?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닌 다는 말이야? 사람들이 그 사람 말을 믿어?"
"그게... 메이플 김태준의 부인이라는..."
"뭐? 그 남편하나 잘 만나서 횡재한 년이 뭘 어쨌다는 거야?"
"요새 여자들 사이에서 그 여자의 인기가 장난이 아닌 거 모르셨습니까? 거의 모든 여자들을 매수했더라구요. 개발시에 필요한 돈을 싼 이자로 융자해주기로 하고서 개발권을 산 것도 아니고 각자 가지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그 것이 큰 효과를 봤다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많은 땅의 주인들이 다 넘어갔다는 게 말이 돼?"
"그러게요. 저도 믿을 수가 없어서 몇번 조사를 해봤지만 ... 한명도 빠짐없이 그 여자의 의견에 동의했다는 이야기 밖에는..."
흥분으로 인해서 부들부들 떨던 신희범은 더이상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뒷머리를 짚으며 비틀거렸다.
"의원님!"
"...119 불러..."
"의원님!"
"...빨... 리...."
보좌관이 달려와 부축하자마자 제 흥분에 못 이긴 신희범은 쓰러지고 말았다.
* * * * *
"신희범이 쓰러졌다면서...?"
속초 바닷가가 보이는 호텔 객실에서 유채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전화를 통해 태주의 음성을 듣고 있었다.
"응. 그랬대."
"72세에도 그렇게 끝없이 탐욕을 부리더니만... 인과응보일꺼야. 너무 맘 쓰지마."
"응..."
그런 식으로 신희범의 쓰러질 것이라 생각지 못한 유채는 다소 놀란 상태였었다. 유채의 목적은 신희범이 갖고 있는 것들을 빼앗고 그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었을 뿐이었는데 72세의 늙은이에게는 그 일들이 견딜 수 없는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신희범이 입원한 병원 관계자에게 전해들었는데... 병실이 아주 썰렁하다면서...?"
"평소에 인덕을 쌓은 것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신희범 아들은 마카오에서 도박으로 거액을 날린 후로 부자의 인연을 끊었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도리도 없고, 그 망할 놈의 손자는 얼마전에 마약거래로 잡혀들어갔던거 돈으로 겨우 빼냈다나봐. 지금 미국에 있다고 그러는데 거의 뭐, 들리는 소문에 완전 개판 5분전의 생활을 하나보더라고."
"거, 잘되었다고 해야되나?"
"우선 신희범의 돈 줄을 끊었으니, 노인네 간병할 돈까지만 남았겠지. 풍이 온 모양인데 약간씩 치매증세까지 보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이제 우리 자기는 서울로 돌아오는 건가?"
태준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웃었다. 유채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창밖에 비춰지는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을 응시했다. 바다위에 휘향찬란하게 떠있는 불빛들의 행렬이 다스하게 유채의 눈에 다가왔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데... 나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될까요?"
"왜? 내가 보고 싶지않아?"
"... 보고 싶어요. 그런데, 여기 지금 부동상 개발 상황이 상당한 이슈로 떠올라 있어요. 분명 메이플에도 도움이 될 듯 싶어요. 나, 믿죠?"
"그럼, 내가 내 부인을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태준의 대답에 유채가 기분좋게 웃었다. 신희범이 자신의 이익을 목표로 여러 속초 시민들의 땅을 가로채 이윤을 얻을 목적이었다는 것을 속초에 내려와서야 유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신희범이 상당히 속초 개발 계획을 진행시킨 뒤였기때문에 이제 실행단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제주도 다음으로 대한민국의 국제적 관광도시로 거듭날 이 곳에서 메이플은 가장 독보적인 위치에서 문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유채는 꿈꾸고 있었다. 샐리가 물려받을 예정으로 있는 노스텔지어에도 이미 보고서를 보낸 뒤였기 때문에 합작사업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딩동."
그 때 유채의 호텔 룸의 벨이 울렸다.
"잠시만요, 태준씨. 룸서비스를 불러놨었거든요."
유채가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호텔 룸의 문을 열었다.
"그 룸서비스 1인분 더 추가하지 그래?"
"아...!"
문을 열어젖힌 순간 문앞에 있던 사람은 룸서비스를 하는 웨이터가 아닌 김태준이었다. 갑작스러운 태준의 등장에 유채가 아무말도 못하고 그대로 멈춰섰다.
"거의 보름만에 보는 신랑인데 반갑지도 않은 거야? 뭔 인사가 이래?"
태준이 불만에 가득하나 표정으로 연신 툴툴거렸다.
"아, 아니.. 너무 당황해서..."
"내 색시가 아무래도 나 대신 일에 미쳐서 나하고 안 놀아줄 것 같아서 내가 왔어. 잘했지?"
장난기 가득한 몸짓으로 방안으로 태준이 들어오자 그제서야 유채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못 말릴 남자였다.
"야, 여기 경치 죽이네... 우리 허니문 갔던 곳 보다 훨씬 좋은 것 같은데?"
태준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유채가 바라보던 유리창 밖의 오징어잡이배들의 불빛을 보고 탄성을 질러댔다.
"고기잡이 배들의 불빛이에요."
"운전하면서 올 때는 몰랐는데 상당히 멋있구먼 그래."
"그래서 이 호텔을 인수해볼까 생각중인데 어때요?"
유채의 말에 태준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호텔을?"
"뭐, 그냥 생각중일 뿐이에요."
"내가 대단한 야심가를 부인으로 두었구먼. 허허..."
"운영상으로 헛점이 많을 것같아서 노스텔지어에 있는 태민씨에게 보고서를 보내놨어요."
"합작할 생각인건가?"
"그 쪽에서 승낙을 한다면 명의는 내가 갖고 운영은 노스텔지어에 맡기려고요. 나이든 호텔이 아닌 젊고 모던한 인테리어의 호텔을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모텔급들도 호텔 이상으로 시설이 좋은데 호텔에서 서비스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돈을 지불하고 올만한 가치가 있는 곳을 만들어 볼 생각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유채의 설명에 태준이 유채에서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이 하는 일이라면 난 뭐든 믿어."
절대적인 신뢰가 담긴 태준의 눈동자에 유채는 피식 웃어버렸다.
"고마워요."
"그런 의미에서 날 한번 안아주는 건 어때? 먼길을 달려온 남편이잖아."
태준의 애교섞인 음성에 유채가 두 팔을 뻗어 태준을 꼬옥 끌어 안았다. 다부진 태준의 몸이 유채의 팔 안에 다 들어오지는 못했다.
"와줘서 고마워요. 많이 보고 싶었는데..."
"내가 당신 텔레파시 받고 날아온거잖아."
태준이 부드럽게 유채의 앞머리를 쓸어넘기고는 이마에 키스를 했다. 따스한 태준의 입술의 기운이 유채의 몸속으로 잉크방울처럼 서서히 퍼져나갔다.
"그런데 왜 날 사랑하게 된거에요?"
갑자기 생각난 듯 유채가 뜬금없는 질문을 태준에게 했다. 늘 궁금했던 것이었다. 왜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집에 들이닥친 것인지 왜 갑자기 자신을 이사시키면서까지 곁에 두려 그 난리를 벌인 것인지... 유채의 질문에 태준은 그저 웃기만했다.
"처음 당신을 그 바에서 봤을 때, 유리같아 보였어. 그리고 당신을 알면 알수록 열심히 당신이 자신을 세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빛나 보인다는 것을 알게되었었고.... 당신에게 유리구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어서 내가 주려고 했는데 당신이 그것을 거부했던거지."
"흐음...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하하. 그냥 그런 이야기야."
태준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 순간 커다랗게 꼬르륵거리는 소리에 두 사람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
"배고파?"
"배고파요?"
거의 동시에 둘은 서로에게 물었다.
"이런이런... 우선 밥을 먹고 2부를 계속해야겠군. 모처럼 분위기 좀 잡으려는데 생리적 욕구가 도움을 안 주는군 그래."
태준의 말에 유채가 깔깔거리면서 웃어댔다.
"빨리 먹어야겠네요."
"왜?"
"더이상 견디기 힘들거든요."
유채가 묘한 눈길로 태준을 휘감으며 속삭였다. 순간 태준의 마음 속에서 무엇인가가 강하게 꿈틀거렸다.
"식사 생략하자."
"어머, 그건 안돼요."
"안되는 것이 어딨어!"
태준이 강하게 유채를 밀어붙이자 유채가 까르르 웃으면서 도망쳤다.
"유치하게 왜 이래... 이리와!
"시끄러워요. 세상에 밥도 안 먹는게 어디있어요?"
"밥보다 중요한 사안이야."
윽박지르는 유채와 태준은 갓 시작한 연인들처럼 호텔방안을 빙빙 돌면서 유치한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다행히 방음처리가 잘 된 호텔이라 그런지 둘이 아무리 시끄럽게 우당탕거려도 누구 하나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렇게 몸싸움을 벌이던 그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아무래도 태준의 승리로 끝났던 듯 하다. 나중에 들려온 후문에 의하면 바로 이날, 유채와 태준의 2세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말이다.
피에쑤!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을 위해 에필을 적었습니다.
어설픈 에필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셔요~ *^^*
그 동안 유리알갱이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월 3일부터는 따로 네이트에 "이끼의 작가방"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계속 제 글 읽어주실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