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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강-10

삶의이유 |2004.12.08 11:33
조회 274 |추천 0

애증의강-10

 

구치소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조심스레 깔린 어둠을 그리밝지 않은 라이트로 밝히며 꾸불꾸불 돌고돌아 목적지에 도달했다.

조그마하게 뚫린 구멍사이로 오가는 사람을 하나. 둘 세면서 저마다 지친얼굴과 길게 뿜어져 나오는 한숨으로 삶을 돌아보고 있었다.

지영도 그랬다. 스스로 [내가 조금만 더 공부할 수 잇었으면...우리집이 조금만 더 부자였다면...적어도 엄마 아빠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받고 자랄 수 있었다면.....] 자조섞인 번민이 가슴사무치게 내리 눌러왔다.

지영은 어느새 고등학교 1학년의 까까머리 소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평소같으면 다녀왔냐며 문을 열어줄 엄마가 있었는데....몇번을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엄마. 문열어 학교 갔다왔다니깐...]

짜증섞인 말투로 소리 질러보았지만 역시 대문은 열리지 않앗다.

지영은 하는수 없이 담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자율학습을 하느라 여간 힘든게 아니었는데 집에 와서도 짜증나게 한다고 궁시렁 거리며, 한발 한발 담벼락에 발을 맞추어 놓았다.

불꺼진 방. 아무도 없는 고요함과 적막함..

지영은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깨끗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정돈된 안방과 자신의 방.

내팽게치듯 가방을 던져놓았다.

[형아~]

동생의 목소리가 대문 밖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 잠깐만...]

낡은 대문의 열쇠걸게가 삐걱 소리를 내었다.

[어디다녀오는거야?]

[밖에 있었어. 근데 너무 추워서 저기 오락실에가서 앉아있었어.]

[엄마는?]

[몰라. 나 5시에 학교 끝나고 왔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더라구]

[응 . 그랬구나~]

안방으로 들어오는 동안 동생은 계속 떨고 있었다.

[밥도 안먹었겠네?]

[응]

[라면 끓여줄께 잠깐만...아니다. 너 싰고 있어라.]

[알았어]

지영은 부엌으로 향했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적당한 물을 부었다.

그리고 라면을 찾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먹을거라고는 시어빠진 김치 몇조각과 마른 멸치 몇마리 뿐이었다.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200원..

라면 두개는 충분히 사고도 남는 돈이었다.

[헝아 라면 사올테니까. 들어가서 누워있어]

대충입은 옷이라서인지 소매사이로 무릎 사이로 목 언저리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슈퍼가 모두 문을 닿았다. 냅다 다른 곳으로 뛰었다. 언덕위로 문이 반쯤 닿힌 슈퍼에서 가까스로 라면을 샀다.

지영은 또 다시 뛰었다.

[지윤아 자니?]

[아니]

[금방 끓여줄께.. 잠깐만.]

몇 조각의 신 김치를 라면에 넣어서인지 대충 그럴싸한 맛이났다.

땀을 뻘뻘흘리며 허겁지겁 먹어댔다.

[근데 헝아. 엄마 어디갓어?]

[헝아도 몰라]

모를 일이었다. 한번도 집에들어오지 않는다던가 늦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몇일전부터 길게 한숨을 내쉬던 엄마의 모습을 보아오던 지영이였지만 당시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무슨일이 있는거냐고 물어보았지만 별일 아니라고 그냥 자라고 대답하던 엄마였기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까닭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학교에 갈때도 항상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주던 엄마였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잠이 들은 동생의 얼굴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인 동생의 모습은 조금씩 여드름이 나고 제법 어깨가 넓어진 그렇지만 아직은 어린아이에 불과한 그런 모습이었다.

지영은 그런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뜬눈으로 밤을 밝히고 있었다.

아침이 되었지만 끝내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시락을 챙겨주지도 못하고 동생을 학교에 보낸후 대충 시간표만 확인한후 지영도 학교로 향했다.

긴긴 수업 시간동안 몇몇의 선생님이 오고가고 햇는지 알 수가 없었다.

습관적으로 차렷.경례만 되풀이 할뿐....어떤 강의를 들었는지.. 저 앞에 서 있는 선생이 도데체 어떤 이야기를 한건지 도무지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8교시의 수업이 모두 마치는 동안 지영은 멍하니 창을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날도 지영의 엄마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배고픔이 아니라, 서글픔이 아니라..차라리  배고픔과 서글픔이라면 참아낼수 있을거 같았다.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고 훌쩍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난동안 동생과 지영은 피폐해져 있었다.

돈도 없었고, 추위를 이겨나갈 방안의 온기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지윤아 헝아 말 잘들어]

[먼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엄마가 오지 않는것이 ....]

지영은 말을 잇지 못햇다. 동생이 울고 있었기 때문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도 눈물이 흘러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너,  너랑 가장 친한 친구 집으로가라. 형아도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아.]

[나 형아랑 같이 가면 안되?]

[지윤아. 너도 봐서 알겟지만 여기 내일까지 비워줘야되. 방세가 많이 밀렷나봐 어쩔수 없자나. 전기도 끈긴 상태인데 어쩌겟어.]

하염없는 눈물이 싸늘한 방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둘이 같이 갈수는 없어. 나도 친구집에서 좀 살다가 좋은 곳 잇으면 부를께...학교 빠지지 말고...]

지영은 이것이 최선의 길 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끄덕이는 동생의 고개가 가슴을 도려내고 있었다.

둘은 그렇게 부등켜 않았다.

아침이 되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간건지 퀭한 두 사람의 눈이 서로를 말없이 응시할 뿐이었다.

지영은 동생의 가방에 책이며 옷가지며를 조금씩 챙겨주었다.

[이제. 가. 얼릉]

떠밀듯이 동생을 밀어냈다.

두툼한 가방을 둘러맨 동생은 한동안 대문 입구를 떠날 수 없었다.

[형아 나 형아 따라가면 안되?]

동생의 절규어린 외침이 들려왔지만 지영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뒤돌아서서 가라는 말만 되풀이할뿐...쏟아지는 눈물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형아. 몸 건강해야해...]

떨리는 목소리로. 희미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남긴체 대문을 열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

지영은 대문앞으로 향했다.

빼꼼히 마을 입구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동생은 거기 말없이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이 보고있음을 동생도 알고있었다.

살며시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곤 몇번을 내 저었다.

길 모퉁이로 동생이 사라져 갔다. 옷 소매가 촉촉히 젖도록 그리 많은 눈물을 흘렸던 걸까.

지영은 방안을 휘이 한번 둘러보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이삿짐 센터의 아저씨들이 들이닥치겟지]

이 많은 짐들이 모두 어떻게 된는 걸까...

지영은 몇벌의 옷과 책들을 가방에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

[엄마................]

그날 지영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동생도 학교에 가지 않은것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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