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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에 대해서

신경준 |2004.12.16 22:25
조회 61 |추천 0

Favorite에 대해서
Mr.shin

 

얼핏 담배끊은지 1여년이나 된다. 한때 난 담배 피우는 것을 좋아했었다. 93년 고3 수능1세대 이후로 공백기간까지 합쳐서 일단 태우기 시작한 햇수가 어언 10년이나 애연가 노릇을 해 온 셈이다. 담배를 처음 문 장면은 다분히 통속적이다. 본격적으로 피운게 수능1세대를 마무리하고 아무도 제어할 수 없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그동안 스스로 억눌러 왔던 혹은 자격이 박탈됐던 기성문화에 대한 치기적 모방에 다름없다고 느꼈을 즈음 였다. 신촌 어느 카페에 대여섯명이 둘러 앉아 온몸으로 내뿜으면서 줄줄이 말보로 담배를 입에 물었던 광경을 떠올리면 그 미욱한 모습에 웃음밖에 안나온다. 한꺼번에 피워대면서 서로 매워서 눈물을 찔끔거리고 콜록대며 마른 기침을 했으니 끽해야 한두살 차이날 법한 알바대딩이 얼마나 어쭙지 않게 받아들였겠는가.

그 동기가 어쨋든 간에 좋아하는 것에 대한 꺼리가 궁해서인지는 몰라도 담배밖에 딱히 생각이 안난다. Favorite이 지극히 사적인 맥락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것을 악용(?)해서 만악(?)의 근원인 담배예찬론을 심정적 차원에서 재량껏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기존의 담배에 대한 갑론을박은 철저히 무시할 생각이고 개인적 자유행사 개념을 어느정도 유용하게 인용 할 줄 알기 때문에 작문이라 그런지 말에 괜히 헛심이 들어간다.

기실 10년간의 흡연생활중에 끊고 싶은 적이 왜 없었겠는가. 한때 스스로에게 실망하여 자괴감의 늪에서 자맥질 할 때, 담배하나 끊지 못하는 자신을 얼마나 비웃었던가. 비단 담배와 전혀 별개의 문제로 당당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여전히 끽연을 만끽하고 있다는 것은 그때의 정신적 공황이 상당히 해소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건가. 딱 그렇다고 얘기하진 못하겠다. 여전히 지금도 등가의 문제로 그 대승적차원의 해결(?)의 모색은 아주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연가 시절 담배가 다시 자연스럽게 내 생활에 편입된 이유는 아마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완벽하게 끊지는 못 하겠고) '거리두기'가 가능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금연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아예 질색하는 사람들 입장보단 흡연에 대해 상당히 느긋하고 무디게 받아들이는 둔감한 인간형이라서 그런가. 기호로서의 제기능을 발휘하는 담배를 애써 끊을 절박한 이유가 없다. 좁은 속셈으로는 배기가스, 패스트푸드, 화학조미료, 환경호르몬에 늘상 노출되어 있는 주위사람들과 내 건강이 그다지 차이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이들에겐 어리석은 짓으로 여겨지리라. 심하게는 나의 흡연이 의지의 나약으로 해석되기도 하겠다. 그러나 담배는 확실의 내게는 기호품으로서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만의 삶의 방식에 따라 정체성의 극히 미미한 부분이나마 담당하고 있는 담배의 역할은 여타의 사람들이 Favorite이라고 말하는 부분과 하등 상충될 것이 없다. 오지않은 현재를 위해 순간을 절제하고 금욕하는 방식이 있는 방면 그것과 다른 사고방식과 삶의 형태가 존재한다. 적어도 나에겐 담배가 그런 의미의 구역 변두리쪽에는 포함된다. 건강이라는 가치는 충분히 다른 가치를 위해 교활될 수도 있다. 치명적인 해악이어서 단명하게 될 경우는 좀 애석하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긴 하지만.

Favorite은 도식적 사고와 천편일률의 규격속에선 제 깜냥을 발휘할 수 없다. 동시대의 수십억의 인구중에 나의 개체성을 얻는 도정의 나침반 역할은 Favorite의 몫이 아닐까. 콧방귀로 그 소소함을 업신여길때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무리중의 하나, 집단속의 하나의 통계적 존재로 전락시키는데 일조하리라 생각한다. 이쯤되면 과대망상이라고 곁에서 말려줘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이거다. 새하얀 담배를 입술에 물고, 불의 주황색 숨결로 자고 있던 담배의 육체를 깨워 가슴속 깊이 담배의 '무화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신비롭게 생성되는 에너지를 들이 마쉰다. 일상속에서 두껍게 각질화 되어 있던 사고에 숨통을 틔우는 이 모든 제의적 작업은 즐겁고 매번 흥미롭다. 그런 와중에 갖는 일상의 공백은 여유롭다. 이것이 진짜로 연기에 의한 위약효과일지라도 나에겐 너무 생생하다. 북미 인디언들이 그들의 초원에서 둘러앉아 피운 그 느낌도 아니고, 제임스 딘이 담배를 반항적으로 물고 있는 느낌도 아니란걸 알지만 그 몽롱한 상상의 여지가 2~3분의 틈속에 있었던건 아닐까.

-경고: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에티켓을 준수하고 혼자만 그 해로움에 노출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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