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52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31 - 내글 -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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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은 괴수가 공격을 멈추자, 화살을 쏴서 괴수를 물리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활을 거두고 수리검대용으로 만든 송곳니 칼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에는 발톱으로 만든 표창을 집었다. 정민을 노려보던 괴수가 정민을 향해 도약을 하는 순간을 노려 표창을 던지고 덮쳐오는 괴수를 피했다. 표창은 정민이 겨누었던 괴수의 복부에 박혔으나, 괴수는 정민이 표창을 던지기 위해 잠깐 지체한 사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외쪽어깨를 할퀴고 지나갔다.
- 캥!
“으윽!”
정민과 괴수는 동시에 비명을 흘리며 괴수는 버섯 숲 쪽에, 정민은 신단수가 있는 광장 쪽에 방향이 바뀌어 섰다. 괴수는 괴로운 듯 몸을 비틀었고, 정민은 시큰거리는 어깨를 오른손으로 감쌌고, 감싼 손가락사이로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괴수도 표창을 맞은 복부에서 푸른 액체가 흐르고 있었지만 치명상을 입은 것은 아닌지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정민을 재차 공격하기위한 틈을 엿보기 시작했다. 정민은 왼손에 송곳니 칼을 괴수에게 겨누고 틈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제기랄, 생각보다 많이 다쳤군! 빨리 지혈을 해야겠는데….’
그렇게 대치하기를 수분, 정민은 더 이상 버티다간 출혈과다로 괴수보다 먼저 쓰러질 것 틀림없었다.
‘어떻게 한다? 음…,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다른 괴수들이 온다면 틀림없이 당하고 만다.’
정민은 오른손을 재빨리 움직여 품에 있는 표창을 꺼내 괴수에게 던지고 오소리 걸음으로 흙먼지를 일으켜 괴수의 감각을 혼란시키고, 이어 범 걸음으로 신단수 쪽으로 도약을 시작했다.
- 컹, 크 앙!
한 번의 비명에 이은 포효와 더불어 괴수가 정민의 뒤를 쫒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괴수는 화살이 박혀있었고, 두 개의 표창을 맞았기 때문에 정민의 뒤를 따라잡지 못하고 떨어졌고, 그 덕에 정민은 신단수가 있는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민은 수액 우물로 다가가 어깨에 난 상처를 씻었다.
“으윽!”
수액이 상처에 닫자 참기 어려운 고통이 밀려왔고, 정민은 이어 몰려오는 현기증에 몸을 비틀 거리며 신단수 쪽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겨 겨우 낙하산 줄을 잡았다. 정신이 자꾸 가물거리며 물체들이 두, 세 개로 흔들리며 보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되는…!’
- 크앙!
정민은 다시 뒤에서 들려오는 고수의 포효를 듣고 가물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애쓰며 온힘을 다해 낙하산 줄에 매달려 오르기 시작했다. 겨우 신단 수 구멍에 오른 정민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신단수 밑에 도달한 괴수는 신단수 주위를 맴돌다가 무언가에 놀란 듯 뒷걸음치더니 다시 자기가 나온 동굴로 바람같이 달려 사라졌다. 다시 거대한 지하 광장은 정적에 쌓여 어둠속에 파묻혔다.
얼마나 흘렀을까, 연정의 영혼이 돌아왔다. 연정은 쓰러져있는 정민을 발견한 후 곧바로 상태를 살펴보고 그녀는 경악했다. 괴수의 발톱에 상처를 입은 어깨는 시커멓게 썩고 있었고, 온몸이 독에 중독된 듯 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연정은 즉시, 정민이 만들어 놓은 송곳니 칼로 벽을 파내어 수액이 조금씩 흘러나오게 한 후 그 밑에 정민을 바로 눕혔다. 신단수 수액에 정민이 잠기도록 그의 주위에 모든 물건을 동원해서 둔덕을 만들었다. 일을 마친 연정은 정민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 미련한 사람, 고집으로 망할 사람, 꼭 일오나세요, 이겨내셔야 해요…. 기다릴게요, 당신이 다시 눈을 뜨고 불러줄 때까지…!
연정의 영혼은 서글픈 소리를 내며 기 덩어리에서 천천히 이탈했다.
삼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흘렀다. 아니 정민이 괴수와 격투를 벌인 후 신단수에 올라 정신을 잃은 지 정확히 천일(天日)이 지났다. 죽은 듯 창백하던 정민의 얼굴에 조금씩 화색이 돌기 시작했고, 아주 미약하게 느껴지던 맥박과 숨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는 아니고 아주 조금씩 정상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백일이 흘렀다.
- 이보게, 뭐하나? 이제 그만 일어나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계속 이렇게 자기만 할 건가?
‘어, 어르신! 어떻게 이곳에 오신 겁니까?
- 어떻게 오긴, 이렇게 왔지.
‘네에? … 네!’
- 하하하, 놀려 미안하이. 그래 이곳은 지낼만한가?
‘예에? 그, 글쎄요!’
- 후후, 이해하게나. 이게 다 자네를 보호하기위해서 안배한 하늘님의 뜻이니까. 그건 그렇고, 아내를 만나 한동안 재미있게 지냈는가? 자네 아내는 내가 만난 영혼 중에 가장 말을 안 듣는 영혼이었어, 나도 별수 없이 그 영혼에게 손을 들고 말았으니.
‘….’
- 그래, 복잡하겠지. 이렇게까지 자네를 최악의 경우까지 빠지게 한 하늘님의 뜻이 야속하겠지만, 그래도 자네가 숙명을 자꾸만 벋어 나려는 데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게,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치든 냉정을 잃지 말게. 그것만이 자내를 선택하고 일만 이천 년을 기르신 하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리라 보내.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게, 죽음은 또 다른 삶을 준비하기 위해 쉬어가는 과정이라네. 자내가 깨어나면 충격적인 일들이 정신없이 벌어질 것이네. 그것들은 차차 자네의 아내가 다 설명해 주겠지만, 절대로 경거망동해서는 아니 되네.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봉인을 풀어 그 안에 있는 영을 복속시키도록 하게. 그리고 이건 나의 작은 선물이네. 자네의 아내에게 주면 무척 기뻐할 것이야. 그럼 나는 그만 가야겠군. 잘 지내게. 다음에 볼 때는 이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에서 만나길 바라….
‘자, 잠깐만이요 어르신! 도대체 어르신의 정체가 뭐죠?’
- 아직도 몰랐는가? 이거 실망인걸. 자네의 아내가 설명해 주었을 텐데.
‘그럼 동방상제! 맞습니까?’
- 후후, 맞네. 그리고 자네가 복속 시켜야 될 영은 지하상제야. 잘해야 할 거야, 비록 능력이 봉인되어 예전의 만분의 일도 안 되지만, 나도 지난번에 단순히 실체가 없는 영만을 부르는데도 버거웠었으니 상대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울 거야. 게다가 자네가 지난번 그녀의 약을 잔 득 올려놨으니 지금은 독을 품고 있을 테니. 그럼 가네.
‘자, 잠깐…!’
- 봉인을 푸는 방법은 하늘님과 자네만이 알고 있네. 더 이상은 나도 몰라서…, 후후,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다네. 너무 지체했어, 가네!
“어, 어르신…!”
시린 손을 호호 불며 정민의 집 앞에 도착한 하란은 대문을 열고 정민의 집에 들어서며 황준일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너려다 멈칫했다. 준일의 앞에는 정연이 자그마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나무의자 두 개를 나란히 해놓고 머리와 다리만을 걸치고 몸은 공중에 뜬 상태의 누운 자세로 버티고 있었다. 하란은 정연이의 자세를 보고 놀라서 황준일에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뭐하는 거예요 준일 씨?”
“에, 예! 보시다시피 연이하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황준일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쳐대는 하란의 목소리에 놀라 황망히 뒤돌아보며 대답했다.
“그걸 몰라서 물어요? 이제 겨우 세살이 지난 애를 데리고 뭐하는 짓이에요?”
“그, 그게…. 헤헤헤, 조기 교육시키는 겁니다.”
하란의 질책에 찔끔한 황준일은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고, 하란은 더 큰 소리로 황준일을 다그쳤다.
“조기교육이요?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 가지마세요! 제가 그런 짓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네요, 고모! 저도 할 수 있져요(있어요), 씩씩!”
정연은 하란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아직은 정확한 발음이 안 되는 치기어린 숨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봐요, 연이도 할 수 있다고 그러잖습니까. 벌써 네 살이 넘었는데, 이걸 못한다는 건 말도 안돼요.”
정연의 말을 듣고 황준일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의기양양해져 하란에게 항변했다.
“어째서 연이가 네 살 이에요, 세 살하고 팔 개월 밖에 안됐단 말이에요!”
“그건 미국식 계산법이고, 한국식으로 하면 연이는 다섯 살이 됩니다. 거기다가 자랑스러운 형님의 피를 받은 놈입니다. 이정도 쯤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연이야!”
“끄응, 네에! 헉헉…!”
“준일 씨 이!”
“어이구, 귀안 먹었어요! 소리치지 마십시오.”
“무슨 일이냐? 왜 이리 시끄럽지? 오, 하란이 왔구나.”
두 사람이 큰 소리로 말다툼을 시작하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며 정민의 어머니가 모습을 보이며, 하란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아주머니! 저 왔어요.”
하란은 황준일에게 눈을 흘기고, 정민의 어머니를 향해 환한 미소를 띠우며 대답했다.
“그래 밖에서 싸우지 말고, 어이 들어오너라! 날씨가 차다. 에고 이놈의 날씨는 언제나 풀리려나? 그놈이 떠났던 해도 이렇게 춥고 눈이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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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