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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때만 들르실 거예요? 자주 좀 들르시진 않고..."
"요즘, 좀 바빠서... 그런데 무슨 용무지?"
"별건 아닌데요... 사장님, 저번에 얼핏 들었는데 무슨 '소망원'이라는 고아원 출신이었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어? 난 단지 고아원 출신이라고만 했지, 소망원이라고는 아예 언급도 안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 아니예요. 사장님. '소망원'출신의 동생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요. 우리 요정에서 일을 시킬려구요."
"아, 그래? '소망원'출신이라니 한 번 만나보고 싶군."
"그럼, 언제오실 수 있어요?"
"말나온김에, 내일 한 번 가볼까? 현정이도 보고 싶고 말이야."
"그래요, 사장님. 내일 저녁에 꼭 들러주세요. 자리는 미리 만들어 놓을께요."
"그래, 알았어."
"그럼 이만 끊을께요. 사장님."
김마담은 핸드폰을 지배인에게 넘겨주고 엄지현과 김대성이 술자리를 나누고 있는 방으로 발을 옮겼다.
'이런 우연이... 김회장님이 말하는 친구분이 우리 사장님이잖아... 사장님도 김회장의 소식을 틀림없이 매스컴에서 보았을텐데 왜 만나지 않으셨을까?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지도 몰라. 어쨌든 내가 그 분들을 내일 꼭 만나게 해드려야돼.'
하며 김마담은 다짐했다.
이윽고 방으로 들어간 김마담
"엄팀장님, 김회장님. 두 분 다 내일 꼭 저희 황금정에 들러주시겠어요?"
"왜?"
하는 엄지현의 물음에
"내일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요. 두 분 다 오셔서 같이 즐기고 싶어요."
"예? 무슨 일인데요?"
"그건 내일 오시면 금방 아실거예요."
"하하. 지현아. 아무래도 김마담이 널 또 보고 싶은가보다. 이친구 내일 제가 꼭 끌고오죠."
"고마워요. 제가 술 한잔 따라 드릴께요."
김마담이 따라 주는 술을 받으며,
'도대체 무슨 일인데, 내일 꼭 와야 한다고 하지?"
의아해하며 지현과 대성이는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황금정의 사장 강민호.
그는 이시간 그의 조직 전원을 긴급소집하고 있었다.
자신이 불과 25세의 어린 나이에 뒷세계를 장악하는 조직의 보스가 됐으니, 그에게 반발하는 세력들이 없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분열하는 조직을 바로 잡기 위해 이렇듯 긴급소집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상민아! 경과는 어때. 얼마나 모였지?"
"형님. 지금 현재 17개 구역 중에서 10개 구역만이 집합했고, 나머지 7개 구역에서는 아직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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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7개 구역이라... 그런대로 예상보다는 반응이 훨씬 낫군."
"어떻게 하실겁니까? 형님."
"일단 그들 조직의 날고 긴다는 행동대장들과 대결해 하나하나 승복시킬거야. 그러면 보스로서의 위엄이 서겠지. 그런 후 앞으로 우리조직의 나아갈길을 널리 선포할거야."
"형님이 직접 나서시려고 말입니까. 제가 나서겠습니다. 자신있습니다."
"상민아, 네가 절대무적의 고수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보스로서 내가 직접 그들과 상대해서 승복시켜야만이 조직원들이 비로서 나를 진정한 보스로 인정할꺼야."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형님의 실력을 볼 수 있겠군요. 형님과 대결하기전엔 저도 적수가 없는 줄 알았었
죠."
하며 쓴웃음을 짓는 백상민.
...
그의 인생은 누구못지 않게 파란만장한 무술가의 길을 걸어왔다.
자식을 키울 수 없었던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불행히 산기슭에 버려져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백상민을 우연히 지나가던 한 스님에게 발견되어 그의 손안에 키워져야 했다.
그 스님은 우리나라 전통 태극파의 계승자로서 불심이 아닌 무예에 너무 치우쳤다는 미명하에 파계승이 되어 태백산 기슭에 볏집을 짓고 혼자사는 외롭고 쓸쓸한 무술의 대가였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발견된 갓난아이 백상민은 그의 아들이자 무술계승자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받아온 파계승의 냉정하고도 혹독한 단련과 무술지도로 백상민은 몸을 다졌고, 명석한 두뇌로 태극기공의 요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17세 되던 해, 아버지이자 사부인 파계승은 백상민에게 태극기공의 계승자로서 다른 무술가들과 대련하여 태극파의 위상을 널리 전파해야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혼자가 된 백상민은 그날로 방랑생활을 하며 무술가들을 찾아다녔다.
국술, 택견, 가라테, 유도, 태권도 등 무술의 달인들과 대련한 그는 모두 패해 태극권으로는 무술계의 최고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그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실전무술을 창시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실전무술 '현무'의 탄생이었다.
그 후 다시 그가 패했었던 무술가들을 찾아갔다.
현무라는 기상천외한 실전무술에 어이없이 모두 그에게 패하고 무적무패의 실전무술 '현무'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백상민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대일 대결에서 패한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강민호와의 대결에서였다.
...
...
그당시 강민호는 19세의 나이로 사창가에서 악세사리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 뒷골목 장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구역조직폭력배의 자리세를 요구하는 협박이다.
그날도 강민호는 새벽 1시 한 방석집-아가씨들과 한상(주류와 안주)에 수십만원씩 하는 술을 먹고 속칭 2차를 나가는 곳-옆에 앉아 악세사리가 가득 들어차 있는 가방을 곁에두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정도 기다리자 저쪽 한 구석집에서 한 아가씨가 어깨동무로 부축한, 양복을 풀어헤친 중년의 사내가 술에 흠뻑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어 비틀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 그 아가씨가 강민호쪽으로 유인하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