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음. 7개 구역이라... 그런대로 예상보다는 반응이 훨씬 낫군."
"어떻게 하실겁니까? 형님."
"일단 그들 조직의 날고 긴다는 행동대장들과 대결해 하나하나 승복시킬거야. 그러면 보스로서의 위엄이 서겠지. 그런 후 앞으로 우리조직의 나아갈길을 널리 선포할거야."
"형님이 직접 나서시려고 말입니까. 제가 나서겠습니다. 자신있습니다."
"상민아, 네가 절대무적의 고수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보스로서 내가 직접 그들과 상대해서 승복시켜야만이 조직원들이 비로서 나를 진정한 보스로 인정할꺼야."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형님의 실력을 볼 수 있겠군요. 형님과 대결하기전엔 저도 적수가 없는 줄 알았었
죠."
하며 쓴웃음을 짓는 백상민.
...
그의 인생은 누구못지 않게 파란만장한 무술가의 길을 걸어왔다.
자식을 키울 수 없었던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불행히 산기슭에 버려져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백상민을 우연히 지나가던 한 스님에게 발견되어 그의 손안에 키워져야 했다.
그 스님은 우리나라 전통 태극파의 계승자로서 불심이 아닌 무예에 너무 치우쳤다는 미명하에 파계승이 되어 태백산 기슭에 볏집을 짓고 혼자사는 외롭고 쓸쓸한 무술의 대가였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발견된 갓난아이 백상민은 그의 아들이자 무술계승자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받아온 파계승의 냉정하고도 혹독한 단련과 무술지도로 백상민은 몸을 다졌고, 명석한 두뇌로 태극기공의 요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17세 되던 해, 아버지이자 사부인 파계승은 백상민에게 태극기공의 계승자로서 다른 무술가들과 대련하여 태극파의 위상을 널리 전파해야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혼자가 된 백상민은 그날로 방랑생활을 하며 무술가들을 찾아다녔다.
국술, 택견, 가라테, 유도, 태권도 등 무술의 달인들과 대련한 그는 모두 패해 태극권으로는 무술계의 최고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그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실전무술을 창시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실전무술 '현무'의 탄생이었다.
그 후 다시 그가 패했었던 무술가들을 찾아갔다.
현무라는 기상천외한 실전무술에 어이없이 모두 그에게 패하고 무적무패의 실전무술 '현무'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백상민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대일 대결에서 패한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강민호와의 대결에서였다.
...
...
그당시 강민호는 19세의 나이로 사창가에서 악세사리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 뒷골목 장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구역조직폭력배의 자리세를 요구하는 협박이다.
그날도 강민호는 새벽 1시 한 방석집-아가씨들과 한상(주류와 안주)에 수십만원씩 하는 술을 먹고 속칭 2차를 나가는 곳-옆에 앉아 악세사리가 가득 들어차 있는 가방을 곁에두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정도 기다리자 저쪽 한 구석집에서 한 아가씨가 어깨동무로 부축한, 양복을 풀어헤친 중년의 사내가 술에 흠뻑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어 비틀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 그 아가씨가 강민호쪽으로 유인하고 있는 듯 했다.
18....
이윽고, 강민호 앞에 다다른 아가씨가 ,
"나, 이쁜 귀걸이 좀 하나 사줘요. 사장님"
하며 갖은 아양을 떨며 말했다.
"뭐? 귀걸이? 조오아. 내 하나 사주지 뭐."
혀가 꼬이는 소리로 흔쾌히 승낙하는 사내.
그러자 아가씨는 어느덧 악세사리가 들어있는 가방에서 귀걸이를 하나 집어 보여주며,
"이거예요. 사장님."
"응? 그으래. 얼마야."
하며 묻자,
"오만원입니다. 사장님"
"뭐? 오만원씩이나 한다고? 이런 길거리에서 파는게 왜이리 비싸?"
하며 놀란 듯 물었다. 강민호가 아가씨에게 살짝 윙크를 하자,
"아~잉, 자기야. 오늘 서비스 끝내주게 해줄께."
하며 취객의 손을 풍만한 가슴으로 가져가자,
"그으래? 정말? 그럼 조타. 내 하나 사주지."
사내는 음탕한 시선으로 씨익 웃으며 돈을 건넸다.
이런식으로 악세사리를 팔아 다음날 그 창녀에게 악세사리는 돌려받고 판 가격의 40%를 주며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가 10살 때 가출해서 입에 풀칠하게 위해 신문팔이, 술집 웨이터, 삐끼, 또 흔히 말하는 노가다공사판등 여러가지를 했지만, 나이가 어리고 연고지도 없어서 잘 써 주지도 않았고, 사장의 횡포와 착취에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해 뛰쳐나와 자기가 직접 할 수 있는 장사를 찾다가 앞의 방식처럼 적은 자금으로 꽤 큰돈을 벌 수 있는 악세사리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멀어져가는 남녀를 보며 흐뭇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가죽잠바를 입고 짧은 머리를 올빽으로 넘긴 험상궂은 두명의 불량배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어이 꼬마, 너 뭔데 허락도 없이 이곳에서 장사하는 거야. 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하는 한 사내의 말에 이어,
"꽤 돈 좀 벌겠는데, 어르신들께 자리세를 내야지. 자리세를. 아니면, 꺼지던가"
하며 다른 사내가 악세사리가 든 가방을 발로 차자 안에 잔뜩 들어 있던 각종 악세사리들이 땅바닥으로 여기저기 내동댕이 쳐졌다.
"아저씨들이 뭔데 횡포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 이 구역 담당하는 형님이시다. 돈 줄꺼야. 안줄꺼야."
"못줍니다."
하며 질 수 없다는 듯 민호도 인상을 찌푸리며 대들었다.
"어쭈, 이자식. 주먹맛좀 봐야겠네. 어린놈이 싸가지없이 대드는데..."
두명의 건장한 건달들의 험악한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호는 두 주먹을 불끈쥐며,
'내가 여기서 이 두놈을 때려눕히면, 이제 이곳에서 장사를 할 수 없게된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한번 붙어보자.'
하며 싸울태세를 하고 있었다.
두명의 건달은 상대가 어린애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19......
한 사내의 주먹이 민호의 얼굴을 목표로 날아가는 순간,
당연히 뭔가 묵직한 느낌이 오겠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허공을 찌르게 되고 자신의
배를 파고드는 강철같은 주먹을 보며 '욱'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저만치 나가떨어지며 숨이
막혀와 꼼짝하지 못했다.
주먹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동료를 보고있던 다른 사내는 순간 움찔하며 긴장된 모습으로 싸
울태세를 갖추며 품안에서 재크나이프를 하나 꺼내들어 민호의 심장부를 노리고 힘껏 내질
렀다.
민호는 찰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오른발로, 사내의 내지르는 손을 정확히 가격하자 재크
나이프는 손에서 떨어져나가고, 반동으로 180도 회전하며 왼발로 건달의 얼굴을 강타했다.
이내 그 사내는 입가에서 피를 흩뿌리며 멀리 나가 떨어져 기절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손을 탁탁 털며 민호는 주섬주섬 흩어진 악세사리들을 가방에 주워담고 있었다.
이때 약간 떨어진 곳에서 처음부터 이 광경을 심각하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태근아! 저녀석 쓸만한 것 같은데... 니가 보기엔 어떠냐?"
하는 중년사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회장님! 제가 한 번 테스트해보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태근이라 불리는 사내가 민호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악세사리를 가방에 담고 있던 강민호는,
"어이자네"
하는 낯설고 굵직한 사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네가 내 동생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말쑥한 정장의 사내는 이미 싸울기세로 넥타이를 약간 풀어제쳤다.
"아저씨는 누구십니까?"
"나? 이 구역 행동대장이랄까... 싸움 실력을 보니 보통이 아닌데, 어디 나에게도 자네의 현
란한 실력 좀 보여주려나?"
사내는 두손에 낀 가죽장갑을 더욱더 꽉 조였다.
"좋습니다. 한 번 붙어보죠."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을 가지고 있는 강민호는 사내의 앞에 조금 떨어져 섰다.
이윽고, 서로 빈틈을 찾기위해 노려보기 시작했다.
'어쭈, 어린놈이 대단한데... 내눈에도 빈틈을 찾을 수 없다니....'
한편 강민호도 뭔가 예사롭지 않은 사내의 빈틈을 찾지못하고, 노려보고만 있었다.
'이럴수가... 내가 여태까지 상대한 놈들과는 격이 다르다. 전혀 빈틈을 찾을 수가 없어'
하며 두주먹을 더욱 더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