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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앓이 - 7

키라라 |2004.12.29 16:38
조회 421 |추천 0

 

그날 밤...
우리는 기숙사 옥상에 자리를 펴고 나란히 누웠다.
그가 준비해 온 이부자리를 펼치고 선배들 락커에서 몰래 빼 온 모기장을 빨랫줄에 길게 늘어 뜨려 우리 둘만의 자리를 만들었다.

 

밤 이슬이 모기장 군데군데 맺혔다.

뜨겁고 강한 손이 머뭇거리는 날 안으로 이끌었다.

곁에 누워 그의 팔을 베고 차가운 공기를 맘껏 들이켰다.

 

"좋아?"

 

내 코끝을 튕기며 물었다.

 

"...어...엉.."

 

벌써부터 슬슬 졸음이 오는 것을 참으며 그가 하는 말을 들었다.

언제 들어도 좋은 그의 음성이 점점 가까이 들려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계속 눈을 깜박거려 졸음을 몰아내려고 애써봤다.

 

"후훗..."

 

쉴 새없이 깜박이는 내 눈꺼풀이 귀엽다면서 어깨를 감싸쥐고 끌어 당겼다.

 

넌 내 어떤 모습이 그리도 귀엽니....

 

"졸리면 자~"

 

멍한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 보자 그가 손바닥을 눈 위에 덮어주었다.

 

"아~웅~"

 

아늑한 그 느낌에 길게 하품을 하며 웃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가 노랠 부르기 시작했다.

몇 곡의 노래를 부르던 그가 가만히 내 볼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깐...미안했어..."

 

"엉..."

 

콧소리로 대답했다.

 

"화났던건 아니었어."  

 

"...엉..."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네 애인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어. 보기 싫은 그 남자에게도..."  

 

"...엉"

그의 코끝과 속눈썹이 내 볼을 간지럽혔다.

다른 때 보다 농도 짙은 스킨쉽이 더 많아졌지만 얌전히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뭐...별일이야 있겠어?

하지만... 설레는 걸?


"무섭지않아?"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물었다.

목소리 속에 조금은 떨림이 있는 듯 해서 몸을 돌려 그를 바로 봤다.

대답 대신 고갤저었다.

 

"에구...이 바보...이럴 땐 무서워해야지~"

 

이번엔 뭐가 불만인지 내 머릴 가볍게 쥐어 박았다.

놀란 내가 얼결에 한 쪽 눈을 가리자 웃으며 더 세게 껴안았다.

 

"아하하~ 나~ 너 이렇게 흥분하는 거 처음 봐~"

그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그에게 전달되었나 보다.

그가 반쯤 몸을 일으켜 세우고 머리칼이 몇 가닥 흘러 내린 귀밑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네 소리가 들려...두근...두근...두근..두근...너도... 들어 볼래?

너 때문에 미칠 듯 뛰고있는 내 심장...소리......... 사랑해..."

 

 

손을 그의 가슴에 갖다 댔다.

촉촉히 젖은 손바닥 아래로 힘차게 뛰고 있는 설렘과 나를 향한 마음이 만져졌다.

 

"네 이야길 해줘."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몸을 약간 비틀어 자리를 만들어주며 말했다.


"다 알고있지 않아?"

 

내가 물었다.

 

"네가 말하지 않은 것은 알 수가 없지..."

 

조심스럽게 대꾸하는 그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런가...? 음... 그렇게 듣고 싶어?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이쁜 척 거짓말도 할텐데?"

 

그가 자신의 가슴 위에 놓인 내손을 고쳐잡으며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

"해줘...? 흠...흠..흠. 듣고 웃으면 안돼~. 창피하니까...알았지?"

 

어쩐지 쑥스러워 거듭 다짐을 받아냈다.

 

그 순간,
낮에 그가 했던 말들이 다시 떠올랐다.

 

 

'넌 항상 감추려고만 하잖아...'  

 

 

"잘 들어~ 잊어 버리면 안돼...알았지?"

 

"혈액형부터 말하기~"

 

짓궂은 장난을 준비해 둔 사람 처럼 재촉했다.

 

"싫어~ 그건 아는 거잖아~ 멋있는 척 말할거야. 그냥 들어. 난 말이지..."

 

손을 올려 그의 콧날을 쓸어 내리며 말했다.

 

"깐깐한 김은영이랑 새침한 오세내, 구름같은 미선이와 베개 같은 권준수를 사랑하고..."

 

"하하.. 맘에 든다. 내가 베게 같아?"

 

자신의 얼굴 선을 따라 더듬는 내 손가락을 잡고 손톱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또~ [우동 한그릇]이라는 책을 적어도 일년에 서너 번씩은 읽고 우는 바보야."

 

조용히 듣던 그가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그 책...없지? 그래서 서점가면 서서 읽으면서 꼭 청승맞게 울다 오지?"

 

"어? 어떻게 알아?"

 

그가 외출했었던 어느날, 역 앞 서점에서 날 봤었다면서 놀려댔다.

 

[가슴앓이by 키라라]

.

.

.


긴긴 여름 밤...
난 내 이야기를 고해하듯 늘어 놓았다.

이야기 중간중간...그는 웃어버리기도 했으며 심각한 이야기는 말없이 들어 주기도 했다.

또 오빠처럼 자신은 이렇게 생각한다며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그러기를 몇 시간.

잠시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이야길 하다 말고 내가 먼저 잠이 들어 버린 것 같다.

아침이 되어 사감실에서 틀어 놓은 행진곡 소리에 잠이 깼을 때 황급히 일어나려다 날 안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아.아.안..안...안잤어?"

 

화들짝 놀라 더듬거리는 내가 우스웠는지 빙그레 웃으며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뒹굴거리는 날  일으켜 세워 주었다.

 

"파.파.파.팔 저리겠..다.."

 

"너 자는 거 보느라 잠이 안 왔어~"

 

날 녹여버리는 웃음을 보이며 모기장을 걷어주었다.

모기장 밖으로 나가자 팔이 아플텐데도 전혀 내색않으며 이부자리를 챙기기 시작했다.

 

"내...내가...뭐라고 했어?"

 

워낙 건망증이 심한 나라서 잠결에 무슨 말을 했을지 몰라 걱정이 되었다.

 

난 왜 이리 찔리는게 많지?

이 바보야, 네 이중성이지 뭐겠어?
아~ 미치겠다... 미치겠어...

 

"나랑 결혼하고 싶다던데?"

"내..내...내...?"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자 그가 팔을 벌려 날 끌어 안았다.

 

"미리 예행 연습도 하자며? 그래서 삐리리~했잖아~기억 안나?"

 

바둥대는 나를 숨이 막히도록 조여 안고 좌우로 흔들었다.

 

"잘 잤나요? 우리 신부니임~?"

 

"아악!!! 나 몰라~내 허락도 없이? 으아!!! 이 변태!!!"

 

길길이 날뛰자 더욱 신이 난 그가 떠들어댔다.

 

"어쩜 생각이 안 날 수가 있지?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정말 기억 안나? 그 화려했던 바디 랭귀지가? 응? 이거 서운한 거~얼~?"

 

멍한 표정으로 안겨 있는 날 고쳐 안으며 고갤 숙여 내 이마에 입술을 갖다댔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다시 뭐라고 중얼거렸으나 밤사이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내느라 미처 듣지 못했다.

 

"이러다 지각하겠다. 사감 선생님... 또 너만 벼르고 기다리실 걸? 내려가자."

 

그만 생각하라며 내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

"군대도 아닌데 일요일까지 꼭 점호를 해야할까? 누가 베트남에서 살아 오신 분 아니랄까봐...으휴~사감 샘! 미워,미워, 미워."

 

이불을 차곡차곡 개면서 툴툴댔다.

 

"아...귀찮아. 꼬옥~ 나만 미워해."

 

웃는 그를 흘낏 쳐다 본 후 그가 챙겨주는 모기장을 대강대충 둘둘 말아서 들고 뒤따라 갔다.

 

 

[가슴앓이 by 키라라]


절대로 지루한 일요일이 아니었다.


모처럼 둘만의 추억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해 캠퍼스 내 포플러 나무 숲까지 들어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여러가지 꼴불견 중 일명 [나잡아 봐~라~]까지 해 가며 시간을 보냈다.  

 

- 내가 어른이 되면 절대로 하지말자고 철없던 친구들과 목록까지 만들어 놓고 손가락 걸고 맹세까지하고 또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트집잡아 흉보고 손가락질까지 했었던 그런 행동인데... -

 

닭살이야 뭐, 조금 ...
고백하자면 아주 많이 돋긴 했지만...

 

사랑을 위해서 이따위 하나 못하랴!!!

 

가슴 설레도록 아름다운 왕자님이 내 곁에서 저리 미솔 짓는데!!

 

우울했던 요즘...유치한 장난까지 칠 수 있는 여유로움에 감사함을 느꼈다.

 

아~ 태양아!!

너 참 멋지다!!!

 

그래...마음껏 비웃어 보라.

사랑, 너 혼자 하냐고?

 

 

하긴...... 내가 생각해도 닭살 스스로 끓는 기름 속에 들어 가는게 느껴진다.

 

하루에 백한가지의 추억을 만들어 보았는가...

그거 만들어 보려면 별의 별것 아니라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까지도 다~모아서 추억거리로 만들어 보라.


사람 폐인 되는 거...시간 문제다.

.

.

.

.


그 후로 며칠 동안은 다른 잡다한 일들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잊고 지냈다.

너무 행복한 탓인지 스트레스라는 것을 모르게 됐다.

시험 성적은 예상보다 더 좋았고 구상 중이던 작품은 점점 더 완성도가 높아져갔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더니 내가 많이 예뻐졌나 보다.

주변에선 사람이 달라졌다며 비결이 뭐냐고 물어 왔다.

 

 

사랑에 미쳐 봐.

누가 내 사랑 뺏아 갈까...가슴앓이 몇 번 해봐.

그럼 다~ 나 처럼 돼.

 

하지만 나.처.럼.누굴 해꼬지하려고 애쓰지는 마.

그거 생각 보다 더 힘들고 어려워.

 

 

[가슴앓이 by 키라라]


 

마음이 유쾌해져 사고 당한 지연이에게 문병 가보자는 과 친구들과 후배들을 뒤따랐다.

지연인 유난히도 날 반겨주었다.

얼굴과 머리까지 온통 붕대를 칭칭 감고있는 그녈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 나 산책하고 싶은데...휠체어 좀 밀어 줄래요?"

 

절대로 따로 둘만 같이 있고싶진 않았지만 차마 거절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애들을 병실에 남겨두고 병원 내 산책로를 향했다.

 

"음... 저기...지연아..."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사과하기 위해 용기를 내 말문을 열었다.
요즘 들어 준수 덕에 너무 많이 착해진 탓이다.

 

아무도 보이지않는 장소로 휘체어를 밀고갔다.

지연은 연신 즐거운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많이 듣던 곡인데...

 

"언니...여기 너무 좋지않아요?"

 

내 긴 침묵과 긴장을 먼저 깬 것은 그녀였다.

 

"어? ...어..."

 

휠체어 바퀴를 벤치에 고정시키고 그 옆에 앉았다.

 

"저 금방있으면 감.옥.가.요."

 

붕대 속의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 손톱을 쥐어뜯기 시작하는 내 손을 잡았다.

 

"이제 이런거 뜯지 마요, 언니. 나 언니 되게 좋아하는데...알아요?"

 

뜻밖의 이야기에 엉거주춤 일어섰다.

"저기...지연아...있지..."

 

입술을 깨물면서 고갤 숙였다.

 

아무래도 말을해야겠다...

 

"처음 언니 봤을 때가 생각 나네요...언니는 모를 걸요? 후훗...올해 초...꽤나 늦은 밤이었는데 춥디 추운 기숙사 휴게실에서 언니 혼자 책을 보고 있었어요. 남들 다 자는데 무언가를 보고, 듣고... 적고 있었죠. 그러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휴게실 안을 둘러 보더군요. 마치 뭘 잃어버린 사람 처럼요. 그 휴게실엔 언니가 켜 놓은 TV와 제가 있었죠. 후후훗... 그때 뭘 그리 찾았어요?"

 

아!!!

그게 너였구나...

 

이제야 생각이 났다.

 

난 첫 잠을 자다가 깰 경우 곧 바로 둘쨋 잠이 오지 않으면 반드시 TV를 켜 놓는 습관이 있다.

그걸 보는 것도 아닌데 켜놓고 뭔가를 적어야만 하는 일종의 병이 있었다.

그 병이란 다름 아닌 건망증인데 TV를 보기위해 켜놓고선 금새 잊고 다른 일을 하기때문에 친구들이 병 중의 병, 또는 치매라고 놀렸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첫잠을 망친 나는 준수 얼굴을 그리기 위해 추운 휴게실에서 밤을 보냈다.

그러다 누군가 날 보는 느낌이 들어 둘러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고, 시선이 있는 듯한 그 느낌은 계속해서 머릿 속에 남아있었다.

 

뜻밖의 이야기다.

그때의 이야기를 이렇게도 덤덤히 꺼내다니 나보다도 더한 강심장인가...

난 그때의 느낌이 너무 소름끼쳐 며칠간 사람들 시선이 싫을 정도였었다.

 

대체 네 속엔 뭐가 들었니...

 

의문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자 지연은 다시 스스럼없이 말을 꺼냈다.

 

"미애 언닌 내가 그런거 아니예요. 뭐, 나쁜 짓을 하긴 했지만...전 아니예요. 하지만 그 언닐 찌르기 위해 카빙 나이프를 가지고 간 건 사실이예요."

 

골치가 아파왔다.

 

대체 얘가 뭐라고 하는 거야?

 

"미술과 친구에게 미애 언니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고 칼을 들고 그 언니를 찾아 과로 갔죠. 물어보니 시청각실에 갔다더군요. 그래서 격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뒤따라 갔어요. "

 

그 격한 마음이라는게 궁금해졌다.

 

둘이 미워하는 사이였던가?

싸울 수 있을 만큼 친했나?

근데...

둘이 아는 사이였던가?

이미애 그 성격에 아는 후배가 있었어??

 

"왜 놀래요? 몰랐어요? 나랑 그 언니랑 보기만하면 서로 물어뜯는데...?  우리 그렇게 된 거 꽤 오래됐어요."

 

빙긋이 웃는 그녀의 입술이 붕대 사이로 보였다.

 

"그 언니가 먼저 날 건들었죠. 감히 내껄 넘 봤으니까요..."  

 

"네꺼?"

 

미애가 남의 것을 탐내는 사람이었던가?

 

잠시 미애와 알고 지낸 시간을 돌이켜 보았다.

 

그녀가 남의 것을 탐을 낸 다면 분명 남자였으리라...

 

중 2때...

YMCA 농촌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날.

맞아....

그런 적 있었다...

 

불현듯 동시에 고등부 봉사팀 회장을 좋아했던 미애와 그녀의 짝이 생각났다.

꽤나 요란하게도 싸웠었는데 상관 말라는 그녀 말에 지금까지 잊고 지내 온 터였다.

 

"남자... 문..제니...?"

 

내 물음에 피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애가 최근 들어 좋아했던 남학생이 누구지?

준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걸로 알았는데...다른 사람이 있었나?

그럼 내가 지레짐작으로 미애를...?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그 언니가 꼬릴쳤어요. 아마 언니도 내 맘 알거예요."

 

미애가 먼저 좋아했을 수도 있지않나..?

 

아..잠깐만....

그럴리는 없다...

불행히도.


미앤... 남의 것을 더 좋아한다.

아니... 남의 남자를.


그녀의 웃음에서 바람이 느껴졌다.

 

"언니, 그 노래 알아요?"

 

"무슨 노래.."

 

무뚝뚝하게 물었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서였다.

 

"사랑...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요..."  

 

계속 바람이 빠지는 듯 한 목소리다.

웃음기가 있어 보이지만 전혀 웃고 있지않았다.

얼굴을 바로 보지는 못했지만 알 수있었다.

 

"예전에..콘서트엘 갔었더랬어요. 거기서 그 사람도 만났죠. 첫 눈에 반해 버려 사물이 정지한 느낌이 들었어요."  

 

연거푸 대꾸하기 힘들었는지 잠깐 침을 삼켰다.

잠시나마 정적이 흐르고 주변 공기 흐름이 끊어졌다.

 

"그때  게스트로 나온 가수 중 한사람이 그 노래를 불렀는데...그게...두고두고 가슴에 맺히네요."

 

붕대 사이로 눈물이 보였다.

 

"너...우니?"

 

내가 얼굴을 만지려고 손을 뻗자 지연은 그 손을 잡고 흐느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으흐흑...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속삭이듯 내뱉는 말에 나까지 가슴이 막혀왔다.

 

"그 사람에게 말을 걸려고 복잡한 사람들 틈에서도 자리를 옮겼어요...근데...흑...."

 

감정이 격해졌는지 내 손을 힘주어 잡았다.

전기가 통하는 불쾌한 느낌에 얼른 손을 빼고 싶었으나 연민의 정과 죄책감때문에 쉽게 뿌리치질 못했다.

 

"단순히 남자때문에 싸우는게 처음엔 자존심도 상했지만...정말 그 사람 만큼은 놓치고 싶지않았어요. 이해하시죠? "

 

내 동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비틀려고 애쓰는 모습이 애틋해 보였다.

 

"아시죠?"

 

다시 한번 물어 왔다.

 

"...그래...알아..."

 

아무래도 안되겠다....뭔가 불안해.

자리에서 일어나야겠어...

 

소리없이 일어나 그녀의 휠체어 앞에 마주섰다.

지연인 계속해서 흐느꼈다. 

 

"그만 울어. 머리 더 아파지잖아"

 

"그 사람을 볼 때마다 가슴이 도려 내는 것 같았어요. 아침이면 내 곁에서 같이 달리기하며 웃고있는 그 사람...때문에... 행복해져 나도 따라 웃었다가도 그 사람 곁에 서 있는 그녀를 보면 죽이고 싶도록 그가 미웠어요. 왜...하필 그녀인지..."

 

머리가 아프다.

미애가 만나는 남자를 모르고 있었던 내가 우스웠다.

 

"잠깐만... 그 사람...우리 학교 학생이니? 아침에 조깅을 해?" 지연은 내 물음에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마다 조깅을 같이 할 수있다면 분명 일조점호를 하는 기숙사생인데...

미애가 나 모르게 조깅을 같이 하는 남자가 누구였지?

머릿속에서 기숙사 내 커플들을 떠올려보았다.

 

걔는 대체 누굴 만난거지?

 

"미애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난 몰랐어."

 

"두 사람이 사귄거 아녜욧!"

 

생각보다 지연의 반응이 히스테릭했다.

 

"아...미안..."

 

얼결에 사과를 해 버린 나는 다시 이야길 해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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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앓이 by 키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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