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only
(E) “ 왜 하필 그 여자야? ”
“ 프레쉬하고 좋잖아요! 아름답고?”
“ 아름답다고??”
할리웃, 제이슨의 에이전시 사무실. 제이슨의 손가락이 웹브라우져의 ‘이유리’란 이름을 마우스로 클릭. 제이슨의 선명한 눈동자에 유리의 프로필이 아주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LA 제이슨의 사무실은 완전 폭탄 맞은 장소다. 얼핏 미니멀한 오피스 인테리어스타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헐리웃 특유의 경쟁이 곳곳에 드러난다. 여기저기 열어젖혀진 파일캐비닛, 세계 각국 여배우들의 사진이 흐트러진 오피스 데스크, 사방 군데에서 번뜩이는 LCD 모니터.
“ 제이슨? 헐리웃은 사랑도 비즈니스야!”
‘이유리’란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 벌써 빠져 들어가는 제이슨이 못마땅한 듯, 메니져 캐봇은 소파에서 몸을 털썩 흐트러뜨린다. 그는 전형적인 헐리웃 야망맨이다. 매사에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사실 제이슨은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태다. 며칠 전, 제이슨과 ‘굿바이 미스터 칠드런’의 공동 집필자이자 친구인 칼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이다. 칼은 당시 과도하게 약물을 복용한 상태였고, 자택 침대에는 제이슨에게 치명적인 칼의 유서가 남겨진 상태였다. 다행히, 에이젼시의 민첩한 대응력으로 칼의 유서는 파기, 루머만이 항간에 나돌 뿐! 에이젼시의 노력으로, 현재 칼의 쓸쓸한 죽음만이 신문 연예계 섹션에 조그맣게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제이슨에 비해 칼은 불행했다. 친구 제이슨이 대본과 함께 스타로 떠오른 것과는 다르게 칼은 단지 대본의 작가로서 명성만을 가질 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칼은 지나친 약물복용과 난잡한 생활로 그대로 죽음과 함께 무너져버렸다.
“ 제이슨! 당신에게 긍정적 홍보를 하기위해선 좀 더 화려한 캐리어의 여자가 필요했단 말이야!!”
“ 차기 올리버스톤의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서인가요?”
캐봇은 아쉽다는 듯, 여배우 김윤진의 사진을 들어올렸다.
얼마나 좋은 홍보인가? 제이슨에게 감춰진 어둠의 그림자를 커버할 만한!
캐봇은 김윤진의 매니져와 거의 이야기를 다 맞춰놨었다. 김윤진은 현재 미국 미니시리즈에 주연 급으로 캐스팅된 상태, 촬영 전 제이슨과의 이벤트 당첨을 거머쥔다. 그럼으로써, 김윤진은 명성을 제이슨은 루머를 카바할 만한 화려한 러브스토리를 얻게 된다. 캐봇의 입장에선 굳이 김윤진이 아니어도 좋다. 데스크에 흐트러진! 미국에선 아니지만, 자국에선 꽤 알려진 여배우가 당첨되었다는 스토리가 완성되어도!! 그것은 향후 제작될 영화를 헐리웃 뿐만 아니라 제3세계에서의 홍보효과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근데!
제이슨은 ‘이유리’란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선택했다. 물론, 이벤트 참가 배너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클릭했다. 김윤진과 같은 화려한 세계 각국의 여배우들까지 포함. 물론, 홍보 이벤트에는 로또 복권과 같이 무작위로 돌아가는 프로그래밍에 의해 당첨자가 정해진다고 설명되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헐리웃 스토리답게 당첨자는 이미 결정되어진 것이었고 다른 클릭자들은 100불씩 세계연인기금만 조성해주는 것! 방금 5분전까지도!! 이유리란 이름이 프로그래밍에 돌아가기 전까지도!!
그러나 제이슨은 에이젼시에 반기라도 든 듯?
이벤트 프로그래밍에 ‘이유리’란 이름이 뜨자, 당첨자를 확정지어버렸다.
무엇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