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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皆亡草)꽃

휘뚜루 |2005.01.28 11:39
조회 346 |추천 0

 

돌아가는 꽃 / 법능스님(음악를 들으려면 플래이 버튼을 클릭하세요)

 

산과 들 어느곳에서나 누가 봐 주든지 말든지
6-7월에 가장 많이 피는 개망초꽃...^^
원산지가 북미쪽이라는 외래종 인데
지금 우리의 산과들에는 개망초꽃이 가장 많이 점령되어 있지요.

언젠가~어느 책에서 개망초에 대한 글을 읽었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수필이었던 듯 한데
미국으로 이민간 어떤 여자가,
그곳의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고국에서 낯익은 개망초를 보면서
'너나 나나 이역만리에 떨어진 같은 신세로구나!'
눈물 지으며 향수를 달랬다구요.

그런데 알고 보니 개망초의 고향이 한국 아닌 미국이더라는...
전 그 글을 읽으면서당장 내 집 앞에도 피어 있는
개망초가 가여워졌지요.
얼마나 고향이 그리울까... 하구요.
그러나 개망초는 언제 보아도 씩씩합니다.
향수병 따위를 앓는 연약한 꽃이 아니었어요.

모두들 귀찮아 하고 홀대받아도, 자리만 있으면
궁둥이를 디미는 줄기찬 생명력을 가졌지요...^^
그래서 어쩌면 더욱 애처롭기도 하나 봐요.
그리고 다음은 언제인가 어느때인가
개망초꽃이 나에게 한 넋두리인데 한번 들어 보실라요...^^

 

" 전 너무 억울합니다.
이 나라에는 제가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에요.
19세기 말, 조선이 조금씩 문호를 열 때
제 고향인 북아메리카의 배들이 조선의 해안을 들락거리며
저를 떨구고 갔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비슷한 시기에 조선보다 먼저 개화한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어떤 이는 6.25 때 미군의 배낭에 묻어 왔다고도 해요.

 

제가 이 땅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낯설고 물설은 이국 땅에 정 붙이고 살기 위해
죽을둥 살둥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열심히 노력한 탓인지
한번 밭에 퍼지기 시작하면 농사를 다 망친다는 뜻으로
'개망초(皆亡草)'라고 부르더군요.

더 심하게는 농부들이 저를 뽑아내며
'개 같이 망할 풀' 이라고 욕을 했다고도 하구요.

그렇지만 그런 선입관을 무시한 채
저를 꼼꼼히 살펴 보아 주세요.

너무 흔히 피어서 그렇지 저도 참 예쁜 꽃이라구요.

혹자는 저를 'Egg Flower', 계란꽃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제가 좀 달걀프라이처럼 생기긴 했지요~~~ ^^

어차피 전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머물러 살 거에요.
제 조상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았는지 몰라도,
전 한국이 고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전 너무 외로워요...

전 가난하기 때문에 꿀을 만들어 대접하질 못해서
벌이나 나비 같은 손님도 잘 찾아와 주질 않아요.
그래서 결혼도 집안에서 식구들끼리 해치우는 걸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요...^^
혼자만 알고 계셔야 해요.
우리 집 남자들은 모두 '고자'에요.
생긴 건 멀쩡하지만 꽃가루도 만들지 못하지요.

그러니 불쌍한 저를 너무 미워하지 말고
예쁘게 보아 주세요...^^

제가 대신, 백창우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한편 들려 드릴게요."

 

 * 개망초꽃 / 백 창우 *

 

그대 떠나간 빈 들녘에
개망초 고운 꽃들이 하얗게 피었네
내 삶의 어디쯤에서
그댈 다시 만날까
그 맑은 가슴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대 두고 간 노래 몇 개
들꽃처럼 가난한 숨결 한 묶음
............
............
둥근 산 위로 첫별이 뜨면
그대가 밝히는 촛불인 줄 알겠네
개망초 무덤에 소나기 쏟아지면
그대가 들려주는 詩인 줄 알겠네
그대 떠나간 빈 들판에
이름 낮은 꽃들이 하얗게 피었네.


             2005.  1.  28.   휘뚜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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