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연국의 천도한 황도 양주(陽州).
지난날의 패전으로 국력에 상당한 손실은 보게 된 연국은 이것을 속히 회복하기 위해 다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전략을 이끄는 것은 역시 담달이었으며 그는 지금 어전에서 자신의 새로운 천하삼분(天下三分)의 전략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무와 화평을 해야 합니다. 지금 이 대륙은 이미 2강 2약으로 재편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와 연이 살아남는 길은 두 국가가 화친하여 연합하는 길 뿐입니다. 그것은 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니 화친하여 연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변위성과 문산에서 대전을 벌인 것이 바로 어제 같은 일인데 그것이 가능하겠소?”
“그렇기에 땅을 내어주더라도 화친을 해야 합니다.”
담달의 이 말은 당연히 여러 문, 무 대신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담달은 단호했다.
“무국과 연합하기 위해서 변위성을 얻은 것이니 소신의 뜻을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정진과 동창을 잃고 겨우 얻은 변위성을 내어주다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군사께서는 이미 한번 잘못 된 전략으로 나라를 크게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많은 군신들이 또 다시 담달의 지난날의 과오를 내세워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만들 두시오!”
그러나 황제 김치우가 그의 과오를 꺼내는 신하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담달의 과오에 대한 것은 이미 묻지 않기로 과인이 정했는데, 어찌 다시 분란을 만드는 것인가?”
황제의 강력한 담달을 두둔하는 말에 다른 신하들은 어쩔 수 없이 침묵했다.
“다 소신이 부덕한 탓입니다. 그러나 지금 올리는 소신의 전략은 이미 지난날의 전투 때 세워진 것입니다. 소신은 그때 이미 임기응변으로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할 계책을 세운 것입니다. 그리고 적에게 변위성을 내어 주는 것은 독이 든 먹이를 던져주는 것이니 소신의 뜻을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문, 무 대신들이 침묵한 가운데 담달은 말을 계속 이었다.
“우리 수군은 남쪽 거점을 잃음으로 인해서 대양의 해로가 끊겨 버렸습니다. 거기에 지강과 인강의 해로도 더욱 멀어져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대양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또 서로 협력하지 못하는 수군은 이미 그 힘이 쇠약해져 버렸습니다. 따라서, 소신은 수군의 상쇄된 힘을 북에서 만회하려 합니다.”
“북?”
“북방세력 입니다.”
“뭐요?”
그의 이 발언은 또 다시 큰 반발에 부딪쳤다.
“변위를 내어주고 북방의 도적떼와 화친하려는 것이요?”
“그렇습니다.”
“군사!”
반발은 더욱 거세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담달은 담담하게 입을 굳게 다문 채 소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에게 남은 길은 북입니다. 허나 그들과 협력하는 것은 무를 복속한 다음 입니다.”
“무를?”
“그렇습니다. 용은 강국이므로 북방세력이 필요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위는 타국은 물론, 내국의 백성들에게도 큰 반발을 살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연연과 무의 상황은 북방세력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소신은 무가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기 전에 무와 연합하려는 것입니다. 무는 틀림없이, 중앙대륙의 백성에게 인심을 잃을지도 모르는 북방과의 화친보다는 우리와의 화친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차후에는 결국 북방과 연합이라니…”
“목숨이 경각인데 체면이 중합니까?”
“군사도 스스로 백성의 인심이 좋지 않아진다 하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그것은 무를 복속한 후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백성에게는 북방과의 외교가 군신의 예라 여론을 형성하면 될 것입니다.”
“…”
“여론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북방이 신하의 예로서 스스로 섬기기를 청했다 소문을 내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학자들만 무마시킨다면 차후 3강으로 대륙이 재편되어 우리는 더 강해질 것입니다.”
“3강이라…”
“천하를 3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변위성을 내어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천하를 3분하기 위해 변위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허어~ 도대체 그게 무슨 궤변이오.”
그렇게 논쟁은 계속 되었다.
한달 후.
연의 황제는 제상 박영기(朴英技)를 사신으로 보내 변위성의 영토를 내어주는 조건으로 무와 연합했다.
무의 황도 상성.
어전에서는 여러 문, 무의 대신들이 회합하고 있었다. 그런 그 자리에 군사 허유기는 없었다. 그는 지난날 목진과의 연속 된 패배가 빌미가 되어서 관직을 잃은 채 백의종군하고 있었으므로 그 자리에 참석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군사는 창현(昌炫)이었다.
“이번 연합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군사”
“연의 제안은 틀림없이 타당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연합하지 않으면 용, 목진과 대항할 힘이 없습니다. 허나…”
“허나… 무엇이 문제입니까?”
“지난날 전투에서 연의 군사 담달은 변위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땅을 이리 쉽게 내어주다니…”
“그 땅은 본래 우리 무의 영토였으니, 연합의 증표로 내어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마땅히 우리 무도 연에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연은 영토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연은 영토 대신 연, 무와 목진을 가로지르는 인강의 해로를 얻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만… 역으로 우리 무도 연의 해로를 얻지 않았습니까?”
“힘의 불균형 때문이 아닐까요?”
“힘의 불균형?”
“변위를 잃은 우리보다는 정진, 동창을 잃은 연은 큰 타격일 입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2약이라 하지만, 실상은 2강 1중 1약이 아닐는지…”
“글쎄요… 아무튼 무슨 속셈이 있는지 모르니… 경계를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02
무국과 연국이 화친하자. 용과 목진은 곧 양국의 복속에 대한 전략을 전격적으로 수정하지 안을 수 없었다. 그것은 한 나라를 치는 국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철기주와 미란과 한 정자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었다.
“아마 오래가지는 못할 거에요.”
“누가 살아남을 것 같으냐?”
“어차피 양 국은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므로, 당분간은 화평을 유지하겠죠. 그러나 한 쪽이 준비가 마쳐지면 곧 화평이 깨질 거에요. 두 나라의 화평은 용이나 목진의 침략을 방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그리고… 아마 연이 살아남을 것이 틀림없어요.”
“연이?”
“네, 연은 반드시 화평을 이루어 내기 위해 그 신뢰의 증표로 변위성을 내어주었어요. 그러니 틀림없이 계략이 숨어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무도 방비를 할 것이 아니냐?”
“그렇겠죠. 하지만, 그 계략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대처가 불가해요.”
“무도 계략이 있지 않을까?”
“아마도…. 다만, 누구의 계략이 먼저 성공하느냐의 문제이죠.”
“그런데도 연이 승리할 것이라고 한 이유는…”
“살을 내 주었으니… 뼈를 꺾을 전략이 있다는 이야기에요. 다만, 아직 무는 아무런 전략도 내어놓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적이 자신들의 뼈를 꺾을 전략도 모르죠…”
“흠…”
“정말 대단한 자에요.”
“누구 말이냐?”
“연의 담달이라는 자 말이에요. 전날 목진에 황도가 유린되어 회군하는 자가 다음에 무를 복속할 전략을 세워 그때 이미 큰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변위성을 얻은 것 말이에요. 그는 수년 후의 수를 내다보고 있었어요. 이미 이 대륙을 통일할 수까지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르죠.”
“너도 부족함이 없지 않느냐?”
“아뇨. 담달은 후방의 장수와 병사들이 방심하지만 않았다면 지난날의 원정에서 실패하지 않았을 거에요. 저는 사형을 비롯한 훌륭한 장수들과 병사가 있기에 지금까지 온 거에요. 그들이 제 전술을 빈틈없이 실행해 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때로는 한낱 백성조차 제게 지혜를 빌러 주었잖아요.”
“그들을 선별하고 진언을 받아들인 것은 너 자신이다. 용은 지금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국력이 아니겠느냐?”
“…”
“나를 선발한 것도 네가 아니냐? 너는 사람을 등용해 적재적소에 훌륭히 사용할 줄 장점이 있는 것이야.”
“사형이 그리 말해주니 고맙지만…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에요.”
“…”
미란은 연, 무의 연합을 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목진의 황도 선루.
차후의 전략을 논하는 자리에서 위창소는 문, 무 대신들에게 연, 무 연합에 관한 대처 법을 묻고는 오가는 이야기를 다만 경청하고 있었다.
“양국의 연합은 이미 예상이 된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기 어찌 대처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비록 양국이 연합을 했다고는 하나, 정말로 용이나 우리 목진의 전쟁에서 서로의 군사를 내어줄지는 미지수가 아닙니까?”
“내어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허나 승리의 확신 없이 군사를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연합군이란… 군세가 비록 크다 하더라도, 그 결집이 약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우리 군은 연의 국경을 넘는다면, 원정을 온 무의 군대를 먼저 공략하고, 무의 국경을 넘는다면 반대로 해서 약한쪽부터 허물어뜨리는 전략을 선택한다면 유효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어느 나라를 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까?”
“무의 중앙이나 서를 노리는 것은 강이 있으니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무의 동을 노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을 노리면 용이 전란중인 연을 차지하려 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자칫 용국과 3파전이 벌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우리가 연과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무의 동을 노린다면, 연의 원정군의 영향력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북방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이하게 될 터인데… 위험요소를 안는 것이 아닐까요?”
“북방은 수백 개의 부족이 국가를 이루고 있어서 결집력이 없으므로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허나 북방도 크게 3개의 부족을 중심으로 국가가 그 세력을 강대히 해서 다른 부족들을 통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북방국이 통일되는 것 또한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고 그런 야만족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그때 적령이 북방에 대해 논하는 그들에게 말했다.
“야만족이라… 하셨습니까?”
“…”
숙의하는 내내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하던 그녀의 발언에 좌중은 잠시 조용해 졌다.
“그들은 전란중인 중앙대륙을 수 많은 첩자들을 보내어 철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건…”
“…”
적령은 그들에게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돌연 그때까지 침묵하고 있던 위창소에게 물었다.
“군사께서는 무의 동을 가로질러 어디까지 목진의 영토를 확장하려 하시는 것입니까?”
그녀의 이 물음에 침묵하던 위창소가 입을 열었다.
“문하성에서 동백산을 가로지르는 영토를 얻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그냥 기다리면서 기회를 엿보면 될 일이라 사료됩니다.”
“적령장군의 생각도 그렇습니까?”
“네!”
“무가 연의 계략대로 꺾일 것이라 믿습니까?”
“무의 군사가 비록 뛰어날지 모르나… 땅까지 내어주며 신하 되기를 자처한 연에 대한 경계가 모든 군부의 명령체계에 전달되리라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무는 연을 자신들의 하국으로 인정해 버렸습니다. 그러니… 그것은 무에 독이 될 것입니다.”
“연의 군사 담달의 첫 번째 전술은 성공했지만, 그의 변위성 전략은 과연 성공할 까요?”
“아마도…”
“그 변위성 전략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큰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것을 그냥 내어주었다면 아마도…”
적령은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답을 내어놓지 않았다. 그러자 위창소가 다시물었다.
“만약, 장군이 무의 군사라면 어찌 이 일을 대처하겠습니까?”
“급한 것은 군부의 흐트러진 심리입니다. 연의 담달은 무군의 심리적 내분을 노렸으니, 무의 허유기는 반대로 군대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명확한 명령체계를 확립해서 심리적 내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될 일 입니다.”
“그렇다면, 방심하고 기고만장해서 이미 흩어졌을지도 모를 명령체계는 어찌 확립한다 말입니까?”
“연이 살을 내어주었으니 무도 살을 내어 주어야죠?”
“살?”
“전쟁 준비는 1년이면 충분합니다. 그 시점에 먼저 협정을 깨고 도발을 하여, 작은 전쟁에서 패하면 될 일입니다. 그렇다면, 군에 긴장감이 다시 형성될 것이며, 패한 전쟁의 장수를 단호하게 참수하면 군령이 설 것입니다.”
“장군은 그리 할 수 있겠소?”
“문제는 무입니다. 무의 황제가 군사 허유기의 이러한 전략을 받아들 것이냐가 관건 입니다.”
“흠…”
사실 그 자리에서 적령과 군사 위창소의 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무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러한 논의에도 허점은 있었다. 그것은 지금 무의 군사가 허유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차후에 알게 된 적령은 깊은 한 숨을 쉬었지만, 위창소는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무가 정말로 적령의 예상대로 한다면 목진이 무를 얻기도 힘겨운 일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