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109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45 - 내글 -
- 세월은 만남의 기쁨을 더하기도 하지만, 쌓아놓은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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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친 정민은 가영의 몸에서 나누어진 검은 안개에 싸인 물체를 솔의 몸에 가두고 구리거울을 꺼내어 검은 장막을 만든 후 그 속으로 사라졌다.
연정과 수는 정민의 갑자기 행한 이상스런 행동이 이해되지 않은 것이 있었으나,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정민을 보내고 나서 무거운 표정으로 말없이 정신을 잃고 있는 준일의 식구들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정연은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5년 만에 다시 보는 연정과 회포도 풀지 못하고 신수 산다와 더불어 수를 도와 가영을 원래상태로 돌리는 일에 매달렸다.
준일과 하란은 연정이 기를 정상으로 돌려놓자 곧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가영은 그렇지 못했다. 신장에게 의지를 상실하기 직전까지 갔었고, 게다가 영이 두 개로 분리되는 일까지 겪자 쉽게 제 정신을 찾지 못했다. 결국 수는 가영을 가사상태로 만들어 더 이상의 몸과 영혼이 무너지지 않도록 만드는데 그쳤다.
준일과 하란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 정연의 모습을 알아보고 뛸 듯이 기뻐했다. 두 사람은 정연의 완전히 자란모습에서 예전에 보았던 정민의 옛 모습을 발견하고, 육상선수로 인정을 받으며 훌륭하게 자라준 것이 너무나 기뻐했다. 특히 준일은 정연이 무사히 자랐기 때문에 정민과 연정에게 진 빚을 갚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준일과 하란은 연정이 살아있을 때의 모습과 너무 달라져 있어 연정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정연이 태어난 날 연정의 죽음을 보았기 때문에 연정을 처음 보는 듯 대했다. 그러다가 준일은 정연이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놀라 연정을 다시 살폈다.
‘저 여인이 연이의 엄마라면 연정 씨 일터, 그럼…! 그, 그럴 리가?’
“여, 여보! 우리 가영인 어떻게 해요, 흑흑흑?”
준일의 생각은 갑자기 터진 하란의 울음으로 인하여 이어지지 못했다. 가영이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모습에 하란이 놀라 가영을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던 것이다. 준일도 급히 가여에게 다가가 살펴보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가영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아니…!”
“저, 삼촌! 가영은 괜찮아요. 당분간 저렇게 지내야 해요. 큰 충격을 받아서 그래요. 하지만 곧 이상 없이 깨어날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고모도 울지 마!”
정연은 준일을 안심 시키고 이어서 하란에게 다가가 달래기 시작했다. 하란은 정연을 바라보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하란은 가영의 상태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렸을 때 젖동냥을 해서 먹였던 정연이 훌륭하게 자란모습에 감격해서 다시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연의 설명과 신수 산다가 가진 사람들과 쉽게 친하고 의사전달이 능숙한 능력 덕에 하란과 준일을 안심시키고 일행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감정정리가 된 준일과 하란은 연정을 엄마라 부르는 정연을 따로 불러 붙들고 연정의 정체를 캐묻기 시작했다.
“엄마예요…. 아, 그렇군! 엄마 모습이 변해서 그렇구나. 나도 엄마가 변한모습을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어요. 원래 저런 모습이고, 예전의 모습은 그저 잠시 빌려 가지고 있던 거라고 했어요. 우리 엄마 진짜 예쁘죠?”
“뭐라고 했니? 예전모습은 빌려가진 모습이었고 지금은 변해…? 하지만 네 엄마는 네가 태어날 때 죽었어! 내 눈으로…, 아니…! 그래, 그래! 근데 어떻게 저런…?”
준일은 또 한 번 황당해 질 수밖에 없었다.
- 준일 씨, 맞아요! 난 죽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살아 있어요. 내가 준일 씨 손을 잡으며 연이을 잘 키워달라고 부탁했었어요. 그리고 연이가 병원을 떠날 땐 제가 데려간다고 했었지요. 그건 저와 준일 씨 밖에는 모르는 것이니까, 제가 맞는다는 걸 알겠지요?
연정이 나서자 준일과 하란은 더욱 놀란 얼굴이 되었다.
“아, 아니 그럼…! 호, 혹시 우리 가족모두가 주, 죽은 거 아닌가요?”
하란은 자신들이 죽어서 저승에 왔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호호호, 여긴 저승이 아니에요! 그리고 전 정민 씨의 힘에 의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 호호호, 이 사람들 되게 웃기는 군! 언니, 이 사람 오라버니의 동생들 맞아? 어째 동생들답지 않게 되게 둔하다.
하란과 준일이 황당해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수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나섰다. 준일과 하란은 수가 나서자 기분이 묘해짐을 느꼈다. 자신들을 놀리는 낮선 여자의 등장을 곱지 않은 눈길로 쏘아 보았고, 수는 두 사람의 눈총에 기분이 나빠져 입 꼬리가 올라가려 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연정이 세 사람 사이에 급히 끼어들었다.
- 수님, 그러지 마세요. 준일 씨는 정민 씨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에요. 게다가 연이를 키워준 사람인데….
연정의 입에서 정민의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수는 표정을 풀고 준일과 하란을 위, 아래로 흩어 보았다.
- 어머나, 그래요! 미안하다. 하지만 오라버니 동생이라면 이젠 달라져야 한다. 오라버니는 하늘님의 선택하신 분이니, 동생이라면 그 격에 맞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니까. 앞으로 내게 단련을 받아야 할 거다. 그래야 이렇게 쓰레기들에게 대책 없이 당하지 않을 거 아니겠어, 호호호!
수는 준일의 얼굴을 맛있는 먹잇감을 보는 여우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준일은 수의 눈초리에서 나오는 기운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몸을 떨었다. 그와 함께 준일에게 죽은 연정뿐만 아니라 실종되어 죽었다고 생각했던 정민도 살아 있다는 믿기 힘든 사실도 큰 충격이었고, 게다가 자신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놀던 괴인을 쓰레기라 표현하는 수란 여인의 정체도 알지 못하는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헤헤헤, 삼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모는 농담을 좋아해서,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세요. 참 어서 아버지에게 가죠.”
- 그래, 어서 가자! 정민 씨가 걱정 하실라.
“여, 연정 씨! 형님이 살아 계세요?”
준일은 혹시나 했던 자신의 예감이 맞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정을 쳐다보았다.
- 호호호, 오라버니는 살아 있어! 그건 오라버니를 보면 알거 아니냐. 언니 빨리 서둘러야겠어요. 이상한 것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더 지체하면 이 사람들에게 곤란한 일이 생길 지도 몰라요.
연정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수가 나서 상황 정리를 하였다.
- 주모님, 서두르셔야합니다. 동방상제의 기운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뭐, 뭐야? 도, 동물이 말을 해…?”
“후후후, 이에는 제 친구 산다예요! 그냥 동물이 아니고 신수예요. 그러니까 산다는 용 같은 존재예요,”
“요, 용이라고…!”
놀라는 준일에게 정연이 나서 신수 산다를 소개해 주었으나, 준일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 자 빨리 서두르자. 아직은 동방상제에게 우리들의 존재가 알려지면 곤란하니 어서 뒷정리를 하고 떠나자.
- 네, 주모님!
“저, 연정 씨! 그게 무슨 말이죠, 이곳을 떠나다니?”
준일은 다시 나서서 연정에게 물었다.
- 준일 씨, 그리고 하란 씨! 이곳은 언제 또 이런 일을 당할지 몰라 위험해요. 그러니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해요. 준일 씨 식구가 안전하기 바라는 정민 씨의 뜻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특수 부대요원입니다. 때문에 쉽게 사는 곳을 옮길 수 없어요!”
-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준일 씨가 해야 될 일도 많아질 거예요. 그러나 우선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요. 그래야 앞으로 많은 일을 하죠.
“우리 아이는 이대로 지내야 되나요?”
- 호호호, 그건 염려들 마라. 그 아이는 신단수 수액으로 치료가 될 것이다.
하란이 가영을 걱정하자 수가 나섰다. 준일과 하란은 가영이 치료될 수 있다는 수의 말에 일단 안심하였다. 그러나 준일의 속마음에는 수라고 하는 젊은 여자에 대한 의문과 신단수라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마음에 잃어났다.
준일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눈앞에 닥친 일을 받아들이기도 벅찼지만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자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둘 씩 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를 보면 아무리 많아 보여도 18세를 갓 넘겼을 나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연정이 조심스럽게 높임말을 쓰고 있었고, 정연 또한 동생뻘로 어려 보이는 수를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에게 전혀 높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준일은 무슨 속사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뭘,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냐? 호호호, 이제 보니 내게 불만이 있구나. 예로부터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옛날부터 너희 같은 사람들은 보이고 아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재려고 한다. 그러나 보이고, 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라. 난 네가 생각하는 어린 사람이 아니다. 하늘님에게 선택받은 오라버니를 모시는 수호신이다. 전에는 이세상의 지하를 다스리던 신이였다.
수는 준일의 생각을 읽고 준일의 의식에 직접 위엄을 보이며 자신의 본 모습을 밝혔다. 준일은 수의 말소리가 하늘을 울리며 들려온다고 느꼈고, 신의 계시가 들려올 때 이런 식으로 들려올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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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즐겁게 보네세요!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