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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한 알, 아직은 괜찮지요, 어머님??

새댁 한 알 |2005.03.22 14:24
조회 4,510 |추천 0

안녕하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부실한 새댁 한 알입니다

사실 오늘 건강검진때문에 피를 아주 조금 뽑았거든요

근데 어질어질하니 팔도 욱신욱신하니.... 엄살을 피고 있답니다

 

 

 

 

울 어머님은 전업주부이십니다

글쎄요... 결혼하고 쭉~ 전업주부셨는지 중간에 부업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회사를 다닌 경험은 없는 주부이십니다

그래서인지 살림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평생 맞벌이를 한 울 엄마가 제게 미처 못 해주어 마음 아파했던 면을

울 영감탱이는 다 누리고 살아서 전 너무 부럽습니다

근데 나쁜 점 하나는 너무 많이 챙겨주신다는겁니다

 

 

 

결혼 전 울 영감탱이는

아파트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서 양복 윗도리를 벗어서 소파에 슥 던집니다

방으로 들어가면서 바지를 벗어 행거에 툭 걸칩니다

와이셔츠를 벗어 둘둘 말아 행거 밑에 던져 놓습니다

양말을 뒤집어 벗어 소파 밑에 던져 놓습니다

샤워하고 난 후 속옷은 그냥 욕조 한 켠에 두고 나옵니다

저런 순서로 옷을 벗고 씻는 동안

울 어머님은 그 뒤를 쫓아 다니시며 옷을 걸고 양말을 뒤집어 빨래통에 넣고

욕조 한 켠에 있는 속옷을 손빨래 하셨답니다

저 그 모습을 보고 기절할 뻔 했습니다

기절초풍하며 놀래는 제 모습을 보고 울 어머님 겸연쩍게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어머님 - 내가 저 녀석한데 너 매일 이런 식으로 옷 벗어 놓으면

             마누라가 시엄마 욕하면서 도망간다고 해도 고쳐지질 않는구나

한 알 - 네.. 어머님... 사실 저도 도망가고 싶네요...ㅎㅎㅎ ()

어머님 - 그러니 어쩌냐.. 네가 잘 가르쳐라

한 알 - 어머님이 30년 넘게 가르치셨는데도 안 되는 일을 제가 할 수 있을까요... ()

어머님 -

 

 

 

 

결혼한 후 얼마간은 스스로 잘 벗고, 옷걸이에 잘 걸고, 빨래는 빨래통에 잘 넣더군요

한 달 쯤 지나자.......

버릇이 어디 갑니까......시댁에서 하던 버릇 나오지요

처음에는 무지 싸웠습니다

왜 옷을 옷걸이에 바로 못 거는거야?

왜 양말을 똑바로 벗어서 빨래통에 못 넣는거야?

왜 속옷을 그냥 욕실에 두고 나오는거야?

왜? 왜? 왜?

그 때마다 대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좀 있다 할께, 그냥 둬........

 

 

 

답답한 내가 해주고 만다고, 옷 걸어주고 양말 뒤집어 주고, 속옷 빨래통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1주일을 하니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그냥 뒀습니다

다음날 구깃구깃해진 양복 상의를 입고 나가거나 말거나

소파 밑에 양말이 굴러다니거나 말거나

양말을 뒤집어 신고 가거나 말거나

속옷이 욕조에 굴러다니거나 말거나

회사에서 칠칠 맞는 마누라 얻었다고 욕하거나 말거나

시댁 갈 때도 뒤집어진 양말을 신고 가서 어머님이 뭐라 하시거나 말거나

(저이가 양말을 뒤집어서 벗어놓았었나 보네요....호호호....하고 말았습니다)

양말이랑 속옷은 빨래통에 넣어 놓은 것만 빨아 줬습니다

뒤집어서 벗어 놓은 양말은 뒤집혀진채로 개서 서랍장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또 10일쯤 지나니

그래도 다행히 영감탱이가 못 견뎌하더군요

영영 무심한 사람이면 어쩌나 걱정했더랬습니다

사실은 무지 깔끔한 사람인데

어머님이 옆에서 다 해 주셨으니 본인이 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 뿐이었지요

 

 

 

 

지금이요?

영감탱이가 와이셔츠 다리구요

집에 오자마자 양복 벗어서 탁탁 털어서 옷걸이에 걸구요

드라이크리닝 할 때가 되면 알아서 꺼내 놓구요

양말 제대로 뒤집어서 빨래통에 착 넣구요

빨래도 영감탱이가 갭니다 (여전히 한 알 속옷만 남겨둔채로...)

울 어머님 깜짝 놀래시지요.

어떻게 했냐구 자꾸 물어보시는데......

 

 

 


어머님~ 그건 비밀이예요~

사실은 얼마간 당신의 귀한 장남이 거의 거지꼴로 다녔답니다

그렇게 다니게 뒀다고 너무 뭐라하지 마세요

전 영감탱이의 엄마가 아니라서

어머님처럼 그렇게 못 하겠더라구요

영감탱이가 구깃구깃한 양복을 입고 나설 때

제 마음도 구깃구깃해졌지만

지금 영감탱이 모습은

정말 너무너무 사랑스럽지 않으세요?

울 아가들은

저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랄테니

따로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

오늘도 넘 행복한 어머님의 며느리랍니다

어머님....

나중에 나중에

당신의 귀한 장남이 일선에서 물러나 손자손주를 볼 나이가 되면

그 때는 당신이 아들에게 해오셨던 것처럼

제가 영감탱이에게 그렇게 할께요

아직은 좀 더...

절 도와줘도 될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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