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의 말기에 치달은 현재의 상황은 양국 모두에게 진퇴양난의 상태였다. 그 무엇보다도 상업이 피폐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목진은 대양을 장악했으나, 양국의 관리하에 있을 때 보다 혼란스러워 해적이 점점 더 창궐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위험을 회피해 외국 상인이 발길이 줄면서 외국과의 교역이 급격히 타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중앙대륙 경제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이리하여 양국에게는 통일이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었다. 중림부가 무력해 지면 통일이 되어도 제국은 약화 되어 자칫 외국의 침략마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목진의 황도 선루.
적령은 사태가 악화될 때를 기다려 곧 황제와의 독대를 청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황제도 그녀를 허락했다.
“적령 장군이 이렇게 날 찾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송구합니다.”
“이제야 양위를 청하러 온 것인가?”
“…!”
황제 유성찬의 이 뜻밖의 하문에 적령은 크게 놀랐다. 사실 그녀는 지금까지 황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기에 그의 인품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이러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찌 대답이 없는가?”
“폐하는 틀림없는 현군 입니다. 허나…”
“허나…”
“폐하께는 악역을 감당시킬 인재가 없습니다.”
“위창소는 이미 그대가 주살하지 않았는가?”
“그의 뜻대로 한 것입니다.”
“뭣이라?”
“…”
황제는 많이 노한 듯 보였으나 적령은 개의치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이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그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혔기에 물러설 수 없었다.
“신은 그의 유언대로 목진의 천하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 말은 내게 대병을 허락해 달라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대라면 내 허락이 없어도 되지 않은가?”
“위창소와의 신의를 지키고자 합니다. 그는 폐하의 천하를 소망했습니다.”
적령의 이 말에 황제 유성찬은 위창소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긴 침묵이 흘렀다.
“…언젠가 나는 그를 불어 물은 적이 있소.”
“…”
“나를 만나기 전에 적령을 그대를 만났다면, 그대를 주인을 섬기겠는가? 라고…”
“…”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해소. 그러겠노라고… 오늘날 그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것은 주인을 잘못 만났기 때문이오. 이 내가 무능하기 때문인 것이오.”
황제의 떨리는 이 말에 적령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그대는 이번 전투에서 어찌 승리하겠는가?”
“기력 입니다.”
“기력 이라…”
“전… 복수자 입니다. 그 원한을 근원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러하니, 이번에도 기력으로 적을 섬멸하고 반드시 용국 황제의 목을 취할 것 입니다.”
“무모하군…”
“…”
“복수자란 말을 들으니 위창소가 한 말이 또 생각나는군… 그는 장군이 복수자인 것을 못내 한탄했소. 그는 그대가 복수자 이기에 그대를 끝까지 믿지 못했던 것이오.”
“…”
“한가지 묻겠소… 만약, 이 전쟁에서 패한다면, 그대는 복수를 잊을 수 있겠소.”
“이 전쟁에서 패한다면 소장은 전장에서 죽을 것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용의 천하가 되어도 통일제국을 흔들 사람은 없겠군…”
“폐하…?”
“되었소. 그대가 패한다면 난 용의 황제에게 양위할 것이오.”
“네?”
황제 유성찬의 이 발언은 적령에게 심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적령은 감히 고개를 들을 수가 없었다.
’이럴 수가…’
놀라고 있는 적령과 달리 황제 유성찬은 담담했다.
“이제 전쟁을 끝낼 때가 된 것이오. 이번에 패하면 난 왕위를 내어 놓을 것이고, 또 승리한다면 용의 황제에게 양위를 요구할 것이오. 그대가 이를 허락하지 않고 그를 죽이고자 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날 죽이고 황제가 되어 군사를 일으키시오.”
적령은 다시 침묵했다. 그러나 유성찬은 그녀의 답을 요구했다.
“어서 대답하시오!”
“그가 양위를 한 다음에 그를 찾아 원한을 씻겠습니다.”
“…”
“…”
“그대에게 목진국 전 군의 통수권을 내리겠소! 100만 대군을 이끌고 나아가 용을 맞으시오!”
“소신 적령. 어명을 받습니다.”
그렇게 적령은 목진 100만 대군의 원수로 마지막 대전이 될 연주평야로 출정을 앞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