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과 함께하는 막걸리에 대한 추억 *
∽§ EJ §∽
|2005.04.01 09:16
조회 1,225 |추천 0
신작로를 신나게 달렸다.
겨울에 순이를 데려간 저수지에도 봄이 왔다.
튼튼한 못 뚝 위로는 아지랑이가
아롱아롱 오라고 손짓을 한다.
못뚝 가,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하늘 우러르고 서 있고.....
노란 주전자를 들고 읍내를 향해 힘껏 달렸다.
까아맣게 그을린 논두렁에는
노오란 민들레가 헤실 헤실 웃음을 흘리고,
보랏빛 제비꽃은 순이의 눈웃음처럼 귀엽고 순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쑥들이 소복이 돋아나 있었다.
멀리서 물 잡는 아버지 소리 산을 돌아온다.
"은주야~ 퍼떡 갔다 오니라~ 아부지 목탄데이~~~"
"예~~~ 알았어~예~~~!"
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솔밭을 가로질러 지름길로 향해 뛰었다.
소나무 아래로
연분홍 진달래는 무더기 무더기 펴 있고,
내 거친 숨소리에 놀란 꿩 한 마리 힘차게 날아오른다.
막걸리 한 되를 주전자에 찰랑거리게 담아서 오는 길.
인심좋은 술 도강(?) 아저씨 덕분에 걸음은 새색시 걸음이다.
주전자를 타고 흐르는 걸죽한 막걸리가 몹시 아까웠다.
한 모금 입에 대 보았다.
" 아, 참 다~네....."
주전자를 쥔 손목도 아프고,
구멍난 운동화 틈으로 들어온 돌맹이가 발가락을 불편하게 했지만,
무엇보다도 목이 너무 말랐다.
또 한 모금, 주전자 꼭지를 입에 물었다.
"어- 참 시원하다.... 캬--- "
마실수록 목은 더 타는 게 아이고 죽겠다.
쪼매만 더 먹어 보-까.
" 구수한 맛. 아부지는 이래서 캬- 했구나.."
..............
논두렁에 누워 얼마나 달콤하게 잤을까 !
누가 흔들어 깨웠다.
봄햇살이 눈을 파고들어 오것만 눈앞은 가물가물했다.
빈 주전자만 딸랑딸랑 흔들며,
작은 아버지 등에 업혀 집으로 오는 길.
햇살이 자꾸만 등을 간질이며 놀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볼은 자꾸만 달아올랐는 갑다.
얼마나 뜨거웠는지...... .
물 잡던 아버지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야단을 치신다.
" 저놈의 계집애, 엇-따 써먹을꼬 ---- "
..............
오늘 아침에
빵떡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에 막걸리를 붓다 말고,
옛 생각 절로 절로 나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