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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련{열일곱번째}

이야기 상자 |2005.04.07 23:13
조회 1,743 |추천 0

여러분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항상 건강들 하시겠죠

 오늘 애련 좀 무거운 내용이지만 ....

 찾아 주셔서 고맙구요. 사랑해 주셔서 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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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손으로 머리를 만지려고 했지만 손은 그녀의 마음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윽..."
 태림은 손이 움직여지지 않자 처음에는 가위에 눌린 것이라 생각하고 풀려고 노력하다가 벽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에 머리 위에서 누렇게 비추는 전등과 자신이 앉아있는 자세에 의해 남자들에게 납치되어 온 것이 기억이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두려움에 방안을 두리번거렸지만 그녀말고는 아직은 아무도 없었다. 태림은 겁에 질려 손을 풀려고 했지만 효율적으로 묶인 결박은 풀어질 생각은 하지 않고 태림이 몸부림치면 칠수록 점점 더 조여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고! 이런 우리 작은 아가씨 드디어 일어났나 보군."
 태림은 삐거덕거리면서 열리는 철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열리는 문과 동시에 남자 둘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인상은 험악했지만 그녀를 납치한 남자들은 아니었다.
 세준이 보고 싶었다. 저 무서운 아저씨들을 세준이 없애주기를 바랬지만 세준은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태림은 직감적으로 미순 언니와 연관 된 일로 자신이 이곳에 납치되어 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언니에 대한 원망보다 미순 언니의 걱정이 앞섰다.
 "언니는요?"
 남자들은 태림이 알아서 말하기를 기다리는 듯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절.. 왜 데리고 오신 거예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하얀 상의 위에 권총집을 찬 두 남자는 서로 쳐다보면서 눈길을 주고받았다.
 "우리가 아는 것하고는 틀린데. 정보에 의하면 아가씨가 이번 시위 주동자중 한 명인 한미숙이 하고 친한 사이인데 다가, 한 집에서 산다던데."
 이상했다. 분명 그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것 때문에 태림을 잡아올 생각이었다면 좀더 일찍 잡아 올 수도 있었는데 왜 시일이 조금 지나서인지 이해 못하던 태림은 오늘 낮에 공장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잘 보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하며 엉큼한 웃음을 떠올리던 그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분명 공장장이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이었다. 자신의 손길을 태림이 거부하고 뛰쳐나가자 앙심을 품었던 거였다.
 "한....한 집에서 사는 것도 맞고 언니와 친한 것도 사실이지만, 언니가 한 일은 정말 몰라요."
 하지만 남자들의 눈빛은 태림의 말을 믿지 않는 게 분명했다.
 "이 아가씨 안되겠구먼. 아직 어려서 살살 대하려고 했더니. 아직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가 본데. 아가씨 여기 한번 들어오면 살아서 나가기 힘들어."
 "제발 살려주세요."
 아이를 이런 곳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무서운 곳에 미숙 언니가 있다는 것도 믿고 싶지가 않았다. 태림이 잔업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미숙 언니는 이런 음침하고 칙칙한 곳에 있었던 말인가. 언니가 보고 싶었다.
 "그럼 아는 거 다 말해봐."
 "전 정말 몰라요."
 짝. 짝. 짝.
 이미 폭행에 익숙해진 남자의 손은 태림의 고개가 어깨 넘어서 까지 휙휙 돌아가도록 손을 놀렸다.
 하지만 태림은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단지 미순이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 일에 관여하려고 한적히 없었고, 언니 역시 태림이 알기를 바라지 않는지 말해 준 적이 없었다.
 이미 붉게 부풀어 오른 볼 위로 눈물이 흘러 내렸지만 두 남자들은 그녀의 눈물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흑흑흑. 정말이에요. 제발 살려주세요."
 그들은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멈추지 않고 그녀를 때렸다. 그러나 그들의 무자비한 폭행에 태림은 아무런 해줄 말이 없었고, 그녀는 그렇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남자들은 포기할 줄 몰랐다. 그들은 태림이 때려도 말을 듣지 않자 방구석으로 그녀를 끌고 가더니 작은 욕조에 태림의 고개를 박아 그녀가 거의 숨이 넘어가려고 할 때 고개를 들게 하는 것을 계속 반복했다.
 "독한 년이구만."
 콜록콜록 헉헉
 너무 괴로웠다. 고개를 들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남자의 힘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숨을 참기 힘들어 지자 태림이 자신이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머리채를 거칠게 물 속에서 잡아 빼더니 다시 책상 쪽으로 끌고 갔다.
 "이년이 맛을 좀 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본데. 야 저년 옷 벗겨."
 태림은 숨조차 쉬기 힘들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뭘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콜록 콜록 제....발 살려....주세요. 정말 전 아무것도 몰라요. 제발요."
 "누가 그걸 믿어."
 얼굴에 상처가 있는 남자는 태림의 뺨을 다시 여러 차례 때려 그녀가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정신이 혼미해 지자 태림의 블라우스를 찢으려고 손에 힘을 주었다.
 쾅
 "멈춰."
 "뭐야?"
 한 남자가 문이 떨어질 정도로 거칠게 열고 들어오자 태림의 옷을 찢으려는 흉터 있는 남자는 짜증을 냈지만 들어온 남자의 얼굴이 심상치가 앉자 바로 동작을 멈추었다.
 "뭐? 이런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내 인생 종칠 뻔했잖아."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쳐져 있는 태림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고 데리고 들어왔단 말이야. 그 공장장 녀석 혼 좀 나야겠구먼. 그래서 데리고 간다고?"
 "아니. 좀 혼내주래."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흉터 있는 남자는 태림의 옷을 벗기는 것을 그만두고 나가버렸고, 나중에 들어온 남자가 남더니 그녀에게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잠이 쏟아지는 태림을 잠이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몸은 맞아서 축 쳐져 있었고, 정신은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이제는 피로가 겹쳐와 고개를 들기조차 힘들었다.
 "아가씨는 운이 좋은 줄 알아."
 태림을 물 속에 집어넣고 때린 사람이 다시 방으로 들어오자 태림은 남아 있는 신경과 힘을 한곳에 모아 정신을 차리기 위해 집중을 했다.
 태림은 그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몰랐다. 고문을 당한 것이 운이 좋다는 건지 이곳에 잡혀 왔다는 것이 운이 좋다는 소리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착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는 커다란 테이프를 찢어서 태림의 입을 봉했다. 태림은 고개를 흔들어 그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그녀가 잠이 들지 못하도록 교대를 하러 들어온 남자가 고개를 거칠게 잡고 고정시키자 어쩔 수 없었다. 테이프를 성공적으로 붙인 남자는 잠시 태림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녀의 뺨을 톡톡 소리나도록 몇 번 쳤다.
 "얌전히 앉아서 구경하라고, 아가씨도 똑 같은 대접을 받을 신세였는데, 아버지 하나 잘 두어서 이 정도로 끝나니까 나가면 아버지 말씀 잘 들어. 알았지. 학생이 공부나 열심히 해야지 무슨 가출이야."
 태림은 아버지라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더 이상의 말은 들을 수가 없었다.
 "데리고 들어와."
 태림은 그들이 데리고 들어온 만신창이가 된 여자의 모습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떠보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끌고 들어온 여자는 많이 맞아서 얼굴이 심하게 멍이 들고 부어 있었지만 분명 미순이 언니였다.
 "음으으음."
 "조용히 해."
 흉터가 있는 남자는 모든 걸 폭력으로 해결하는 사람인지 또 다시 태림의 뺨을 거세게 쳤다.
 "태.....림아."
 뺨을 때리는 소리에 미순은 태림이 있는 쪽으로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언니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태림은 이미 많이 맞아 생기마저 다 빠져나가려는 언니에게 물 고문을 하려는 남자들을 증오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이미 그들은 태림에게 관심이 없었다.
 태림의 뒤에 서 있는 남자 둘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많이 힘은 빠졌지만 그래도 바동거리는 미순의 양팔과 다리를 잡아서 책상위로 올려놓았다. 그제야 태림은 그들이 언니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태림은 언니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지만 뒤에서 잡고 있는 남자 때문에 의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손목이 조여지는 거 몰라.'
 그런 건 상관없었다. 손목이 끊어져 버려도 좋았다. 언니에게 갈 수만 있다면 세 명의 남자들에게 붙잡혀 강간당하고 있는 미순 언니에게다가 갈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대 내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태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 테이프에 막혀 신음소리만 흘러 나왔을 뿐이었고, 작은 방안은 남자들의 웃음소리와 미순 언니의 살려달라는 애원의 소리뿐이었다.
 "안 돼. 제발 하지 말아요. 살려주세요. 태림아 도와줘."
 하지만 태림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을 수도 없었다. 미순 언니의 공허한 눈빛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남자들은 축 쳐진 미순 언니의 몸 위를 마음껏 올랐고 언니의 아름다운 육신을 더러운 손길로 짓밟고 있었다.
 "야! 저년이 고개 못 돌리게 꽉 잡아."
 "네."
 태림의 뒤에 서 있던 남자는 미순 언니의 위에 있는 남자가 명령하자 태림의 고개를 붙잡았다. 그 남자가 무서웠다. 적어도 세준은 태림의 안에 있을 때는 아무것에도 신경을 쓸지 못할 만큼 자제력을 잃거나 태림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미순 언니 위에 있는 남자는 그런 일이, 여자의 순결과 인생을 짓밟아 버리는 일이 숨쉬는 것만큼 자연스럽다는 듯이 차가웠다.
 "움직이지마. 너도 저런 꼴 당할 수도 있었어."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게 이 순간처럼 죄스러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 남자의 말대로 미순 언니가 당하는 무서운 일은 당하지 않았지만, 이런 남자들과 연관이 되 있는 아버지가 이들보다 더 더럽게 느껴졌다.
  남자들은 교대로 미순 언니를 범했고, 그때마다 미순 언니에게 자백을 강요했지만 두 눈을 감은 태림에게 들리는 소리는 삐걱거리는 책상과 남자들의 숨소리뿐이었다.  
 "어 뭐야. 이년 왜 안 움직여."
 태림은 미순이 움직이지 않는 다닌 소리에 처참한 광경을 보지 않기 위해 꼭 감았던 눈을 뜨고 노랑 전등에 비춘 미순의 얼굴을 찾았다. 그런데 미순의 눈은 이미 마지막 가지고 있던 증오의 빛도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혀를 깨물었습니다."
 "에이 기분 잡치는 구만. 미친년 왜 죽고 지랄이야."
 미순의 위에 있는 남자는 그러면서도 미순의 몸 속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 움직이더니 한차례 강하게 몸을 떨고 나서 그제야 바지 지퍼를 올리면서 미순 언니의 몸 위에 침을 뱉었다.
 그들은 미순의 죽음을 마치 동네에 떠돌던 개가죽은 것 같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미순의 유린당한 몸을 눅눅한 담요에 싸서 방에서 나가버렸다.
 태림은 자신이 본걸 믿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한 짓이라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직접 앉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지만 미순이 당한 일과 그녀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마구잡이로 흐르면서 시야를 가리어 주던 눈물조차 이제는 나오지 않았고, 깨끗해진 시야는 담요 밖으로 나와 남자들의 움직임에 생명력 없이 흔들리는 언니의 팔로 가득 차버렸다.
 "이 학생은 어떻게 합니까?"
 "알아서 내보내, 이 정도 했으면 집이 좋은 줄 알겠지."
 남자는 힘이 다 빠져 버린 태림을 거의 끌다시피 하면서 밖으로 내리고 나왔지만 그녀의 눈을 가리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태림을 차에 실 고는 어딘 가로 운전을 하고 갔다.
 "학생은 정말 운 좋은 줄 알아. 학생 아버지 아니었으면 아가씨도 그런 험한 꼴을 당했을 테니까. 그리고 여기서 본일 아무대서도 이야기하지 않는 게 아가씨 신상에 좋을 거야. 누가 믿어주지도 않겠지만."
 차가 멈추더니 남자는 태림을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 손의 결박을 풀어주고 다시 가버렸다.
 태림은 잘 움직여지지 않는 손을 겨우 들어 올려 입에 붙은 테이프와 눈을 가리고 있는 검은 천을 풀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너무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해서 있는 눈은 강렬한 태양 빛에 감정과 상관없는 눈물을 만들었다.
 세상은 태림이 기억하는 곳처럼 맑고 드높았고, 하늘은 푸르고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그녀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 잡혀가기 전까지만 해도 힘들지만 세상은 노력하는 사람의 것, 성실한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은 아버지의 말처럼 힘있는 자의 것, 무슨 짓을 했더라도 돈을 많이 가진 자의 것일 뿐이었다.
 미순 언니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없어지지 않는 언니의 모습과 처절한 절규가 태림을 빛을 보았다는 사실에도 안도하지 못하게 했다.
 그때 멀리서 기차가 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뒤를 돌아보니 철로가 보였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이었지만 태림은 이곳이 자신이 세상에서 보는 마지막 장소가 되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세준에게도 돌아가지 못하고, 엄마를 아버지의 손에서 꺼내 올 수 없다면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이가 있었지만 이런 세상에 태어나 보았자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태림에게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태림은 점차 앞으로 걸어갔다. 우스웠다. 짧지만 살아오면서 이처럼 담담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일이나 갇혔었는지 모르지만 그 어두운 곳에서 무서운 일을 당하고 미순 언니의 죽음을 보았는데도 저승으로 가려는 이 길이 무섭지 않았다.
 "언니. 나 기다려 내가 길 동무 해줄게. 우리 아기 자리도 남겨놓아야 돼."
 태림은 철로 한 가운데 서서 저 만치 보이는 기차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기차는 선로 위에 서 있는 태림을 발견했는지 요란스러운 경적 소리를 냈지만 태림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 거대한 기계가 자신을 이 세상에서 그 속도만큼이나 빨리 저승으로 보내주기만을 기다렸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와.
 이미 힘이 빠져 버린 몸과 머리가 기차가 다가올수록 강해지는 진동에 흔들렸고, 기차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태림은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게 행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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