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거울 속의 여인
- 2004년 여름 -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의 더위다.
더위도 더위지만 잦은 출장으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만사가 귀찮아 졌다.
모처럼의 휴식처럼 오늘은 오전 내내 한가하다.
“ 실례합니다. 저... 상담 좀 하러 왔는데요.”
-“ 예 들어오세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희는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그냥 찾아오시는 분은 상담을 해 드리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 그렇군요...... 제가 잘 몰라서.......”
나는 불쑥 찾아온 여자에게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을 건넸다.
더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한 시간쯤 뒤면 다른 예약 손님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지금 오신 분을 받았다가
상담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 괜찮으시면 내일 다시 오시죠? 내일 오전에는 시간이 될 것 같은데요.”
“ 글쎄요... 제가 좀 멀리서 왔기 때문에.......”
_“ 실레지만 어디서 오셨는데요? ”
“ 예! 대전에서 왔습니다.
아는 분께서 이 곳을 찾아가면 될 거라 하기에.......”
-“ 음... 그럼 어쩐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일단 앉으세요.”
나는 대전에서 왔다는 여자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상담신청을 받았다.
오늘따라 민수는 볼일을 보러 나간 뒤 아직도 소식이 없다.
여자는 상담 신청서를 작성하고 내 앞에 앉았다.
“ 한 유미 씨? "
-" 네 한 유미 에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나는 서둘러 묻기 시작했다.
“ 죄송합니다만 한 유미 씨 얼굴에 또 다른 얼굴이 보이네요!
혹시 그래서 오신 건가요? ”
-“ 네? 제 얼굴에 다른 얼굴이 보인다구요?”
“ 예! 전혀 다른 여자 분의 얼굴 형상이 겹쳐 보이는 군요! ”
-“ 네 맞아요! 그래서 왔어요..... ”
“ 그럼 좀 더 자세히 제게 설명 해 주시겠습니까? ”
-" 한 보름 전 쯤 일거에요........"
유미는 내 말에 놀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 보름 전 -
“ 과장님!~ 어제 윤 대리 아버님 돌아가셨다는 얘기 들으셨죠? ”
-“ 응! 그렇잖아도 얘기 하려고 했는데 오늘 퇴근하고 모여서 같이 들 가자구! ”
“ 예~ 그럼 제가 다른 직원들한테도 전할게요.”
유미는 평소에도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늘도 한잔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날 저녁 영안실에 도착한 유미와 직원들은
마치 회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돌아가신 분이 여든 아홉에 돌아가신 호상(好喪)이라
초상집 분위기도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
“ 유미씨 내 잔도 받으라구! ”
-“ 그럼요 받아야죠! 호 호 호 ”
왠지 모를 즐거운 분위기에 취해 유미는 연신 술을 들이켰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유미는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저 먼저 갈게요. 천천히 더 노시다 오세요.”
-“ 응. 그래! 그럼 유미 씨 먼저 들어가라구.....
조심히 잘 가 유미씨~~ ”
술판이 끝나자 화투를 치겠다며 남은 직원들을 뒤로하고 유미는 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유미는 혼자 사는 노처녀라 집에서 기다려 주는 사람도 없지만
갑자기 심해지는 취기에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봐 서둘러 집으로 온 것이다.
집에 도착한 유미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섰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등 뒤에 서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 누구야 !!! ”
유미는 홱 돌아서며 소리쳤다.
가끔 근처에 사는 남동생이 집에 놀러와 유미를 놀래 키고는 했기 때문에
지금도 동생이라 생각하며 소리를 쳤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 이상하네.... 분명 누가 있는 것 같았는데.......’
유미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두꺼운 얼굴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누군가 유미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찝찝했다.
세수를 마치고 거울을 바라보며 눈을 뜨는 순간!
유미는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유미의 얼굴이 보여야 할 거울에는 무엇엔가 눌려 일그러지고 피가 묻어있는
다른 여자의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닌가?
“ 아 악~~”
유미는 정신없이 화장실 밖으로 뛰어 나왔다.
‘ 아니야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 ’
유미는 방금 전 상황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안정을 찾기 위해 계속 외쳤다.
그리고는 곧바로 남동생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요청했다.
잠시 후 동생은 누나의 겁먹은 목소리를 듣고 자다 일어나 한걸음에 달려왔다.
- 다음날 아침 -
“ 누나 괜찮아? ”
-“ 응... 어제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
“ 아니~ 여자가 왠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
내가 새벽에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
-“ 미안해 임마! 누나가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
“ 나 이제 가도 되지? 이러다 나 학교 늦겠다..... 나 먼저 갈께~~”
-“ 그래 얼른 가! 고맙다~~ 그래도 너밖에 없구나.......”
동생은 허겁지겁 집을 나섰고 유미도 출근준비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휴~~ 이제 술 좀 줄여야지... ’
유미는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발을 옮겼다.
‘ 설마....’
유미는 설마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레 화장실로 들어섰다.
역시 화장실 거울은 정상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진 유미는 샤워를 시작했다.
그 순간 어젯밤에 유미가 온 몸으로 느끼던 기분 나쁜 느낌이
다시금 온몸으로 전해졌다.
“ 아 악~~”
결국 유미는 정신을 잃었다.
나는 유미의 얘기를 다 듣고 난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러면 지금도 거울을 보면 그 여자의 얼굴이 보이시나요? ”
-“ 아니요! 그 후로는 어떤 거울도 보지 않아요.”
“ 그렇겠죠!....
집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거울을 볼 수가 없겠죠.
현재 유미씨의 집에 귀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미씨 몸에 붙어 있으니까요! "
-“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
유미는 너무나도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일단 유미에게 우리 사무실에서 기다리기를 청했다.
왜냐하면 먼저 예약되어있는 손님이 계시기 때문에
그분들의 일이 다 끝나야만 어떻게든 해 줄 수가 있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이 끝났다.
여태 기다리던 유미는 이제야 내 앞에 다시 앉았다.
“ 유미씨 경우에는 지난번에 가셨던 초상집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병원 영안실에 가셨었다고 하셨죠? "
-“ 네!...... 대전 * * 병원이에요.”
“ 아마도 거기에서 떠돌던 귀신이 유미씨에게 붙은 것 같네요.
대체적으로 사고로 병원에 실려 왔다가 죽은 귀신들 가운데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령(靈)이 종종 있습니다."
-“ 그러면 저는 이제 어쩌면 좋죠? ”
귀신이 몸에 들어갔다는 내 말에 유미는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 우선은 유미씨 몸에서 빼 내야죠!
그리고 귀신이 본래 가야할 곳으로 보내면 됩니다.
유미씨 몸에 들어 온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령을 빼내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곧바로 유미를 치료할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유미를 재단(齋壇)앞에 눕게 하고, 유미의 몸에 들어가 있는 령을 불러 보았다.
곧 모습을 드러낸 령의 얼굴은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마도 교통사고로 죽은 듯 보였다.
“ 이것 봐! 너는 왜 너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유미의 몸에 들어간 거야!”
-“ 저도 모릅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
령은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나는 혹시나 거짓말을 하는가 싶어 령에게 고통을 주어 봤지만 대답은 같았다.
아무래도 령은 진실로 자신이 왜 유미의 몸에 들어왔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유미의 몸에서 령을 빼내고 그 령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보내기 위한
의식을 했다.
“ 유미씨 그만 일어나셔도 됩니다. 이제 끝났습니다.”
-“ 네...."
유미는 기운이 많이 빠져 보였다.
아마 꽤 힘든 날이었을 것이다.
힘들게 걸음을 옮긴 유미는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거울을 향했다.
그리고 한참을 거울 앞에 서있었다.
“ 이제 그만 이리 오세요.”
-“ .............”
유미는 축 늘어진 체 걸어왔다.
“ 아직도 귀신의 얼굴이 보이시나요? ”
-“ 아니요.... 이젠 보이지 않네요.”
“ 그럼 이제 그만 힘을 내셔야죠! ”
-“ 그래야죠..... 그래야 하는데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 며칠만 지나면 나아지실 겁니다.
이제 걱정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유미는 힘없는 목소리로 연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나섰다.
유미의 지친 뒷모습에서 그동안 힘들었던 유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평생 잊을 수 없을 공포를 유미는 어떻게 이겨내며 살아갈까....
참으로 걱정이 되었다.
다시는 유미의 눈에 귀신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유미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거울을 보는 일만큼은 많이 힘들 것이다.
아마도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말이다..............
만약 당신이 오늘도 들여다보고 있는 당신의 거울속에
누군가 다른이의 모습이 보인다면 당신은...........
글슨이 :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장(퇴마사)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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