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 처음 글 올려봅니다.
어찌 보면 개인의 사소한 넋두리로 보여질 수 있겠습니다만,
언제부턴가 계속 고민되던 일이었고
또한 저로서는 현재 당면한 것 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임에도
해가 거듭해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질 않아
조급해진 마음에 여기서 연배 비슷한 여러분께 조금의 조언을 구해볼까 몇자 적어봅니다.
결혼에 관한...
저는 현재 삼십대 중반을 넘어선 미혼남입니다.
현재 대기업 과장(연봉6천)으로 근무하고 있고
재산은 2억5천정도(아껴 쓴다고 했으나 중간에 좀 탕진을 하는 바람에 ...) 됩니다.
애인은 아직 ㅡ.ㅡ;
솔직히 말하자면 여짓 한명도 없었다는 표현이 맞겠군요.
그 나이 먹도록 연애 한번 못했다?
믿지 못하시거나 의아해 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어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181,76)으로 어떠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건 전혀 아닙니다만
세상 천지 절반이 여성이고 그간 맘에 드는 여성이 하나도 없었을 리 만무할텐데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기고서도 아직 홀로 남게 된 이유가
여자탓이라 돌리기에는 어찌보면 제게 더 원인이 크다고 봐야겠죠. ㅜ.ㅜ
자격지심? 책임감?
어릴 적 집안이 가난했고 그래서 돈 걱정 없던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맞벌이를 하시며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고생하셨음에도 형평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남매들끼리 순번을 정해서 등록금을 가져가야 했었고
사춘기 때 그 유행하던 메이커 신발,옷가지 한번 제대로 못 사입었었죠.
어린 나이 때부터 겪어봐왔던 그런 물질적 빈곤 탓인지
다 자랄 때까지는 솔직히 부모님의 삶이 과연 그렇게 존경스럽게 와 닿지 않더군요.
이제 제 나이를 먹고서야 당신들의 삶에 대해 연민도,이해도,존경도 생겼지만 말입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상의나 대화라고는 별로 해본적 없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저 혼자 다 하다시피 했죠.내 문제에 관한 한 혼자 알아서 다 한다..
고된 삶의 무게에 짓눌리다시피한 당신들께는
그렇게 뛰어나진 않아도 공부든 뭐든 그저 알아서 다 해주는
착하고 얌전하면서 누가 되지않는 그런 아들이 되려고 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때문에 홀연단신 집을 떠나게 되었고
신입사원 때에는 일이 재미있기도 하고 또 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집에다 갖다드릴 수 있고, 저축도 할 수 있고...
직장에 취직하고 몇년 근무하다가보니 동료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더군요.그리고 친구들도..
근데 전 솔직히 그렇게 내키진 않았습니다.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진 않았거든요.
당장 나 아니면 죽겠다는 여자가 나타난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릴 적 가난한 가정을 겪어왔기에
경제적 빈곤을 감내하고 사랑만으로 이해하면서 산다는 것 그것이 힘들고 어렵다는 걸 봐왔기에..
당장 10원 한장 보태드리지도 못할 망정 손벌리는 건 상상조차 어렵다는 걸 아는데
내가 어찌 그럴 수 있을까? 결혼은 내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준비되면 한다.
아직 결혼은 남의 일이다.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
그러고는 그냥 알게 모르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30대중반에 이르렀습니다.
경계심리? 강박관념?
결혼에 있어서 결코 "사랑이 전부일 수는 없다" 라는 생각이
나이먹을수록 시나브로 고착화되어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은 "필수다" 라는 생각도 제게 동시에 자리잡고 있었기때문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립이 되면서부터는 조금씩 이성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든 탓도 있었을 테고 자랑은 아닙니다만
그 동안 지나온 시간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쌓아온 신뢰 덕분인지
친구들,동료,선배들,후배들로부터의 소개가 많았습니다.
소개시켜준 사람의 동생도 있었고,처제,조카도 있었고.
하지만 한두어번씩 많게는 두어달(주말에) 만난게 고작이었죠.
그런 만남이 되풀이 되면서 주위분들이 그러더군요.
눈 너무 높은 거 아니냐? 첫 눈에 feel 꽂히길 바라느냐? 등등
저 역시 나름의 이상형이 전혀 없다면야 그것도 거짓말일 테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콩깍지 씌워질 여성을 바랬던 것도,
미모가 출중하거나 집안이 괜찮다거나 학벌이 뛰어나다거나 하는 여성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비슷한 수준의 밝고 행복하게 자랐을 그런 여성이면 했는데,
그 역시 제겐 욕심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연애를 제대로 한번이라도 해본 적 없는 탓도 있을 거고
너무 늦었기에 단번에 잘해야 한다는,실패는 없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탓도 있고..
나이가 어리다면야 미팅도 연애도 몇번의 실패를 거듭해도 되겠지만 말입니다.
때로는 한발짝 다가와주기를 바랬었고, 때로는 다가가기를 원했었습니다.
그런가하면 다가오면 두려울 때가 있었고 ,다가서기에는 부담스러운 때가 있었습니다.
마음 가는대로 몸간다는 말 다른 건 되는데 사랑/결혼은 그리 되지 않네요.
간혹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애시당초 나에게 사랑에 관한한 열정이라는 건 없었다.' 라는
"나도 누구보다 사랑 잘 할 수 있어" 이렇게 외쳐보고 싶지만 아직도 제겐 조금 어려운 듯 합니다.
어느 분 글귀에는 이도저도 아닌 그런 두리뭉실한 기준보다 는
차라리 미모라든지, 학력이라든지,성격이라든지,재력이라든지 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는 게
옳다라 하셨는데 과연 그렇게 기준을 가져야 하는 건지?
무조건 끝까지 잘살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지?
바라지만 말고 내가 좀 더 다가가고,용기있게 말해야 말해야 하는 건지?
미래에 대한 걱정일랑 그냥 묻어버리고 이 순간을 택할 수 있는 건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글이라 구체적 상황도 아니고 속내도 다 보여드리지 못해
조언을 바라는 게 조금 웃습긴합니다만
적령기를 넘어선 제게 현재 가장 절실할 게 있다면 무엇인지 적어주신다면 꼭 참고하겠습니다.
화사한 봄날
밖을 나가 보면 얼추 저와 비슷한 연배의 가장과 가족들 나들이 풍경이 눈에 많이 띕니다.
너댓살 될쯤한 딸아이를 업고 다니는 아빠의 모습. 아름답더군요.
나도 저들처럼 그렇게 행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