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작년 겨울 방학이 시작된지 몇일 후..
집에서 띵까띵까 노는데 친구놈에게서 전화가왔다
뭐 그리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나쁜 감정이 있는 친구는 아니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안부를 묻더니 알바 하나 해보지 않으련? 했다
내가 그래서 무슨 알바야..그랬더니 친구가 피자배달이란다..
제의를 받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작년 여름 방학에 공부도 안하고 일도 안하고 돈도 못벌고 팽팽이 놀았는데 이번엔 일 좀 해볼까?
아 씌..오토바이 한번도 안타봤는데 돈은 벌어야겠고..
겨울에 배달 하면 얼어 뒤지진 않을까..사고나서 뒤지진 않을까
순식간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OK라고 대답한 나는 몇일 후 친구를 따라 배달을 하러 갔다..
친구말이 사장은 내가 오토바이 잘 타는걸로 말해뒀단다.. 젠장 ㅋㅋ 처음인데
그리고 난 가게에 들어가기 전 친구의 30분 오토바이 강의로 어느정도 감을 익힌후 해볼만 하군..
이제 주소만 잘 찾으면 되겠네..
자신감이 생긴 나는 사장님과의 대면을 하게 됐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간단한 소개를 하고 시급과 일에 대해 상의했다
그리고 처음 배달을 하는데 생각보다 쉬웠다..이 날은 맛배기로 몇 집만 배달하고 끝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에 본격적인 배달이 시작됐다..
피자 체인점이었는데 그리 알려진 체인점은 아니었지만 장사가 상당히 잘됐다
배달 지역도 아파트 단지라 상당히 할만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내 황금같은 겨울방학이 엉망징창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점차 배달과 함께 약간의 노동(?)이 추가됐다
소개해준 친구가 배달할때는 하고 안 바쁠땐 앉아서 신문 보면 돼 이랬는데
나 역시 원래 배달일이 배달만 하는건줄 알았다
근데 이게 웬일..점차 노동의 강도가 세졌다..
카운터일..주방일..청소..피자 굽는 기계,숙성기계까지 철수세미로.. 심지어 설겆이와 빨래까지.. ㅡㅡ 내가 하는게 배달인지 식당일인지 알수가 없었다..사장님이 좀 깐깐해서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지 앉았고 빨래 해본 사람 알겠지만 허리가 휘어진다..
주말에 다른 배달업에 종사하는 친구를 만나 물었더니 혀를 내둘렀다
그 놈 말로는 겨울 배달은 아무리 적어도 최소4천원 많은덴 5천원 까지도 받는다 그랬는데 난 3500원이었다..그리고 너 같이 온갖 잡일 다 하는 애는 없을거라고..그것두 배달하기도 힘든 겨울철에..
그리고 겨울의 절정..눈이 온세상을 덮은 날 일이터졌다..눈때문에 온 도로가 얼었다
눈오는 날 인간들이 피자는 뭘 그리도 시켜대던지..
그날 엎어진게 몇번인지도 모르겠다..
안전턱 넘다가 공중에서 고공 낙하 하고..직진 하다가 돌 밟고 엎어지고
우회전하다가 오토바이가 엎어졌는데 또 재수없게 헬멧까지 벗겨졌다..
그때 마침 승용차가 엎어진 내 머리 바로 옆으로 쌩 지나갔다
그때 5cm만 가까웠어도 난 이미 저승사람이었다..하마터면 차에 머리 깔릴 뻔해따
타이어가 내 눈 바로앞으로 지나가더라..생사를 왔다갔다한 끝에 지친몸을 이끌고 피자집으로 가는
도중 맞은편에서 출발할때마다 계속 엎어지는 짱개 아저씨..
다음날 그만둘 각오를 하고 갔는데 그날따라 왜 이렇게 잘해주는지..마음약한 나는 그만두겠단 말을 못하고 말았다 ㅡㅡ;
사장님이 면박도 잘 주는게 문제였다
넌 그것도 못하니..안 시켜도 알아서 해야될거 아니니..넌 그게 문제야..
싫은 소리를 잘하는 성격에 좀 욱하는 성질이 있었다..보통때는 좋은 분인 사장님이었다
손님중에도 좀 싸이코가 많았다
작은 피자 시켜놓고 배달가니까 큰 걸로 바꿔달라는 아줌마 ㅡㅡ
시킨걸 어떻게 바꾸냐고 그랬더니 단골 해줄테니 바꿔오라네..
내가 죽어도 안된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고 다음날 피자가게로 직접와서
모자 푹 눌러쓰고 피자 비싼거 시킨다음 주소도 말 안하고 튈려는 아줌마(누구 엿 맥일려고하나?)
알고보디 어제 그 아줌마다..따라가서 붙잡아서 주소 알아내서 배달 갔다
배달하고 3층에서 1층으로 막 나왔는데 그 아줌마 쓰레기 들고 죽어라 따라오더니 가는김에 쓰레기 좀
버려달래네..내가 무슨 청소부야 뭐야.. ㅡㅡ
한번은 어떤 뚱녀네집에 배달갔더니 카드로 계산해달랜다..피자 한판 얼마나 한다고 카드 결제야 ㅡㅡ
그래서 하려고 했더니 신용한도 초과였군 ㅋㅋ 내가 그래서 현금으로 하세요 그러니까
그 여자 왈.. 밖에 같이 나가자고..현금 인출기에서 뽑아줄테니 이러더랍니다
인출기까지는 거리가 좀 되는데 그 여자는 오토바이 탄 내가 갈수없는 길로만 가더군요
계단으로 막 올라가고 사람만 다니는 좁은길로 가서 놓쳤다
갑자기 밤에 어둠속으로 이 여자가 사라졌군요
한참 해매다가 만났는데 돈 여기 뽑아왔다고 줬는데 시간을 보니 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덕분에 피자집으로 귀환후 욕은 뒈지게 먹고..
그 밖에도 별의 별 손님이 다 있다..
배달 시켜놓고 외출해서 20분 기다리게 만드는 개념없는 아줌마..
배달 갔더니 집안에서 뭔짓 하는지 문도 안열어주는 처녀..집에 전화하니까 받지도 않고 해서 5층에서 1층까지 다시 내려갔더니 위에서 창밖에서 다시 부르는 나쁜 뇬 ㅠㅠ
쿠폰 피자 케이스에 붙여놨더니만 쿠폰 안주냐고 보자마자 따지는 아저씨
주소가 33-2(예를 들어)여서 단독 주택인가 보다 해서 갔더니 알고보니 빌라 ㅡㅡ
몇호인지도 말도 안했다..마침 핸드폰 바데리 없고 가진돈 하나 없어서 공중전화도 못하고..
밖에서 소리질러서 피자 시키신분 하니까 그제서야 나오는 아줌마
배달은 남의 집에 시켜놓고 자기집에 와서 계산해달라고 하면서 쿠폰은 저한테 주세요 하는 아줌마
외상 3판 시켜먹고 전화번호 끊고 잠적 탄 집안
계산할때 100원짜리 200개 내미는 초딩 여자ㅡㅡ;
주택가 배달갔더니 진돗개 엄청 큰거 묶어놓지도 않는 집..(나보고 어떻게 들어가라고 ㅠㅠ)
집안에서 썬글라스에 가죽잠바 입고 플스게임 하다가 계산하는 할아버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피자주고 돈받고 갈려고 하니까 자기집 잔치한다고 안에 상펴고 음식좀 놔달라는 할머니
반지하 주택 배달갔더니 창문 열어놓고 컴퓨터 앞에서 손장난으로 불기둥 뿜는 중딩 학생
된장..이제 다시는 죽어도 배달안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