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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 ## 아름다운 목소리를...fin ##

낙천 |2005.06.01 14:50
조회 5,475 |추천 0

 


5분만 투자하셔서 천천히 읽어주시기~

 

 

-23-

그녀가 확실히 잠이 든 후에야 나는 의사를 찾았다.

'젠장, 하필이면 아까 그 의사가 담당 의사라니...'
의사의 표정을 살피며 변명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날이 참 뭐 같으니..별 거 아닌 일로도
언성을 높이는 분들이 많네요..그렇죠? 하하"

 

"..........."

 


아무 대답없이 인상을 구기고 앉아 있는것으로 보아
아까의 감정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듯했다.

지난 감정은 잊고자 처음 만나는 것처럼 밝은 표정으로
다시금 인사를 건넸다.

 

 

 

"첨 뵙겠습니다. 인상이 참 좋으신 의사분이시네요..^^"

 

의사: 아뇨. 아까 뵜죠..

 

"하하..-_- 그런가요.. 저는 잘 기억이..."

 


의사는 말을 아끼며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연과 지내는 동안 생겨버린 나의 표정을 읽는 능력은
의사의 표정을 아무리 다르게 읽으려 해도 '나 삐졌다' 라고만 읽어내고 있었다.

 

 

"저 한테 많이 삐지셨나봐요?"


 

의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내 말이 거슬린다는 투로 말했다.


 

의사: 안삐졌습니다. 사소한 일로 환자분이나 환자 관계자분들에게
      사적인 감정을 갖는 분들은 이런 일 못합니다.


'그래도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는 의사 양반인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네. 정말 다행입니다. 전 또 삐졌는줄 알고.."

 

의사: 안삐졌다니까요!!!!!!!!
 

 

"왜.. 소릴 지르고 그러세요-_-"

 

의사: 죄..죄송합니다.

 


아무리 부정 하려해도 의사양반은 삐져있었다-_-;

 

 

의사: 그 보다 환자는..

 

"네. 방금 막 잠이 들었습니다..괜찮은 걸까요?"

 


의사: 네.. 몸이 약한데다가 비를 많이 맞아서 열이 심했던 겁니다.
      몇일 요양하면 폐렴으로 발전하는 일은 없을겁니다.
     
"네..정말 감사합니다.."

 

 

의사: 그보다 환자는 브로카 실어증을 앓고 있더군요..


이건 무슨 소린가?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에 나는 놀라며 말했다.

 

"브로카 실어증이라뇨?"

 


의사는 하얀 가운의 목 부위를 양손으로 살며시 잡고
위로 한번 툭 올려치고는 똑똑한 내가 딱 한번만 설명할테니
잘 들으란 표정으로 말했다.

 

 

의사: 일반 분들에겐 생소 하시겠지만...브로카 실어증은.....


"네...운동성 실어증이라고 하는 그 실어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의사: 네..그렇죠.. 게다가.. 그 병은..


"감각성 실어증과는 달리 뇌의 브로카 영역의 이상에서 오는 병으로
 말은 못하지만 글로 써서는 의사 소통이 가능한 병을 말씀 하시는건가요?"

 

 

의사: -_-... 네에.. 그리고 브로카 실어증은..


"환자나 주위분들의 노력에 의해 어렵겠지만 치료가 가능한 병인가요?

 

의사: 이..이새..이새끼가...-_-

 


글쓴이의 농간질에 의사는
정신적 충격으로 실어증이라도 얻은듯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결국 '나가 달라...' 며 혼자 삐져 있고 싶어 했다-_-;

 

 

'브로카 실어증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었다.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사-_-의 말에
손이 아닌 입으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실어증은 분명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병마였지만..


그녀의 실어증 때문에..
그녀가 손이 아닌 입으로 말을 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보이자 그녀를 괴롭히는 병마인
실어증에 나는 지금 감사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쩜 나는 너무나 이기적인 놈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난 참 간사한 놈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그녀를 평생 돌 봐 줄 수 있겠니?' 란 질문에
이제는 선뜻 '그렇다' 라고 대답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으니 말이다.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전에
병실로 돌아가 자고 있는 정연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에서
금방 이라도 내 이름을 불러 줄 것만 같았다.

 


 

-24-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자 마자..
컴퓨터를 켰다.

 

나는 그녀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만했다.
그녀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조차 몰랐으니...

 


정연의 팬페이지에 접속을 했다.
그녀의 팬페이지에는.. [to U] 라는 게시판이 있었고...


그곳은 정연이 사랑했을 법한 남자인 U 에게 전하는
정연의 개인적인 마음을 담은 글들로 가득 차 있었기에..

 


나는 정연을
내 마음속에 담은 후 부터는..
그 게시판만은 차마 읽어 내려 갈 수가 없었다.

 

 

허나
오늘은 읽어야만 했다.

나는 정연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고..
그리고 남은 한가지 확신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정연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 남자의 크기는 어느정도인가..

 

 

그리고..
정연의 마음속을 나는 얼마나 채우고 있는가...하는

정연도 나를 사랑은 아니더라도 좋아는 하고 있다..는 확신 말이다.

 

나는 천천히 글 들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글 들을 읽어 내려 갈 수록
나는 그녀에게 자신이 없었다.


그와의 만남.

 

그의 손을 처음 잡던 날.

 

그와의 첫키스..

 

그와의 추억들..

 

그리고 이별..

 

그래도 그를 잊지 못하는 그녀.

 

아직도 마음속에 그를 담은체
혼자서 그에 대한 마음을 이렇게 남기고 있는 그녀..

 

 

 

 


"탁"

 

나는 신경질적으로 컴퓨터 전원을 꺼버리고 말았다.

 

"젠장 짜증나....."


 

 

아직 읽어야 될 글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이상 글을 읽지 않았다.


 

남은글 마져 읽어 버리면.....

 

정연의 마음속엔
어디 하나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중얼거렸다.

 

"씨발...어떤 새낀지 존나 부럽네.."

 

 

 

 

-25-

 

"띵동.."

 

핸드폰 문자 메세지 소리에 놀라서 시계를
보니 아침 7시 였다;


정연의 U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며
밤새 뒤척이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주무시겠죠?]

정연의 문자 였다.

 

 


반갑기는 했지만 U 때문에
심기가 심하게 뒤틀어져 있던 나는
손가락이 가는대로 문자를 쳐서 날렸다.

 

 

 

[아뇨. 일어났어요. 망할 U 때문에..]

또다시 정연의 문자가 울렸다.

 

 


[죄송해요. 너무 일찍 일어났더니
심심해서..그만...
그래도 망할은 좀 심했다. 치.. ]

 

 

 

허억..의미전달이 잘못됐다.

 

U는 그 놈을 말한건데..
내가 그녀의 팬 페이지에 가입 되어 있는걸
모르고 있는 그녀는 알리가 없었다....

 

나는 급하게 변명의 메세지를 보냈다.


 

 

[아~ 정연씨한테 한말 아니에요.
유군이 아침부터 전화를 해서..
심심하면 놀러갈까요?]

 

[네~ 오빠. 놀러 오세요 ^^]


[먹고 싶은건?]


[다악쭈기 머꼬 시포요^^]


[넹. 대령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다악쭈기' 라니...

명색이 작가 라는 것이 외계어 따위를 쓰다니
그녀는 정말 이해 할........수 있다. 귀여운것-_-;


 

 

그래..나는 정연에게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다.
그녀가 무슨짓을 해도 이뻐만 보이니 말이다.

 


어차피
그놈의 U군 때문에 잠도 오질 않을것 같았는데 잘됐다.

"오늘 내 맛있는 닭죽과 나만의 자상함으로
그놈의 U를 네 맘속에서 몰아내 주마!!!!! "

 

 

잽싸게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에서 '닭죽'을 검색했다.

 

닭죽을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모니터에 뜨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도 못한 '닭죽이기' 란 제목이 떳을때는 잠깐
당황하기도 했었다.....-_-;

 

 


오랜 자취 경험이 있는 내게
닭죽은 그리 어려운 요리는 아니었다

 

자취를 하다보면.. 간단한 요리 조차
하는게 귀찮아 라면으로 때우는 일이 비일비재 하건만..

그녀를 위해 하는 요리는 즐겁기만 했다.

요리를 하며 이렇게 즐거웠던건 된장찌개 이후로 두번째였다.

 


된장 찌개는 비록
슬퍼보이는 정연의 말에
입으로 들어가는지 조차 모르고 먹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적어도 이번엔

 

[조금은 특수할 수도 있는 이 상황을
재밌어 하는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라는 정연의 질문에..

 

당당하게 '아니' 라고 말 할 수 있는 확신이 섰으니까.

 

 

 

 


-26-


"정연씨이~"

 

닭죽을 한손에 들고 웃으며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보던 책을 내려 놓으며
나를 보며 웃어주었다.

 

"여기 닭죽 대령했습니다"

 


[맛있겠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하는 그녀의 표정에..
나는 더할 나위 없이 뿌듯했다.

 


"으헤헤 어서 먹어요"

 


그녀는 '잠시만요' 라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는
닭죽을 여기 저기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윽..내가 잠도 못자가며 정연을 위해 만든건데'

나는 정연을 따라다니며 정연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아씨! 혼자만 먹어요! 이게 얼마나 된다고!!"
 

 

 

그런 나를 보며 정연은 쌩긋 웃어준다.

 

"아이씨!! 웃지만 말고!! 혼자만 먹으라구요!!
혹시나 닭죽 먹으면 안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혼자만 제발 혼자만.."


 

그녀는 나를 보며 또 웃는다.

젠장 말이 통하질 않는다.
정연은 끝내 같은 병실내 분들에게 닭죽을 나눠주고는..

[나눠먹어야 더 맛있어요] 라며 웃어주었다.


 

 

그래도 이건 내 정성에 결정체인데..

졸리움 참아가며 닭을 쪄내고..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며 무섭게도 뾰족한-_-; 닭뼈를 발라내가며
더군다나 없는 살림에 큰 맘먹고 만든건데...

 

나는 안그러려 했지만... 삐져버리고 말았다-_-;

 

내가 토라져 있자 정연은 나를 툭툭 쳤다.

 

 

 

[삐졌어요?]

 

"안삐졌어요.."

 

 


[삐진거 같은데?]

 

"안삐졌다구요오!!!"

 

 


[나눠 먹으려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안되겠어요!
저거 다시 다 빼서 와야겠다]

 

라며 그녀는 씩씩하게 일어섰다.

그녀의 웃는 모습에 내 서운함은 어느새 다 풀어져 버린다.

 

"마..맛은 있죠?"


 

그녀는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맛있게 먹자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서로를 보고 웃으며 닭살을 떠는
나와 그녀의 눈에..못먹을거 먹었다는 듯이
닭죽을 내팽겨치는 이들이 눈에 띄였지만..

우린 둘다 애써 모른척 했던거 같다-_-;

 

닭죽을 다 먹은후에 그녀는
배가 부르단 뜻으로 배를 통통 치며 말했다.

 

[잘먹었어요 오빠~]

 

"네~ 다음에 또 해줄께요"


 

또 해준다는 내 말에 그녀는 당황한듯
화제를 돌렸다. 맛있데 놓곤...-_-;


[그보다 생각하러 갔던건 잘됐어요?]

"네..뭐.. 이거 저거.. 잘됐죠".


[확신은 세우셨나요?]

"그게...두개는 세웠는데 하나는 모르겠네요 그놈의 U 때문에.."


[그놈의 U 라니요?]

"아...아니에요..아무것도.."

 

그녀는 처음 분위기완 다르게 침착한 표정으로
몇번을 쓸까 말까 망설이더니 다시 한장의 메모를 건넸다.

 


[저에 대한 감정은 연민이던가요?]


혹시나 내가 연민이었다고 대답할까봐 두려웠던걸까?
그녀는 저 메모를 건네는데 왜 이리도 힘들어 했던걸까...

난 이미 확신을 세웠는데...


"아닙니다"


나는 이제 당당히 말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크진 않지만 진실 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정연씨가 좋아서 도와준거지..
불쌍해서 좋아진건 아니에요.. 그리고 이젠 평생 돌 봐 줄 자신도 생겼어요"


그녀는 엷은 미소를 띈체 확인이라도 하듯 메모를 건넸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좋아해 줄꺼죠?]

 

"전 마음을 굳혔어요..문제는 정연씨에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마지막 메모를 건넸다.

 


[내일 하루만 저와 함께 해주세요.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은데..
혼자는 다리가 풀려버릴거 같아서 용기가 안나요]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어떤 정리인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내일이면 다 알게 될 테니까...

 

 


-27-

 

다음날 병원에 오자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다던 정연은 병실에 없었다.

 


"어라 오정연 환자 어디갔어요???????"

 

"퇴원했는데요.."

 


"어디로 간다거나.. 제가 오면 주라는 메모 같은것도 없었나요?"

 

"없었는데요.."

 

 


'뭐야..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건가?'

 

직감적으로 한 장소가 떠올랐다.

마지막 정리와 어울리는 장소는..
그래...거기다. 거기 밖에 없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곳.
마음의 평온을 얻으려 간다는 곳.


 

나는 산을 뛰어 올라갔다.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숨이 가슴까지 차올랐지만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머리속엔 그녀 생각으로 가득찼다.

 

'마지막 정리라는게 혹시..'


 

 

자꾸 떠오르는 안좋은 생각들을 고개를 마구 가로 저어 날려버렸다.

 

'이제야..내 마음을 전달했는데..그럴리 없어..'


 

 

땀이 뒤범벅이 되어서야..

마침내 올라온 그곳에는....
멀리서 봐도 익숙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정연씨...헉..헉"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화를 냈다.

 

"제발. 어딜 간다면 간다고 말을 좀 하고 가세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마음은 별탈이 없어서 다행이다를 몇번이곤 되내이고 있었지만.
내 목소리는 마음과 다르게 너무 격해져 있었다.

 

내가 그녀의 걱정때문에 목소리가 높아진걸 그녀도 다 안다는듯이...

 

[제가 죽기라도 할까봐요?]

라며 그녀는 웃어보였다.

 

 


"아우..웃음이 나와요..누군 이렇게 숨이 차게 뛰어왔는데"

 

[이 땀 좀 봐...]

 

 

그녀는 마치 어린애를 다루듯이
내가 화를 내건 말건 손수건을 꺼내어 웃으며 내 땀을 닦아 주었다.

 

어느새 내 마음은 누그러지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엔 그런 힘이 있었다.

 

 


"마음 같아선 헬기라도 훔쳐서 타고 오고 싶었어요.."

 

[그러지 그러셨어요]


"운전 할줄 몰라요.."


그녀는 날보며 웃어주었고
나는 긴장이 풀리자 온몸에 힘이 확 빠져 버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녀 역시 내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우린 한참을 아무말 없이 앉아만 있었다.

 


한참 후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정리는 다했어요?"


그녀는 천천히
내 질문과는 다른 메모를 하나씩 하나씩 건넸다.

 

[전 말을 하기가 싫었어요]

 

 

[그 사람은 내가 무언가를 말하면..떠나가 버릴것만 같았거든요]

 

[다 알고 있는데도 말 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그 사람이 떠나갈때도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떠날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떠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건 제 마지막 자존심이었어요]

 

 

[그가 떠나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어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며 안타까워 하고들 있었어요.
저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말을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어쩌면 제 스스로 말하는 법을 기억 못 한다고 거부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내가 제일 마음에 걸려했던 그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그럼...아직 마음속에 그 분이....."

그녀는 내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표정으로 내 말을 끊었다.

 

 

[비가 참 무섭게 내리는 날이었어요.
그를 마지막으로 한번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 날은...]

 

'아아..그날 이었던가?'

 

그녀는
내게 미리 준비한듯 싶은 메모를 꺼내주었다.

 

 

[당신과 닮은 사람만 봐도 눈물이 흘렀건만
이제 내 안에 다른 사랑이 자리 잡은 지금은
당신을 봐도 닮은 사람이겠거니 흘려 지나칩니다.]

 

 

'이 말은 혹시 나를.......'

그녀는 또다시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꼭 전해주고 싶어요.
그가 비웃어도 좋아요. 마지막 까지 말한마디 못했던
내 마음 이젠 아니라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도와주실꺼죠?]


 

 

"네에...그럼요."


 

 

그녀의 손을 잡아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우린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그곳에서 그녀는 내게 참 많은 말을했다.

그리고는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들었다.

 

 

 

 

 

[나 이제 말하고 싶어요.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요..]

 

 

 

 

-28-

 

그녀와 도착한 건물 앞에는 한 남자가 시간에 쫓기는듯
시계를 연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기다려 달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는 쉼호흡을 한번 크게 한 후 천천히 그에게 걸어갔다.


 

남자는 그녀를 보더니 잠시 놀란 표정을 짓고는
이내..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난처하게...여기까지 찾아오고.."

 

 

그녀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내게 보여주었던..메모를 그에게 내 밀었다.

 

 

그리곤 당당하게 뒤 돌아 서서
내게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뒤도 한번 안돌아 보고
내게로 씩씩하게도 또박 또박 걸어온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지 안은건 잘한 일이었다.


 

남자는 메모를 보더니 웃기다는듯
그녀가 정성스레 쓴 메모를 잔인하게도 찢어서 날려버렸다.


 

그남자를 충분히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그녀는 그 남자의 행동을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그렇게 매몰차게 뒤돌아서서..


 

'나 당신 이제 필요없어요' 라고 말하듯
아주 씩씩 하게 걸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웃음과 함께 메모를 찢어 버리는 놈을 보고
면상이라도 한대 갈겨 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내게 오자 마자 내 팔을 쓰러지듯 잡았다.

 

[저 좀 잡아주세요. 서 있을 힘도 없어요]

 

 


나는 일부러 녀석이 보란듯이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고 걸었다...


 

녀석이 안보일 때쯤 되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메모를 건넸다.

 

 

[저 멋있었나요???]

 

"네...정말 멋있었어요.."


 

그녀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웃으며 메모를 건넸다.


 

[오늘은 술을 한잔 마셔야겠어요...]


"네..그래요..한잔해요..우리.."


 

 

[네.. 오늘은 좀 많이 마셔야 될거 같아요.
내일 일어나면 제 마음이 많이 아플거 같아요.

제 앞에 이렇게 멋진 사람을 두고....
지난 사람 잊지 못해서 아파하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요..

지금 아픈건...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픈거라고..
6년이나 지난 사람 잊지 못해 아파하는 그런 바보는 아니라고..
바보처럼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픈거라고...하루만 그렇게 생각해주세요.]

 

내게 미안해 하며 말하는
그녀를 살며시 끌어 안았다.

그녀는 전보다는 자연스럽게 내게 안겨왔다.

 

 


"이번은 저번과는 달라요..

 

이번에는 내 애인 하라고 안은거 맞아요.

 

이 품 영원히 빌려줄테니까..그놈 때문에 울지 마요!

 

이젠 울어도 나때문에 울어요"

 

 

 

내 가슴을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게 안긴 그녀는

분명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 귓가에는..

 

"고.마.워.요" 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한참을 메아리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내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 에게 해주면...


 

 

여전히

 

"미친놈 아예 소설을 써라....."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와 난 지금...

 

소설의 첫 페이지를 열려고 하고있다.

 


낙천이었습니다.

 

완결입니닷~수고했다는 의미로~
리플이나 추천하나~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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