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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초록물고기 |2005.06.18 00:50
조회 457 |추천 0

바람은 불지 않을 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누군가 소크라테스에게 한 질문이랍니다.)

오늘 어느 님께서 제게 이 화두를 툭 던져주더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불어 가지를 흔들어야만...

귓전을 스쳐 흘러야만 바람이 될 수 있으니...

뭉쳐 흐르지 않고 공기 속에 묻힌 그것은 바람이 아니지요.

고로 불지 않을 때는 존재하지 아니한 것과 같지요.

                                 - 초록물고기 -


가끔 깊은 상념이 사람을 더 어리석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부질없는 것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요.

화두를 붙잡고 있다 문득 어디서 본 듯한, 들은 듯한 우회가 떠올라

살을 붙혀 물고기표 조각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봅니다.

물고기 아시는 분들은.........아 그 현란한 물고기 하며 떠올려 주실 것이고.

모르시는 분들은 이 뭐 이리 뜬금없는 고전자락인가 하실 겁니다.

그간 다들 평안하셨는지요.

다시 계절이 돌아 여름이 살갗으로 파고듭니다.

주말에 눈팅하기엔 조금 무거운가 싶긴 하나 가끔 이리 삶의 본질 속으로 파고들어 

고상한척, 품위 있는 척 화두놀이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는 여름 심하게 한번 맞서보시고 즐겨보시지요.


무예를 전수하던 스승이 제자들에게 큰 미루나무 아래 서보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배움을 총 동원에 미루나무를 지나가보라 했지요.

제자들은 제각기 탁월한 신력들을 보이려 가장 수가 높은 무공으로 나무를 지나려 했습니다.

수십 치나 되는 나무를 바람처럼 날아올라 넘어간 이도 있었고...

장풍으로 높은 가지를 날려 더 가벼이 넘어간 이도 있었지요.

그리고 남은 한 제가가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본 후...

그저 일상처럼 둥치를 살짝 돌아 나무를 비켜 지나갔지요.

스승의 얼굴에 맑은 웃음이 번졌습니다.

"너는 어째하여 그토록 오랜 세월 몸을 혹사하며 갈고 닦은 무예를 보이지 않느냐?"

"제가 처음 무예를 배우기 시작해 다섯 해를 넘기고 이 나무를 훌쩍 날아올라 넘어보았습니다. 너무도 벅찰 것이라고 믿었는데 문득 나뭇잎을 건드리며 지나는 바람한점에 저의 그 어리석음이 부끄러웠습니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그 존재의 흐름과 생김에 따라 움직이고 보태지는 것을...저는 무예를 익히며 오직 상대를 제압할 힘과 기술의 연마에만 전염 했을 뿐, 제 존재의 빈 그릇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생각의 흐름을 바꾸어 그 그릇을 채우고자 하니 몸을 연마해 얻어지는 것은 그저 열심히 땅을 갈아 얻어지는 열매와도 같았습니다.

농부가 오직 튼실하고 탐나는 열매만을 생각해 땅을 갈았다면 결코 얻고자 하는 결실을 볼수 없었을 것입니다. 대지의 전기에 순응하고 그 고마움에 늘 겸손하며 적당한 거름과 욕심내지 않는 고랑의 여유로움으로 땅을 아끼고 사랑한 대가라 여깁니다. 사람 또한 다르지 않다 여겨집니다. 육신의 강인함은 영혼을 담을 그릇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 속에 채워질 참된 기운은 저를 다스려 바르고 귀한 것을 알아보는 눈을 열어야 하는 길이지요.“

“그 길을 어찌 열 것이냐?”

“나를 쓸 곳과 내가 쓸 것을 가려 담고...

 나를 세울 곳과 한발 물러서 나무가 아닌 산을 보아야 할 때를 알아...

 저를 움직이고 멈추게 할 것입니다.“

“그리 했더니 이런 답이 나왔느냐?”

“제가 몸에 익힌 무예의 오만함으로 칼바람을 일으켰던 그때 저를 돌아들던 바람한점이 그 답이었습니다. 나뭇잎을 흔들어 깨우지 않으면, 그 흐름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는 바람한점처럼 저 또한 그리되고 싶습니다. 유유히 세상 속에 묻혀 그저 푸른 산속에 채워진 하나의 나무처럼 아름다우나 드러나지 않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기운이 뭉쳐 휘몰아치며 오백년을 버티던 고목도 뿌리를 들어 내놓을 수밖에 없는 그것처럼, 저를 세운 그 순간은 하늘조차도 제 뜻 뒤에 병풍처럼 내려앉길 바랍니다.”

스승의 얼굴에 오월의 햇살 같은 밝은 빛이 드리워졌다. 자신 앞에 서 있는 제자는 더 이상 그의 제자가 아니었다.

“내 뜻 뒤에 하늘이 병풍이 되어 천지를 열어줄 꿈을 가졌더냐. 세상보다 더 큰 우주를 등뒤로 가지려 하니 한낮 나무하나 넘는 것에 그 기운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말이더냐?”

“가장 큰 승리는 칼에 피를 묻히지 않는 것이라 했습니다.”

“거만하나 당당하구나! 니 그릇은 그 당당함을 충분히 채울 수 있으니 그것 또한 니 것이다. 그래. 바람은 불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허나 불어들면 기틀같이 가벼울 수 있고, 또한 세상을 뒤엎을 만큼 강할 수 있다.”

“이 나무 앞에 선 저는 아무런 기운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힘과 견제를 버리고 나니 가장 쉽고 빠른 길이 보였습니다.”

“지금의 너는 아름다우나 들어나지 않는 한그루의 나무이고, 나뭇잎을 깨우지 않는 뭉치지 않은 흐름이다.”

     


     


물고기 “환생” 수정 작업 중입니다. 그저 허허롭게 글을 할 수 있는 일상이 아니다 보니 참도 전쟁 같은 일입니다. 그래도 놓을 수 없는 그 어떤 욕심하나가 자꾸 저를 떠밀어 앉힙니다. 세상속의 바람들을 잘게 부수어 내 글속에 내려 앉히고 싶다는 너무도 오만방자한 욕심을 안고 삽니다. 한동안을 글 한줄 엮어 내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 하나 늘 꿈꾸며 사는 모자람으로 채워갑니다.   

열심히 꿈을 꾸어 다음 오는 길에는 검 한 자루 매고 올까 합니다.

다들 가슴에 검 한 자루씩 준비들 하십시오.


- 들리느냐.

  검이 내 가슴에 울었다.

  너를 잘라낸 내 마지막 눈물이다.

  이제 나는 가슴이 없다.

  오직 검이 움직이는 방향이 내가 갈 길이고...

  내 검이 겨누는 자의 심장은 더 이상 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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