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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愛 - 지상에서 영원으로..5

써니매니아 |2005.06.21 09:34
조회 282 |추천 0

 


‘ 살기위해 노력해야해. 추억은 나이든 자들의 몫이야.’


경희는 책의 첫 부분에 나온 글귀에 정신이 몽롱하였고,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7년을 사랑하며 살아온 세월을 버릴 수 없던 경희였고, 책의 주인공은 7일간의 사랑을 피에트라 강가에 내던졌다. 경희는 너무나 절실한 마음으로 책의 내용에 빠져들었다.


경희가 책을 보는 중간에도 손님들은 3층에 올라와 차를 마시거나, 책을 보고 신간을 찾아달라고 하기도 하고, 구입 요청을 하기도 하였다.

3층 한쪽에 마련된 테라스의 테이블에선 한권의 책을 주제로 놓고 토론을 하기도 하였다.

아주 어리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들은 자신들이 읽은 책의 내용에 열띤 논쟁을 벌이며 자신의 생각들을 말하고 있었다.


“ 결론은 추억은 기억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거야. 기억은 머릿속에 남지만 추억은 마음에 남기 때문이지. 지우려 애써도 지워지지 않는 건 마음의 지배이기 때문 아닐까? ”

한 젊은 여자가 자신의 생각을 내세웠다.


경희도 그 속에 들어가 추억 역시도 버릴 수 있을 꺼라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역시 마음속의 은석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에 차마 입 밖으론 내뱉지 못하였다.

그녀들의 열띤 논쟁은 얼마 가지 않아 아이의 미래로 바뀌었고, 경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책의 내용에 집중했다.

오후의 시간이 지나고 책의 마지막 부분을 채 읽지 못 하였을 쯤 영은이 다가 왔다.

“ 대리님! ”

“ 어? 어.. 영은씨. 퇴근해?”

“ 네. 대리님은 퇴근 안하세요? ”

“ 몇시지? ”

“ 5시가 넘었다구요. ”

“ 벌써 그렇게 되었나? ”

경희는 미소를 지어보이곤, 다 읽지 못한 책의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쉬워하며 책을 덮으며 영은에게 물었다.

“ 이책.. 대여 안되나?”

“ 왜요? 재미있으세요? ”

“ 뭐.. 음. 괜찮네.”

“ 다른 사람은 안되지만 대리님이라면.. 근데, 그거 이번 주 안에 반납해주셔야 해요!”

“ 풋. 그래. 알았어. 고마워..”

경희는 가방에 책을 집어넣곤 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몇 번 울리곤 주환이 전화를 받는다.

-“ 최주환 입니다. ”

“ 네, 저 경희인데요. ”

-“ 아, 경희씨! ”

“ 저.. 오늘 동주선배 집에.. ”

-“ 네. 지금 거의 다 왔습니다. 강의가 늦게 끝나서요.”

“ 그럼 다 오셨다니 매장 앞에 나가있겠습니다.”

-“ 네~ 좀 있다 뵙죠”

“ 그럼..”딸깍..


경희는 전화를 끊고, 영은과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엔 저녁근무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경희를 보며 인사를 했다.

“ 대리님 이제 가시게요?”

“ 네.. ”

“ 안녕히 가세요..”

“ 수고들 하세요. 또 올께요.”

경희는 웃으며 직원들과 인사를 하곤 밖으로 나왔다.

오후에 햇살이 따사롭기만 할뿐 아니라 조금은 더위를 가지고 있었다.


멀리 주환이 탄 택시가 보였다.

택시는 매장 앞에서 세워졌고, 주환이 내리면서 경희를 보며 말을 했다.

“ 많이 기다렸어요? ”

“ 아니요. 저도 금방 나왔어요.”

“ 다행이네요. 아.. 강의가 늦어져서요. 한국 학생들은 열정이 대단해요.”

“ 그럼요~ 그래야 살아남거든요. ^^ 제차로 가시죠.”

“ 네.”

주환과 경희는 경희 차에 올라탔다.


경희의 차는 신촌의 복잡한 도로를 지나 올림픽대로에 올라섰다.

조용한 분위기의 차안에서 먼저 말을 꺼낸건 주환이었다.

“ 근데, 저 빈손인데.. 이렇게 가도 되는건지..”

“ 아, 제가 선물 준비했어요. 미리 사놓았었거든요.”

“ 아니, 그럼 배신 아닙니까?”

“ 배신요? ”

“ 저는 그런 거 준비하라는 말도 안하고, 혼자만 준비하시고..”

“ 풋.. 그게 배신인가요?”

“ 그럼요, 배신이죠. 안되겠어요. 가다가 어디 꽃이라도 한송이 파는데 있으면 세워주세요.”

“ 꽃요?”

“ 네. 여자들은 꽃을 좋아하잖아요.”

“ 좋아하죠.. 꽃이라.. 아, 선배집이 분당이니까 양재동에 들르면 되겠네요.”

“ 양재동요?”

“ 네.. 꽃시장이거든요. 대단지에요.”

“ 음.. 그런 곳도 있었군요.”

“ 아, 서울은 오랜만 이신거죠?”

“ 음.. 한두번 왔었죠. 물론, 일주일내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긴 했지만..

일은 그보다 짧았는데, 친구들을 찾느라 좀 오래 걸렸어요. 6개월 전 쯤엔가 투자문제 때문에 서울에 왔다가 동주도 찾았는데 그때 소식에 서울에 없다고 하더라 구요. ”

“ 네에.. 아마 그랬을꺼에요. 유럽으로 1년정도 가 계셨었거든요. ”

“ 유럽엔 왜.. ”

“ 여행요. 뭐, 구실은 여행이었지만 공부하러 가신거죠. 신혼여행 삼아 가신거에요.

아이는 그때..^^ ”

“ 풋.. 그랬구나. 짜식 그래도 결혼도 하고 능력이 좋네.”

“ 참, 아직 미혼이시라고... ”

“ 어? 어떻게 알았어요? ”

“ 회사에 소문이 크게 퍼졌는걸요. 미혼의 미남인 젊은 투자자가 나타났다고..”

“ 하하하.. 그랬군요. 근데, 경희씬 그 얘기 듣고 어땠어요?”

“ 저야 뭐.. 그냥.. 잘 모르겠네요. ^^”

“ 섭하네.. ”

“ 네?”

“ 아, 아뇨.. ”

경희는 주환의 얼버무림에 당황하면서도 웃음을 지어 보였다.


-꽃시장.

경희와 주환은 향긋하면서도 알싸한 향기를 맡으며 꽃시장 입구에 들어섰다.

갖가지 꽃들이 즐비하게 놓여진 입구에서 끝없이 펼쳐진 화분과 조화들을 보며 주환은 탄성을 질렀다.

구경하느라 바쁜 주환을 그저 뒤에서 쫒아가던 경희가 한 가게 앞에 서더니 웃으며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꽃을 포장하던 가게주인은 고개를 들어 경희를 한참을 보다가 알아차렸다.

“ 어머! 학생! 오랜만이야.. 아이고,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경희와 가게주인의 인사를 듣고 주환은 가던 길을 멈춰 되돌아 왔다.

가게주인은 주환이 일행임을 알고는,

“ 어? 애인? ”

경희는 당황하며,

“ 아, 아뇨. 아니에요 ” 하며 손사레를 쳤다.

경희의 손사레에 주한은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 에이.. 그렇다고 그렇게 부정할 껀 뭐 있어요. 지금 우리는 누가 봐도 연인인데..”

“ 네? ”

경희가 당황해 하자 가게주인이 나섰다.

“ 푸하하.. 그래, 둘이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플 같아 보여. 하하.. ”

주인의 말에 경희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해 있을 때 주환이 말했다.

“ 하하.. 아주머니 정말 사람 잘 보시네요. 하하하..”

주환의 말에 경희는 더 당황했고, 가게주인과 주환은 더 큰소리로 웃어 재꼈다.

-동주의 아파트 앞.

경희의 차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 아파트 한 동 앞에 주차를 했다.

경희는 선물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주환은 오다가 산 꽃다발을 들고 내렸다.

꽃시장에서 있었던 일로 경희는 조금 당황했고, 주환은 싱글벙글 했다.

엘리베이터를 앞에서 주환이 웃으며 먼저 말했다.

“ 몇 층이죠? ”

“ 8층요.”

경희의 딱딱한 말투에 주환은 물었다.

“ 아니, 근데 그게 그렇게 당황할 일이었어요? ”

“ 뭐가요? ”

“ 아까요. 꽃시장에서..”

“ 뭐.. 그냥.. ”

“ 아, 네.. 흠흠..”

경희의 반응에 주환은 민망하면서도 괜시리 웃음이 났다.


엘리베이터가 오고 경희가 먼저 타고 주환이 타면서 8층 버튼을 눌렀다.

주환이 서먹한 분위기를 깨고자 먼저 말을 했다.

“ 꽃향기 좋으네요. 한번 맡아보실래요?”

주환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희의 코앞에 꽃을 내밀었고, 경희는 당황해 하면서도 꽃 향기를 맡았다. 경희가 꽃향기를 맡자 기분이 좋아진 주환은 조금 들뜬 억양으로 물었다.

“ 어때요? 좋죠?”

“ 네. 좋으네요.”

주환의 들뜬 억양과 상기된 표정에서 경희는 경희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8층에 다다랐고, 복도식 아파트의 끝 집인 801호로 가 초인종을 눌렀다.

‘ 띵 동 ’

안에서 동주의 목소리가 났다.

“ 누구세요? ”

“ 저에요 선배.”

경희가 바로 대답했다.


동주가 문을 열었고, 경희와 주환이 들어섰다.

들어서며 경희는 선물을 주환은 꽃을 먼저 내밀었다. 동주는 반가워하며 말했다.

“ 야~ 그냥오지 뭘 이런 걸 다 가져오구 그래.”

“ 축하해요. 선배.”

“ 축하한다. 애아빠.”

동주는 주환의 말에 쑥쓰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거렸고, 안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 방에 있어. ”

경희와 주환은 동주가 안내하는 곳으로 가 동주처 에게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언니~ ”

“ 안녕하십니까? 실례합니다..”

동주처가 반갑게 맞이했다.

“ 어. 경희야 왔어~ 네, 안녕하세요. ”


인사를 하고, 갓난아이를 발견하곤 경희와 주환은 아이 곁으로 가 앉았다.

경희가 아이의 손을 잡았다.

“ 어머, 너무 작다.. 너무 이뻐요 선배. ”

“ 이쁘지? 음하하.. 다 날 닮아서 그러..런게 아니라, 우리 와이프 닮아서 이쁜거야~

그치~ 자기야~ ”

“ 당연하지.. 헤헤헤.. ”

“ 첫 아들 생긴 기분 어떠냐?”

“ 난 딸이었음 했는데, 아들이어서 좀.. 징그럽기도 하고 그래. 근데, 무지 이쁘다.

요 작은 입으로 아빠 아빠 할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으하하..”

“ 부럽다. 한동주.. 아빠가 되다니..”

“ 부러워하지 말고 너도 어서 장가가라. ”

경희는 한참동안이나 아이를 보면서 앉아있었고, 동주와 주환은 어렸을 때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둘은 일어섰다.

더 있으라는 동주와 가야 한다는 경희 사이에서 주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다음에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나서야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동주는 아쉬워하며 둘에게 인사를 했다.

“ 그럼 잘 가라. 저녁먹고 가면 좋은데..”

“ 아휴.. 선배. 다음에 와서 먹을께요. 언니한테 실례란 말야..”

“ 그래 임마. 너 어서 들어가서 시중도 좀 들고 그래.”

“ 알았다. 알았어. 다음에 소주한잔 하자.”

“ 그래. 들어가!”

“ 들어가요. 선배. ”

“ 그래, 잘들 들어가라. 나중에 보자. ”

주환과 경희는 인사를 하고 돌아 서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주환이 먼저 말했다.

“ 부럽죠? ”

“ 네. ”

“ 저도 부러워요. ”

“ 풋.. 그럼 어서 빨리 진행하세요. ”

“ 뭘요? ”

“ 결혼요. ”

“ 혼자 하나요.. ”

주환의 대답에 또다시 서먹한 분위기가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왔고, 둘은 올라섰다.

엘리베이터는 4층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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