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없는 세상이 X같애서..
여 보 야.................
2년하고도 반이 훨씬 지났구나.
올해가 우리결혼 10주년이네.
성민이가 10살이다.
니가 없는 니 생일이 3번이나 지나갔네. 미안하다.
주위를 둘러보니까 밥그릇 물컵, 숟가락,
소파, T.V, 전화기, 식탁, 낡은 가구들...
다 당신 손 떼가 묻은 것들이네. 모르고 살았어.
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살았어.
미친 듯이 뒤도 옆도 안보고 그냥 살기만 했어.
나만 생각했어. 내가 쓰러질까만 걱정했어.
미안해.
아직 기억이 생생하다.
성민이 생일날 케잌 들고 횟집에서
우리가족 마지막 외식한 거.......
그 일요일 산동네 그 집에서 물소리 비소리 들으며
넷이서 발가벗고 뒹군 거.
감나무 아래 우리집 전용식당서
삼겹살에 소주 그땐 둘이서 두병이면 족했지.
지금 생각해보니까 당신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 같다.
성질 버럭 버럭 내가며
억지로 운전 가르치고 차 사주고 일하게 만들고 .......
다가올 벼락은 꿈에도 모른 채
그 짧은 시간들 너무너무 행복했던 기억들이었어.
그 감나무 아래집..
당신 가고나니 너무 썰렁해졌지만.
어떻게 살았는지 알지?
외면하고 무시하고 울지 않고 모른 척
미친 듯이 바쁘게만 바쁘게만......
섭섭하고 내가 밉고 원망스럽지?
앞으로 더 외면하고 모른척하고 살지도 몰라.
벅차거든 내 어깨에 있는 것들만으로도
너무 벅차 쓰러지기 직전이거든.
속 깊고 착한 니가 봐줘야지 어쩌겠어.
나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인간들도 많다.
독하고 모질고 무관심한 엄마라고. 못된 며느리라고.
하라 그래. 실컷 하라 그래.
그래 이게 내 몫이면 감당할게.
내가 해야 되는 거면 다 할게.
지금까지 나름 잘 해왔어.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
누가 뭐라 하든, 더 참아야 되는 거면 참지 머.
술로 잊으려 하지 않고 다 기억해서
하나하나 다 아파서 울어서 풀어야 되는 거면.
그마저도 허락이 안 된다면. 그래 함 해보께
다 하께 노력 더 하께 . 그러니까 그니까.
그 자리에 멍청하게 서서 보지만 말고 좀 도와 주라.
내가 넘어지지는 말아얄거 아이가.
오늘 성민이 하고 약속했어.
새끼손가락 걸고. 우리 지민이한테는
다른 애들처럼 똑같이 살게 해주자고.
아빠가 없는 걸 느끼지 않고 자라게 해주자고.
왜냐믄 아빠 기억도 못하니까 젤 억울한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성민이가 꼭 그렇게 해주겠데.
그렇게 해주고 싶데.
우리 아들 멋있지.
자식~ 꼭 당신 뒷모습 같더라.
어떤 인간들은 우리 성민이 성격 삐뚤다고 하는 인간들도 있는데,
확 닥치라 그래. 내가 공부 안시켜도 맨날 100점 맞아오는 아들이다.
혹시나 내가 비틀거리고 길거리에 누워 있으면
당신이 업고 제자리 같다 놔 주라. 혹시나.
비틀거리지 않을 자신은 있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 땐.
오늘 내가 너무 주접떨었나.
오늘 왠지 그러고 싶네.
니가 없는 세상이 X같애서..
니가 없는 세상이 정말 X같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