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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같은 남친과의 동거이야기 - 30.마지막회

박은희 |2005.07.19 08:57
조회 5,461 |추천 0

"100만원 아작내기"
 
 

보증금 200만원을 걸고, 첫달 22만원을 주고, 작은오빠야에게
100만원을 받았다.  100만원 더 주고 월세를 20만원으로 깎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궂이 그렇게 안해도 뭐, 2만원 정도야...하는 생각에
100만원을 저금하기로 했다....
 
(100만원--->78만원)
 
 
하지만...............
이집에 이사와서 새 신혼살림을 차리자니, 필요한 것이 왜 이케 많어.
민이와 회사 마치고,  본격적으로 집 꾸미기에 나섰다.
일단 페인트 가게로 가서 빨간색, 흰색페인트를 사 도배를 시작했다. 
 
 
"음....우리 대문을 어떤 쥐까꿍들이 갉아먹어서 진짜 보기싫다. 그챠"
 

"그라면 빨간색으로 칠해뿌자."
 

"우리 부엌은 내가 핑크색 좋아하니까,  핑크 천지로 만들구."
 

"그래그래"
 

각자 열심히 페인트 칠 하기 시작했다....(78만원--->77만원) 
 

"희야, 니 힘들다 그냥 내가하께, 니는 그냥 구경만 해라."
 

"아이다, 이래뵈도 울아빠가 페인트공 아니었나, 내 어릴 때
 별명이 뺑끼다. 내를 물로 보지마랑."
 

"하하..."
 
 
정말 새 집같다.  새 집에 들어오면 항상 페인트향이 났는데.
 
 
"민아, 우리 냄비랑 숟가락이랑 그릇도 사러 가자~"
 

"그래 그것도 없으면 안돼지.. 동대문 가자!"
 
 
동대문으로 날라왔다.  DC마트에서 냄비와 기본적인 그릇..
그리고 숟가락, 반찬통, 양념통, 세숫대야....등등 샀다.
 
(77만원---->70만원)
 

"세제랑 빨래도구도 사야돼"
 

"그래..."
 

(70만원---->67만원)
 

"우리 옷도 한 벌씩 사자."
 

"어."
 

(67만원---->60만원)
 

"우리 오빠야들은 내가 옷 안사주면 잘 사입지도 않는데
 오빠야들껏도 하나씩 사주자.  티랑 체크바지."
 

"그래"
 

(60만원---->55만원)
 

"민아,,,,우리 집에서 입는 츄리닝두 하나씩 사자."
 

"와...츄리닝이 한 벌에 2만원이네."
 

"싸다 맞재? 이참에 니꺼랑 내꺼랑 큰오빠야꺼랑 작은오빠야꺼랑 다 사삐자."
 

"그라면 형수는,  큰형꺼만 사면 섭섭해 할꺼아이가."
 

"그라면 언니꺼두 사주지머."
 

"(시무룩....) ............우리 아부지는 내 옷 잘 뺏어 입으시는데."
 

"그래그래,  니네 어무니 아부지껏두 사주께."
 

"그러면 니네 부모님은?"
 

"우리 엄마 아빠는 이런거 안좋아한다.  워낙 까다로와서."
 

(55만원---->41만원)
 

"이제 됐다.  우리 너무 무리한거 아니가."
 

"그렇긴 한데, 그래도 꼭 필요한거 아이가. 있을 때 사두자."
 

"우리 연희동 있을땐 진짜 돈 10원이 궁해서 아껴 썼는데."
 

"사람이란게 참 간사하다.  돈 없을땐 돈 좀 아껴쓸라꼬 그래
 발버둥 치드만, 막상 큰돈 생기니까 아까운줄 모르고 써대니.."
 

"그러니까 우리 인제 고만 쓰자."
 

"그라면 우리 마지막으로(10년 신은 헤어진 워커보고)신발 사자."
 

"신발...(빨간줄이 있는 다떨어진 자기 신발보고) 꽤 오래 신었다."
 

튼튼한 DR.K 하나씩 샀다.  (41만원---->32만원)
 

"참!  우리 히타 하나씩 사자!!  너무 춥잖아.  집에 보니 보일라도
 작동이 잘 안돼는 것 같은데.  전기장판이랑 히타 하나 사자."
 

"그래 그것도 있어야 겠다.  난 니가 감기 걸릴까봐 항상 걱정됐다."
 

(32만원---->26만원)
 

"인제 집에 가까?"
 

"어."
 

어느새 새벽이 왔다.  차는 끊겼고, 배도 고팠다. 
 

"민아 나 배고푸다"
 

"나도 조금 출출하네. 집에 들어가서 무까?"
 

"집에 물꺼 하나도 읍따.  다 사야된다."
 

"그라면 대충 요기나 좀 하자."
 

음식집에 들어가 요기 좀 했다.  (26만원---->25만원)
 

그리고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25만원---->24만원)
 
 
그리고 아침이 밝아 왔다. 
 

"민아 시장가서 밑반찬이랑 간식꺼리 좀 사오자."
 

"어"
 

그동안에 못 샀던거 못먹었던 것 한이 맺힌 사람처럼 이것저것
사기 시작했고,  나의 과소비는 멈출 줄 몰랐다.
난 단지 언젠가 살 것이라 생각하고, 내 딴에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단 생각은 안했다.
 

"나 너한테 이것도 해주구 싶고 저것도 해주고 싶고, 너무 해주고
 싶은게 많다.  이것도 사가구 저것도 사가자."
 

"냉장고도 없는데, 그러지 말고 오늘 먹을것만 사가자."
 

"아아아잉, 찬물에 담궈두면 되잖아.  사자사자 응?"
 

"알았다.  대신 난 괜찮으니까 니가 묵고싶은것만 사자."
 

"싫다, 난 니가 묵고 싶다는 것만 살끼다."
 

그렇게 우겨대 놓곤,  막상 산건 내가 좋아하는것만 잔뜩 샀다.
 

"희야, 그러면 내 추어탕 사도."
 

"머? 안돼.  나 이거 못먹어.  먹지마."
 

"..................................."
 

민이 두손이 모자랄 정도로 잔뜩 사놓고도,  민이는 추어탕 안
사준것에 불만을 품고 시장을 나왔다. (24만원---->15만원)
그리고 쉬어갈겸 해서 "투다리"라는 닭꼬치전문 소주집으로 갔다.
 
 
"정말 기분좋다. 그챠?"
 

"어........(사실은 매우 꿀꿀함)"
 

"진짜 돈 쓰러 다니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는거 같데이"
 

"어........"
 

"근데 니는 기분이 않좋나,  와 팅팅 부었노"
 

"아니다.....(억지로 웃는 척)"
 

"니 추어탕 땜에 그라재,  맞재!"
 

"아이다."
 

"아이긴 뭐가 아이고, 나는 뱀처럼 꿈틀거리는 거는 진짜 몬묵는다"
 

"알았다 카이"
 

"(집요한 눈빛) 니 삐졌재"
 

"아이다..........아씨 그래 내 삐졌다.  인자 쫌 고만해라!!!"
 

"(당황) 니 지끔 내한테 괌 질렀나."
 

"그만 쫌 해라 안카나."
 

"(째려보다가 벌컥 눈물이) 치.... 그깟 추어탕이 뭐가 좋다꼬..흑.."
 

"울긴 와우노!"
 

"와 울기는!! 니가 울리니까 울지!!! 니는 추어탕이 좋나 내가 좋나!!"
 

"비교할걸 비교해라!! 와 하필 추어탕하고 니고!!"
 

"지끔 추어탕가꼬 내를 울리니까 하는 소리아이가!!!"
 

"(두꺼운 손으로 눈물 닦는다) 알았다 내가 잘몬했다. 고만울어라."
 

"(눈물 닦으면서) 오랜만에 기분 좋게 돈 잘쓰고 왔는데 와 그라노."
 

"에이씨!!!(담배 뻐끔 뻐끔) 내가 니한테 잘 몬해줘서 미안해서 글타."
 

"지금 그말이 어울리나,  상황에 맞지도 않는데 와 억지부리노."
 

"못믿겠으면 믿지마라."
 
 
신경질이 나서 닭먹다가 그냥 나왔다.  투다리...남긴 닭이 아깝다.
 
 
"소리 질러서 미안타...(손으로 내 눈물 닦아주면서) 울긴 또 와우노."
 

"(괜히 어리광 피우고) 난 안 울라캤는데, 많이걸어서 다리가 아파가.."
 

"(넌지시) 다리 아푸나."
 

"어, 발까락이 쥐가 날라카는지 발까락들이 자꾸 꼬인다"
 

"(앉아) 엎히라." 
 

"니 손도 무거븐데, 우째 엎히라카노."
 

"개안타 엎히라."
 

"어. (등에 착 달라 붙었다) 봉지는 내도.  내가 드께."
 

"아이다.  봉지도 내가 다 들끼다."
 

"니 무겁다 아이가.  그냥 도"
 

"내가 무거브면 니는 더 무겁다 아이가.  됐다."
 

"(민이 등짝이 너무 포근해서 내리기 싫다) 너무 좋다.."
 
 
민이가 나를 업고,  그 무거운 봉지들 다 들고 걸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만,  왠지 어느때보다 더 더워보인다.
하루 반나절에 걸쳐 100만원이란 돈을 다 쓰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아주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우린 젊으니깐 다시 모을수 있을꺼야."
 

내가 아직 가난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정신상태가
나아지려면 한참 고생을 더 해야 겠다.
남은 15만원은 민이회사, 우리 회사 사람들과 집들이로 다 썼다.
그리고 우린 또다시 궁핍한 생활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헐크이야기를 읽어주신 동거이야기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동거이야기로 울고 웃었던 날들을 떠올리며 써내려 왔던

  시간들이 제겐 정말 행복이었습니다.

  30회로 동거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지금까지는 '친구가 연인이 되기까지' 였지만

  31회 부터는 '연인에서 부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긴 분량에 지루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31회부터는 제 개인 홈피에서만 업댓하려 합니다.

 

   http://www.cyworld.com/saccharina

 

   헐크 이야기에 힘을 실어 주신 분들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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