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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한테 고맙다는 말을 못해서요~

우연 |2005.07.19 14:17
조회 441 |추천 0

신랑한테 넘 감사한데 어디다 써야 할지 몰라 30대방에 글 올립니다.

 

이혼의 아픈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지금 신랑을 만났어요.

첨엔 결혼하리라 생각도 못했지만 어찌저찌 하다 한솥밥을 먹게 되었네요.

첫결혼 실패로 인한 상처가 아주 컸거든요.

너무 없는 집에 시집가서 막내인데도 불가하고 시부모님 모시게 된 것도 그렇고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전 남편의 술주사.폭언.폭력 무능력함 이였어요.

그 뒤 부모님은 노환과 가난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어요.

그거 역시 저한테 크나큰 시련 이였어요. 꼭 잘 못 모신 제 잘못 같았고요.

장사치를 돈도 없어 제 퇴직금 미리 댕기고 가불해서 치렀으니까요.

그 뒤 그나마 다니던 직장도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그만 두고  술독에 빠져 살더군요.

전, 다시는 결혼 같은 거 하지도 않고 아이만 바라보고 평생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냈어요. 그 사람한테서 벗어 날 수만 있다면 빚을 안고 서라도 나오고 싶었어요.

위자료 같은 건 꿈도 꿀 수 업는 상태였고요.

막판에 억하심정으로 저질러 놓은 게 무척 많았어요.

어렵게 장만한  임대 아파트 보증금도 그 사람 명의라 어쩔 수 없었고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조차 다 빼서 단란주점 술값으로 다 썼더군요.

그 뒤에도 수십 차례 돈 요구를 했어요.

한 몇 년 그렇게 속 썩이더니 새 살림을 차렸는지 모르는 여자한테 내가 누구냐고 전화 한 통 오더니 그 뒤로 연락이 없네요.

그것조차 너무 다행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는 그 친 아빠가 혹 저 데리러 학교 앞으로 올까봐 모자를 눌러쓰고

학교에 가야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 이었으니까요..

그럴 주제도 못 되지만 요...

첨엔 아이를 빌미 삼아 저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나중엔 아파트를 비워줘야 하니까

아이는 큰집에 맡기고 자기는 방한간 아주 허름한 곳으로 이사를 했더군요.

큰 엄마가 아이를 봐 주시다가 자기네도 살림이 어렵고 또 아이 아빠가 양육비도 한푼 주지 않고 술먹고 행패 부리니까 아이를 데려갔음 한다고 저한테 연락이 오더군요..

전 그럴 줄 알고 기다렸고요.. 그 세월이 1년여 이었는데 저에겐 10년이나 마찬 가지더군요.

아이를 만나러 갔는데 혼자 점심을 먹고 있는데 깍두기 국물에 비벼서 아무 반찬 없이 먹는걸 보고 진짜 그동안 참았던 눈물 다 쏟아 부었어요.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어요. 엄마 아빠의 못남에 아이가 천덕꾸러기로 산다는 게....

그래도 아이가 절 위로하더군요.. 평소엔 잘 먹는데 오늘은 이게 먹고 싶었다고..

윗옷에 깍두기 국물이 튀어서 얼룩진 게 꼭 아이의 눈물 같았어요.

그 날로 뒤도 안 돌아보고 아이 데려왔어요.

그게 벌써 4년전 이네요.


넋두리가 너무 길었네요.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신랑과 아이와 새로운 가족을 형성했어요.
처음에 자신 없다던 신랑도 아이의 시선에서 모든 걸 맞춰주고 챙겨줘서 너무 고맙고요.
워낙 심성이 고운 사람인지라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아이 역시 참 살갑게 대해요.
전 직장을 다니고 신랑은 저보다 좀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직업인지라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어쩔 때 집에 들어가면 둘이 자고 있을 때가 있거든요.
서로 발이 뒤엉켜서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이쁘던지요.
그런데 한 번도 신랑한테 고맙다는 말하지 못했어요.
쑥스럽기도 하구요 또 그냥 신랑 앞에서 당당하고 싶거든요.
신랑은 총각 이였고 전 아이 달린 이혼녀라 제가 약자라고는 생각하기도 싫거든요.
신랑 역시 저랑 아주 심하게 다투고 헤어질 번도 했는데 '새끼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하며
말끝을 흐리던군요..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내가 너무 어리석었구나 하는
생각에 화해를 했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신랑한테는 아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잖아요.
아이가 캠프 가느냐고 몇 일 떨어져 있을 때가 있었는데 집이 허전하다고 언제 오냐고
자꾸 찾더라구요. 그거 역시 맘속으로는 고마웠는데 그냥 '둘이 있으니까 신혼 같고 좋은데 뭐...' 하고 흘려 버렸어요.
저 참 철없는 마누라 같죠?
피곤해서 잠 든 신랑 얼굴을 쓰다듬을 때가 있어요.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서요.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대로라면 문제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잘하고 싶어요.
때론 신랑이 미울 때도 있고요 혼자서 애 키우며 살 걸 그랬다 하는 생각도 한 적 있어요.
근데 한 번 심하게 싸우고 헤어질 뻔했을 때 가슴이 막히는걸 느꼈어요.
진짜로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그 뒤 신랑의 넓은 가슴으로 꽉 안아줬을 때 못 이기는 척 넘어간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살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신랑과 저 아이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려고요..
서로를 조금씩만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그린다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오늘도 무더위에 에어컨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고물차로 일하느냐고 고생하는 신랑을 위해

저녁엔 시원한 오이냉국을 대접해야겠군요.

"신랑~넘 고맙고 감사해,그리고 많이 사랑해,당신이 최고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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