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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38

내글[影舞] |2005.08.05 16:53
조회 259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38   - 내글[影舞]

 

 

그 일이 있고나서 열흘이 흘렀다. 정민은 무공전수를 거절한 일 때문에 정민을 대하는 화령이 예전 같지 않아 속을 끓이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런 와중에도 대화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어다. 불과 열흘의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의 모든 일상 대화를 다 알아듣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분심양위(分心兩位)라는 수법을 이용한 때문이었다.

음파 탐지기 수준의 좋은 귀로 유가장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대화를 도청 아닌 도청을 했다. 그러면서 기억 속에 남아있는 회화 책 내용을 이용하여 상황을 다시 구성하며 연습을 하는데 문자 그대로 하루 24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열흘이란이라는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일상대화에 불편함이 없게 된 것이다. 회화를 배우기 위해 투자자한 절대 시간이 240시간이면 대학에서 사 년 공부한 것 보다 더 긴 시간이니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입에 익지 않은 중국어 특유의 사성은 아직 넘어야할 산으로 남아 있었다.

‘후후, 이거야말로 장족의 발전이군! 나머지 책들도 이런 방법으로 익히면 박사학위는 따 놓은 당상이다. 이제부터 다시 공부하는거야, 두고 보라고, 그놈의 학벌 때문에 받은 설움, 다 갚고야 말거다. 으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여긴 내가 살던 곳이 아니야. 게다가 시간대도 틀리다고…. 후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정 공자님,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하십니까?”

‘에고, 실수다! 이렇게 까지 다가오는 걸 몰랐다니, 정신 차려라 정민아!’

“아, 방 사범님! 잠시 고향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공자님이 태어나신 곳은 어디십니까?

“아름다운 곳이지요! 앞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고, 뒤에는 나지막한 동산이 있어 참으로 한적한 곳입니다. 아침이면 새들이 노래하며 잠을 깨우고 저녁때는 은하수에 점점이 빛나는 별들이 자장가를 불러주는 곳이지요.”

“허, 공자님의 표현이 참으로 시적입니다.”

“…!” 

‘너무 심했나! 돌아가고 싶다. …향수병이란 게 이런 건가?’

“저, 정 공…!”

정민이 향수병에 젖어 울적한 모습을 보이며 표현한 말을 듣고 방중선은 놀라 정민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정민에 대해 아는 거라곤 이름 석 자가… 아닌 두 자 밖에 없었다. 그의 출신지나 가문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고, 단지 환골탈태를 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 내공과 무공의 소유자라는 것과 분명 한족이 아니라는 것이 전부였다. 때문에 방중선은 틈만 나면 정민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대화를 시도 했다. 그러나 말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않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시적인 표현까지 거침없이 하다니, 이제부터 좀 더 자세한 걸 알아낼 수 있겠구나!’

“손님을 앞에 두고 결례를 저질렀군요. 미안합니다!”

개인 적인 사정은 사정이고 알아낼 것은 알아내야 했다. 방중선은 정민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정민의 출신을 알아내기 위해 말을 풀어 가기 시작했다.

“아. 아닙니다. 누구나 고향을 생각하게 되면 수구초심이라고 감상에 젖기 마련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헌데, 아주 좋은 곳인 것 같은데 그곳이 어디입니까?”

“백두산이 있는 곳입니다.”

정민은 구체적인 지명을 대려다 혹시 옛 지명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백두산을 말하면 잘 알거라는 생각에 깊은 생각 없이 대답을 했다.

“백두산이요?” 

‘아차, 내가 뭔 애기를 하는 거야! 백두산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니….’

“아, 이곳에선 그렇게 부르지 않겠군요! 그럼 장백산이라고 아십니까?”

“장백산! 그럼 여진족…?”

“여진족이라고요?” 

방중선도 놀라 얼떨결에 내뱉은 여진족이라는 소리에 정민이 더 크게 놀라 소리쳤다.

“예에! 그럼 여진족이 아닙니까?”

‘후우, 다행이다. 놀라는 걸 보니 여진족은 아니고 그럼…. 혹시 거란족! 이건 더 심각해지는데!’

“바, 방 사범님! 지금 이곳을 다스리는 왕…, 아니 황제가 누구요?”

여기까지에다 방중선이 송나라황제이야기를 하자 곧바로 정민은 하얗게 질려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했다. 방중선은 좀 더 이야기를 나누며 정민의 출신을 알아보려했지만 강한 총격을 받은 듯 반은 넋이 나간 모습에 곧 자신의 뜻을 접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방중선이 나가고 홀로 남은 정민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처, 천년이라니…. 마, 말도 안 돼! 지금 중국이 송나라면 고려시대라는 소리인데…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시간 여행을 한다는 공상소설을 읽어보긴 했지만, 막상 그 주인공이 되고 보니 기가 막혔다. 처음에는 그냥 꿈이려니 하려 했지만 하루하루 보내면서 꿈이 아닌 것이 분명해졌고, 생각해보니 그런대로 지낼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짝퉁선녀 화령과의 관계를 키워나가면서 그런대로 적응해 가면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천년이란 시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긴 시간동안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명상에 잠겼다.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걸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해보자. 제대로 이룬 것 없이 이리저리 채이기만 했던 시간을 다시 이곳에서도 보낼 수 없는 것 아니지 않은가! 그래 결심했어. 이 시대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 보는 거야. 그런데, 내 신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지? 천년 뒤 미래에서 왔다고 하면 분면 미쳤다고 할 건 뻔한데, 어떻게 한다.’

정민은 어떻게 하면 믿어줄만한 신분을 만들어내나 다시 고민을 해야 했다. 시간이 한참 흘렀고, 누군가가 급히 자신의 처소로 달려오는 기척을 느끼고 상념에서 깨어났다.

“고, 공자님!”

“월아구나! 왜, 무슨 일이라도…?

“헉헉, 크 큰일, 큰일 났어요!”

“무슨 큰일?”

“화, 화령아씨가 야, 약을 드시고 쓰러지셨어요!”

“뭐라고, 약을 먹다니! 그럼 자살…?”

‘에고, 이 무슨 난리냐? 짝퉁선녀가 약을 먹다니…. 응, 혹시 무공을 전수를 안 해준다고 삐져가지고…. 에이, 그럴 리가. 그깟 일로 자살을 한단 말이야?’

“아이고, 그게 아니고요! 글쎄 내공을 증진시킨다는 그 영약을 드셨어요.”

“영약…?” 

‘웬 영약씩이나? 그럼 자살하려한 게 아니잖아. 괜히 호들갑을 떨고 있군. 영약이야 무공을 익힌 사람에게나 필요한 건데, 그걸 짝퉁선녀가 왜 먹어?’

“글쎄, 장주님이 무공을 익히지 말라고 하셨는데 화령아씨가 말을 안 듣고 그 영약을 냉큼 드셨어요. 그럼 내공이 쌓여 무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인데, 그게 그렇지 않고 부작용만 나게 되신 거예요. 지금 주 의원님께서 보살피고 계신데 급히 공자님을 모시고 오시라는 말씀이 있으셔서 이렇게 소녀가 달려온 거예요!”

‘참, 넌 숨도 안차니? 그렇게 한숨도 안 쉬고 말을 길게 이어서 할 수 있어.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래, 어서 가보자구나!”

정민은 발걸음을 옮기며 화령의 처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화령은 얕은 신음을 흘리며 누워있었고, 곁에는 하녀 한 명과 전에 방중선의 일로 얼굴을 맞댔던 의원 주원이 있었고, 문밖에는 유벽과 장하걸이 방중선과 함께 안절부절못하면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허, 찰거머리 의원님이 와계시는군! 이번엔 전처럼 내 몸에 침을 꽂아보겠다고 설쳐대진 않겠지.’

주원은 그때 방중선이 지독한 독무 속에서 멀쩡하게 살아 걸어 나왔을 뿐 아니라 내공까지 강해졌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 방중선을 닦달하여 연유를 캐물었고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믿을 수 없다며 정민에게 이것저것을 질문은 해댔다. 말이 통하지 않자, 주원은 정민의 몸을 직접 살피겠다며 커다란 금침을 가지고 덤벼들었다. 그것도 한 뼘이 넘는 장침이었다.

어렸을 때 잔병이 많았기 때문에 병원을 문턱이 달도록 들락거린 정민이 주사바늘에 대한 공포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전염병 예방접종 때만 되면 학교에 아예 가지 않거나 꾀병을 부렸다. 물론 들켜서 혼이 나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든 주사를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주사바늘을 들이대는 간호사 앞에서 거품을 물고 기절을 하여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까지 실려 간 일도 있었다. 때문에 그 뒤로는 아예 주사를 맞는 날이면 당연히 열외가 되었다.

이런 정민에게 커다란 금침을 들고 달려들었다. 정민은 공포에 질려(?) 얼떨결에 주원의 몸에 손을 쓰고는 멀리 줄행랑을 쳤다. 방중선이 해혈 하는데 처음 겪어본 수법이라 헤매는 바람에 주원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툭하면 정민을 찾아왔지만 미리 알아채고 몸을 숨기는 통에 한 번도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주원이 화령의 곁에 있다는 것은 정민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전처럼 몸을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키지 않는 걸음을 내디디며 화령의 처소로 다가 갔다. 정민의 모습을 먼저 본 방중선이 급히 다가왔다.

“정 공자, 어서 오시오! 장주님께서 기다리고 있소.”

‘어라, 날 대하는 게 영 다르네! 이유가 뭐지?’

어딘가 모르게 쌀쌀맞게 변한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간단한 목례를 하고 유벽에게 다가섰다.

“장주님, 급한 일이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네, 어서 들어가 보게나. 주 노인이 자네를 많이 기다리고 있다네.”

방중선의 차가운 마중과는 달리 유벽의 말투는 전에 없이 친근하게 들렸다.

‘으흠, 뭔가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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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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